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술주간을 맞이해, 미술여행이라는 이름의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해준다고 해서 다녀와봤다.
미술여행은 지역/날짜별로 원하는 일자를 선택해 네이버 예약하는 형태이다.
지역에 따른 일정과 회차는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지역별 코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든 코스가 탐났지만, 내 일정도 제한적인 데다 미술여행 예약이 치열해
겨우 "청담코스" 하나만 건질 수 있었다.
청담코스 시작 하루~이틀 전에 친절한 안내 문자가 왔다.
쾨닉 서울 앞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도슨트님이 미술주간 이름표와
송수신기를 주신다. 준비해온 이어폰을 꽂아서 착용!
원래 프로그램 정원이 15~20명 정도는 오는 것 같은데
이 날은 6~7명 정도만 참석하여 소수 정예로 진행되었다.
쾨닉 서울은 청담동 MCM 건물 5층~루프탑을 사용한다.
특이하게도 MCM 매장을 지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MCM 매장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네이버 예약하고 전시 보러가면 지하에 있는 카페 음료/베이커리도 주는 걸 몰랐다.
(알았으면 스벅 안가고 여기서 전시 보고 기다렸을 텐데 아숩ㅠ.ㅠ)
MCM 시그니쳐 가죽으로 만든 가구들을 1층에 전시해놨다.
이것도 전시의 일종이라고 하던데!
아쉽지만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쾨닉 서울에서는 지금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코 이케무라 LEIKO IKEMURA"의
국내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9월 2일~11월 11일까지 진행된다.
회화는 물론 조각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세 개의 개별적인 캔버스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트립틱 형식의 작품 Trilogie a, b, c
나는 중간에 놓인 b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멀리서 보면 사람 같고 가까이서 보면 새 같다.
색감이 화려해 생기 있어 보이면서도 묘하게 슬픈 느낌이 나서 신기했던 작품
유리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violet mountain(2023)
부처님 옆에 고양이인가 했는데 허밍버드라고 하더라.
아 이 전시가 신기한 건... 작품 설명표가 하나도 없었다.
작품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작가가 특별하게 요청하여 배치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손들고 인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Mountain Lake(2010~2011)
오른쪽 산이 표정 같아 확대해서 찍어보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이름의 작품
모로 누워있는 게 마치 슬퍼하는 사람 같다.
표정도 그렇고 뒤에 콘크리트 외벽 때문에 더 슬퍼 보인다.
dude라는 이름의 작품
고래 꼬리 같기도 하고...
포탄이나 화살을 맞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5층에 올라가면 루프탑에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 작품들도 있어서 짧게 구경했다.
날이 너무 좋은데... 곧 가을인데도 너무 덥더라.
작품들이 다양해 보는 맛이 있었다.
도슨트님이 주신 미술주간 기념품
걸어 다닐 일이 많다고 센스 있게 포도당 캔디도 넣어주셨다.
그리고 도슨트님이 고르신 걷기 편하고 언덕배기가 아닌 곳을 지나 송은으로 이동~!
아 참고로 미술여행은 가이드 형태와 도슨트 형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하셨다.
인솔자가 가이드라 주변 지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갤러리는 담당자가 나와 도슨트를 해주시는 케이스와
인솔자가 도슨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도슨트를 맡아주시는 케이스!
이번 청담여행은 송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신 박아름 도슨트님이 인솔자였다.
그래서 송은 건물 자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는데,
송은의 울타리(?)는 나무 질감의 콘크리트다.
그리고 신기한 모양의 가로등이 있다. 가지고 싶게 생겼어 귀여워
계단이 건물 안팎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유리문을 개방하면 또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 된다고 하더라.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파노라마>로 16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은 바깥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홍승혜 작가의 영상 <어떤 파노라마>가 보인다.
여러 도형들이 계속 떠다니면서 합쳐지는데
작가 본인을 비롯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을 재해석해서 도형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
전현선 작가의 그림과 지평선이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비슷한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냈고,
작가의 산책길에서 따온 이미지들도 있다고 하셨다.
신기한 건 이 작품은 입구를 등지고 배치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미리 보지 않도록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거꾸로 배치하신 거라고
해와 달 같아서 귀엽다
류성실 작가의 부캐 체리장 시리즈의 일부...
너무 신기한 작품이라 할 말을 잃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시더랑!
바로 뒤에 만화경의 방이 있다.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이라는 곳의 스툴을 쌓아두었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넘나 기억에 없어요.
포토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이희준 작가의 작품 <The Chambers of Time>
오른쪽 무늬 되게 궁이나 한옥에서 가져온 것처럼 생겼는데
도슨트님 피셜 작가님이 라탄 확대해서 찍으신 거라고
옆으로 가면 저 작품을 오브제로 만든 작품이 있다.
