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래간만에 블로그를 열었다. 이제 어디에 매인 거 없는 찐도비이기 때문에 블로그도 다시 쓸 수 있다. 도비 기간 동안 밀렸던 여행 후기도 모두 올리는 게 목표다. (블로그 쓸 때 특, 맨날 포부 말함) 아무튼 오늘의 주제는 밀리의 서재가 제공해주는 "나의 독서기록"
23년도 밀리는 회돈내산이었는데요. 올해는 무려 내돈내산이라죠. 올해 4월부터 밀리를 다시 구독했는데, 총 180일을 함께 했다고 한다. (작년 148일 대비 많이 늘어남 장하다 내 자신)
올해는 작년보다 서재에 담은 도서가 늘어났는데요. 그냥 읽고 싶은 거 다 저장한 것도 있고... 개인적인 공부를 위해 언어나 전공 서적, 문제집도 따로 저장해두다 보니 늘어난 것 같다.
여기서 잠시 뿌려보는 ⭐️밀리 꿀팁⭐️ 밀리에는 의외로 자격증이나 언어 시험, 전공, 취업을 위한 문제집 도서가 많다. 우리 밀리 토익이랑 NCS 문제집도 있어요. 나는 필요한 부분만 캡쳐해서 공부할 때 활용한다. 전자책을 캡쳐해서 이용하는 것은 저작물 복제에 해당하지만, 예외적으로 사적 이용을 위한 '개인적 목적'이기에 허용된다는 사실 대신 공유하거나 판매하면, 그건 문제가 됨 오로지 개인 공부용으로만 쓰시라 아무턴 올해 8176분 동안 책을 읽었대요. 대략 136시간? 이자 약 5.6일 정도이다. 작년(54시간)보다 2배는 높아진 수치라 너무 마음에 들어 구체적으로는 매일 24분씩 책을 읽었다는데... 나의 최근 출퇴근 시간이 편도 30분이었다. 출퇴근길에만 책 읽는 사람임 ㅋ 놀라운 건 작년에 밀리 회원의 일평균 독서시간이 7분이었는데 올해는 4분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 다들 책 안 읽고 뭐 했서요... 재밌는 거 있으면 나도 알려줘...
역시 나는 소설형 인간이었다. 사실 이제 뇌가 굳어서 인문이나 사회 도서가 눈에 잘 안 들어와요. 특히나 출퇴근길에는 방해 요소가 너무 많아서 읽어도 나중에 뇌에 많이 안 남던데...? 돌아서면 내용 다 까먹음 ㅋ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페인 여행 가서 론다도 갈거라 여행하면서 읽기 시작했다죠. 헤밍웨이가 이 소설의 배경으로 삼은 마을이자, 집필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이유가 여행 갔던 곳으로 유명하다. 소설 읽으면서 내가 본 론다와 누에보 다리의 모습을 겹쳐 보려 했는데 실패 론다를 세비야서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그저 덥고 또 더웠음...
올해 읽은 가장 두꺼운 책은 엘레나 페란테의 시리즈 소설 중 하나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친구가 재밌다고 추천해 줘서 읽었는데 4부작이라 진짜 길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그로 인해 생겨난 스토리들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내가 모르는 이탈리아, 특히 나폴리의 시대상을 엿보는 색다른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결론은 니노 개새끼... (더 심한 말)
올해 밀리에서 완독한 책들만 보아보기(총 28권) 밀리는 책장을 생성해서 책들을 관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저장해 두는 책장 하나와 이렇게 연도별로 완독한 책들을 모아두는 책장이 있다. 사실 중간에 포기한 책들도 모아두기도 함... 올해는 1권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나열하고, 몇 가지만 코멘트를 달아보자면
1. 번역: 황석희 >> 개인적으로 황석희 번역가의 번역을 좋아한다. 내가 언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매끄럽고 불편한 요소가 없는 번역이라는게 느껴짐. 그런 번역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번역은 대학 때 과제하면서 잠시 관심 가졌던 주제인데. 현업, 그것도 탑티어의 이야기라니 더 흥미로워 2.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 누군가의 추천으로 봤는데. 심너울 작가 상상력 무슨 일이에요. 진짜 언제 가는 도래할 세상 같아. 3. 이중 하나는 거짓말 >> 소설 초반부의 자기소개 시간이 너무 인상 깊다. 4.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미국인의 이야기라 100가지를 모두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겹치는 아이템이 꽤나 많아서 가볍게 읽기 좋다. 5. 먼 곳에서 >> 에르난 디아즈의 트러스트를 읽고 반해서, 거꾸로 찾아본 그의 첫 소설. 지금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트러스트가 먼저 소개된 것 같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철저한 이방인인 호칸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황량함과 공허함 같은 분위기가 묘사에서 너무나 잘 드러나서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작가 역시 아르헨티나-스웨덴-미국으로 이동이 잦았던 이라, 배경은 다를지라도 다른 세계에 섞여 들어가야 했을 작가 자신의 기억도 어느 정도는 녹아 있지 않을까. 6. 