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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 카라바조 보러 간 날
사실 전시를 하나 더 보고 왔다
예술의 전당 맞은편 골목길에 도잉아트라는 갤러리가 있는데
거기서 <Pieces of Us>라는 이름의 무료 전시를 하고 있다.

예술 콘텐츠 스타트업 '널 위한 문화예술'과
여성 예술인 커뮤니티 '루이즈더우먼',
그리고 '도잉아트'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전시이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점은
1) 작품 크기가 모두 5호 내외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
2) 전시장에 작가의 이름은 없다는 점이다.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작가의 이름을 배제했다고
그래서 이 작가는 누굴까 기대하면서 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 

전시 기간은 12월 31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말 재밌게 본 전시라 소개해본다.
예술의 전당 가는 김에 들르면 좋을 최고의 전시임 추천!!
방문 이벤트 중이셔서 내년도 달력도 받아왔지요~

<전시 개요>
- 전시명 : Pieces of Us
- 전시장소 : 도잉아트
- 전시기간: 24.12.10 ~ 24.12.31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 일요일

<참여작가>
금소현 김그림 김소정 김수민 김아해 김연홍 김영현 김영현 김은주 김재 김중옥 김지윤 김지은 김지혜 김한라 김한비 김호연 노한솔 무아 박보오리 박성아 박소현 박준희 방혜수 백다래 서도이 서지희 설혜린 손수민 수연 신영희 아바 안진선 엄소완 영원 오연진 오지은 우아영 우연주 우올로 원나래 윤연우 윤인선 이경민 이나하 이미지 이봄 이상예 이소영 이승연 이시마 이용현 이유리 이지구 이지원 이하은 임성희 장영은 장유정 장한이 전영주 정다정 정아사란 정원 정지원 조연주 조주현 최서희 최인엽 하다원 한정은 허수정 (총 72명)

큐레이토리얼 멤버들의 서문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중 송윤지 님의 글이 인상 깊어 한 장 찍어봤다
나는 예술을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아트 컬렉팅은 해보지 않았다.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 언제나 할 뿐...
이번에도 작품들 가격이 모두 40만 원으로 동일하다고 하더라
탐나는 작품들 몇 개 있었는데 이미 빨간 스티커(판매완료 표시)가...ㅠ
그리고 구매하면 바로 작가님 누군지도 알려준대요
컨텐츠 미쳤다(positive)

각설하고 작품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근데 사진만 찍고... 몇 번 작가님인지는 안 적어왔네
그건 사적인 컬렉션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더라.
그리고 유튜브에 오디오 도슨트 콘텐츠도 제공되고 있었음!

이 시국과 잘 어울리는...
23번 작가님의 <올려보낸 소원>

작품 크기가 캔버스 5호로 제한되어 있다고 했는데,
5호는 가로 34.8 * 세로 27.3으로
8절지나 A3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라고 한다.

60번 작가님의 <큰 불>

52번 작가님의 작품
<눈먼자의 종이접기> 시리즈다.

이건 40번 작가님

45번 작가님의 작품이다
우리 한국적인 무늬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신 것 같더라
순서대로 <Pink Fever>, <Target>, <Chain> 이다
중간에 타겟도 너무 내 스타일이었다죠 

이렇게 정보를 제외하고 작품만 온전하게 보게 하니까
오히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 선호와 취향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더라

48번 작가님의 <파랗고 빛나는> 시리즈

평면에 구현해 낸 우리의 소망이 담긴 돌탑들
마치 한글 같기도 해서 재밌게 봤던 작품이다
63번 작가님의 작품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결정>, <공존>, <테스트>

5번 작가님의 작품이다.
왼쪽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Moon Light>, (아마) <Camellia>, <Valley>

크리스마스 겨울 느낌 물씬 났던 19번 작가님의 <december>
무려 비단에 작업하신 거래요 놀랐음

제일 마음에 들었던 53번 작가님의 <투명한 퇴적>

겨울에 걸어두면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쁠 것 같았던...

33번 작가님의 작품
이걸 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서
구매해 뒀다가 그 친구 결혼 선물로 줄까 잠시 고민함
근데 고민하지 말고 살걸... 지금 보니 솔드아웃이네^^
진짜 나중에 이 작가님 누구신지 찾아서 하나 살까 봐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예술의 전당, 남부터미널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추천

5호 내외라는 한정된 작품 사이즈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선보이는 작가들의 작품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진짜 재료나 소재 모두 너무 다양해서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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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전시 후기를 남긴다.
아직 개발 중인 AI 서비스에서 체험단을 모집했는데
거기에 당첨되어 받은 초대권(1매)으로 다녀왔다.
아직 베타 테스트 상태라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나중에 상용화되면 별도로 사용 후기 올려야지
써보니까 매우 마음에 들었음

아무튼 내가 다녀온 전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
바로 <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이다.

<전시 개요>
- 전 시 명 : 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 (The master of light Caravaggio and his descendants
-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 전시기간 : 2024.11.09 ~ 2025.03.27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화~일 10시~19시 (매표 및 입장마감은 18시)
-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크리스마스, 신정, 설 연휴, 삼일절 정상 개관)
- 입 장 료 : 성인 22,000원 / 청소년 17,000원 / 어린이 14,000원
- 전시해설
>> 도슨트 프로그램 유료 15,000원
>> 오디오 가이드 유료 3,000원

우선 인증샷부터 박고 봅니다.
오디오 가이드도 빌렸어요.
작품 보호를 위해 내부가 엄청 어두워서
+ 사람이 꽤나 많아서 (평일에도 많았음)
벽에 쓰인 작품 해설들 읽기가 힘들어요

오디오 가이드는 휴대폰 어플 다운받아서 쓰셔도 되고
아니면 저처럼 이렇게 따로 가이드 기계 아예 빌리셔두 됩니다

표 받는 곳 오른쪽에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는 곳 있고,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내고 기계 빌릴 수 있어요.

현대에서 운영하는 H.Point(H 포인트) 신규 가입자는
이벤트로 주는 가입축하 포인트 써서 공짜로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미 횐이라 걍 내돈내산함...

전시장 내부 촬영 가능하더라구요
물론 당연히 플래시 동영상은 안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이 많기도 했고
내부가 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많이 안 찍었어요
사실 작품들도 어두운 편이라 찍어봐야 디테일 잘 안 나옴

전시장 들어가자마자 신기한 공간이 나옵니다.
<성 마태오의 소명> 속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재현해 낸 공간이에요.

이렇게 생긴 작품이라는데요.
화면을 가로지르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Tenebrism 기법이 사용된 대표적인 작품이에요.

여기서 잠깐!
테네브리즘이란?

테네브리즘은 카라바조로 인해 널리 알려진 미술 기법이에요.
그림에서 강한 명암 대비를 사용해 특정 부분만 강조하는 방식인데요.
이 기법을 사용하면 그림 속 인물이나 장면이
마치 강렬하고 극적인 조명을 받은 것처럼 어두운 배경 속에서 부각되죠.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빛을 받은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종교적이거나 극적인 사건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했다고 해요.

카라바조는 특히나 이 기법을 잘 사용했고,
이후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죠.
이번 전시에서는 카라바조를 비롯해
그의 영향을 받았던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번외로,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이라는 것도 있었는데요.
키아로스쿠로는 이탈리아어인 Chiaro(밝음)와 Scuro(어둠)를 합친 단어래요.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를 사용해 대상의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건데요.
테네브리즘을 키아로스쿠로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키아로스쿠로보다 더욱더 극단적인 명암대비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래요.
(시작부터 모르는 용어가 많길래 정리해 봤습니다^^ )


계속해서 이어지는 작품은
루도비코 카라치의 <성 바오로의 회상>인데요.
바로크 초기의 종교적 주제와 독특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래요.

