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순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포스팅 시작^^ 오늘은 4월 말 거의 오픈하자마자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그럼 몇 년이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미술관 걸어 가는 길~ 비행기와 비행운까지 하늘이 너무 예쁘길래 남겨봤다. 국현미 과천관은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와 붙어 있어 날이 좋으면 차가 막혀 미술관 셔틀버스가 자주 중단된다. 대체재로 코끼리 열차와 택시가 있지만, 뚜벅이는 오늘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갑니다^^!
날씨 넘 좋지 않나요? 봄~초여름 주말 나들이로 국현미 과천관 추천드립니다. 걸어오면서 호수도 보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미술관 초입 벽에 걸려 있는 현재 진행중인 전시 현수막들. 문득 저 현수막들은 전시 끝나면 폐기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요새 폐현수막으로 가방 등 패션 아이템 많이 만들던데. 국현미에서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이벤트로 뿌리면 의미가 깊지 않을까? 이미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이에요. 요즘 사설 전시들이 얼리버드로 예매해야 7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의 가격대인걸 감안하면... 국현미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표 값도 많이 올라 또이또이하다. 점점 주말에 가볍게 문화생활 즐기기가 쉽지 않다. 무료 전시도 많고, 유료 전시 관람료도 저렴한 국현미 오래오래 함께 해요 😘
1층에 서 계신 직원분께 티켓을 보여드리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주신다. <젊은 모색 2023>은 1층에서 진행 중이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자. 가는 길에 중앙홀 들어가기 전에 카페테리아 방면으로 화장실 있다! 필요하면 화장실 들렀다가 전시 보러 가면 되는 최고의 동선!
이런 사진은 대체 왜 찍은 걸까 과거의 나야...? 암튼 내가 젊은 모색 보러 간다는 걸 남기고 싶었나 보다 ㅋㅋ
요새는 들어가기 전에 QR코드를 찍게 되어 있더라. 신기. 찍고 나면 전시 시작을 알리는 포토월(?)이 있다.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시에 이 포토월 앞에서 도슨트 투어가 시작된다. 기회가 된다면 오후 2시에 도슨트 선생님을 찾아보세요!
아까 <젊은 모색>이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젊은' 작가만큼이나 '모색'에도 집중을 해보았다고 하더라. 이번 전시 주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다. 전시를 하는 공간이자 제도인 미술관 자체를 주제로 하다니 일단 색다르다. 그간 전시를 빛내주는 배경 공간에 지나지 않았던 미술관을 사유하고 탐색하며,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 이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눠 세부 섹션을 꾸며 놓아 정말로 미술관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는 '들어가며 & 나가며'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는 전시의 무대이자 모색의 대상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래 8분짜리 영상이 그 시작이다.
8분짜리 영상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시인들이 텍스트로 표현한 미술관에 대한 내용 세 점이 놓여 있다. 박세미, 김리윤, 임유영 시인들의 시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미술관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안내 책자가 설명해 줬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는 1부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미술관의 "공간에 대한 주석".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기둥, 바닥, 축대 등 미술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여주고 새롭게 해석한다.
아래 작품은 건축가인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 시리즈. 이 작품들은 이번 전시가 전시장 안의 기둥들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라는 기획 의도에 주목해 만들었다고 한다. <확장>, <변화>, <해체> 3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마지막 작품인 <해체>. 기둥을 거울로 덮어 콘크리트 기둥이라는 형태를 숨겨버렸다.
거울로 전시장을 조각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전시장과 관객들을 정말로 해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마음에 들었다.
사진 순서가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두 번째 작품인 <변화>이다. 천장을 떠받친다는 기둥의 보편적인 형태와 기능은 유지하고, 기둥의 재료만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바꾼 작품이다.
순서상 첫 번째지만 왜인지 마지막이 되어 버린 <확장>. 중요한 건축 요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해, 기둥의 형태와 공간을 확장한 작품이다.
재질도 여러 개로 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 것 같기도 하고,
다음은 이다미 작가의 <드랙 뮤지엄>. 이다미 작가는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를 운영하며, 국립여성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창원시립미술관, 416생명안전공원 등 비제도권에 가까운 주제를 전시하는 곳들의 현상설계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 공간들을 설계하면서 떠오른 미술관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에서 출발한 게 이번 작품 <드랙 뮤지엄>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예술의 대표 공간에 종이와 천, 플라스틱 같은 소재들을 더해 유연하고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작품 설명이 그랬다.
