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하러 돌아왔다. 그간 너무 바빴어서(핑계) 사진만 올려놓고 글은 하나도 적지 않았었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소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당연함. 4월 중순에 다녀온 전시를 7월 중순에서야 포스팅하니까...)
아무튼 각설하고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던 4월의 어느 날, 얼리버드 티켓 2장이 있으니 미술관에 가자고 친구를 꼬드겨 다녀왔다. 열심히 감상해야 하니까 밥이랑 디저트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출발! 몽촌토성역이나 한성백제역에서 나와서 소마미술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여기가 입구임을 알리는 포토월이 등장한다.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구나. 괜찮은 전시라 기회되면 또 보러 가야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특이했던 점은 전시가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는데, 작가들의 그림을 섞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보여주니까 오히려 집중되고 좋더라.
1부는 향토적 소재와 화풍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우리 땅, 민족의 노래>이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그리고 박생광의 인물화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전시 소개글에는 이들의 작품이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그 시대의 공기, 시간을 압축한 민족의 노래라고 표현했다.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던지라 더 와닿았다.
장욱진의 <새>, 1979년 작. 새를 좋아해 까치와 참새를 많이 그리던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의 새는 까치인걸까? 참새이기엔 많이 큰데... 돌산? 산봉우리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양 옆으로 해와 달이 떠 있고, 기와집과 초가집이 보이는 듯하다. 얼핏 보면 신선이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있다. 근데 자세히 보면 형태가 뭉개져서 그런 거 같긴 한데, 사람 표정이 상당히 어둡다. 그래서 그냥 세상살이에 고민 많은 평범한 사람을 표현한 건가? 싶기도 하다. 푸른 새가 인상 깊어서 남겨두었던 그림.
장욱진의 <동학사 가는 길>, 1977년 작. 마치 스케치북에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새, 나무 등 자연을 좋아했다던 작가만의 순수함이 드러난듯한 그림이다. 근데 대단하신 게 그냥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슥슥 그린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뒷 배경이 뭘 표현했는지 바로 와닿는다. 이건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양주에 미술관이 있구나... 나중에 가봐야지!
박수근의 <골목 안>, 1950년대. 거친 겨울 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업은 소녀>라는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만 한 작품도 있었는데, 그만의 인물 표현 방식이 뭔지 바로 알겠더라. 약간 교과서에서 실려 있는 한국 문학작품의 주인공 재질. 매번 전시회 리뷰 남길 때마다 내 빈약한 표현력에 내가 놀란다.
표현방식이 좋아서 찍어온 그림인데. 이인성 작가의 <해변>, 1940년대 초반 작.
자연 풍경만으로도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인상깊어 찍어 왔다. 군데군데 작가들이 했던 말을 보여주더라. 사실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그림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니 작가에 대해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건 또 누구 작품이지 아시는 분 댓글좀요ㅠㅠ 도록을 사 왔어야 하나 구글 이미지 검색 돌려도 안 나온다...
물감에 물을 많이 섞어 흐릿하게 표현하니 메마른 겨울 느낌이 정말 물씬 나더라. 오묘한 색으로 옅게 칠한 하늘과 구름도 너무 이뻐... 색들이 중첩되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인데... 누가 그렸는지조차 모르구요. 근데 아무리 봐도 화풍이 이인성 작가 작품 맞는 거 같은데...?!
1부는 전시실 2개를 나눠 쓰고 있다. 1부의 메인에 가까운 이중섭 작가 작품 보러 가실게요~ 전시실 벽도 새빨갛게 칠해서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독특한 표구까지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이중섭의 <황소>, 이것만으로도 벌써 티켓 값했다.
이중섭 작가 그림에서 이런 색감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해서 찍었던 작품이다. 이중섭의 <물고기와 나뭇잎>, 1954년 작. 개인소장이다. 얼핏 보면 자연과의 조화인데... 뒷 배경이 너무 붉어서 그런가 물고기 안고 있는 사람이 월척을 잡아 기쁜 표정 같아 보여;;;
그래 보이지 않나요? 오른쪽 사람은 놓쳐서 좌절하는 중인거지... (헛소리)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그림이다. 옆에는 일본어로 적은 편지 내용이 있다. 일본어 몰라서 당황했는데 번역본이 있더라. 다행. 기억으론 내용에 맞게, 편지 귀퉁이를 꾸며두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안타깝고 슬퍼지는 편지였다.
초기 작품인 걸까? 다소 투박하고 더 거칠어 보이는 황소. 외국 뮤직비디오 통해 알게 된 볼리비아 설화(?)의 악마랑 되게 닮았다. 그래서 찍어옴!
박생광의 <토기>, 연도미상. 박생광 작가는무속, 불교, 민화,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채색화를 많이 그렸다. 일본에서 공부해서 초기 작품은 일본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민속/민족적인 그림들을 그리면서, 전통 단청색감, 주황색으로 선을 그어 획을 나눈 뒤 채색하는 등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나갔다. 그래서 채색화가 드물었던 그 시기 한국 화단에서 이제야 주목받는 한국 채색화의 대가라고 불리더라. (유리... 유리하고 울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화려한 색감인 데다, 깨알 같은 점까지도 채색되어 있어 디테일 엄청나다.
박생광의 <꽃가마>, 1979년 작. 주황색 선이 <토기>보다 더 두드러진다.
자세히 보니 그녀 손가락이 6개야. 그녀는 진짜 사람은 아니었던 거임...
탁자 비슷한 기물이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용 같은 애들이 장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를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 표정과 몸짓이 '아... 화나는데 얘를 어쩌지?' 하면서 고민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박생광 작가의 <소>. 채색으로 유명한 작가지만, 수묵으로 동물들도 많이 그렸다고 하더라. 치고받고 싸우고 있지만 이유 없이 귀여운 소 두 마리. 사실 가까이 가서 보면 안 귀엽다. 눈이 은은하게가 아니고 그냥 대놓고 돌아있다. 독기 가득...
은은하게 돌아 있는 소는 이 쪽이다. 멀리서 보면 똘망해보이죠? 전에 남미 여행 갔을 때, 해발 4500미터 69호수 가려다가 고산병으로 중간에 주저 앉았다. (근데 지금 보니 그럴만했네... 해발이 한라산의 거진 세 배였어...?) 길가의 바위에 앉아,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이 69호수 얼른 보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나를 주시하던 소들 2마리랑 비슷해... 69호수는 못 가고 소들이랑 눈싸움만 하다가... 선발대 하산할 때 따라 내려감. 더 기다렸다간 소들이 날 공격할 것만 같아서 넘 무서웠다. 문득 생각난 TMI... 라구나69와의 안 좋은 추억...
심지어 이 작품 연도미상의 무제네. 오늘부터 <69호수의 소> 하렴.
팸플릿에도 소개되어 있는 장욱진의 <가족>이 1부 다 보고 나오는 출구 맞은편에 프린팅 되어 있더라. 크게 보니 인상 깊어 한 장 남겨보았다.
아니 근데... 1부 하나 포스팅 했는데 지쳐서 못하겠어요. 2-5부는 체력 되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 리뷰해야 할 전시가 산더미인데 언제 하지?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재밌는 전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2018년에 했던 병풍전(?) 시즌 2라고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 2>!! 사실 18년도에는 이런 거 하는지 몰라서 못 갔었는데... 그때 엄청 호평을 받았던 전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친구 하나 꼬셔서 후딱 다녀왔다. 지금 보니 전시기간이 올해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네... 아직 약 두 달 정도 남았으니 추천추천
홈페이지로 미리 예약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권가능하다. 결제는 발권할 때 같이 하면 된다. 홈페이지 결제 아님!! 가격은 성인 인당 15,000원이었다. 할인되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아 아쉬웠음. 대신 당일 입장권 가지고 2층 아모레샵 가면 20% 할인해준다! 온 김에 화장품 구경까지 굳굳 마케팅 너무 잘하는 거 아닌지. 나는 구경하다가 립밤 샀다.