성 바오로(사도 바울)의 회심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원래 기독교를 박해하던 사람인 바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강렬한 빛과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회심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 장면을 그렸어요.
바오로가 놀라서 떨어지는 모습 보이세요? 

다음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에요.

안티베누토 그라마티카가 그린
음악의 성인, 성 체칠리아 그림입니다.
그녀를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인 오르간을 치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번 전시에는 섹션이 6개였는데요.
카라바조가 롬바르디아에서 수련을 시작해
로마와 나폴리에서 명성을 얻고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차례대로 조명해요.
그리고 카라바조 이후의 예술가들의 작품도 살펴보면서 마무리해요.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면,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2.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
3. 정물화의 변모
4. 온전한 고전주의
5.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

그중에서도 세 번째 섹션인 "정물화의 변모"에서는
유명한 작품인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총 세 개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소년의 표정이나 구도가 조금씩 다르다고 해요.
전시 보다 보니 카라바조는 유사한 그림을 자주 남겼더라구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 그림은 사진 패스)

특이하게도 전시장 곳곳에 디퓨저가 있어요.
향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나중에 아트샵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정물화 섹션에서 발견한 거북이

이건 다섯 번째 섹션에 있던
<성 토마스의 의심>입니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대요.

토마스 눈이 너무 새카맣게 보여서 찍어봤어요.
무교 입장에서는 이 그림이 크게 와닿지는 않고...

다음 그림은 주세페 데 리베라가 그린
<성 이레네>입니다.
이건 제 눈에는 이레네가 너무 창백한...
마치 죽은 자처럼 보여서 신기해서 한 장 남겨봤어요.

이건 황소가 흥미로워서 남겼는데
어느 작품의 일부인지는 까먹었음...
근데 약간 이중섭 소 그림 닮았다.

이것도 주세페 데 리베라의 작품이에요.
<예언자>라는 것 같아요.

주세페 데 리베라는 스페인 출신으로
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바로크 화가래요.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카라바조의 일대기와 함께
이번에는 소개되지 못했던
카라바조의 많은 작품들이 미디어월로 소개되고 있더라구요

카라바조를 좋아하시거나,
바로크를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종교화에 관심 많으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더불어 아래층에서 진행 중인 고흐전보다는
대기 인원이 훨씬!!! 적으니
고흐전 사람이 많다면
대기 걸어놓고 먼저 보셔도 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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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청룡의 해를 맞이해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 첫 포스팅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이다. 일명 예수님 생일에 부처님 보러 가기 콘텐츠!
스투파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니까, 국중박에서 제공하는 전시 설명으로 포스팅을 시작하려 한다.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전시기간 : 2023.12.22 ~ 24.04.14
- 전시요약 :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 지역의 불교미술품 97점을 국내 최초 공개
- 전시소개 :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인도 남쪽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의 미술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데칸 고원을 넘어 남인도로 전해졌습니다. 석가모니의 고향과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그곳에서 불교는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남인도의 윤택한 환경 속에서 싱그럽고 풍만한 미술을 꽃피웠습니다. 기원전 2세기, 아직 석가모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나무(보리수)나 발자국만으로 그의 존재를 대신하던 시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불상이 만들어지던 기원후 4세기까지, 낯설지만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남인도 불교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옵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박물관의 소장품 61점을 비롯하여, 영국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독일 아시아예술박물관, 그리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점이 출품됩니다. 21세기 들어 새로이 조사된 파니기리(Phanigiri, Telangana) 유적의 출토품을 포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남인도 불교미술품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매일 10시~18시 (수, 토는 21시까지 연장)
- 휴  관  일 : 24.01.01 및 24.02.10
- 입  장  료 : 성인 1.0, 청소년 0.7, 어린이 0.5
- 전시해설 : ① 격주 수요일 18시 이후 큐레이터와의 대화
                    ② 모바일 전시 안내프로그램 음성 제공(개인 이어폰 지참)
                    ③ 오디오가이드 제공(유료)
                    ④ 자원봉사자 해설 제공 예정(24년 1월부터) 

사실 가기 일주일 전 쯤에 얼리버드 할인을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가게 될 줄 알았으면 사둘 걸 그랬다. 역시 얼리버드는 일단 사고 봐야 하는 거였나^ㅁ^ 라고 늦은 후회를 남겨봅니다.

각설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후의 국중박은 예쁘더라구요. 눈 덮인 연못이 예뻐서 박물관 올라가는 길에 하나 남겨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큐티뽀짝 눈사람 대잔치... 눈 녹기 전에 다들 열심히 만들어 뒀더라. 나의 동행인도 이 옆에 하나 제작하심. 손 안시렵니...? (대단해)

사람 많을까 고민했던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박물관은 쾌적했다. 대기 없이 바로 티켓 발권하고 입장하러!
기획전시실 되게 오래간만에 오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전시가 뭐였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입장 하기 전에 사물함(무료)에 짐을 미리 넣고, 필요하다면 화장실도 다녀오세요.

이번 전시는 ESG를 위해 모바일 팸플릿만 있다고 하더라. (굿굿 바람직해) 팸플릿이 궁금하신 분은 사진 하단의 큐알코드나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점자 프린팅도 해놓은 거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 요즘 미술관들은 장애인을 위한 도슨트도 준비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더라.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진다. 나도 내 사업할 때 본받아야지.

들어가기 전에 전시장 구성을 살짝 정리하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크게 2실, 그리고 총 7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국중박 기획전시실의 매력은 한 바퀴 가볍게 둘러보고 나오기 딱 좋은 사이즈라는 점이다. 전시가 너무 길면 사람이 지쳐...

1부 - 신비의 숲
   1) 풍요로운 자연, 싱그러운 생명
   2) 신비로운 인도의 신들
   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2부 - 이야기의 숲
   1) 사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2) 스투파, 이야기를 담다
   3) 상징, 무언의 이야기
   4) 서사, 그의 인생 드라마 