딱딱한 기둥에 천을 입혀 미술관의 형태를 더하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창문처럼 표현했다. 마치 미술관 안을 엿보는듯한 느낌을 주더라. 그 안에 솜뭉치로 표현된 미술관 인형과 실제 미술관의 사진을 더했다. 이렇게 보니 미술관 건물이 더 딱딱해 보이더라.
요즘 말로 살짝 킹받는 표정을 한 미술관 모양의 솜뭉치 인형.
그리고 이다미 작가가 설계한 기존 미술관/박물관들과 연관이 깊다는 이미지와 구조물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바퀴 받침대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시각을 달리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미술관은 유동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작품 감상과 포스팅 시점에 간극이 있어 약간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가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저 현수막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황동욱 작가의 <물체/공간>. 원형의 구조물과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천관 원형홀을 비추고 사라지는 자연광 현상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빛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빛의 궤적은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현미 과천관 원형홀을 계속 관찰하고 정보를 채집해 동일하게 표현해 낸 거라고 하더라.
신기해서 계속 찍었다.
사실 1부에 <미술관 조각 모음>이라는 독특한 작품이 더 있는데... 왜인지 사진이 1장도 없다. 찍었던 기억은 있는데 왜 갤러리에 남아 있지는 않은 거 같지?!
각설하고 여기부터는 2부, "전시에 대한 주석"이다. 전시가 자신이 담고 있는 작가와 작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다. 2부의 작가들은 미술관 아카이브를 분석해 미술관과 관객을 연결하는 전시의 형식을 다시 보게 한다.
내가 본 2부의 첫 작품은 정현 작가의 <명명된 시점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도면을 비롯해 과거 전시의 평면도와 투시도를 재해석, 제작해 액자에 담아 허공에 매달았다. 24개의 액자 앞뒤로 걸린 48장의 이미지와 함께 전시장을 같이 보인다. 특수 제작한 양면 액자 덕분이라고. 액자들 사이를 떠돌다 보면 내가 가상의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동신 작가의 <지도>와 <부조>. 이 작업들은 과거 과천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전시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사진상 앞에 놓인 작품 <지도>에는 1부터 200까지 검정 또는 투명으로 된 아크릴 박스가 있는데, 투명 아크릴이 자료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장소에 쌓인 기억을 독특한 방법으로 시각화해냈다.
뒤에 놓인 작품 <부조>는 자료가 남아 있는 36개 전시의 도면에 담긴 내용들을 재해석해 콘크리트로 만들어본 것이라고 한다. 도슨트 선생님이 분명 부연 설명을 더 해주셨는데 기억 안나^_ㅠ (바보인가)
<부조> 뒤로 지는 그림자가 인상 깊어 남긴 사진. 미술관의 굳건한 기둥들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기둥 사이로 바라본 미술관의 모습. 상당히 묘하게 사선으로 나왔네...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인 오혜진 작가의 <미술관 읽기>. 대체로 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시 정보를 담는 포스터, 리플렛, 티켓 등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는다.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전시 관람을 위한 기초 정보를 얻는 매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이 자체가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해 전시장에 노출되는 시공간 정보들을 새롭게 구성해 <미술관 읽기>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총 4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 보고 있는 건 <전시 기간>과 <관람 시간>이다. 그간의 포스터, 리플렛 등에 담겨 있던 이미지들을 따와, 또 다른 포스터처럼 보이게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미술관 읽기> 시리즈 중 하나인 <찾아오시는 길>. 이번 전시관에서 제일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오는 다양한 루트를 a, b, c로 구분하고, 이를 시각화했다. 내가 게시글 초반에 소개한 것처럼, 셔틀버스, 코끼리 열차, 걷기 세 가지 루트가 있다.
비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으로 그림자 지는 게 마음에 들어서 한 컷 더 남겨봤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점은 3가지 루트로 미술관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소리로도 표현했다는 점이다. 진짜 내가 미술관에 올 때 듣는 소리들 그 자체라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제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미술관 읽기> 시리즈의 4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미지 목록>이다. 그간 과천관에서 열린 포스터들을 조각내 한 화면에 담아냈다. 왼쪽에 연도가 적혀 있어 미술관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정말 많고 다양한 전시가 열렸구나 싶기도 하고, 최상단에서 내가 방문한 전시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 공간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국현미...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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