바깥 일기 7. 노멀 피플 8. 이것이 인공지능이다 9. 위험한 사전: 나만 몰랐던 나의 말버릇, 슈디즘에 중독되다 >> 흥미로운 주제라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기대보다는 덜 했다. 내 말버릇을 고찰하게 한다. 10. 예술 도둑 >> 예술 좋아하면 흥미로울 책. 예술을 너무나 사랑해서 뺑글 돌아버린 나머지, 미술품을 해방한다고 우겼던 도둑의 이야기. 근데 예술이 미술관과 같은 제도 속에 갇혀버린 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한 듯... 알폰스 무하도 포스터 작업 이런 거 많이 하면서 거리를 전시장으로 만들고, 예술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했었는데. 결국에는 그의 포스터들도 모두 전시장에 걸렸잖아ㅠ 11. 아이가 없는 집 12. 대도시의 사랑법 13. 홍학의 자리 1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여기저기서 광고를 접했을 때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는데.잘 나가던 청년이 가족의 죽음 이후 방황하다가,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어 겪은 이야기들을 엮어낸 책이다. 잔잔한 감동과 소소한 일상들이 숨어 있는 책이다. 꼭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할 필요는 없지 않나. 이런 평온한 삶도 좋을 것 같다. 갈수록 머리 쓰는 일이 싫다. 그냥 그날의 업무가 그 날 모두 종료되는 삶을 살고 싶어. 15. 게임 체인저 >> 작년에 수확자 읽고 크게 감명받았던 닐 셔스터먼의 신작인데. 기대보다는 덜 했지만... 나쁘지 않게 읽었다. 기득권 그 자체인 백인 남자애가 별안간 '우주의 중심'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사건이 벌어질수록 이 세상의 말도 안 되는 차별과 사회 문제를 제대로 깨닫게 되고, 그걸 고쳐 보겠다고 노력하게 되는데. 그 고치기 위한 방식이 조금 독특하기는 하다. 16. 쓰게 될 것 >> 다른 책에서 "썸머의 마술과학"을 읽었다. 누가 추천+책을 빌려줘서 읽은 이야기였는데 재밌었다. 그래서 작가를 기억해 두었는데, 밀리에 마침 책이 읽길래 시작. 썸머의 마술과학이 여기도 들어 있더라. 반가웠음. 다양한 주제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를 통해 던져주는 느낌이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애쓸 때가 있다. 나는 여전히 어른스러운 게 뭔지 잘 모르고, 모르니까 긴장했다." 17. 코드 없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 18. 두 번째 지구는 없다 >> 대한외국인이 쓰신 책. 저보다 한국말 잘하시는데 어떻게 되신 거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도 되는 책이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우리 다들 서로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며 사는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지구도 우리 인간이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라고는 생각 안 할걸... 지구도 그간 보고 배운 게 있는데.... 지구가 바보야? 19. 나의 눈부신 친구 20.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21.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22.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23. 어떻게 살 것인가 24.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25.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상/하 >> 아까도 언급했지만. 스페인 여행 가서 읽게 된 책이다. 근데 헤밍웨이 소설 나랑 안 맞는다. 그저 의리로 다 읽음. 26. 아트인문학 여행 * 스페인 >> 미술을 좋아하지만 세세하게는 몰라서... 아는 만큼 보고 싶어서 여행 틈틈이 읽은 책 이거 읽고 간혹 동행인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아는 척도 했다^_^ 엉터리 가이드 깔깔 27. 미식가를 위한 스페인어 안내서 >> 스페인 여행을 가신다구요? 알차게 즐겨보고 싶다구요? 그럼 가기 전에 이 책으로 살짝 공부를 하면 재밌다. 스페인의 미식 문화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메뉴판 보고 너무 헤매지 않도록 간단한 스페인어 단어 교육까지 있다. 28. 트러스트 >> 아까 언급했던 에르난 디아즈의 책. 플롯 자체도 신선하고, 등장인물들도 입체적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밀리가 뽑아준 키워드인데. 사실 맨 처음 74권은 그냥 열어본 책일 듯 열어본 책과 완독한 책은 개념이 다른 것 같다...!