그럼 본격적으로 전시 살펴볼까요? 1부 신비의 숲입니다. 시작은 약간의 인도 역사였다. 기원전 2세기말, 인도의 첫 통일 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진 남인도 데칸고원에는 새로운 왕조 사타바하나가 등장한다. 이곳에는 왕조에 상관없이 자연의 힘을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자연에 대한 믿음이 새로운 종교인 불교를 만나 어우러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남인도 사람들은 불교가 전해진 이후에도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는 상징들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 둥근 항아리 위에 연꽃과 '함사'라고 불리는 새 2마리가 표현되어 있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하더라. 함사가 새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묘사된 모양새로는 오리나 거위처럼 생겼다. 그냥 유물만 덩그러니 있었으면 이게 뭐지 싶었을 텐데, 주변에 항아리에서 꽃이 자라나는 듯한 영상을 덧입혀주니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앞으로 이어질 전시 기획자의 센스가 돋보이기 시작했던 순간)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유물들은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인데, 스투파를 지키는 마카라(앞)와 마카라X사자(뒤).
앞편의 유물에는 물속에 산다고 알려져 있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가 새겨져 있다. 마카라는 악어처럼 생긴 머리와 코끼리 같은 긴 코,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귀, 그리고 달팽이집처럼 말린 긴 꼬리를 가진 독특한 외모의 동물이다. 마치 우리 해태처럼 지킴이 역할을 잘할 것 같은 외모다.
아 이쯤 되니 다들 궁금할 텐데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나는 불교계의 신전이라고 이해했다.
이어서 뒤편의 유물은 마카라와 사자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이었다. 내가 찍어온 사진은 앞발을 들고 있는 사자가 더 눈에 들어오는데, 사자 등에 있는 덩어리는 사람이다. 작품 설명에는 "마카라 꼬리를 피해 사자의 어깨 위에 올라간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유물.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다. 인도 사람들은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 모습을 한 신으로 상상했다고 한다. (어느 문화권이나 비슷하네) 그중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다주는 정령을 약샤 또는 약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약샤는 불교와 어우러지며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이번 약샤는 머리에 연꽃 송이를 엎어 놓은 모자를 쓰고 있는데, 머리에서 동전이 쏟아지는 독특한 모습이다. 박물관에서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고려해 동전이 쏟아지는 영상과 소리를 입혀줬다.
여기에 더해 공간을 원형으로 표현해 아예 분리한 것도 좋았다. 낮은 원형 단 위에 설명과 유물을 올려두어 360도 어느 각도든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다른 유물들과 섞이지 않게 뒤에 얇은 파티션을 더해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게 해 뒀더라. 우리가 공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보니,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구나를 한 번 더 느꼈다. 이런 감각은 어떻게 키울 수 있지 궁금하기도 하고...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풍요의 상징으로 장식한 약시이다. 구멍이 뚫린 점토판이라 아마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거나, 집 안에 걸어두는 용도였으리라고 추측하더라. 이 아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이었다. 전시 보다 보니 인도에서 온 것도 많았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서 온 아이들이 많아 조금은 씁쓸했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프랑스 파리 올림픽 흥행하는 법이라면서 박물관에 소장된 각 나라별 문화재 걸고 게임하자고 우스갯소리 했는데... 문득 그게 생각나더라.

갑자기 재질이 달라졌죠? 1-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파트로 훅 넘어왔습니다. 기원전 2세기 사타바하나 왕조가 등장하던 무렵 인도는 교역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동남아시아, 서쪽으로는 서아시아 너머 유럽과도 국제 무역을 활발히 했다고 하더라. 그 증거가 인도에서 발견된, 1세기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포세이돈 상이다.

또 다른 증거는 큐피드가 새겨진 손잡이. 지금도 크디크고 멀디 먼 지구촌 세상인데, 기원전에 어떻게 이렇게 활발하게 교역했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건 인도 불교 사원지 발굴을 기념하는 전시 포스터라고 한다. 1938년 적힌 거 보이시나요? 그림은 다른 나라의 물건을 구경하고 있는 사타바하나 왕조의 모습을 그려낸 거라고.

계속해서 전설 속의 동물 그리핀. 제가 알던 그리핀햄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뭔가 살짝 억울해 보이지 않나요. 뉴트 스캐맨더가 데리고 다닐 거 같이 생겼어요 햄...

1부와 2부 사이에 짧은 영상이 하나 있다. 스투파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라 한 번씩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조각나버린 이 전시품들이 온전하게 유지되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상상하게 해주는 영상이었다.
영상도 다 보셨다면 2부 이야기의 숲으로 넘어갑니다. 기원전 3세기 이후의 남인도는 사타바하나 왕조가 사라지고 이전보다 훨씬 잦은 왕조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믿으며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그걸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시작은 사리였다. 석가모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시신을 화장해 얻은 사리를 8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모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마우리아 왕조의 한 왕이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으로 나누어 옮겼다. 그렇게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가 세워졌는데,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인도 남쪽으로 전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숲 소개글 윗단의 영상이 코끼리들이었나 보다. 사리함을 옮길 때 코끼리들을 동원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래 사진은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이다.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북인도 피프라와의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인데, 발견 당시 사리 단지 안에서 금, 진주, 꽃 모양으로 만든 보석들이 섞여 있었다고.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어 다시 나눌 때 넣은 보석들로 추정된다고 한다.

예쁘지 않나요? 그 당시에 귀하다고 여겨진 것들을 같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사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이렇게 보니 정말 다양하게 담으려 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이 유물은 영국의 누군가가 개인소장 중이다.

스투파 자체를 보여주는 파트로 넘어왔습니다. 스투파는 무덤처럼 돔을 높이 쌓아 올리고 주변에 벽을 둘러 장식하는 형태라고 한다. 그리고 돔의 가장 윗부분에 햇빛 가리개를 세우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이 공간은 기둥을 활용했다. 기둥 앞쪽에서는 스투파의 모습이 담긴 석판 조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뒷면은 전시된 석판을 프린트해 크게 붙여두었다. 정말 스투파를 장식하고 있는 기둥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머리 다섯 달린 뱀 '나가'... 스투파를 지키는 뱀인데 석판에서 모양만 따왔더라. 뭔가 이렇게 아이콘화 해서 보여주니까 좋은 것 같아서 찍어봤다.

이건 석가모니의 상징을 담은 스투파이다. 중간의 말은 석가모니가 출가할 때 탔던 아이일 거고, 왼쪽으로는 보리수나무 아래의 빈 대좌(불상을 올려놓는 곳)가 있다. 오른편에는 작은 스투파가 하나 더 새겨져 있고, 조각 하나가 담겨 있는데 이게 바로 석가모니의 치아 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스투파 안에는 석가모니의 출가부터 깨달음을 얻은 장소, 그리고 그의 사리가 모셔진 스투파까지, 석가모니의 이야기 전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 석가모니가 왜 석가모니라고 불리는지 아시나요? 기원전 5세기, 히말라야 산맥 아래 샤카 족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샤카 족의 깨달은 자라는 뜻을 가진 "샤카무니"라고 불리게 되는데요. 이 단어가 전해지며 바로 석가모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예쁘고 멋지지 않나요? 이 전시 기획자 누구인지 매우 칭찬해... 매 파트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딱 조명해서 보여주니까 너무 좋았다. 주말에 심심하시다면 스투파의 숲 전시를 가주세요 여러분

이 그림들은 스투파를 발굴할 때, 발굴단 중 한 명이 석판들에 새겨져 있던 그림을 옮겨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 그림 실력 뭐야...? 프린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한데 직접 그린 거라니. 역사학도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싶네요. 

엄청 잘 그리지 않나요. 저는 그림 실력이 부족해 유물 발굴 못할 거 같아요^ㅁ^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트는 석가모니의 상징들을 보여줍니다. 스투파에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여기서는 석가모니 없이 오로지 상징으로만 보여주는 스투파들을 소개한다.

그래서 이렇게 석가모니의 발자국을 주로 보여줍니다. 발자국 안의 수레바퀴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다양한 스투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석가모니의 발자국.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수레바퀴는 민 무늬가 되어버렸다. 이게 다 돌기둥에 조각한 건데...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건 깨달음을 얻은 나무 아래 그의 발자국. 석가모니의 상징들은 석가모니를 대신해, 그가 없더라도 그의 존재와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이 아이는 불타는 기둥을 향한 경배(아래 두 사진 모두)라는 전시품이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어깨에서 물과 불을 내뿜은 적이 있다고 한다. 불을 뿜는 기둥은 석가모니의 기적을 표현한 남인도의 방식이라고 한다.

기둥 위로 석가모니의 상징들이 또 보이는 것 같죠?
이게 바로 불 뿜는 기둥

크게 보면 이런 느낌이다. 어떻게 돌에 이렇게 정교하고 세세하게 새겨 넣었을까? 경이롭다는 생각만 든다.

전시실 중간에 쉬어갈 겸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존이 있더라. 보통 미디어월(?)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봐온 내용들을 요약해서 복습시켜 주는 기분이었다.