발권을 마치고 늘어선 병풍 뒤쪽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실 입구가 나온다.
이렇게! 직원분들이 워낙 설명을 잘해주시기도 하고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아 찾기 쉬움
계단 내려가면 직원 분이 간단하게 안내해주심. 코트룸과 화장실은 계단 오른편에서 오른편 복도로 한번 더 꺾으면 나온다. 코트룸 크고 사물함 많아서 맘에 들었다bb 그리고 계단 아래 전시실 입구부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종종 재입장이 어려운 곳도 있는데, 여긴 그런 걱정 없이 화장실 이용도 편하고 좋겠더라. 티켓과 인증샷 찍어봤다. 오디오가이드 들으려면 "APMA GUIDE"라는 어플을 다운받고, 미술관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어플을 켜면 인증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옴. 티켓 뒤에 인증번호가 있으니 그거 입력하면 된다. 문득 매일 바뀌는 걸까 궁금했지만,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넹...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야😮
아무튼 인증번호까지 입력하고 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목록에서 원하는 작품 찾아서 들으면 된다. 한 번 눌렀던 건 색이 변해서, 사람 많으면 건너뛰고 보는 나에게 너무 편한 기능이었다. 오디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세세한 작품 사진과 글도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게다가 어플 안에서 카메라 켜고 인스타 공유하는 버튼도 있었음bb 근데 작품 상세화면에서 목록으로 가면 설명이 바로 끊기고, 자동으로 다음 작품이 재생되는 기능은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많아서인지 와이파이가 자꾸 끊겼다. 근데 그럼 어플 인증번호부터 다시 입력해야 함ㅋ 한 다섯 번 그러고 나니 번호를 아예 외워버렸다^_^ 살짝 빡쳤지만... 오디오 가이드 퀄이 좋으니까 괜찮아,,,
조선은 병풍의 나라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유독 병풍으로 만든 회화 작품들이 많이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는 전시가 많았고, 회화의 형식에 주목한 전시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걸 깨버린 게 아모레에서 18년도에 열었던 <조선, 병풍의 나라>였고... 이번 전시도 그 맥을 이어나가는 거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병풍을 소개한다. 제작/사용자를 고려해 민간병풍과 궁중병풍으로 테마를 나누고, 제작 시기에 따라 근대 병풍을 별도로 구분해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람객들은 병풍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면서, 민간과 궁중으로 대별되는 병풍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안내책자가 그랬다^^ (앵무새)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는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돼서 엄청 크다. 누가 1시간이면 다 본댔는데 나는 몇 개는 가볍게만 봤는데도 순 관람시간만 2시간이었다. 전시실 중간중간 소파와 의자가 있으니 쉬어가며 관람하시길...! 생각보다 많이 빡셉니다. 내 관람순서는 전시실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고 온 작품들을 순서대로 소개해보겠다.
시작은 <화조문자도8폭병풍>. 얼마 전 올린 <생의 찬미> 전시랑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유교의 8가지 덕목을 표현하는 그림이랍니다. 아마도 2폭이었으니... "제(悌)" ?! 맞겠지ㅎㅎ 그림 하단에 파란색 생물체는 소라고 생각했는데 토끼를 그린 거라고 한다. 토끼가 떡방아 찧는 모양새라고… 내가 아는 토끼는 뉴진스 토깽이 같은 큐티뽀짝인데 과거의 토끼는 더 강인했나봐… 아무튼 각설하고 작년 생의 찬미에서 봤던 문자도가 묘하게 겹쳐 보여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문자도 양식에 따라 색감이나 구도를 비슷하게 가져가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거였네. 이렇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재밌다. 나중에 그 문자도들도 다시 볼 일이 있겠지?!
마지막 8폭 하단의 그림. 병풍이라 길이가 길어 그런지 상단과 하단으로 구역을 나누어 그림을 배치했다. 주로 상단에 문자를 형상화한 그림을 올리고, 하단에는 자연을 그려내더라.
그다음은 <하락도12폭병풍>. 20세기 초 전문화가 이인서라는 분이 그렸다고 한다. 아래는 12지신을 표현한 3~4폭. 저 한 중간에 동그라미 속 한자 복(福)인 걸까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는데. 무식 그 자체였네^ㅁ^ 지금 획으로 대충 찾아보니 지도리 추(樞)라는 글자 같다. 약간 근원, 본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하는 한자라고 ㅋㅋ
올해는 토끼의 해지만 전 호랭쓰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호랑이만 보면 확대해서 찍을라 함... 병풍에 시조 등 한자가 많은데, APMA GUIDE 앱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엄청 친절하더라.
이건 <백납도10폭병풍>에서 가져온 그림. 백납도는 작은 그림들을 모아 병풍 화폭에 붙이는 것으로 19세기 조선에서 인기였다고 한다. <생의 찬미> 전에서도 백납도를 재해석한 작품이 있었다. 아무튼 작은 그림 대신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붙이기도 했고, 이 경우에는 백선도라고 부른다. 이 <백납도10폭병풍>은 백납도와 백선도의 어드메에 있었다. 그림들 모양이 이런 부채꼴도 있고 엄청 다양했기 때문!
예전 조상님들도 고앵쓰를 키웠었나 보다. 강아지만 키운 줄 알았는데 무지한 후손의 편견이었어. 물고기도 키우시고. 근데 아기고양이들 같은데 너무 큐티뽀짝... 동물은 잘 만지지 못하지만 조아해요🥰
여기도 멋진 호랑이가 있길래 찍어봤다. 호랑이가 달을 보고 포효하는 거겠지?
호랑이만큼이나 멋진 매...? 독수리...? 매겠지?! 이런 감상평밖에 남기지 못하는 나 자신 너무 부끄럽고요. 국현미에서 도슨트 양성 과정하길래 지원해보려 했는데. 이런 내가 지원해도 되는 걸까. 서류에서 바로 탈락하면 어쩌지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다음 작품이 사람이 몰렸길래 냅다 반대편 작품부터 감상. <구운몽도8폭병풍>이다. 길게 이어 붙일 수 있는 병풍의 특징을 살려 이야기를 많이 표현하더라. 좋은 것 같다. 아마 그 시대 때도 그랬겠지만, (초보) 수집가의 입장에서 보면 병풍 하나로 8점의 그림을 소장하는 효과도 있잖아? 게다가 그 그림이 연작이라면 오히려 좋아. 각설하고 작품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학창 시절에 그렇게 읽던 구운몽 이야기를 이렇게 보니 재밌었다. 주인공 성진이 팔선녀님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승님이 깨우러 오는 것까지 표현함. "야 너 꿈꾼 거야~!" 하러 오는 스승님이라니 미워요ㅠ.ㅠ
다음은 <삼국지연의도8폭병풍>. 아래 장면은 삼국지에서 젤 유명한 유비, 장비, 관우가 삼고초려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저기 누워 있는 분이 제갈량임. 인물 옆에 설명도 적어 줬지만... 학창 시절 한문 과목을 상당히 싫어했던 저는 하나도 모르겠고요^^ 사실 저 중간에 애기 손가락이 상당히 빡큐 같아서 웃겨서 찍어옴. 서해바다보다 얕은 나의 미의식과 예술에 대한 조예...