이외에도 종이로 읽은 책은... 한두권인듯...? (내가 바로 전자인간. 이북리더다.) 가장 최근에 읽은 종이 책은 "인터뷰 하는 법"이다. 어느 뉴스레터 같은 데서 이 책에 대해서 읽었다. 누굴 인터뷰를 할 일은 없어도, 그걸 읽고 나 자신부터 인터뷰해보려 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봤다. 알고보니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프로젝트 참여자 중 한 분이셨음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었다. 지금까지 2024 밀리의 서재 연말결산이었습니다.
백수의 장점이자 미덕은 평일 낮에 놀러다니기 아니겠냐며~~~ 용감하게 하루에 성수동 팝업 3개 조지고 온 사람 인사드립니더,,, 재미는 있었는데 나이를 간과한 자의 결말답게 앓아 누울 뻔 했다^^ 아무튼 하루 동안 농심 짜파게티 분식점 👉 빙그레 50주년 👉 메모 파리까지 팝업 야무지게 조졌습니다.
그럼 1탄 농심 짜파게티 분식점부터 소개합니다.
🗓️ 운영기간 : 24.04.12 ~ 05.11 ⏱️ 운영시간 : 11:00 ~ 19:00 (쿡존은 12:00 시작) 📍 장 소 : 서울 성동구 연무장11길 13, 플랜트라스
🍜 (예약/대기/웨이팅) 짜파게티 분식점 팝업스토어 미리 예약이 되나요?
팝업 열기 전에 쿡존 사전예약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이미 다 마감이었다.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쿡존이 웨이팅이 길어 사전예약을 하는게 좋은건데, 매일 오전 11시에 당일 예약이 또 열린다고 해서 존버탔다. 네이버 플레이스 홈페이지나 네이버지도 앱 통해서 [짜파게티 분식점 팝업스토어] 들어가면 간혹 예약 탭이 생긴다. 나는 11시에 들어갔는데 없더라? https://m.place.naver.com/place/1394407027/home?entry=pll
포기하고 그냥 가서 기다리자 하고 있었는데 동행이 11시 30분쯤 그냥 페이지 새로고침 했다가 취소표 하나를 잡아냄!!!
아마 예약페이지가 11시 땡 하면 열리는 게 아니라, 10-20분 이렇게 랜덤하게 열리나 보더라. 하지만 1인 1예약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한지라... 하나 더 필요해서… 저 아이는 결국 놔줬음… 왜냐! 나도 취소표 구해보려고 들어가니까 그새 예약을 막아서, 저는 이 화면만 봤다는 겁나 슬픈 이야기,,,
이 모든 건 성수동 팝업스토어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라, 12시쯤 짜파게티 분식점에 도착했다! 쿡존 오픈이 12시라고 들어 맞춰서 방문한건데 이미 대기 줄이 바깥까지… (왼쪽이 쿡존 대기줄임 오른쪽은 플레이존) 평일 12시 기준 우리 앞으로 15팀 내외가 서있었다. 그리 일찍 간 편은 아닌데 대기줄이 나쁘지 않군! 개이덕! 하면서 줄 섬. 직원 분이 지금 줄 서면 최소 1시간에서 최대 3시간 기다릴 수도 있다고 계속 안내해주셨다.
왼쪽 쿡존 대기만 긴 거 보이세요? 플레이는 진짜 거의 바로 들어감
플레이(체험)존은 11시부터구 쿡존은 12시부터~~ 운영됩니다.
성수의 장점 = 놀 게 많다. 팝업 음식점 카페 쇼핑 모두 가능한 핫플. 2호선이라 접근성도 좋음. 성수의 단점 = 전기줄이 많다. 공사를 넘넘 많이 한다. 어딜가든 핫플이라 웨이팅과 예약 전쟁이다.