저 이런 영상 좋아하는데요. 이런 영상은 제작에 얼마나 들까?

두 번째 의문은 이 전시와 영상은 미국에서 한 걸 그대로 따온 것인가. 아니면 우리 국중박에 맞추어 직접 다시 기획한 것인가. 어느 게 정답이든 학예사는 멋있는 직업이다.

자 이제 마지막 파트, 석가모니의 인생 서사 그 자체를 조명하는 공간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고...로만 알던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던 파트였다. (모태 불교지만 불교 몰라요)
스투파에는 사실 석가모니 말고 다른 이야기들도 자주 나온다고. (이리 보니 인도판 그리스로마신화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주로 교훈을 주는 이야기나 석가모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특히 남인도에서 사랑받은 이야기는 만다타왕에 대한 내용! 아래 조각 오른쪽에서 3번째 동그라미 안의 내용인데, 만다타왕은 욕심이 많아 하늘까지 다스리고 싶어 했다고. 아마 과욕으로 인해 벌 받은 이야기인가 보다.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자. 

이번 파트에서는 이렇게 조각들을 이미지화해서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더라. 이건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이다. 11시 방향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보면 된다. 전생에 움직이지 않는 왕자로 태어났다가, 버려지고, 땅에 묻히려던 순간 일어나 움직이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가 한 원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하나에 담기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옛 인도인들은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에 익숙했던 것 같다고 전시 안내문구가 그랬다.

이건 말 타고 출가하는 석가모니의 모습인데, 이거 보다가 또 감탄했다.

보이시나요 말 타고 이동하는 걸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래서 석가모니만 원에서 원으로 이동한다... 상징으로만 표현하던 인도인들의 아이디어까지 차용해 왔어... 배운 변태의 기획력...!

그리고 전시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불상들을 보여주더라. 익숙한 모습들이라 반가웠다. 스투파 조각에서 사용되던 돌과 비슷한 돌로 만들어진 불상. 보통 체격에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인데, 이게 남인도 불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이 불상은 5세기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재 영국박물관의 소장품.

정말 내가 봐왔던 다른 불상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하다.

이 불상도 동일하게 5세기 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졌고, 인도의 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이라는 곳의 소장품이다. 표정이 더 온화해지셨어. 

전시의 마지막에 써져 있던 문구

사타바하나의 왕이 안내했던 스투파의 숲 여행은 여기에서 마무리됩니다.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신나게 즐기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남인도에 펼쳐질 또 다른 스투파의 숲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번 여행은 성공입니다.

사실 한국인이라 불교문화가 익숙하다. 하지만 각 잡고 공부하거나 배웠던 적은 없기에 알음알음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이렇게 큰 흐름으로 한 번에 살펴보니 너무 재밌고 유익했던 전시였다. 누군가 용산에서 뭐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그런 전시였다.

그럼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은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러 오신 석가모니의 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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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술주간을 맞이해, 미술여행이라는 이름의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해준다고 해서 다녀와봤다.

미술여행은 지역/날짜별로 원하는 일자를 선택해 네이버 예약하는 형태이다.
지역에 따른 일정과 회차는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지역별 코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든 코스가 탐났지만, 내 일정도 제한적인 데다 미술여행 예약이 치열해
겨우 "청담코스" 하나만 건질 수 있었다.  

청담코스 시작 하루~이틀 전에 친절한 안내 문자가 왔다.

쾨닉 서울 앞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도슨트님이 미술주간 이름표와

송수신기를 주신다. 준비해온 이어폰을 꽂아서 착용!
원래 프로그램 정원이 15~20명 정도는 오는 것 같은데
이 날은 6~7명 정도만 참석하여 소수 정예로 진행되었다.

쾨닉 서울은 청담동 MCM 건물 5층~루프탑을 사용한다.

특이하게도 MCM 매장을 지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MCM 매장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네이버 예약하고 전시 보러가면 지하에 있는 카페 음료/베이커리도 주는 걸 몰랐다.
(알았으면 스벅 안가고 여기서 전시 보고 기다렸을 텐데 아숩ㅠ.ㅠ)

MCM 시그니쳐 가죽으로 만든 가구들을 1층에 전시해놨다.
이것도 전시의 일종이라고 하던데!
아쉽지만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쾨닉 서울에서는 지금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코 이케무라 LEIKO IKEMURA"의
국내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9월 2일~11월 11일까지 진행된다.

회화는 물론 조각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세 개의 개별적인 캔버스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트립틱 형식의 작품 Trilogie a, b, c

나는 중간에 놓인 b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멀리서 보면 사람 같고 가까이서 보면 새 같다.
색감이 화려해 생기 있어 보이면서도 묘하게 슬픈 느낌이 나서 신기했던 작품

유리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violet mountain(2023)

부처님 옆에 고양이인가 했는데 허밍버드라고 하더라.
아 이 전시가 신기한 건... 작품 설명표가 하나도 없었다.
작품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작가가 특별하게 요청하여 배치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손들고 인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Mountain Lake(2010~2011)

오른쪽 산이 표정 같아 확대해서 찍어보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이름의 작품
모로 누워있는 게 마치 슬퍼하는 사람 같다. 

표정도 그렇고 뒤에 콘크리트 외벽 때문에 더 슬퍼 보인다.

dude라는 이름의 작품
고래 꼬리 같기도 하고...
포탄이나 화살을 맞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5층에 올라가면 루프탑에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 작품들도 있어서 짧게 구경했다.
날이 너무 좋은데... 곧 가을인데도 너무 덥더라.

작품들이 다양해 보는 맛이 있었다.

도슨트님이 주신 미술주간 기념품
걸어 다닐 일이 많다고 센스 있게 포도당 캔디도 넣어주셨다.

그리고 도슨트님이 고르신 걷기 편하고 언덕배기가 아닌 곳을 지나 송은으로 이동~!
아 참고로 미술여행은 가이드 형태와 도슨트 형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하셨다.
인솔자가 가이드라 주변 지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갤러리는 담당자가 나와 도슨트를 해주시는 케이스와
인솔자가 도슨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도슨트를 맡아주시는 케이스! 

이번 청담여행은 송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신 박아름 도슨트님이 인솔자였다.
그래서 송은 건물 자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는데,
송은의 울타리(?)는 나무 질감의 콘크리트다.

그리고 신기한 모양의 가로등이 있다. 가지고 싶게 생겼어 귀여워

계단이 건물 안팎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유리문을 개방하면 또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 된다고 하더라.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파노라마>로 16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은 바깥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홍승혜 작가의 영상 <어떤 파노라마>가 보인다.
여러 도형들이 계속 떠다니면서 합쳐지는데
작가 본인을 비롯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을 재해석해서 도형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

전현선 작가의 그림과 지평선이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비슷한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냈고,
작가의 산책길에서 따온 이미지들도 있다고 하셨다.
신기한 건 이 작품은 입구를 등지고 배치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미리 보지 않도록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거꾸로 배치하신 거라고

해와 달 같아서 귀엽다

류성실 작가의 부캐 체리장 시리즈의 일부...
너무 신기한 작품이라 할 말을 잃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시더랑!

바로 뒤에 만화경의 방이 있다.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이라는 곳의 스툴을 쌓아두었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넘나 기억에 없어요.