소설 병풍 구경하는 사이에 아까 못 보고 온 병풍에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평생도8폭병풍> 이란 작품이다. 평생도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보통 사대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표현한다. 역시 인생의 시작은 돌잔치여야지~! 저 아가는 뭘 잡았을까. 그러고 보니 나 돌잔치에서 뭐 잡았지?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혼인식을 다시 하는 "회혼례"를 그려낸 그림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황혼식 같은 건데 신기해. 출세한 사대부 양반가라 이런 행사도 있나 보다.
호랑이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달이라서. 인간군상의 이야기 대신 이런 거만 주목하다 왔다.
다음은 초록초록 그 자체였던 <경직도8폭병풍>. 농사를 짓고 옷감을 만드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었다. 목적은 통치자에게 너의 백성들이 이렇게 산다고 교육하기 위함이라고. 그지 나라님이 나가서 보시기엔 좀 괴리감이 있었겠지...? 교육 목적의 그림이었으니 공부하는 공간에 두었으려나? 아무튼 열심히 모내기를 하는 중인 백성들의 모습.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구나를 알 수 있어 후손인 나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병풍이었다.
다음은 <호렵도8폭병풍>. 1 전시실은 민간병풍을 다루고 있어 주제가 엄청 다양하다.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하러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목적은 오랑캐가 이렇게 강인하다. 방심하지 말자라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추측성 발언). 아무튼 죄 없는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많아 기분이 찝찝했다.
왜 우리 호랑이한테 그래요! 라고 하기엔... 호랑이는 사람을 찢어...
호렵도 다음에 바로 나온 거라면 약간 너무한데ㅠ.ㅠ? <무릉장생도8폭병풍>이다. 장수를 바라고 이상향을 바라는 병풍답게 십장생이 모두 그려져 있다.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 십장생은 해, 달, 산, 천,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라고 보기도 하고, 해, 돌, 산, 물, 구름,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불로초로 보기도 한다.
뒤집힌 산과 새의 조화가 좋아서 한 컷 찍어봤다. 자꾸만 사진에 비상구랑 조명이 나오네... 아숩
그다음은 <백수도10폭병풍>. 동물도감 같기도 하고... 뭔가 벽지 같은 느낌도 있어 신기했던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물들이 가득한 혼돈인데, 질서가 있었다. 상단에는 날개가 있는 짐승을, 하단에는 걸어 다니는 짐승을 표현했다. 빠지지 않는 호랑이 찾기. 근데 옆에 닥스훈트인가요? 비슷한데 아닌가
실존하는 동물만 그린 건 아니고, 상상 속의 동물도 있었다. 이 친구는 해태랍니다. 잘 찾아보면 유니콘 같은 애도 있고 뭐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은 <어해도10폭병풍>. 풍요로움과, 다산, 과거합격 및 출세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폭마다 염원하는 뜻을 상징하는 물에 사는 동물을 그려냈다. 마지막 10폭의 게는 입신출세나 장수를 표현할 때 많이 그린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 게의 생태를 불로불사에 빗댄 것이다. 이 <어해도10폭병풍>에서는 무슨 의미라고 가이드 앱이 얘기해 줬는데 까먹음;;
다음은 다시 인물로 돌아와서, <고사인물도8폭병풍>.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아래는 누가 봐도 낚시하는 강태공이다. 그래도 여긴 세월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으셨네. 저 주전자는... 술일까^^?
1 전시실 중간은 미디어 아트를 쏘고 있다. 병풍의 그림들을 찬찬히 확대해 가며 보여주는데 보다 보면 어지러움
약간 사진 스팟 재질이기도 하고. 주말치고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닌 거 같았지만. 그래도 꽤 있었다.
1 전시실 소개는 찍지 않았지만, 2-3 전시실 소개는 찍어뒀더라. 이곳의 주제는 궁중병풍. 왕실 소속 화원이 그린 그림들로, 왕실에서 사용하는 장식용 병풍과 궁중 행사를 담은 기록화 병풍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실에서 내가 찍은 첫 작품은 <요지연도8폭병풍>.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곤륜산 요지에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그려낸 그림. 아래 사진은 신선들이 잔치에 참석하려고 오는 부분을 확대해서 찍었다.
서왕모가 여는 연회답게, 잔치에 올라갈 복숭아를 들고 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손오공을 찾을 수 있따.
다음은 <화성행원도8폭병풍>으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한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병풍이다. 아래 그림은 특별 과거시험의 합격자 시상 장면을 그린 부분이다.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출세한 거지?! 엄청 많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시험을 보는 장면?! 자세히 보면 사람들 앉은 자세가 묘하게 다르다.
중간에 남색 도포 입은 사람이 제일 삐딱하게 앉아 있음 디데일에 엄청 강한 조선시대 화원들...
마지막 8폭에는 배다리가 그려져 있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엄청 많이 정박시켜서 배로 만든 다리라고. 신기해... 한강 진짜 큰데 예전에는 한강을 어떻게 건넜나 했더니 이렇게...! 근데 예전부터 한강 물살이 그렇게 쎈 편은 아니었나 보다. 저렇게 많은 배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었다니.
더 자세히 보면 나름 다리라고 중간에 문? 처럼 세워놓기도 했다. 이 많은 인원이 다 건널 수 있는 다리라니 우리 조상님들은 역시 똑똑하셨꾸나!
그다음은 <일월반도도12폭병풍>.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궁중병풍!
보통은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물결 등 디테일이 강해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일월반도도 바로 왼쪽 벽에는 <일월오봉도8폭병풍>이 있다. 일월오봉도란, 5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을 그린 그림이다. 국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해 주로 조선시대 어좌의 뒤편에 두었다. 지금 경복궁 가도 하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달과 산, 소나무와 물... 나도 이런 거 집에 놓고 싶어...
그다음 작품은 조그만 3 전시실에 있던 작품이다. 조그만 공간이라 마주 보고 병풍 두 점을 세워두었는데, 두 개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임인진연도10폭병풍>. 고종 황제가 기로소라는 곳에 입소하면서 열린 행사(진연)를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자세히 보면 태극기도 보이구
궁중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모습. 저 아래 깃발들은 다 뭘 뜻하는 걸까? 제각기 다른 기관을 상징하는 걸까?
화려 그 자체... 호랑이 가죽도 깔아놨어ㅠ.ㅠ 근데 사이드에 칼 들고 있는 건... 고종황제 때니까 그럼 신식군대인가
호랑이 가죽은 한 번 더~!
여기도 호랑이로 만든 뭔가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무용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강강술래 같아.
공공의 한계... 병풍 마지막에 행사를 주관한 담당부서 관리들과 그림을 그린(?) 화원 이름을 적어놨다. 이렇게 영원히 박제되다니 당시에는 영광이었겠지만 오늘날의 저로써는 왕부담
다음은 같은 해에 있었던 또 다른 행사 장면이에요. 고종황제 생일 겸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잔치!
상당히 성대한 행사라 밤까지도 이어졌다고. 밤에 등불 켜고 행사 킵 고잉한 장면을 표현.
귀여운 디테일들까지 남겼다. 근데 그림 리뷰하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니 이게 조선왕조의 마지막 잔치 기록이라고 한다. 두 잔치가 있었던 게 1902년인데... 이후 역사 흐름이... 러일전쟁 - 을사늑약 - 고종 강제 퇴위 - 끝으로 경술국치...ㅠ.ㅠ 이렇게라도 좋은 날의 기록도 남아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특이하게도 칼을 들고 추는 검무가 표현되어 있다.
태극기 한 번 더~!
3 전시실을 나와 다시 2 전시실로 돌아오면 오른쪽에 거대한 병풍이 있다. 전체 길이가 9m가 넘는 <십장생도창호>
특이한 점은 단순 병풍이 아닌 창호(창과 문)라는 거! 팔각형의 하얀 부분이 창이고, 자세히 보면 창 사이에 끈이 달려 있다. 저 끈으로 열고 닫는 형태였다고.
