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재밌는 전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2018년에 했던 병풍전(?) 시즌 2라고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 2>!! 사실 18년도에는 이런 거 하는지 몰라서 못 갔었는데... 그때 엄청 호평을 받았던 전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친구 하나 꼬셔서 후딱 다녀왔다. 지금 보니 전시기간이 올해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네... 아직 약 두 달 정도 남았으니 추천추천
홈페이지로 미리 예약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권가능하다. 결제는 발권할 때 같이 하면 된다. 홈페이지 결제 아님!! 가격은 성인 인당 15,000원이었다. 할인되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아 아쉬웠음.
대신 당일 입장권 가지고 2층 아모레샵 가면 20% 할인해준다! 온 김에 화장품 구경까지 굳굳 마케팅 너무 잘하는 거 아닌지. 나는 구경하다가 립밤 샀다.
발권을 마치고 늘어선 병풍 뒤쪽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실 입구가 나온다.
이렇게! 직원분들이 워낙 설명을 잘해주시기도 하고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아 찾기 쉬움
계단 내려가면 직원 분이 간단하게 안내해주심. 코트룸과 화장실은 계단 오른편에서 오른편 복도로 한번 더 꺾으면 나온다. 코트룸 크고 사물함 많아서 맘에 들었다bb
그리고 계단 아래 전시실 입구부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종종 재입장이 어려운 곳도 있는데, 여긴 그런 걱정 없이 화장실 이용도 편하고 좋겠더라.
티켓과 인증샷 찍어봤다. 오디오가이드 들으려면 "APMA GUIDE"라는 어플을 다운받고, 미술관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어플을 켜면 인증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옴. 티켓 뒤에 인증번호가 있으니 그거 입력하면 된다. 문득 매일 바뀌는 걸까 궁금했지만,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넹...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야😮
아무튼 인증번호까지 입력하고 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목록에서 원하는 작품 찾아서 들으면 된다. 한 번 눌렀던 건 색이 변해서, 사람 많으면 건너뛰고 보는 나에게 너무 편한 기능이었다. 오디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세세한 작품 사진과 글도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게다가 어플 안에서 카메라 켜고 인스타 공유하는 버튼도 있었음bb
근데 작품 상세화면에서 목록으로 가면 설명이 바로 끊기고, 자동으로 다음 작품이 재생되는 기능은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많아서인지 와이파이가 자꾸 끊겼다. 근데 그럼 어플 인증번호부터 다시 입력해야 함ㅋ 한 다섯 번 그러고 나니 번호를 아예 외워버렸다^_^ 살짝 빡쳤지만... 오디오 가이드 퀄이 좋으니까 괜찮아,,,
조선은 병풍의 나라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유독 병풍으로 만든 회화 작품들이 많이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는 전시가 많았고, 회화의 형식에 주목한 전시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걸 깨버린 게 아모레에서 18년도에 열었던 <조선, 병풍의 나라>였고... 이번 전시도 그 맥을 이어나가는 거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병풍을 소개한다. 제작/사용자를 고려해 민간병풍과 궁중병풍으로 테마를 나누고, 제작 시기에 따라 근대 병풍을 별도로 구분해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람객들은 병풍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면서, 민간과 궁중으로 대별되는 병풍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안내책자가 그랬다^^ (앵무새)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는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돼서 엄청 크다. 누가 1시간이면 다 본댔는데 나는 몇 개는 가볍게만 봤는데도 순 관람시간만 2시간이었다. 전시실 중간중간 소파와 의자가 있으니 쉬어가며 관람하시길...! 생각보다 많이 빡셉니다. 내 관람순서는 전시실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고 온 작품들을 순서대로 소개해보겠다.
시작은 <화조문자도8폭병풍>. 얼마 전 올린 <생의 찬미> 전시랑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유교의 8가지 덕목을 표현하는 그림이랍니다. 아마도 2폭이었으니... "제(悌)" ?! 맞겠지ㅎㅎ 그림 하단에 파란색 생물체는 소라고 생각했는데 토끼를 그린 거라고 한다. 토끼가 떡방아 찧는 모양새라고… 내가 아는 토끼는 뉴진스 토깽이 같은 큐티뽀짝인데 과거의 토끼는 더 강인했나봐… 아무튼 각설하고 작년 생의 찬미에서 봤던 문자도가 묘하게 겹쳐 보여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문자도 양식에 따라 색감이나 구도를 비슷하게 가져가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거였네. 이렇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재밌다. 나중에 그 문자도들도 다시 볼 일이 있겠지?!