포토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이희준 작가의 작품 <The Chambers of Time>
오른쪽 무늬 되게 궁이나 한옥에서 가져온 것처럼 생겼는데
도슨트님 피셜 작가님이 라탄 확대해서 찍으신 거라고  

옆으로 가면 저 작품을 오브제로 만든 작품이 있다.
<Mining The Chambers of Time> 

심래정 작가의 작품들. <바-스 하우스: 팔리박사의 목욕법>
어머니를 병간호하던 작가 개인의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에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샤워기
손잡이는 둥글지만 끄트머리가 뾰족한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비상구 바로 아래에 연구실로 쓰이는 영상을 틀어두었다.
진짜 저 문 너머에 팔리 박사의 실험실이 있을 것만 같아

신기하니까 두 장~!

밖에 누가 있나 살펴보는 게 마치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것 같다.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에는 김인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 철사 조각이 뭘 의미하는 것 같으세요?

전 맞추지 못했는데요. 사람의 옆모습의 외곽선에서 뒷모습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택해
라인을 따서 조각 형태로 만든 거라고 하시더라.
도슨트님의 설명 그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큐티뽀짝한 호랑이가 날 반겨줬다.
도슨트님 설명 안 들리고 계속 귀여워만 연발ㅠㅠㅠ

귀여워서 여러 장.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박그림 작가님의 작품이고. 아마 첫 도자기 작품인 것 같다.
얼마인가요 데려가고 싶어요 집에...

박그림 작가는 불교 탱화를 배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기법 자체는 물론 주제도 불교, 동양적이다.
수행자가 소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불교 설화 심우도에서 착안해
호랑이가 주제인 심호도 연작을 그리셨는데.
소도시 출신이자, 퀴어이자, 비주류 장르인 불교 미술을 한다는 본인 자체를 호랑이에 투영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반짝임과 세밀함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님...
그리고 구도나 그림 자체가 동양화풍인데 엄청 트렌디해서 취향저격 당하고 왔다.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하는데요
그림에 두 가지가 다 있어서 행복합니더...

좋은 건 크게 보자...

이건 작품은 아니고 작품을 만들 때 쓰인 촛불이다.

타들어가는 초의 불꽃을 포착해 낸 김지영 작가의 작품들
<붉은 시간>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개개인의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핫했던 영화 엘리멘탈이 떠올랐다.

은은한 색감이 사진으로는 전혀 담기지 않는다.
꼭 실제로 가서 보는 걸 추천!

진짜 이건 가서 봐야 해...

이런 작품들이 가득한데 심지어 입장료도 안 받는다?!
송은은 천사인가요. 10월 28일까지니까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야지.

작품 이름도 형태도 표현도 너무 다 신기했던
이진주 작가님의 안녕 이라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 손 같이 실핏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압도감을 주었던 저지대라는 작품
사람의 생에서 죽음까지를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캔버스에 담아내셨다고 한다.
그림에 표현된 사물들도 신기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묘한 작품이었는데

각도를 조금만 달리 하면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보면 마치 관 같은 느낌도 있었다.

도슨트가 끝나고 잠시 자유관람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귀여운 호랑이도 조금 더 봐주고...

내려오는 길에 심래정 작가님 작품들도 한 번씩 더 봤다.

팔리 박사의 치료법 중 하나다.

팔리 박사는 이걸로 뭘 한 걸까 붉은 머리라는 작품이다.

짧은 송은 자유관람을 마치고 아줄레주 갤러리 가는 길

9월은 아트씬이 제일 핫한 기간이다.

아줄레주 갤러리에서는 젠더 플루이드이자 트랜스매스큘린인
토니 블루스톤 작가의 <JETLAG>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젠더 플루이드는 성별이 유동적으로 전환되는 젠더퀴어라고 한다.
젠더 정체성이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여러 젠더들을 오가는 경우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트랜스매스큘린은 젠더가 남성에 조금 더 가까운 상태인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토니 블루스톤 작가는 태어나기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본인이 남성에 가깝다고 느꼈고,
하지만 아직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하나로 확립하지는 않은 상태? 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전시의 제목이 JETLAG, 시차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다.
홈리스로 보이는 남자가 끌고 가는 카트에 숨어 있는 칼 든 살인마라거나...
저 살인마 근데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티셔츠의 문구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두 가지 바다를 보여 주고 있어 더 신기한 작품 

갤러리에서 오른쪽의 작품을 벽에 큰 크기로 다시 붙여두셨다.

전시 포스터이기도 한 작품 패키지.
거품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뽁뽁이다.
앞서 말했듯 작가는 본인의 젠더를 남성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그래서 그림에서 가슴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익숙한 포스터가 그려진 작품
이외에도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 놓은 공간도 있었다.
특히 작가의 그림이 이불에 프린팅 되어 있었는데
그건 너무 신선하고 독특했다.

갈수록 지쳐서 기력이 쇠했지만 행복했던 2시간의 미술 여행이었다.
특히 박아름 도슨트님이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애정 넘치게 작품과 작가들을 설명해 주셔서 더 좋았다.
마지막에 근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갤러리 추천까지 bb
내년에도 한다면 더 다양한 미술여행에 참여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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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이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후기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 그리고 이번 전시는 1층에서 진행 중입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이번에는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을 소개할 시간이다. 3부는 미술관을 가장 멀리서 보기를 제안한다. 관객의 시선, 인공위성의 시선 등 다양한 경험의 교차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다음은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빈 공간에 놓인,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의 마지막 작품.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이다.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보이는 네모난 공간이 하나, 계단 앞의 제단 느낌의 낮은 계단이 하나, 계단 끝의 영상이 하나.

아래는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천왕문>이다. 상당히 심오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마주 보고 있는 영상으로 계속해서 보여준다.

크게 보기.

맞은 편의 영상보기. 영상이 계속해서 변해서 양쪽을 번갈아 보느라 바빠지더라. 그래서 전시 다 보고 다시 돌아와서 넋 놓고 다시 보기를 오히려 추천한다. 사실 영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영상으로 찍어 두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이 작품들의 총제였다.

영상 찍다가 마음에 들어서 캡쳐해두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뱉으라"였나? 여기 쓰인 글들을 모아서 한 번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다시 돌아와 3부의 진짜 시작. 백종관 작가의 <섬야연광>. 미술관은 정지해 있지만, 사실 미술관은 관객의 시선과 호흡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영상을 보러 가기 위해, 설치된 가벽 사이를 거닐면서 가벽에 뚫린 공간을 통해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상을 내 걸음에 따라 또 조각조각 다르게 보게 되어 색다른 작품이었다.

이렇게 중첩된 가벽 사이를 계속해서 걷게 된다. 그 끝에 벽을 꽉 채운 영상을 계속 틀어 놨다. 프레임 속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 한 번 더 찍어봤다.

벽에는 영상과 관련된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적힌 공문들이 프린트 되어 있다. 결재라인 도장이 우리 회사랑 너무 비슷해서 한 장 남겨봤다. 별 이유는 없음ㅋㅋ

설치 과정 같은 걸 담아낸 사진도 있고.

가벽을 모두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공간. 2개로 나뉜 영상이 끊임없이 플레이된다.

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시선들을 표현해낸걸까?

이건 뭐더라...? 너무 오래전에 다녀왔더니 기억이 흐릿해요. 알려주실 분...?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 쇠구슬을 정해진 경로에 따라 흘려보내고, 다시 끌어올려 계속 순환하게 만든 장치인 마블 머신을 활용한 작품이다.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국현미 과천관의 주요 건축 요소들을 표현해 낸 머신 위를 색색의 구슬들이 돌아다닌다. 구슬들은 종종 분기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되는데, 미술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 번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저기 이게 뭘 의미한다고 적어줘서 바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3층으로 이루어진 게 딱 봐도 전시실들인가?! 사실 구조물에 그림자가 남는 게 좋아서 찍었던 장면.