묘하게 무지개가 생각나는 구름까지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다시 조금 규모가 작은 4 전시실로 넘어왔다! 아직도 4개나 더 봐야 한다는 사실. 병풍의 나라답게 작품도 엄청 많고 전시도 크죠?! 여기도 3 전시실처럼 규모가 작아, 나무를 그린 병풍 두 점만 놓아두었다. 아래는 <홍백매도10폭병풍>. 나무 전체를 표현하지 않고 일부분만 표현한 부분이 독특하다는 게 가이드 앱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나무가 두 그루이고 꽃잎의 색깔도 하양과 분홍으로 조금 다르다. 둘 중 하나가 더 오래된 나무라 색이 다르댔는데 어느 게 더 어린 애인 지는 까먹음... 아마 푸릇푸릇하고 분홍분홍한 애가 조금 더 어리지 않을까? ^^;;
평면으로 쫙 펼치지 않고 약간 접어두어서, 오른편 왼편 각도에 따라 보는 재미가 또 있었다. 같은 그림이지만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다름. 왼쪽에서 보면 흰 꽃잎이 더 눈에 띄는데, 오른쪽에서 보면 조화롭고 나뭇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 바로 오른편에 <목죽도10폭병풍>이 있었는데, 이 작품만 들으려고 하면 가이드 앱이 끊겨서... 포기하고 다른 거 먼저 보기로 했다. 작은 방이 와이파이가 더 안 터지나 봐.
와이파이의 한계로 넘어온 5 전시실. 여기부터는 지쳐서 약간 가볍게 본 감이 없잖아 있다. 5 전시실도 작품이 가득해서... 체력 안배를 잘할걸 후회했다. 앞에서 힘 너무 빼시면 여기부터는 힘들어요! 4-5 전시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던 근대화단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화원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전통화풍을 계승한 장식 병풍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안내문이 그랬다. 여기는 중앙의 네모자 구역 안에도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엄청 대중없이 감상함. 그 시작은 안중식의 <금니사군자화훼도10폭병풍>. 각 폭에 대나무, 매화, 목련, 난초, 국화, 수선화 등을 그렸다. 내가 찍어온 건 4~7폭에 해당한다. 6폭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파초를 그린 거라고. 우리 집에서 많이 봤던 거 같아.
이다음부터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자수병풍이다. 자수로 병풍을 만들다니 요즘 말로 하자면 화단들 폼 미쳤음. 아래는 <자수매화도10폭병풍>이다. 어떻게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서 이런 큰 작품을 만들어내지? 심지어 색감도 화려하고, 실이 굵은 데다 가운데 심지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체감도 장난 아니다. 이 작품은 평안남도의 유명한 안주수 자수장(?) 양기훈의 작품이다. 아마 이 분이 총괄 담당자였겠지?
보이시나요 이 디테일. 자수나 배워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바느질도 겨우 함 ^ㅁ^
넘 예뻐...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ㅠㅠ
바로 맞은편에도 또 퀄리티 엄청난 작품이 있다. <자수화조도10폭병풍>으로 똑같이 아름다운 안주수 병풍이다. 아까와 달리 동식물을 멋들어지게 표현해 놨다. 소나무 솔잎이랑 가지, 학의 털
소나무 가지의 옹이(?) 표현도 센스 넘쳐
새를 표현한 부분도 많았는데 깃털 재질 보이시나요? 진짜 집으로 들고 튀고 싶었던 작품이다.
신기하고 좋은 건 크게 크게. 평안남도 안주의 실이 뻣뻣하고 두꺼운 힘 있는 재질이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더 입체감과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는 걸까?
대체 사진을 몇 장을 찍은거얔ㅋㅋㅋ
자수병풍 다음에는 6 전시실로 빠지는 길목이 있다. 헷갈리니까 6 전시실 가기 전에 5 전시실의 나머지 작품을 먼저 둘러보자. 찍어 놓고 모르는 건 검색해 나가면서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어플 작품 리스트 찍어올 걸 늦은 후회... 각설하고! 아래 세 사진은 이상범의 <사계산수도10폭병풍> 같다. 1-3폭은 봄의 싱그러움을, 4-5폭은 여름, 6-8폭은 가을, 9-10폭은 적막한 겨울산을 표현했다고 한다. 첫 사진은 2폭이다. 봄의 정취와 배를 타고 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대비되어 좋았던 그림!
겨울을 표현했다는 9-10폭이다.
겨울산을 혼자 오르고 있는 나그네의 쓸쓸함이 잘 느껴지는 10폭. 이 병풍은 전통적인 구성과 구도를 따랐으나, 원경에 구름과 안개를 깐 것은 일본의 신남화풍을 접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화의 변혁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코자 했던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안내문이 그랬다.
이상범의 <귀로10폭병풍>. 1937년 작이다.
이건 노수현의 <심추12폭병풍>에서 왼편의 8-12폭만 확대한 것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의 깊은 골짜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계곡가의 깎아지른듯한 바위가 인상적이어서 한 장 담아보았다.
그리고 윗 사진에서는 안 담겼지만 8폭 하단에 있는 디테일이다. 홀로 길을 걷고 있는 스님으로 추정되는 나그네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 한낱 인간의 존재가 상당히 고독하고 무색해 보여 남겨보았다.
갑자기 엄청난 색감을 자랑하는 이 그림은 김은호의 <신선도10폭병풍>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신선들을 그려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이 분들... 다 제각기 동물 위에 올라타있다. 신선을 모신다지만 동물들 불쌍해!! 우우우우 하면서 봤다^^ 초딩이냐고
이 아이가 어디서 나온 새인지 맞춘다면 당신은 천재^^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 10명이 1폭씩 그려서 이어 붙인 엄청난 작품이다. 참여 작가는 앞 세대의 정대유, 김응원, 강필주, 안중식이 전통적 구도와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다면, 제자인 김은호, 이상범, 이한복, 노수현, 최우석은 화사한 담채로 사생성과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9폭은 강진희의 작품이고, 10폭은 강필주의 작품이다.
이것도 여러 사람의 합작품이다. <사계산수합작도10폭병풍>. 봄을 표현한 세 작가는 고희동, 이상범, 변관식이다. 작가마다 생각하는 봄이 조금씩 달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건 여름. 허백련, 배렴, 허건이라는 작가들이 그렸다고 한다.
5폭의 여름 표현이 멋들어져 특히 좋았다.
길디 긴 5 전시실 리뷰가 끝났다. 지도와 회화의 경계에 놓인 작품들을 감상하러 6 전시실로 넘어가 보자.
시작은 <곤여전도8폭병풍> 의 디테일들.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본 세계지도를 필사해 채색한 병풍이라고 한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이 그려져 있음.
얘는 실재하는 동물일까 상상의 동물일까?
왜 흐리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지명 외에도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적은 짧은 글들도 적혀 있다. 이런 설명과 각종 지리 지식은 당시 지식인의 시야 확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고래겠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면 얘도 고래인 걸까?
그다음은 <경기감영도12폭병풍>이다. 감영 일대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고,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큐티 바둑이
집안일하는 사람들 따라 산책하는 바둑이. 이외에도 부산의 모습을 담은 <동래부산도10폭병풍>이나 <평양성도8폭병풍>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고 주요한 지형지물의 명칭도 기재해 상당히 의미 깊은 자료로 보였음.
하지만 지도 병풍보다는... 마지막 7 전시실의 <호피도8폭병풍>이 더 탐났더랬지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고. 경제적이고 손쉬운 제작을 위해 호피도는 도식화된 문양으로 제작되었다.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비쥬얼. 조선인 말고 한국인한테도 열망의 소재임다!