마지막 8폭 하단의 그림. 병풍이라 길이가 길어 그런지 상단과 하단으로 구역을 나누어 그림을 배치했다. 주로 상단에 문자를 형상화한 그림을 올리고, 하단에는 자연을 그려내더라.
그다음은 <하락도12폭병풍>. 20세기 초 전문화가 이인서라는 분이 그렸다고 한다. 아래는 12지신을 표현한 3~4폭. 저 한 중간에 동그라미 속 한자 복(福)인 걸까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는데. 무식 그 자체였네^ㅁ^ 지금 획으로 대충 찾아보니 지도리 추(樞)라는 글자 같다. 약간 근원, 본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하는 한자라고 ㅋㅋ
올해는 토끼의 해지만 전 호랭쓰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호랑이만 보면 확대해서 찍을라 함... 병풍에 시조 등 한자가 많은데, APMA GUIDE 앱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엄청 친절하더라.
이건 <백납도10폭병풍>에서 가져온 그림. 백납도는 작은 그림들을 모아 병풍 화폭에 붙이는 것으로 19세기 조선에서 인기였다고 한다. <생의 찬미> 전에서도 백납도를 재해석한 작품이 있었다. 아무튼 작은 그림 대신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붙이기도 했고, 이 경우에는 백선도라고 부른다. 이 <백납도10폭병풍>은 백납도와 백선도의 어드메에 있었다. 그림들 모양이 이런 부채꼴도 있고 엄청 다양했기 때문!
예전 조상님들도 고앵쓰를 키웠었나 보다. 강아지만 키운 줄 알았는데 무지한 후손의 편견이었어. 물고기도 키우시고. 근데 아기고양이들 같은데 너무 큐티뽀짝... 동물은 잘 만지지 못하지만 조아해요🥰
여기도 멋진 호랑이가 있길래 찍어봤다. 호랑이가 달을 보고 포효하는 거겠지?
호랑이만큼이나 멋진 매...? 독수리...? 매겠지?! 이런 감상평밖에 남기지 못하는 나 자신 너무 부끄럽고요. 국현미에서 도슨트 양성 과정하길래 지원해보려 했는데. 이런 내가 지원해도 되는 걸까. 서류에서 바로 탈락하면 어쩌지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다음 작품이 사람이 몰렸길래 냅다 반대편 작품부터 감상. <구운몽도8폭병풍>이다. 길게 이어 붙일 수 있는 병풍의 특징을 살려 이야기를 많이 표현하더라. 좋은 것 같다. 아마 그 시대 때도 그랬겠지만, (초보) 수집가의 입장에서 보면 병풍 하나로 8점의 그림을 소장하는 효과도 있잖아? 게다가 그 그림이 연작이라면 오히려 좋아. 각설하고 작품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학창 시절에 그렇게 읽던 구운몽 이야기를 이렇게 보니 재밌었다. 주인공 성진이 팔선녀님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승님이 깨우러 오는 것까지 표현함. "야 너 꿈꾼 거야~!" 하러 오는 스승님이라니 미워요ㅠ.ㅠ
다음은 <삼국지연의도8폭병풍>. 아래 장면은 삼국지에서 젤 유명한 유비, 장비, 관우가 삼고초려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저기 누워 있는 분이 제갈량임. 인물 옆에 설명도 적어 줬지만... 학창 시절 한문 과목을 상당히 싫어했던 저는 하나도 모르겠고요^^ 사실 저 중간에 애기 손가락이 상당히 빡큐 같아서 웃겨서 찍어옴. 서해바다보다 얕은 나의 미의식과 예술에 대한 조예...