도로록 굴러가는 구슬을 보고 있으면 신기함 그 잡채...

빙글빙글 계속 돌다가 똑 떨어진다. 구슬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떨어질 때 경쾌한 소리가 나서 더 즐거워지는 작품이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신기하고 대단했던 작품...

신기해서 계속 찍으면서 봤읍니다. 작가님이 스튜디오 히치의 대표 건축가라고 하시던데. 스튜디오 히치... 기억해 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구슬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점이 좋았다. 마치 전시 관람의 재미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많은 이들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작품 뒤로는 직접 나만의 리추얼 머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을 전시인 것 같다.

구성을 보여줘서 애기들이 보고 뭘 만들까?! 를 고민하게 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다음은 추미림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한 공간.

첫 시작은 <횃불과 경사로>. 위성으로 내려다본 과천의 모습을 평면에 귀엽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중간중간 위에서 내려다본듯한 영상을 틀어주어 이게 과천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니었음 게임 지도 같구 귀엽네~ 했을지도.

디지털 사이의 푸릇푸릇함 귀엽지 않나요?

재밌겠다고 느껴져 계속 찍음... 15점의 평면 작업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님 만드시느라 꽤 고생하셨겠는데.

공중에 걸린 이 아이들은 <열매와 시냇물>이라는 작품들이다. 위성 지도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도형화하고, 종이를 겹쳐 쌓은 미세한 블록으로 표현해 냈다. 잘 살펴봐야만 드러나는 공간감이 있어 더 흥미로웠고... 사실 그냥 다 너무 큐티뽀짝했다. 추미림 작가님 개인전 하시면 보러 가야지 넘 기여워따😘

이렇게 귀여운 도시 있으면 살고 싶다고요ㅠ

이건 <횃불과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선행한 드로잉 작업들을 모아 놓은 <패스파인더>.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부턴 사람들이 꽤 나오네... 다음은 조규엽 작가의 <바닥 부품>. 미술관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치수를 사물화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르게 디자인해 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은 <바닥 부품>에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거나, <바닥 부품>을 지나쳐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낯선 형태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랄까 갑자기 전시장의 안과 밖을 나누는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달까. 기대서 전시장을 바라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이 JO의 의미는 작가님의 성을 딴 거겠지? 얼핏 보면 작은 미술관 건물들 같기도 하다.

다시 1부에 등장했던 김경태 작가의 작품.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기둥 사진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작가별 인터뷰와 관련 서적들을 볼 수 있던 진짜 마지막 공간.

흥미로운 책이 있으면 읽다가 표지도 찍어 보고...

이건 참여형 전시를 위해 놓여 있던 미니 카드. 작가들이 전시장을 해석해 달아 놓은 주석을 볼 수 있다. 아가들과 함께 들고 다니면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전시장 마지막이 아니라 초입에 두어도 좋을 듯? 

이렇게 전시 작품들을 해석할 때 유용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중구난방 전시 관람 후기 끝! 갈수록 코멘트가 짧아지는 건 기분 탓입니다. 나오는 길에 운이 아주 좋게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다다익선>이 켜져 있었다. 

<다다익선>은 목금토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켜지는 작품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구경하세요.

작품 끄트머리에 원형 돔 천장이 있다. 이번 젊은 모색 전시에 천장 문구와 관련된 작품도 있으니, 들어가는 길이나 나오는 길에 천장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내려오는 길~ 나는 <미술관 가는 길> 대신에 집에 가는 길로 루트 c를 택했다.

날씨 너무 좋아. 피크닉 하기에도 좋은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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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순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포스팅 시작^^ 오늘은 4월 말 거의 오픈하자마자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그럼 몇 년이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미술관 걸어 가는 길~ 비행기와 비행운까지 하늘이 너무 예쁘길래 남겨봤다. 국현미 과천관은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와 붙어 있어 날이 좋으면 차가 막혀 미술관 셔틀버스가 자주 중단된다. 대체재로 코끼리 열차와 택시가 있지만, 뚜벅이는 오늘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갑니다^^!

날씨 넘 좋지 않나요? 봄~초여름 주말 나들이로 국현미 과천관 추천드립니다. 걸어오면서 호수도 보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미술관 초입 벽에 걸려 있는 현재 진행중인 전시 현수막들. 문득 저 현수막들은 전시 끝나면 폐기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요새 폐현수막으로 가방 등 패션 아이템 많이 만들던데. 국현미에서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이벤트로 뿌리면 의미가 깊지 않을까? 이미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이에요. 요즘 사설 전시들이 얼리버드로 예매해야 7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의 가격대인걸 감안하면... 국현미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표 값도 많이 올라 또이또이하다. 점점 주말에 가볍게 문화생활 즐기기가 쉽지 않다. 무료 전시도 많고, 유료 전시 관람료도 저렴한 국현미 오래오래 함께 해요 😘

1층에 서 계신 직원분께 티켓을 보여드리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주신다. <젊은 모색 2023>은 1층에서 진행 중이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자. 가는 길에 중앙홀 들어가기 전에 카페테리아 방면으로 화장실 있다! 필요하면 화장실 들렀다가 전시 보러 가면 되는 최고의 동선!

이런 사진은 대체 왜 찍은 걸까 과거의 나야...? 암튼 내가 젊은 모색 보러 간다는 걸 남기고 싶었나 보다 ㅋㅋ

요새는 들어가기 전에 QR코드를 찍게 되어 있더라. 신기. 찍고 나면 전시 시작을 알리는 포토월(?)이 있다.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시에 이 포토월 앞에서 도슨트 투어가 시작된다. 기회가 된다면 오후 2시에 도슨트 선생님을 찾아보세요!

아까 <젊은 모색>이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젊은' 작가만큼이나 '모색'에도 집중을 해보았다고 하더라. 이번 전시 주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다. 전시를 하는 공간이자 제도인 미술관 자체를 주제로 하다니 일단 색다르다. 그간 전시를 빛내주는 배경 공간에 지나지 않았던 미술관을 사유하고 탐색하며,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 이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눠 세부 섹션을 꾸며 놓아 정말로 미술관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는 '들어가며 & 나가며'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는 전시의 무대이자 모색의 대상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래 8분짜리 영상이 그 시작이다.

8분짜리 영상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시인들이 텍스트로 표현한 미술관에 대한 내용 세 점이 놓여 있다. 박세미, 김리윤, 임유영 시인들의 시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미술관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안내 책자가 설명해 줬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는 1부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미술관의 "공간에 대한 주석".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기둥, 바닥, 축대 등 미술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여주고 새롭게 해석한다.
아래 작품은 건축가인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 시리즈. 이 작품들은 이번 전시가 전시장 안의 기둥들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라는 기획 의도에 주목해 만들었다고 한다. <확장>, <변화>, <해체> 3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마지막 작품인 <해체>. 기둥을 거울로 덮어 콘크리트 기둥이라는 형태를 숨겨버렸다.

거울로 전시장을 조각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전시장과 관객들을 정말로 해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마음에 들었다.

사진 순서가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두 번째 작품인 <변화>이다. 천장을 떠받친다는 기둥의 보편적인 형태와 기능은 유지하고, 기둥의 재료만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바꾼 작품이다.

순서상 첫 번째지만 왜인지 마지막이 되어 버린 <확장>. 중요한 건축 요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해, 기둥의 형태와 공간을 확장한 작품이다.