자세히서 보면 더 귀여움 표정 같기도 하고ㅠㅠ
한 번 다 돌고 나서는... 동행인과 돌아댕김서 사진도 조금 찍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기념품샵도 구경함.
조상님들의 고앵 사랑도 엽서로 다시 태어났다.
생일카드 너무 센스 넘쳐! 귀엽지 않나요ㅠㅠ
그리고 이 스티커 보고 군침 흘렸다. 사실 인센스 스틱 팔길래 사려고 들고 있었는데
키링과 그립톡을 보고 참지 못함.
결국 인센스 스틱 1.4와 키링 1.2 사이에서 깊게 고민하다... 새로 산 에어팟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인센스 스틱은 아직 안 쓴 게 한 바가지임.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내 키링. 벽사의 상징 호랑이와 길상의 상징 까치가 모여 있다.
이상 길디 긴 전시회 관람 후기 끝! 그래도 공부 조금 하면서 포스팅했다. 기특해 나 자신~!
늦었지만 작년에 다녀왔던 전시 후기를 올리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했었던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이다. 후기가 좋았는데 경기도 과천... 4호선 서울대공원역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조금 고민하다 다녀왔다. 차를 타고 가면 좋겠지만 저는 뚜벅이거든요^ㅁ^ 나 같은 뚜벅초를 위해 가는 길부터 설명하자면,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 내려서 걸으면 안 된다. 겁나 멀다. 서울랜드 다 지나가야 함. 지하철 내리면 무조건 4번 출구로 가세요. 4번 출구 앞에 여긴가 싶은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주말에는 서울대공원 오가는 차가 많아서, 셔틀버스가 조금 늦게 올 수도 있어요. 희망을 잃지 말고 기다리세요. 그럼 셔틀이 옵니다. 타고나서 올라가면 놀러 온 차량이 많아 미술관 앞 주차장에 병목현상이 심하다. 간혹 주차장 못 들어가고 그 앞에 세워주실 수도 있으니 참고~!
<<생의 찬미>> 전시는 채색화가 한국인의 삶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는 크게 5가지 전통적 역할에 주목한다. (1) 삶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辟邪) (2) 장수와 부귀영화 같은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吉祥) (3) 학문을 숭상하고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는 문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가도와 문자도 (4) 개인과 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록화 (5) 아름다운 산수풍경을 보여주는 감상화
전시실마다 5가지 역할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안내 책자는 그 흐름을 따라 우리에게 마치 어느 오래된 멋진 한옥을 방문한다는 상상을 하며 각 전시실을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작, 벽사는 상큼하게 춤추며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랭쓰이다. 오윤 작가님의 무호도이다. 가지고 싶어서 작품 가격 검색해 봤는데 2700에 어느 옥션에서 팔린 적 있다고 한다.
호랑이를 좋아해서 주로 호랑이 가득한 부분만 찍어옴. 이건 성파 스님의 옻칠민화, 수기맹호도. 털 표현 등 세밀함이 마음에 들어 찍어온 건데… 작가가 조계종 최고지도자 스님이라는 사실은 방금 처음 알았다. 대호도라는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이 시대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셨다고. 오?! 이거 완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의 고급 버전 아닌지,,,
오순경 작가님의 오방신도 중 서쪽의 백호. 양쪽에 호피 무늬가 있어 호랑이 기운이 두 배가 된다. 나쁜 것들이 들어오려다 다 도망갈 것만 같은 비쥬얼.
남쪽을 지키는 주작. 여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넓게 편 날개와 깃털이 인상적이었다.
여기부터는 벽사를 지나 나온 이상적인 정원이라는 설정으로, 십장생과 화조화를 주로 보여주는 두 번째 전시실이다. 시작은 나오미 작가님의 용오름. 한 인간의 일대기를 그려 넣은 작품이었다. 9폭 병풍 모양이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고 하나하나 구성이 알차서 보는 재미가 장난 아니었다.
이런 디테일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건 김선우 작가님의 파라다이스. 모리셔스에서 멸종된 걸로 알려진 도도새를 주로 그리는 분이라고 한다. 일월오봉도와 십장생도 사이에 놀고 있는 도도새들이 한가득하다. 귀여운 색감과 배치에 반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귀엽지 않다.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다가 나는 법도 까먹고 바보새로 불리는 도도새*에게 현대인을 투영했다고 한다. 틀 속에 갇혀 여기가 낙원이라고 착각하고 안주하는 사람을 도도새로 보고 있는데. 그거 나 아님?!ㅠ 회사가 적당히 다닐 만해서 안주둥인데 갑자기 뼈를 맞아부렸다. * TMI) 도도(Dodo)라는 명칭은 새를 보고 사람들이 포르투갈어로 Doudo라고 부르던 게 굳혀졌다고 한다. Doudo는 Doido의 옛 표현으로, 돌아버린, 제정신이 아닌, 상식에서 벗어난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작품명도 찍어왔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찍어와서 기억이 잘 안나네. 이건 전혁림 작가님의 백락병이라는 작품이다. 여러 작은 도판을 모아 하나의 병풍을 만들었던 백납병이란 형식을 변형해, 백 가지 즐거움이라는 추상화된 길상 이미지를 만들어내신 거라고 한다.
옛 전시 도록들도 많았다. 이건 김기창 작가의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이라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한국호랑이대전이라니!! 또 열어주세요ㅠㅠ 더 줘ㅠㅠ
그다음 공간은 오방색을 주제로 했다. 높은 층고의 열린 공간에 설치된 작품을 보고, 오잉 또잉 하얀 호랑이인가 하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이렇게 알록달록 허면서 현대적인 호랭쓰들이 있다.
정면에서 보면 이런 느낌 색감이 다채롭고 얼핏 보면 아프리카 국가를 표현한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이사이 호랑이 이미지가 숨어 있다.
이 작품은 전통 오방색을 재해석한, 이정교 작가의 사•방•호 라는 설치 작품이다.
그다음은 서가에서 찾은 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라는 컨셉의 전시실이다. 시작은 문자도. 마음에 새기고 널리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그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로 제작한 문자들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성민 작가의 날아오르다. 문자가 가진 의미 그대로 나는 듯하다.
한글과 달리 용이 그려진 영문 버전. RISE UP.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호랑이 기운이 아닌 용 기운 부적이랄까...
문자도에 자주 쓰이는 각 글자 효제충신 예의염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한문에 약한 나에게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림의 글자를 열심히 비교해 가면서 봤다.
이미지들이 움직여 더 재밌었다. 김혜경 작가님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자세히 보면 이런 식으로 한자 획과, 획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움직이면서 생겨난답니다. 그게 완성되면 하나의 글자가 되는 구조였다.
한자 알못인 나에게 시련을 주었던 작품이지만 너무 예쁘고 귀엽다. 이응노 작가님의 의(義) 문자도.
그다음은 책가도와 연관된 작품들이다. 이지숙 작가님의 부귀영화-뒤꽂이와 자개함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 온갖 길상의 의미를 담은 기물들과 보물들, 그리고 서적들을 배치하는 책가도답게 다양한 물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기록화로 바로 넘어간다. 작품이 진짜 진짜 많았고 좋았는데, 감상에 집중해 많은 사진을 찍지는 않았나 보다... 이건 나의 홈타운이기도 한 분당신도시의 초기 모습을 표현한, 유한이 작가님의 이사라는 작품이다. 대충 어디인지 감이 와서 더 흥미롭게 감상했다! 친구들 보내줬는데 바로 분당(?) 이러면서 알아봐서 더 신기했음
신기하니까 정면에서 찍은 사진 한 번 더. 초기 분당 신도시를 아는 분이라면 어딘지 바로 알아볼 듯?!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서가를 나와, 다시 정원에 들어서며 보이는 담 너머의 자연을 그린 산수화가 주제이다. 무릉도원도 있고... 백두산 천지를 표현한 작품도 있었는데... 내 눈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손동현 작가님의 이른 봄. 조춘도라는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조춘도는 11세기 중국의 화가인 곽희가 봄의 풍경을 그려낸 걸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메마르고 추운 겨울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화려해진 색감으로 봄이 거의 다 왔음을 알리는 듯 보이기도 하다.