<Mining The Chambers of Time>
심래정 작가의 작품들. <바-스 하우스: 팔리박사의 목욕법>
어머니를 병간호하던 작가 개인의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에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샤워기
손잡이는 둥글지만 끄트머리가 뾰족한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비상구 바로 아래에 연구실로 쓰이는 영상을 틀어두었다.
진짜 저 문 너머에 팔리 박사의 실험실이 있을 것만 같아
신기하니까 두 장~!
밖에 누가 있나 살펴보는 게 마치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것 같다.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에는 김인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 철사 조각이 뭘 의미하는 것 같으세요?
전 맞추지 못했는데요. 사람의 옆모습의 외곽선에서 뒷모습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택해
라인을 따서 조각 형태로 만든 거라고 하시더라.
도슨트님의 설명 그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큐티뽀짝한 호랑이가 날 반겨줬다.
도슨트님 설명 안 들리고 계속 귀여워만 연발ㅠㅠㅠ
귀여워서 여러 장.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박그림 작가님의 작품이고. 아마 첫 도자기 작품인 것 같다.
얼마인가요 데려가고 싶어요 집에...
박그림 작가는 불교 탱화를 배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기법 자체는 물론 주제도 불교, 동양적이다.
수행자가 소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불교 설화 심우도에서 착안해
호랑이가 주제인 심호도 연작을 그리셨는데.
소도시 출신이자, 퀴어이자, 비주류 장르인 불교 미술을 한다는 본인 자체를 호랑이에 투영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반짝임과 세밀함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님...
그리고 구도나 그림 자체가 동양화풍인데 엄청 트렌디해서 취향저격 당하고 왔다.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하는데요
그림에 두 가지가 다 있어서 행복합니더...
좋은 건 크게 보자...
이건 작품은 아니고 작품을 만들 때 쓰인 촛불이다.
타들어가는 초의 불꽃을 포착해 낸 김지영 작가의 작품들
<붉은 시간>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개개인의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핫했던 영화 엘리멘탈이 떠올랐다.
은은한 색감이 사진으로는 전혀 담기지 않는다.
꼭 실제로 가서 보는 걸 추천!
진짜 이건 가서 봐야 해...
이런 작품들이 가득한데 심지어 입장료도 안 받는다?!
송은은 천사인가요. 10월 28일까지니까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야지.
작품 이름도 형태도 표현도 너무 다 신기했던
이진주 작가님의 안녕 이라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 손 같이 실핏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압도감을 주었던 저지대라는 작품
사람의 생에서 죽음까지를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캔버스에 담아내셨다고 한다.
그림에 표현된 사물들도 신기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묘한 작품이었는데
각도를 조금만 달리 하면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보면 마치 관 같은 느낌도 있었다.
도슨트가 끝나고 잠시 자유관람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귀여운 호랑이도 조금 더 봐주고...
내려오는 길에 심래정 작가님 작품들도 한 번씩 더 봤다.
팔리 박사의 치료법 중 하나다.
팔리 박사는 이걸로 뭘 한 걸까 붉은 머리라는 작품이다.
짧은 송은 자유관람을 마치고 아줄레주 갤러리 가는 길
9월은 아트씬이 제일 핫한 기간이다.
아줄레주 갤러리에서는 젠더 플루이드이자 트랜스매스큘린인
토니 블루스톤 작가의 <JETLAG>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젠더 플루이드는 성별이 유동적으로 전환되는 젠더퀴어라고 한다.
젠더 정체성이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여러 젠더들을 오가는 경우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트랜스매스큘린은 젠더가 남성에 조금 더 가까운 상태인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토니 블루스톤 작가는 태어나기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본인이 남성에 가깝다고 느꼈고,
하지만 아직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하나로 확립하지는 않은 상태? 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전시의 제목이 JETLAG, 시차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다.
홈리스로 보이는 남자가 끌고 가는 카트에 숨어 있는 칼 든 살인마라거나...
저 살인마 근데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티셔츠의 문구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두 가지 바다를 보여 주고 있어 더 신기한 작품
갤러리에서 오른쪽의 작품을 벽에 큰 크기로 다시 붙여두셨다.
전시 포스터이기도 한 작품 패키지.
거품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뽁뽁이다.
앞서 말했듯 작가는 본인의 젠더를 남성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그래서 그림에서 가슴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익숙한 포스터가 그려진 작품
이외에도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 놓은 공간도 있었다.
특히 작가의 그림이 이불에 프린팅 되어 있었는데
그건 너무 신선하고 독특했다.
갈수록 지쳐서 기력이 쇠했지만 행복했던 2시간의 미술 여행이었다.
특히 박아름 도슨트님이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애정 넘치게 작품과 작가들을 설명해 주셔서 더 좋았다.
마지막에 근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갤러리 추천까지 bb
내년에도 한다면 더 다양한 미술여행에 참여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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