재질도 여러 개로 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 것 같기도 하고,

다음은 이다미 작가의 <드랙 뮤지엄>. 이다미 작가는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를 운영하며, 국립여성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창원시립미술관, 416생명안전공원 등 비제도권에 가까운 주제를 전시하는 곳들의 현상설계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 공간들을 설계하면서 떠오른 미술관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에서 출발한 게 이번 작품 <드랙 뮤지엄>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예술의 대표 공간에 종이와 천, 플라스틱 같은 소재들을 더해 유연하고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작품 설명이 그랬다.
딱딱한 기둥에 천을 입혀 미술관의 형태를 더하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창문처럼 표현했다. 마치 미술관 안을 엿보는듯한 느낌을 주더라. 그 안에 솜뭉치로 표현된 미술관 인형과 실제 미술관의 사진을 더했다. 이렇게 보니 미술관 건물이 더 딱딱해 보이더라.

요즘 말로 살짝 킹받는 표정을 한 미술관 모양의 솜뭉치 인형.

그리고 이다미 작가가 설계한 기존 미술관/박물관들과 연관이 깊다는 이미지와 구조물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바퀴 받침대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시각을 달리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미술관은 유동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작품 감상과 포스팅 시점에 간극이 있어 약간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가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저 현수막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황동욱 작가의 <물체/공간>. 원형의 구조물과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천관 원형홀을 비추고 사라지는 자연광 현상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빛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빛의 궤적은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현미 과천관 원형홀을 계속 관찰하고 정보를 채집해 동일하게 표현해 낸 거라고 하더라.

신기해서 계속 찍었다.

사실 1부에 <미술관 조각 모음>이라는 독특한 작품이 더 있는데... 왜인지 사진이 1장도 없다. 찍었던 기억은 있는데 왜 갤러리에 남아 있지는 않은 거 같지?!

각설하고 여기부터는 2부, "전시에 대한 주석"이다. 전시가 자신이 담고 있는 작가와 작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다. 2부의 작가들은 미술관 아카이브를 분석해 미술관과 관객을 연결하는 전시의 형식을 다시 보게 한다.
내가 본 2부의 첫 작품은 정현 작가의 <명명된 시점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도면을 비롯해 과거 전시의 평면도와 투시도를 재해석, 제작해 액자에 담아 허공에 매달았다. 24개의 액자 앞뒤로 걸린 48장의 이미지와 함께 전시장을 같이 보인다. 특수 제작한 양면 액자 덕분이라고. 액자들 사이를 떠돌다 보면 내가 가상의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동신 작가의 <지도>와 <부조>. 이 작업들은 과거 과천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전시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사진상 앞에 놓인 작품 <지도>에는 1부터 200까지 검정 또는 투명으로 된 아크릴 박스가 있는데, 투명 아크릴이 자료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장소에 쌓인 기억을 독특한 방법으로 시각화해냈다.
뒤에 놓인 작품 <부조>는 자료가 남아 있는 36개 전시의 도면에 담긴 내용들을 재해석해 콘크리트로 만들어본 것이라고 한다. 도슨트 선생님이 분명 부연 설명을 더 해주셨는데 기억 안나^_ㅠ (바보인가)

<부조> 뒤로 지는 그림자가 인상 깊어 남긴 사진. 미술관의 굳건한 기둥들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기둥 사이로 바라본 미술관의 모습. 상당히 묘하게 사선으로 나왔네...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인 오혜진 작가의 <미술관 읽기>. 대체로 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시 정보를 담는 포스터, 리플렛, 티켓 등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는다.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전시 관람을 위한 기초 정보를 얻는 매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이 자체가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해 전시장에 노출되는 시공간 정보들을 새롭게 구성해 <미술관 읽기>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총 4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 보고 있는 건 <전시 기간>과 <관람 시간>이다. 그간의 포스터, 리플렛 등에 담겨 있던 이미지들을 따와, 또 다른 포스터처럼 보이게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미술관 읽기> 시리즈 중 하나인 <찾아오시는 길>. 이번 전시관에서 제일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오는 다양한 루트를 a, b, c로 구분하고, 이를 시각화했다. 내가 게시글 초반에 소개한 것처럼, 셔틀버스, 코끼리 열차, 걷기 세 가지 루트가 있다.

비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으로 그림자 지는 게 마음에 들어서 한 컷 더 남겨봤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점은 3가지 루트로 미술관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소리로도 표현했다는 점이다. 진짜 내가 미술관에 올 때 듣는 소리들 그 자체라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제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미술관 읽기> 시리즈의 4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미지 목록>이다. 그간 과천관에서 열린 포스터들을 조각내 한 화면에 담아냈다. 왼쪽에 연도가 적혀 있어 미술관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정말 많고 다양한 전시가 열렸구나 싶기도 하고, 최상단에서 내가 방문한 전시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 공간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국현미...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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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주말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그 김에 포스팅이나 해야지.

근 삼개월 전에 다녀온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로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다. 괜찮은 전시라 한번쯤 다녀오길 추천한다. 나도 기회 되면 또 보러 갈 생각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1부 전시실에서 나와 2부 전시실 가는 길목에 유리창 밖으로 조형물이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쿠베르탱(Coubertin)>, 2004년 작이다. 소마미술관 홈페이지 검색하다 보니 수장고에 미니 쿠베르탱도 있다는데 엄청 귀엽다.

각설하고 2부는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벌써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을 거쳐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분단선을 넘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 이른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로 통용되는 이산의 미술사가 탄생했다고 한다. 2부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동안은 반공, 멸공 사상이 세상을 지배해서 이들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었다.   

2부 전시실 초입의 소주제 설명.

첫 작품은 배운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작. 배운성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그는 주인 백인기의 눈에 들어, 같은 또래인 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말동무 겸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에서는 진로를 바꿔 화가가 되었다. 1925년 베를린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며 한국미술의 유럽 유학생 1호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은 어느 살롱을 배경으로 박수무당 차림의 작가를 상당히 크게 표현한 그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표정도 독특하긴 했지만. 그의 차림새와 뒷배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와닿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변월룡 작가의 <6.25전쟁의 비극>, 1962년 작과 <분노하는 인민>, 1961년 작이다.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왼쪽)과 귀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오른쪽) 듯한 느낌이어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전시 기획할 때 의도하신 포인트겠지? 특히 오른쪽 작품은 아이를 업은 여자의 얼굴이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것도 변월룡의 작품이다. 팸플릿 기준 <풍경>, 인터넷 검색 시 <평양의 누각>, 아무튼 1954년 작. 접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 
작가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자. 변월룡 작가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고려인이다. 1953년 북한으로 파견 명령을 받고, 평양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 미술계를 복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와, 공산주의 혁명,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세히 보면 인민군 복장을 하신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작품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은 대동강이겠지? 대동강 궁금하다. 한강 같이 폭이 넓고 웅장한 느낌일까? 그보다는 조금 더 작고 큐티할까?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이제 한강뷰 아파트에 이어 대동강뷰 아파트가 비싸질 수도 있겠지? ㅋㅋ

그림 귀퉁이에 보면 누각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난해함을 추가해 준 이 작품은 황용엽 작가의 <인간>, 1982년 작. 황용엽 작가가 주로 표현했던 '인간'은 그가 살면서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간> 연작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해서 인간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도 다 제목이 <인간>이다. 아마 이게 인간 시리즈의 연작이겠구나.

어둡고 지친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도 파랑과 초록빛을 주로 써서 더 그래 보인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라 찍어 왔다.

황용엽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쾌대 작가의 <드로잉 (가족)>, 1947년 작을 만날 수 있다. 

아가들에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자세히 보니 아빠, 엄마도 적어 놓은 거 귀여워!! 