일자가 아닌 ㄱ자 배치라 오히려 몰입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가기엔 아쉬워서, 옥상정원에도 잠시 올라가 봤다. 옥상정원에서는 <시간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MMCA 과천관 특화 및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종으로... 미술관 내외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을 통해 과천의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일종의 쉼터를 만든 거라고 한다. 2023년 올해 6월 25일까지 한다고 하니, 국현미 과천에 간 김에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더 내려가면 동물원?과 만나는 중간 지점이 있다. 코끼리 열차 승하차장이다. 오래간만에 추억 돋게 코끼리 열차를 탑승했다. 어른 기준 인당 1500원이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옆에서 슬러시도 사 먹었다. 이제 이런 거 자유롭게 사 먹을 수 있는 으른이야 나는...
슬러시만 먹기 아쉬우니까 요즘 먹기 힘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사 먹음. MMCA 방문기는 여기서 갑자기 끝!
둘째 날 시작은 신라스테이 조식! 일찍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도 사람들이 있어서, 없는 부분으로 한 컷 찍어보았다.
열심히 조지고 싶었으나, 새모이 클럽 회장답게 많이는 못먹음ㅠ.ㅠ
오믈렛도 먹고 이것 저것 집어먹으려 노력했다. 다시 보니 배고프네,,, 신라스테이 울산 조식 맛있어요 여러분,,,
체크아웃 하고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지현님과 만났다. 그리구 오늘은 뉴컬렉터 트립에서 준비해주신 단체버스를 타고 이동! 날씨 너무 좋지 않나요ㅠ.ㅠ 울산 중심(?)에 태화강도 지나고 너무 살기 좋아보여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울산시립미술관! 22년 1월에 개관했으니까 완전 새 건물이다. 11년에 건립 결정이 나고 11년만에 생긴 거라고 하더라.
관람료는 천 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단돈 천 원으로 3개 이상의 퀄리티 넘치는 전시를 볼 수 있다니?! 심지어 이게 전시장을 다 오픈한 건 아니라고 했으니... 그럼 꽤 크고 혜자다. 내가 울산 사람이면 겁나 자주 올 듯,,, 건물 내부 느낌은 약간 오밀조밀한 국현미같았다.
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매표소 사진 한 장 더 ㅋㅋ
지현님이 간단하게 전시들을 소개해주신 후 자유 관람 시간을 주셨다. 내가 고른 첫 전시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이었던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 채플"!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있던 작품이다. 아마 <글로벌 그루브(Global Groove), 1973> 같은데...?! TV로 첼로 연주하는 부분이랑 여러 영상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게 좋아서 이 작품만 한참을 봤다. 비디오 초입에 미국의 유명 방송 프로듀서가 나와 "지구 상에 있는 어떤 텔레비전 방송국에라도 연결을 시킬 수가 있다면 이것은 미래의 비디오 지형을 미리 볼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맨하탄의 전화번호부만큼이나 두꺼운 TV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해설한다고 안내책자가 말했다. 이 사람들이 유투브 얘기 한다... 천재 아냐? 유투브가 지금 우리 세상의 글로벌 그루브잖아?!
옛날 TV를 찍어서 깨졌는데 이것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서 올려봤다. 이 TV가 고장나면 고칠 수는 있는걸까? 따로 백업해둔 영상들도 있는 거겠지? (괜히 궁금하고 걱정)
근처에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Orwell), 1984> 과 <바이 바이 키플링(Bye Bye Kipling), 1986> 이란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제한 시간 내에 둘러봐야 했기에 우선 <시스틴 채플(Sistine Chaple), 1993> 먼저 보러 들어갔다. 네모난 방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들이 모두 각기 다른 방향으로 영상을 쏘고 있었다. 실제로 보면 장관이다.
시스틴 채플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역사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바티칸에 있는 16세기 르네상스 미술 시대의 정수인 시스틴 예배당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성서의 내용을 프레스코화로 보여준 시스틴 채플과 달리,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현대사회의 대중매체를 상징하는 미디어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를 통해 이미지들은 공간적인 콜라주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시간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입체적 시간'의 미학을 창출한다고 안내책자가 그랬다.
안내책자의 설명은 잘 모르겠고... 자기가 느낀 걸 이렇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부럽다.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백남준이 30여년전에 시도한 작업물들은 사실 오늘날 가상현실을 예견한 거고, 이제 메타버스 기술로 실현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전시장 곳곳에 있었다. 맞는 말 같아...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와 함께 하려 했지만, 그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이루지 못했던... 그래서 홀로 선보이게 되었다는 굿 퍼포먼스이다. 그 당시 모습을 언론에서 남겨둔 모습이라고. 작품 제목은 <요셉 보이스를 위한 진혼굿(Gut for Joseph Beuys), 1990>이다.
이 아이도 언급했던 두 작품 중 하나인데...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흐릿하다ㅠㅠㅠ
다음 전시장 "예술평화 : 0시의 현재"보러 넘어가는 길! 에 있는 작품이다. 송동(Song Dong)이라는 중국 작가의 <나의 도시>.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로 철거되는 지역에서 직접 수거해온 건축 구조물과 물건들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재개발, 신도시 건축 등 도시개발 인한 이익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보통 원래 살고 있던 주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쫓겨 나니까...
한때는 누군가의 집에서 환하게 빛을 밝혔을 전구들과 그 집을 보호했을 문짝, 창문들을 보고 있자니 씁쓸해졌다. 중국처럼, 어쩌면 중국보다 조금 더 빠르게 우리나라도 급격한 도시화가 일어났다. 그건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듯 하고. 하지만 모든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거주 안정이 언제나 화두가 되고 있는 모습이 문득 스쳐지나가더라.
의미가 크게 와닿은 작품이라 더 크게.
"예술평화 : 0시의 현재" 전시장을 살짝 봤는데 전시장이 꽤 커보였다. 그래서 순서를 조금 달리해 XR랩에 먼저 다녀왔다. XR랩은 울산시립미술관에서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만든 실감미디어 체험 전용관이라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라는 전시가 하고 있었다. 울산시립미술관 XR랩이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라고.
<오감도>는 까마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의 모습이다. 이상의 동명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서식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까마귀 떼에 비유했다고 한다.
영상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빛의 환영 부분. 공간이 꽤 커서 중앙에 서서 돌면서 보다가... 구석탱이에서 보다가... 앉아서 보다가...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울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중간에 어떤 가수가 나와서 울산의 어느 골목가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도 독특했다.
까마귀떼를 형상화한 TV들
다시 "예술평화 : 0시의 현재"로 돌아왔다. 중국 작가 쉬빙(Xu Bing)의 작품 <어디에 먼지가 있으리오>. 전시장 바닥에 넓게 깔아둔 회색빛 먼지 위에 중국 시조를 적어 뒀다.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있으리오?". 이 먼지들은 9.11 테러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작가가 현장 인근에서 직접 수거했다고 한다.