소설 병풍 구경하는 사이에 아까 못 보고 온 병풍에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평생도8폭병풍> 이란 작품이다. 평생도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보통 사대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표현한다. 역시 인생의 시작은 돌잔치여야지~! 저 아가는 뭘 잡았을까. 그러고 보니 나 돌잔치에서 뭐 잡았지?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혼인식을 다시 하는 "회혼례"를 그려낸 그림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황혼식 같은 건데 신기해. 출세한 사대부 양반가라 이런 행사도 있나 보다.
호랑이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달이라서. 인간군상의 이야기 대신 이런 거만 주목하다 왔다.
다음은 초록초록 그 자체였던 <경직도8폭병풍>. 농사를 짓고 옷감을 만드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었다. 목적은 통치자에게 너의 백성들이 이렇게 산다고 교육하기 위함이라고. 그지 나라님이 나가서 보시기엔 좀 괴리감이 있었겠지...? 교육 목적의 그림이었으니 공부하는 공간에 두었으려나? 아무튼 열심히 모내기를 하는 중인 백성들의 모습.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구나를 알 수 있어 후손인 나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병풍이었다.
다음은 <호렵도8폭병풍>. 1 전시실은 민간병풍을 다루고 있어 주제가 엄청 다양하다.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하러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목적은 오랑캐가 이렇게 강인하다. 방심하지 말자라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추측성 발언). 아무튼 죄 없는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많아 기분이 찝찝했다.
왜 우리 호랑이한테 그래요! 라고 하기엔... 호랑이는 사람을 찢어...
호렵도 다음에 바로 나온 거라면 약간 너무한데ㅠ.ㅠ? <무릉장생도8폭병풍>이다. 장수를 바라고 이상향을 바라는 병풍답게 십장생이 모두 그려져 있다.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 십장생은 해, 달, 산, 천,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라고 보기도 하고, 해, 돌, 산, 물, 구름,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불로초로 보기도 한다.
뒤집힌 산과 새의 조화가 좋아서 한 컷 찍어봤다. 자꾸만 사진에 비상구랑 조명이 나오네... 아숩
그다음은 <백수도10폭병풍>. 동물도감 같기도 하고... 뭔가 벽지 같은 느낌도 있어 신기했던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물들이 가득한 혼돈인데, 질서가 있었다. 상단에는 날개가 있는 짐승을, 하단에는 걸어 다니는 짐승을 표현했다. 빠지지 않는 호랑이 찾기. 근데 옆에 닥스훈트인가요? 비슷한데 아닌가
실존하는 동물만 그린 건 아니고, 상상 속의 동물도 있었다. 이 친구는 해태랍니다. 잘 찾아보면 유니콘 같은 애도 있고 뭐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은 <어해도10폭병풍>. 풍요로움과, 다산, 과거합격 및 출세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폭마다 염원하는 뜻을 상징하는 물에 사는 동물을 그려냈다. 마지막 10폭의 게는 입신출세나 장수를 표현할 때 많이 그린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 게의 생태를 불로불사에 빗댄 것이다. 이 <어해도10폭병풍>에서는 무슨 의미라고 가이드 앱이 얘기해 줬는데 까먹음;;
다음은 다시 인물로 돌아와서, <고사인물도8폭병풍>.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아래는 누가 봐도 낚시하는 강태공이다. 그래도 여긴 세월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으셨네. 저 주전자는... 술일까^^?
1 전시실 중간은 미디어 아트를 쏘고 있다. 병풍의 그림들을 찬찬히 확대해 가며 보여주는데 보다 보면 어지러움
약간 사진 스팟 재질이기도 하고. 주말치고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닌 거 같았지만. 그래도 꽤 있었다.
1 전시실 소개는 찍지 않았지만, 2-3 전시실 소개는 찍어뒀더라. 이곳의 주제는 궁중병풍. 왕실 소속 화원이 그린 그림들로, 왕실에서 사용하는 장식용 병풍과 궁중 행사를 담은 기록화 병풍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실에서 내가 찍은 첫 작품은 <요지연도8폭병풍>.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곤륜산 요지에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그려낸 그림. 아래 사진은 신선들이 잔치에 참석하려고 오는 부분을 확대해서 찍었다.
서왕모가 여는 연회답게, 잔치에 올라갈 복숭아를 들고 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손오공을 찾을 수 있따.