보이시나요 공사장뷰… 기다리는 내내 공사 소리 나서 귀가 좀 아팠어요. 일하는 직원 분들은 덥고 더 힘드실듯
기다리면서 한 컷 남겨봤다. 앉아도 되는 거 같은데 아무도 앉지 않더라
그래서 얼마나 대기해서 들어갔냐구요? 대기시간은 1시간 30분이었습니다. 12시에 줄서서 쿡존 키오스크로 메뉴 결제한게 13시 30분경이었음. 내부가 작은편+스페셜 메뉴 조리시간+사전예약팀 선입장 후 남는 자리에 현장대기자 배정의 콜라보다. 그리고 평일 오전 12시 전후에는 근처 직장인들도 은근 많이 온다. 그러니 조금 일찍 입장을 원한다면 안전하게 11시 30분까지는 가서 기다리는걸 추천(평일 기준, 주관적 추측)
스페셜 메뉴 시키면 메뉴 하나당 업사이클링 파우치를 하나씩 준다. 파우치 증정시 영수증 확인하니까 꼭 버리지 말고 잘 챙겨다니자
메뉴 주문 후 드디어 쿡존 입장~!
쿡존은 바 테이블 6자리와 2인석 테이블 12개가 있다. 2인석 테이블의 절반 정도를 사전예약자용으로 빼두시는 느낌이었음
스페셜 메뉴 말고 그냥 메뉴는 한강 라면처럼 라면 기계로 직접 해먹을 수 있다. 근데 라면 기계를 종류별로(부드러운/보통/꼬들한) 나눠놨다. 엄청 세심해… 스페셜 메뉴 먹는 분들이 훨씬 많기는 했는데, 간혹 셀프 메뉴 드시는 분들도 있었다.
스탬프 투어를 위한 종이. 쿡존 이용으로 벌써 하나 채웠다. 짜파게티가 40주년이라니 믿기세요.
스페셜 메뉴들이라 20분 이상 걸린다 했는데 우리 메뉴 하나는 10분만에 나옴!
맵찔이인 나한테도 하나도 안맵고 괜찮았음. 떡 쫄깃하니 맛있다! 메뉴판에도 적혀 있지만 모든 메뉴에 조그만 생수(백산수)도 하나씩 준다. 목말랐는데 딱 좋아 ㅎㅎ
참고로 팝업 내부에 화장실이 따로 없다!!! 웨이팅 하기 전 미리 다녀오시라. 자리 이탈하면 다시 서야함. 일행 있어요 이런 거 절대 안된다. 마지막 사람 기준으로 다시 시작… 내 시간 절대 지켜
라볶이 조금 집어먹고 있었는데 나머지 메뉴가 나왔다
짜파구리가… 내 생각보다 많이 짰다. 집에서 해먹는거보다 훨 짜서 그냥 짜파게티에 토핑 얹어 먹을 걸 그랬나 살짝 고민함 ㅎㅎ 신라면 볶음밥은 오히려 삼삼해서 중화되더라.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메뉴 3개로 배터지게 먹었다. 성수동 근처 식당 갔으면 인당 가격인데,,, 배도 채우고 나쁘지 않아~^^
쿡존 한 켠에 케이라면 홍보가 한창이었다. 농심과 라면도 피해가지 못한 대문자 K…
🍜 짜파게티 분식점 팝업스토어 플레이존에 뭐 있나요?
플레이존부터 방문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봅니다. 올라가는 길에 있는 지도
그리고 캐릭터인 짜스와 올리도 있었다. 짜파 머리띠를 하고 있지만 짜(장쏘)스라 짜스라지요~ 짜스 대문자 E라고 한다. 짜파게티가 1984년에 처음 출시되어서 짜스도 1984호 출신! 올리는 완두콩인줄 알았는데 올리브라고 한다. 올리 ㄱㅇㅇ 하지만 올리브는 맛있으니 내 입으로,,,
농심이 짜파게티 분식점을 하게 된 이유는 짜파게티가 벌써 40주년이라... 그래서 플레이존의 시작은 1984년 그때 그시절 짜파 분식점이다.
24년 2분기를 향해 달려가는 이제 와서야 작년도 결산을 합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게으르기가 힘든데, 아이클라우드에 이어 아이폰까지 저장용량이 꽉꽉 차버렸답니다. 이제는 진짜 사진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안그럼 아이클라우드 다음 단계 결제 갈겨야 함…
아무튼 각설하고! 23년도 밀리의 서재는 사실 남돈내읽이었다. 회사에서 교육 차원에서 제공해 준 기업회원 계정이었기 때문 (올해는 내돈내산 구독 중... 눈물)
작년에는 밀리와 148일을 함께 했다고 하네요. 대중교통 제일 많이 타고 다니는 월/금/일이 빈도 제일 높은 거 봐;; 인간이 이렇게 투명해도 되나요.