일본 작가 아이다 마코토(Aida Makoto)의 <동북아시아 장아찌 선수권 대회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일본 대표 누카즈케의 항의 성명서>. 자문화 중심주의와 문화의 우열을 가리고 평가하려는 의식 자체를 지적하는 작품이라고 안내 책자가 그랬다. 그냥 보고 처음에 너무 황당했다. 아직 예술 Sooooooooooo 어려워
홍순명 작가의 <타국서 온 장군상>. 동상 아래 전광판에는 그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흐르고 있다. 포장비닐랩으로 꽁꽁 싸맨 맥아더 장군 동상을 통해, 기존의 인식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사고를 전환하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다시 송동(Song Dong)이라는 중국 작가의 작품 <빅 브라더>. 번쩍이는 샹들리에에 붙은 CCTV 모양의 플라스틱 제품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감시해,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 내는 현대사회의 감시 자본주의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마음에 들어서 한 컷 더 남겨보았다.
일본에서 결성되었다는 스노우 플레이크라는 아티스트 그룹의 작품이다.
김승영 작가의 작품 <쓸다>. 영상과 오브제, 관객의 행위 등 다양한 요소가 합쳐졌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비워내는 쓰는(write) 행위가 절에서 마당을 비로 쓰는(sweep) 스님의 행위와 겹쳐지는 작품이라고 한다. 조용히 앉아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은 작품이었다.
이렇게 앉아서 스님의 마당 쓰는 소리를 들으며 종이에 뭔가를 끼적여 봤다.
시간이 다 되어 비모어 스튜디오로 가는 길. 큐티한 이름의 길 발견.
시간이 지나 더 예뻐진 태화강도 조금 봐주고~
뉴컬렉터 트립의 마지막 일정, 담소를 나눌 공간이 되어준 비모어(BE MORE) 도착!
이렇게 화실이자...
큐티한 피규어를 모아 놓는 공간이자...
보미님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카페였다!
폐공장을 개조한 거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완전 신기한 공간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보미님이 준비해주신 다과를 먹으며, 울산아트페어 후기와 내가 좋았던 작품... 그리고 내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지현님의 미션에 따라 나누었다. 미술에 대한 용어를 설명하는 책이 있어, 지현님이 즉석 퀴즈도 몇 개 내심 ㅋㅋ
보미님의 독특한 공간 사진을 더...
남겨보면서! 조금 걱정했지만 다들 따숩게 잘 챙겨주셔서 즐거웠던 뉴컬렉터 트립 후기 끝! 후기 1 너무 우당탕탕 내 소감만 적었는데, 2는 안내 책자의 도움을 조금 받아 더 구구절절...ㅎㅎ
지난여름, 무료해하던 찰나에 인스타에서 뉴컬렉터트립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봤다. 설마 내가 되겠어?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사실 안될 거라는 생각이 더 컸어서 같이 갈 사람은 찾아보지도 않고 일단 냅다 지름
근데 운좋게도 참가자로 선정이 되었다! 발표가 있던 주 주말에 바로 울산까지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라… 내 기차표 잡기도 너무 빠듯하길래 그냥 혼자 가기로 결정! 가면 사람들 만날 수 있을고야… 하면서 인생 첫 아트페어, 그리고 (아마도) 인생 첫 울산에 다녀온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너무 늦었찌만...😶😶😶)
시작은 서울역에서. 주말 아침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 진짜진짜 부지런해
내려가는 길~~ 날씨가 좋아서 한 컷
아트페어가 열리는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울산역과 거리가 먼 건 아닌데,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조금 애매해 보였다. 다행히 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해 주셔 편하게 타고 이동함!
도착해서 안내받은 뉴컬렉터트립 회의실
지현님과 함께 이번 트립을 기획하신 보미님이 우리를 맞아주셨다. 집합시간이 점심 때였어서 맛있는 밥도 제공해 주심 🙌🏻
열심히 먹으면서 1박2일 뉴컬렉터 트립이 어떻게 진행될지 일정을 들었다. 간단한데 아주 재밌는 모의컬렉팅 미션도 받았다. 아트페어를 구경하면서 가상예산 5백만원으로 어떤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지 골라오기! 👀 항상 미술관, 박물관 등 감상 목적으로만 작품을 봤었다. 간혹 얼마일까 궁금하긴 했는데 나랑은 동떨어진 이야기라 호기심이 그리 길게 가지는 못하더라...ㅎㅎ 근데 뉴컬렉터 트립 덕에 처음으로 가격표까지 보면서 다녀서 정말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었다. 가격도 다 천차만별이고 이건 얼마일까 궁예하면서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안 왔으면 아쉬울 뻔…! 만약 또 한다면 무조건 지원해 보세요 추천추천!
그렇게 오백만원 예산에 맞는 취향저격 그림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찍은 사진들! 사실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 얘기를 조금씩 주워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거실에 있는 그림이 질려 바꾸러 온 가족들도 있었고, 빌딩 로비에 걸 그림을 찾으러 온 건물주도 있었다. 종종 바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보여서... 말만 들어오던 아트콜렉팅과 아트테크를 실제로 보다니!!라는 기분으로 열심히 돌아다녔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부스에 방문한 작가님에게 직접 작품 설명도 들을 수 있더라. 이 때 앞으로 아트페어 자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ㅋㅋ 사족이 길었다. 시작은 김별 작가님의 Tide. 작고 연약한 개구리가 바다에 맞서는 장면 같기도, darkness라는 단어가 파도에 서서히 지워지는 중인걸 보니 바다가 개구리를 돕는 장면 같기도 해 인상 깊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문구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역경과 고난은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지만, 다 지나고 나면 사람을 한 단계 성장하게 하는 역설적인 모습이 있으니까!
다음은 변웅필 작가님의 작품. 사람 표정이 너무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여 담았다. 돌아다니다 보면 가격표가 붙어있는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다. 가격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으면 판매된 거라고 하더라. 놀라운 건 스티커 붙여진 작품들 진짜 많다.
다음은 사진에도 나와 있듯 임희조 작가님의 작품들. 울 엄마가 좋아할 재질의 꽃 작품들이라 담아두었다. (예술에 대한 깊이는 정말 없는 편^^;;)
다음은 박성열 작가님의 작품. 남미가 생각나는 그림이라 찍어봤다. 체력의 한계로 69호수 끝까지 못 올라간 거 아직도 너무 슬퍼... 고산병 맞았던 거 같다 흑흑 남미 다시 갈 거야😫😫😫
그다음은 이세현 작가님의 비트윈 레드(Between Red). 일단 한국적인 요소가 켜켜이 쌓여있는 구성이 좋았다. 어디 건물 로비에 걸어두면 웅장하고 포인트가 될 것만 같은 작품 아니냐구요.
이원순 작가님의 작품들. 하늘 묘사하신 게 자연스럽고 너무 예뻐서 감탄하면서 구경했던 작품들이다. 복도 같은 곳에 일렬로 걸어두고 싶었다. 그럼 복도 지나다닐 때마다 기차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모의 컬렉팅 예산 5백만 원으로는 한 점만 살 수 있었다 따흑... 다 사면 얼마지
특히나 진짜 밤하늘 한 장면을 보는듯한 자연스러움을 주었던 달과 구름 부분만 클로즈업
너무 이것저것 막 찍고 다녀서, 작품/작가 정보가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아쉽... 메모에 같이 남겨둘걸! 사진 확대해 봤는데 Daniel Shin 이라는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톡톡 튀는 색감이 내 취향이라 담아두었다.
좋은 건 크게 한 번 더!
달을 좋아해서 작품에 달이 나오면 괜히 반갑구요? 앉아있는 저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걸까? 이 작품은 정하영 작가님의 소리 없는 시간
이지훈 작가님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요소인 달, 비행기, 도시가 다 들어가 있어 탐났다.