뭐라고 적으신 걸까. 우리 집안 식구 일재히 이__서 기념 촬영을 하다. ___가 뭐지? 기념 촬영을 했다는 건 사진도 남기고 드로잉도 남겼다는 걸까?

전시실들 넘어가는 사이에 작가연표가 있더라. 소마미술관은 이 표를 자료로 제공해 달라. 진짜 공부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문의나 넣어볼까?

너무 재미있던 전시라...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둔 탓에 작성하다 내가 지친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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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하러 돌아왔다. 그간 너무 바빴어서(핑계) 사진만 올려놓고 글은 하나도 적지 않았었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소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당연함. 4월 중순에 다녀온 전시를 7월 중순에서야 포스팅하니까...)

아무튼 각설하고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던 4월의 어느 날, 얼리버드 티켓 2장이 있으니 미술관에 가자고 친구를 꼬드겨 다녀왔다. 열심히 감상해야 하니까 밥이랑 디저트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출발! 몽촌토성역이나 한성백제역에서 나와서 소마미술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여기가 입구임을 알리는 포토월이 등장한다.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구나. 괜찮은 전시라 기회되면 또 보러 가야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특이했던 점은 전시가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는데, 작가들의 그림을 섞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보여주니까 오히려 집중되고 좋더라.

1부는 향토적 소재와 화풍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우리 땅, 민족의 노래>이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그리고 박생광의 인물화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전시 소개글에는 이들의 작품이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그 시대의 공기, 시간을 압축한 민족의 노래라고 표현했다.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던지라 더 와닿았다. 

장욱진의 <새>, 1979년 작. 새를 좋아해 까치와 참새를 많이 그리던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의 새는 까치인걸까? 참새이기엔 많이 큰데... 돌산? 산봉우리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양 옆으로 해와 달이 떠 있고, 기와집과 초가집이 보이는 듯하다. 얼핏 보면 신선이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있다. 근데 자세히 보면 형태가 뭉개져서 그런 거 같긴 한데, 사람 표정이 상당히 어둡다. 그래서 그냥 세상살이에 고민 많은 평범한 사람을 표현한 건가? 싶기도 하다. 푸른 새가 인상 깊어서 남겨두었던 그림. 

장욱진의 <동학사 가는 길>, 1977년 작. 마치 스케치북에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새, 나무 등 자연을 좋아했다던 작가만의 순수함이 드러난듯한 그림이다. 근데 대단하신 게 그냥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슥슥 그린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뒷 배경이 뭘 표현했는지 바로 와닿는다. 이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양주에 미술관이 있구나... 나중에 가봐야지!

박수근의 <골목 안>, 1950년대. 거친 겨울 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업은 소녀>라는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만 한 작품도 있었는데, 그만의 인물 표현 방식이 뭔지 바로 알겠더라. 약간 교과서에서 실려 있는 한국 문학작품의 주인공 재질. 매번 전시회 리뷰 남길 때마다 내 빈약한 표현력에 내가 놀란다.

표현방식이 좋아서 찍어온 그림인데. 이인성 작가의 <해변>, 1940년대 초반 작.

자연 풍경만으로도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인상깊어 찍어 왔다. 군데군데 작가들이 했던 말을 보여주더라. 사실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그림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니 작가에 대해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건 또 누구 작품이지 아시는 분 댓글좀요ㅠㅠ 도록을 사 왔어야 하나 구글 이미지 검색 돌려도 안 나온다...

물감에 물을 많이 섞어 흐릿하게 표현하니 메마른 겨울 느낌이 정말 물씬 나더라. 오묘한 색으로 옅게 칠한 하늘과 구름도 너무 이뻐... 색들이 중첩되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인데... 누가 그렸는지조차 모르구요. 근데 아무리 봐도 화풍이 이인성 작가 작품 맞는 거 같은데...?!

1부는 전시실 2개를 나눠 쓰고 있다. 1부의 메인에 가까운 이중섭 작가 작품 보러 가실게요~ 전시실 벽도 새빨갛게 칠해서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독특한 표구까지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이중섭의 <황소>, 이것만으로도 벌써 티켓 값했다. 

이중섭 작가 그림에서 이런 색감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해서 찍었던 작품이다. 이중섭의 <물고기와 나뭇잎>, 1954년 작. 개인소장이다. 얼핏 보면 자연과의 조화인데... 뒷 배경이 너무 붉어서 그런가 물고기 안고 있는 사람이 월척을 잡아 기쁜 표정 같아 보여;;;

그래 보이지 않나요? 오른쪽 사람은 놓쳐서 좌절하는 중인거지... (헛소리)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그림이다. 옆에는 일본어로 적은 편지 내용이 있다. 일본어 몰라서 당황했는데 번역본이 있더라. 다행. 기억으론 내용에 맞게, 편지 귀퉁이를 꾸며두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안타깝고 슬퍼지는 편지였다.  

초기 작품인 걸까? 다소 투박하고 더 거칠어 보이는 황소. 외국 뮤직비디오 통해 알게 된 볼리비아 설화(?)의 악마랑 되게 닮았다. 그래서 찍어옴!

박생광의 <토기>, 연도미상. 박생광 작가는 무속, 불교, 민화,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채색화를 많이 그렸다. 일본에서 공부해서 초기 작품은 일본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민속/민족적인 그림들을 그리면서, 전통 단청색감, 주황색으로 선을 그어 획을 나눈 뒤 채색하는 등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나갔다. 그래서 채색화가 드물었던 그 시기 한국 화단에서 이제야 주목받는 한국 채색화의 대가라고 불리더라. (유리... 유리하고 울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화려한 색감인 데다, 깨알 같은 점까지도 채색되어 있어 디테일 엄청나다.

박생광의 <꽃가마>, 1979년 작. 주황색 선이 <토기>보다 더 두드러진다. 

자세히 보니 그녀 손가락이 6개야. 그녀는 진짜 사람은 아니었던 거임...

탁자 비슷한 기물이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용 같은 애들이 장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를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 표정과 몸짓이 '아... 화나는데 얘를 어쩌지?' 하면서 고민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박생광 작가의 <소>. 채색으로 유명한 작가지만, 수묵으로 동물들도 많이 그렸다고 하더라. 치고받고 싸우고 있지만 이유 없이 귀여운 소 두 마리. 사실 가까이 가서 보면 안 귀엽다. 눈이 은은하게가 아니고 그냥 대놓고 돌아있다. 독기 가득...

은은하게 돌아 있는 소는 이 쪽이다. 멀리서 보면 똘망해보이죠? 전에 남미 여행 갔을 때, 해발 4500미터 69호수 가려다가 고산병으로 중간에 주저 앉았다. (근데 지금 보니 그럴만했네... 해발이 한라산의 거진 세 배였어...?) 길가의 바위에 앉아,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이 69호수 얼른 보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나를 주시하던 소들 2마리랑 비슷해... 69호수는 못 가고 소들이랑 눈싸움만 하다가... 선발대 하산할 때 따라 내려감. 더 기다렸다간 소들이 날 공격할 것만 같아서 넘 무서웠다. 문득 생각난 TMI... 라구나69와의 안 좋은 추억...

심지어 이 작품 연도미상의 무제네. 오늘부터 <69호수의 소> 하렴.

팸플릿에도 소개되어 있는 장욱진의 <가족>이 1부 다 보고 나오는 출구 맞은편에 프린팅 되어 있더라. 크게 보니 인상 깊어 한 장 남겨보았다.

아니 근데... 1부 하나 포스팅 했는데 지쳐서 못하겠어요. 2-5부는 체력 되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 리뷰해야 할 전시가 산더미인데 언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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