다음은 <화성행원도8폭병풍>으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한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병풍이다. 아래 그림은 특별 과거시험의 합격자 시상 장면을 그린 부분이다.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출세한 거지?! 엄청 많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시험을 보는 장면?! 자세히 보면 사람들 앉은 자세가 묘하게 다르다.
중간에 남색 도포 입은 사람이 제일 삐딱하게 앉아 있음 디데일에 엄청 강한 조선시대 화원들...
마지막 8폭에는 배다리가 그려져 있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엄청 많이 정박시켜서 배로 만든 다리라고. 신기해... 한강 진짜 큰데 예전에는 한강을 어떻게 건넜나 했더니 이렇게...! 근데 예전부터 한강 물살이 그렇게 쎈 편은 아니었나 보다. 저렇게 많은 배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었다니.
더 자세히 보면 나름 다리라고 중간에 문? 처럼 세워놓기도 했다. 이 많은 인원이 다 건널 수 있는 다리라니 우리 조상님들은 역시 똑똑하셨꾸나!
그다음은 <일월반도도12폭병풍>.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궁중병풍!
보통은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물결 등 디테일이 강해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일월반도도 바로 왼쪽 벽에는 <일월오봉도8폭병풍>이 있다. 일월오봉도란, 5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을 그린 그림이다. 국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해 주로 조선시대 어좌의 뒤편에 두었다. 지금 경복궁 가도 하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달과 산, 소나무와 물... 나도 이런 거 집에 놓고 싶어...
그다음 작품은 조그만 3 전시실에 있던 작품이다. 조그만 공간이라 마주 보고 병풍 두 점을 세워두었는데, 두 개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임인진연도10폭병풍>. 고종 황제가 기로소라는 곳에 입소하면서 열린 행사(진연)를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자세히 보면 태극기도 보이구
궁중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모습. 저 아래 깃발들은 다 뭘 뜻하는 걸까? 제각기 다른 기관을 상징하는 걸까?
화려 그 자체... 호랑이 가죽도 깔아놨어ㅠ.ㅠ 근데 사이드에 칼 들고 있는 건... 고종황제 때니까 그럼 신식군대인가
호랑이 가죽은 한 번 더~!
여기도 호랑이로 만든 뭔가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무용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강강술래 같아.
공공의 한계... 병풍 마지막에 행사를 주관한 담당부서 관리들과 그림을 그린(?) 화원 이름을 적어놨다. 이렇게 영원히 박제되다니 당시에는 영광이었겠지만 오늘날의 저로써는 왕부담
다음은 같은 해에 있었던 또 다른 행사 장면이에요. 고종황제 생일 겸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잔치!
상당히 성대한 행사라 밤까지도 이어졌다고. 밤에 등불 켜고 행사 킵 고잉한 장면을 표현.
귀여운 디테일들까지 남겼다. 근데 그림 리뷰하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니 이게 조선왕조의 마지막 잔치 기록이라고 한다. 두 잔치가 있었던 게 1902년인데... 이후 역사 흐름이... 러일전쟁 - 을사늑약 - 고종 강제 퇴위 - 끝으로 경술국치...ㅠ.ㅠ 이렇게라도 좋은 날의 기록도 남아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특이하게도 칼을 들고 추는 검무가 표현되어 있다.
태극기 한 번 더~!
3 전시실을 나와 다시 2 전시실로 돌아오면 오른쪽에 거대한 병풍이 있다. 전체 길이가 9m가 넘는 <십장생도창호>
특이한 점은 단순 병풍이 아닌 창호(창과 문)라는 거! 팔각형의 하얀 부분이 창이고, 자세히 보면 창 사이에 끈이 달려 있다. 저 끈으로 열고 닫는 형태였다고.