선생님 밀리가 뼈때려요. 담은 책 중 열어본 책과 완독한 책의 비율을…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알려줄 일이야? 례 저는 사실 책 임보를 즐기는 도서 임보인간이랍니다. 전자책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전자책도 임보가 가능하다는 사실^^!
사람이… 1년동안 독서한 시간을 종합해도 3일이 안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 그래도 밀리 회원 평균보다는 쬐끔 더 읽었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우리나라 국민 평균 1년 독서시간~ 2021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평균 독서시간(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은 평일기준 20.4분, 휴일 27.3분이었으며, 2019년 대비 평일 12.7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20분이래도 아직 멀었는데? 올해는 좀 더 분발해보자고!
내가 올해 본 카테고리. 사실 에세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작년에 미니멀리즘에 꽂혀서 관련 책들 주구장창 읽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술술 읽은 책으로는 <마당이 있는 집> 당첨! 사실 드라마 보다가 궁금해서 책을 먼저 읽었거든요? 그러고 드라마 다시 보려니까 이미 결말을 알아서… 흥미가 삭 식어버림 ㅠ 결국 드라마는 끝까지 보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는 슬픈 이야기
SF 좋아하는 사람 중에 <수확자> 시리즈 안 본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존잼이라 3권 읽는 내내 주변 사람들한테 이 책 얘기만 하고 다녔다. 죽음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서, 누군가 모종의 근거를 토대로 또는 그저 재미로 등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내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지? 물론 나는 그 사람의 결정을 거부할 권리는 없다. 내가 거부하잖아? 그럼 내 가족 다 죽여벌임,,, 무서운 세상,,,
너 아까 내가 읽은 책 중에 완독한 개수 알려줬잖아ㅡㅡ
그래도 열어본 책 중 절반 정도는 다 읽은 거면 나름 성공률 높다 아닙니까
이렇게 신간도 몇 권 읽었다고 알려줘서 재밌더라. 나 이런 연말정산 콘텐츠 좋아하는데… 작년에 실수로 유튜브 시청기록을 다 날려 버렸고요… 근데 유튜브 뮤직 재생기록이 포함이더라구요? 그래서 결산할 게 없더라고요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데!!!!ㅠ
밀리의 서재는 책장을 여러 개 만들 수 있어서, 헷갈리지 않고자 완독 책장을 만들어서 사용했었다. 이렇게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데 맨날 리셋병 걸려서 다 삭제하고 지우고 버리고… 해서 가끔 책 읽다가 어 나 이거 전에 읽었던 거 같은데?! 하면서 닫기도 한답니다^^
읽은 책들 나열할 겸 간단 별점을 남겨보겠습니다. 책이나 영화 후기는 잘 안 쓰지만, 왓챠피디아에 별점만 충실하게 매기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왓챠는 망하면 안 됩니다. 밀리도 마찬가지!