좋은 건 크게 크게 2탄. 작품 이름은 타임슬립이었다. 가격도 백만 원이라 예산에 딱 부합...하고... 사실은 아트페어에서 본 작품들 중에 부담이 덜한(?) 가격이라 내가 진짜로 구매하고 싶었다. 하지만 보관 등 아직 공부해야 할 분야가 많다고 느껴져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김주연 작가님의 작품, 네스트_블루문.
메모에 적어둔 내용으로는 김정민 작가님의 자향2라는 작품이었다.
글자들이 모여드는 듯, 반대로 퍼지는 듯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려던 훈민정음의 의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느낌(예술알못)
김봄 작가님의 in the air2. 알록달록하고 귀여워!! (흔한 투웬티 썸띵의 일차원적인 감상평^_^)
다음은 미국의 3D 팝 아티스트 찰스 파지노(Charles Fazzino)의 작품! 중딩 때 쉐도우 아트였나...? CA 시간에 열심히 종이 오려서 겹겹이 올리는 활동을 했었는데 그게 생각나더라.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안나... 그림을 점점 세분화해서 잘라서 겹겹이 올리는 거였는데...
이건 트위티가 반가워서 남겨봤다.
김경원 작가님의 작품. 작품 속의 닭들이 모두 한쪽만 바라보고 있는데, 양계장에 갇혀 평생을 한 방향만 보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라고 하더라. 닭과 함께 소를 작품의 주 소재로 쓰신다던데, 과도한 육류 소비와 비윤리적인 산업에 대한 비판을 작품에 담아내시는 듯? (의도를 알고 싶어서 검색해서 공부함)
김자옥 작가님의 2522 제부군수라는 작품이다. 작품 구매자만 열어서 그림을 볼 수 있다.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어서 사람들 다 계속 기웃거림
나도 같이 기웃거려 봤다. 도깨비 눈인가?
호랑이 좋아해서 보자마자 내적 비명 지른 하혜수 작가님 작품! 오랭이랑 김까치 너무 귀엽고요… 족자처럼 된 저 작품 사고 싶었다. 집에 들어왔을 때 문 열자마자 보이면 너무 귀엽고 행복해서 하루 피로가 다 날아갈 것 같아요ㅠ.ㅠ 하지만 내 작고 소듕한 전셋집에는 과분한 아이… 작가님 인스타만 팔로우해놓고 침 흘리고 있다. 연말에 개인전 하셨는데 호주 가느라 놓침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 직접 그리셨다는 유지해나 작가님의 작품. 어떻게 신체를 활용할 생각을 하셨을까?
서편제가 생각나는 손묵광 작가님의 작품들
허수경 작가님의 과거의 기억을 형상화한 작품들. 마치 누군가 매일매일 써 내려간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님의 1억짜리 작품! 아이패드 드로잉이라고 한다. 저도 아이패드가 있긴 한데요... 같은 기계 다른 너낌... 역시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선조님들의 말은 정확했다. 틀린 말은 절대 하지 않으시는 우리 조상님들
이 작품은 진짜 작가도 이름도 하나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같기도 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더미 같아 보이기도 해서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그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작품은 송현구 작가님의 나만의 속도로 나아간다. 기약 없는 행복이라는 목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이 묵묵히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작가노트 컨닝함)
범준 작가님의 첩첩산중
알록달록 귀엽고 아가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리오지 작가님의 작품들
귀여운 건 한 번 더,,,
박선애 작가님의 롤리팝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서 찍어왔는데 작가님을 몰라. 근데 이 작품 배경이 호주인가...?
서프 레스큐 호주 해변 가서 맨날 보고 왔는데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다. 찾아보니 호주 작가가 맞았다! 엘리자베스 랭그리터(Elizabeth Langreiter)라는 작가님이었어!
디테일 너무 귀엽지 않은가요? 아기자기하고 너무 귀여워ㅠㅠㅠㅠ
보자마자 내적비명 시리즈 2, 구진아 작가님의 작품들. 왼쪽 위에 있는 작품 이름은 여름의 끝이라는 작품인데,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같기도 해서 더 좋았다.
페어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전시도 있었다. 오트마 회얼의 안녕-안녕.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주선과 우주인들
디테일을 담고 싶어 한 컷 더 남겨봤다.
가수로 유명한 김완선 작가님의 특별 전시도 하고 있었다.
재료와 소재도 다양하게 사용해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작품 수도 많았는데 전시 장소가 3층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메인은 1층이었음)
원래 예술가들은 다방면으로 뛰어나다고 하던데... 진짜인 듯
기후위기를 표현한 작품. 인간이 미안해... 지구가 안티휴먼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오늘은 텀블러 사용하기에 성공했다. 하루 실천했다고 많은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작은 노력들이 모이다 보면 달라질 테니까! 플라스틱 줄이기를 더 자주 실천하려고 노력해야겠다. 각설하고, 북극 하니까 어제 본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이 생각났다. 극 중에서 주인공인 버나뎃이 남극으로 크루즈 여행을 가길래 비용이 궁금해 찾아보니 약 2천만 원부터 시작이더라... 한 번은 가보고 싶은데, 또 우리가 남극으로 여행을 가면서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을 만들어낼까 걱정이 되기도 하더라.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황야의 마녀가 살짝 떠올랐다.
3시간 남짓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구경한 것 같다. 바쁘게 다녔는데도 아트페어 부스의 40% 이상은 구경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더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집합시간도 지켜야 해서 쿨하게 포기! 다시 뉴컬렉터 트립 회의실에 모여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저녁부터는 자유 일정이었다. 알아서 호텔로 이동하고 다음 날까지 쉬는! 일단은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에 체크인을 먼저 했다. 숙소는 신라스테이 울산으로 잡아주셨는데 완전 시내 한복판이라 좋았다. 걸어서 20분 거리 안에 백화점이랑 괜찮은 식당, 카페가 엄청 많더라.
여기까지가 1일 차의 이야기다. 더는 포스팅할 기력이 없으니 남은 2일 차 이야기는 투비컨티뉴...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열린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을 보러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전시기간이 오는 2월 28일까지로 얼마 안 남아 설 연휴로 쉬는 김에 후다닥!
<ㄱ의 순간 전시 기본정보>
○ 전시기간 : 2020.11.12 - 2021.02.28 (매주 월 휴관) ○ 관람시간 : 10:00 - 19:00 (입장 마감 18시) ○ 입장료 : 성인 1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 ○ 전시장소 :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및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 전시실이 세 군데로 나뉘어 있어, 티켓을 꼭 소지하고 다녀야 함
<전시 구성>
그간 언어와 글꼴로만 간주되어 왔던 한글을 예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고 한다. 그래서 한글의 잉태와, 탄생, 일상과 미래를 주제로 5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소주제로 등장하는 ㄱ ㄴ ㅁ ㅅ ㅇ은 발음기관을 상형한 것으로 각각 씨 몸 삶 얼 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시 후기>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아래 문구가 떠올랐다. 바로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를 설명한 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 백성이 니 르고저 할뺴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놈이 하니다.
내 이를 어여삐 너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
- 훈민정음 예의본 -
세종대왕님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 덕분에 우리는 매일매일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살고 있고, 이런 한글을 언어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작품들을 보면서 세종대왕님이 기뻐할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후손들이 한글을 배워 언어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해하고 활용해서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내며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실 신조어나 줄임말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우리가 한글을 통해 그만큼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 아직 한글이 죽지 않았고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전시여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만 찍어왔음
시간 날 때 보기 좋은 전시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추천 다만 전시가 꽤 길다. 작품들 다 보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