묘하게 무지개가 생각나는 구름까지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다시 조금 규모가 작은 4 전시실로 넘어왔다! 아직도 4개나 더 봐야 한다는 사실. 병풍의 나라답게 작품도 엄청 많고 전시도 크죠?! 여기도 3 전시실처럼 규모가 작아, 나무를 그린 병풍 두 점만 놓아두었다. 아래는 <홍백매도10폭병풍>. 나무 전체를 표현하지 않고 일부분만 표현한 부분이 독특하다는 게 가이드 앱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나무가 두 그루이고 꽃잎의 색깔도 하양과 분홍으로 조금 다르다. 둘 중 하나가 더 오래된 나무라 색이 다르댔는데 어느 게 더 어린 애인 지는 까먹음... 아마 푸릇푸릇하고 분홍분홍한 애가 조금 더 어리지 않을까? ^^;;
평면으로 쫙 펼치지 않고 약간 접어두어서, 오른편 왼편 각도에 따라 보는 재미가 또 있었다. 같은 그림이지만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다름. 왼쪽에서 보면 흰 꽃잎이 더 눈에 띄는데, 오른쪽에서 보면 조화롭고 나뭇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 바로 오른편에 <목죽도10폭병풍>이 있었는데, 이 작품만 들으려고 하면 가이드 앱이 끊겨서... 포기하고 다른 거 먼저 보기로 했다. 작은 방이 와이파이가 더 안 터지나 봐.
와이파이의 한계로 넘어온 5 전시실. 여기부터는 지쳐서 약간 가볍게 본 감이 없잖아 있다. 5 전시실도 작품이 가득해서... 체력 안배를 잘할걸 후회했다. 앞에서 힘 너무 빼시면 여기부터는 힘들어요!
4-5 전시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던 근대화단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화원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전통화풍을 계승한 장식 병풍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안내문이 그랬다. 여기는 중앙의 네모자 구역 안에도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엄청 대중없이 감상함.
그 시작은 안중식의 <금니사군자화훼도10폭병풍>. 각 폭에 대나무, 매화, 목련, 난초, 국화, 수선화 등을 그렸다. 내가 찍어온 건 4~7폭에 해당한다. 6폭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파초를 그린 거라고. 우리 집에서 많이 봤던 거 같아.
이다음부터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자수병풍이다. 자수로 병풍을 만들다니 요즘 말로 하자면 화단들 폼 미쳤음. 아래는 <자수매화도10폭병풍>이다. 어떻게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서 이런 큰 작품을 만들어내지? 심지어 색감도 화려하고, 실이 굵은 데다 가운데 심지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체감도 장난 아니다. 이 작품은 평안남도의 유명한 안주수 자수장(?) 양기훈의 작품이다. 아마 이 분이 총괄 담당자였겠지?
보이시나요 이 디테일. 자수나 배워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바느질도 겨우 함 ^ㅁ^
넘 예뻐...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ㅠㅠ
바로 맞은편에도 또 퀄리티 엄청난 작품이 있다. <자수화조도10폭병풍>으로 똑같이 아름다운 안주수 병풍이다. 아까와 달리 동식물을 멋들어지게 표현해 놨다. 소나무 솔잎이랑 가지, 학의 털
소나무 가지의 옹이(?) 표현도 센스 넘쳐
새를 표현한 부분도 많았는데 깃털 재질 보이시나요? 진짜 집으로 들고 튀고 싶었던 작품이다.
신기하고 좋은 건 크게 크게. 평안남도 안주의 실이 뻣뻣하고 두꺼운 힘 있는 재질이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더 입체감과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는 걸까?
대체 사진을 몇 장을 찍은거얔ㅋㅋㅋ
자수병풍 다음에는 6 전시실로 빠지는 길목이 있다. 헷갈리니까 6 전시실 가기 전에 5 전시실의 나머지 작품을 먼저 둘러보자. 찍어 놓고 모르는 건 검색해 나가면서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어플 작품 리스트 찍어올 걸 늦은 후회...
각설하고! 아래 세 사진은 이상범의 <사계산수도10폭병풍> 같다. 1-3폭은 봄의 싱그러움을, 4-5폭은 여름, 6-8폭은 가을, 9-10폭은 적막한 겨울산을 표현했다고 한다.
첫 사진은 2폭이다. 봄의 정취와 배를 타고 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대비되어 좋았던 그림!
겨울을 표현했다는 9-10폭이다.
겨울산을 혼자 오르고 있는 나그네의 쓸쓸함이 잘 느껴지는 10폭. 이 병풍은 전통적인 구성과 구도를 따랐으나, 원경에 구름과 안개를 깐 것은 일본의 신남화풍을 접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화의 변혁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코자 했던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안내문이 그랬다.
이상범의 <귀로10폭병풍>. 1937년 작이다.
이건 노수현의 <심추12폭병풍>에서 왼편의 8-12폭만 확대한 것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의 깊은 골짜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계곡가의 깎아지른듯한 바위가 인상적이어서 한 장 담아보았다.
그리고 윗 사진에서는 안 담겼지만 8폭 하단에 있는 디테일이다. 홀로 길을 걷고 있는 스님으로 추정되는 나그네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 한낱 인간의 존재가 상당히 고독하고 무색해 보여 남겨보았다.
갑자기 엄청난 색감을 자랑하는 이 그림은 김은호의 <신선도10폭병풍>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신선들을 그려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이 분들... 다 제각기 동물 위에 올라타있다. 신선을 모신다지만 동물들 불쌍해!! 우우우우 하면서 봤다^^ 초딩이냐고
이 아이가 어디서 나온 새인지 맞춘다면 당신은 천재^^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 10명이 1폭씩 그려서 이어 붙인 엄청난 작품이다. 참여 작가는 앞 세대의 정대유, 김응원, 강필주, 안중식이 전통적 구도와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다면, 제자인 김은호, 이상범, 이한복, 노수현, 최우석은 화사한 담채로 사생성과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9폭은 강진희의 작품이고, 10폭은 강필주의 작품이다.
이것도 여러 사람의 합작품이다. <사계산수합작도10폭병풍>. 봄을 표현한 세 작가는 고희동, 이상범, 변관식이다. 작가마다 생각하는 봄이 조금씩 달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건 여름. 허백련, 배렴, 허건이라는 작가들이 그렸다고 한다.
5폭의 여름 표현이 멋들어져 특히 좋았다.
길디 긴 5 전시실 리뷰가 끝났다. 지도와 회화의 경계에 놓인 작품들을 감상하러 6 전시실로 넘어가 보자.
시작은 <곤여전도8폭병풍> 의 디테일들.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본 세계지도를 필사해 채색한 병풍이라고 한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이 그려져 있음.
얘는 실재하는 동물일까 상상의 동물일까?
왜 흐리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지명 외에도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적은 짧은 글들도 적혀 있다. 이런 설명과 각종 지리 지식은 당시 지식인의 시야 확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고래겠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면 얘도 고래인 걸까?
그다음은 <경기감영도12폭병풍>이다. 감영 일대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고,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큐티 바둑이
집안일하는 사람들 따라 산책하는 바둑이. 이외에도 부산의 모습을 담은 <동래부산도10폭병풍>이나 <평양성도8폭병풍>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고 주요한 지형지물의 명칭도 기재해 상당히 의미 깊은 자료로 보였음.
하지만 지도 병풍보다는... 마지막 7 전시실의 <호피도8폭병풍>이 더 탐났더랬지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고. 경제적이고 손쉬운 제작을 위해 호피도는 도식화된 문양으로 제작되었다.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비쥬얼. 조선인 말고 한국인한테도 열망의 소재임다!
자세히서 보면 더 귀여움 표정 같기도 하고ㅠㅠ
한 번 다 돌고 나서는... 동행인과 돌아댕김서 사진도 조금 찍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기념품샵도 구경함.
조상님들의 고앵 사랑도 엽서로 다시 태어났다.
생일카드 너무 센스 넘쳐! 귀엽지 않나요ㅠㅠ
그리고 이 스티커 보고 군침 흘렸다. 사실 인센스 스틱 팔길래 사려고 들고 있었는데
키링과 그립톡을 보고 참지 못함.
결국 인센스 스틱 1.4와 키링 1.2 사이에서 깊게 고민하다... 새로 산 에어팟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인센스 스틱은 아직 안 쓴 게 한 바가지임.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내 키링. 벽사의 상징 호랑이와 길상의 상징 까치가 모여 있다.
이상 길디 긴 전시회 관람 후기 끝! 그래도 공부 조금 하면서 포스팅했다. 기특해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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