1. (4.5)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2. (3.5) 수영일기 3. (4.0)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4. 수확자 시리즈 3권 - (5.0) 수확자 / (5.0) 선더헤드 / (4.5) 종소리 (순서가 이게 맞나) 5. (3.5) 사라진 여자들 6. (3.5) 헨치 7. (4.5) 에이징 솔로 8. (2.0)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라이프 9. (4.0) 지구 끝의 온실 10. (3.0)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11. (4.0) 마당이 있는 집 12. (3.0)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13. (?)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14. (2.5) 오늘도 비움 15. (3.0) 소비단식 일기 16. (3.5)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17. (4.0) 불편한 편의점 18. (3.0)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19. (3.0) 1일 1개 버리기
(왓챠가 분명 나 별점 되게 후하게 주는 사람 이랬는데 모아놓고 보니까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24년에는 밀리를 내돈내산으로 구독 중이에요. 24년 말미에 올해는 뭘 읽었는지 또 정리해서 돌아오게 씁니다. 밀리에서 마라톤도 하고 헤비 유저 대상으로 서포터즈 같은 거도 뽑던데… 계정 리셋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픔
2024 청룡의 해를 맞이해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 첫 포스팅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이다. 일명 예수님 생일에 부처님 보러 가기 콘텐츠! 스투파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니까, 국중박에서 제공하는 전시 설명으로 포스팅을 시작하려 한다.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전시기간 : 2023.12.22 ~ 24.04.14 - 전시요약 :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 지역의 불교미술품 97점을 국내 최초 공개 - 전시소개 :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인도 남쪽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의 미술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데칸 고원을 넘어 남인도로 전해졌습니다. 석가모니의 고향과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그곳에서 불교는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남인도의 윤택한 환경 속에서 싱그럽고 풍만한 미술을 꽃피웠습니다. 기원전 2세기, 아직 석가모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나무(보리수)나 발자국만으로 그의 존재를 대신하던 시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불상이 만들어지던 기원후 4세기까지, 낯설지만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남인도 불교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옵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박물관의 소장품 61점을 비롯하여, 영국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독일 아시아예술박물관, 그리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점이 출품됩니다. 21세기 들어 새로이 조사된 파니기리(Phanigiri, Telangana) 유적의 출토품을 포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남인도 불교미술품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매일 10시~18시 (수, 토는 21시까지 연장) - 휴 관 일 : 24.01.01 및 24.02.10 - 입 장 료 : 성인 1.0, 청소년 0.7, 어린이 0.5 - 전시해설 : ① 격주 수요일 18시 이후 큐레이터와의 대화 ② 모바일 전시 안내프로그램 음성 제공(개인 이어폰 지참) ③ 오디오가이드 제공(유료) ④ 자원봉사자 해설 제공 예정(24년 1월부터)
사실 가기 일주일 전 쯤에 얼리버드 할인을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가게 될 줄 알았으면 사둘 걸 그랬다. 역시 얼리버드는 일단 사고 봐야 하는 거였나^ㅁ^ 라고 늦은 후회를 남겨봅니다.
각설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후의 국중박은 예쁘더라구요. 눈 덮인 연못이 예뻐서 박물관 올라가는 길에 하나 남겨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큐티뽀짝 눈사람 대잔치... 눈 녹기 전에 다들 열심히 만들어 뒀더라. 나의 동행인도 이 옆에 하나 제작하심. 손 안시렵니...? (대단해)
사람 많을까 고민했던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박물관은 쾌적했다. 대기 없이 바로 티켓 발권하고 입장하러! 기획전시실 되게 오래간만에 오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전시가 뭐였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입장 하기 전에 사물함(무료)에 짐을 미리 넣고, 필요하다면 화장실도 다녀오세요.
이번 전시는 ESG를 위해 모바일 팸플릿만 있다고 하더라. (굿굿 바람직해) 팸플릿이 궁금하신 분은 사진 하단의 큐알코드나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점자 프린팅도 해놓은 거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 요즘 미술관들은 장애인을 위한 도슨트도 준비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더라.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진다. 나도 내 사업할 때 본받아야지.
들어가기 전에 전시장 구성을 살짝 정리하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크게 2실, 그리고 총 7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국중박 기획전시실의 매력은 한 바퀴 가볍게 둘러보고 나오기 딱 좋은 사이즈라는 점이다. 전시가 너무 길면 사람이 지쳐...
1부 - 신비의 숲 1) 풍요로운 자연, 싱그러운 생명 2) 신비로운 인도의 신들 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2부 - 이야기의 숲 1) 사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2) 스투파, 이야기를 담다 3) 상징, 무언의 이야기 4) 서사, 그의 인생 드라마
그럼 본격적으로 전시 살펴볼까요? 1부 신비의 숲입니다. 시작은 약간의 인도 역사였다. 기원전 2세기말, 인도의 첫 통일 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진 남인도 데칸고원에는 새로운 왕조 사타바하나가 등장한다. 이곳에는 왕조에 상관없이 자연의 힘을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자연에 대한 믿음이 새로운 종교인 불교를 만나 어우러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남인도 사람들은 불교가 전해진 이후에도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는 상징들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 둥근 항아리 위에 연꽃과 '함사'라고 불리는 새 2마리가 표현되어 있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하더라. 함사가 새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묘사된 모양새로는 오리나 거위처럼 생겼다. 그냥 유물만 덩그러니 있었으면 이게 뭐지 싶었을 텐데, 주변에 항아리에서 꽃이 자라나는 듯한 영상을 덧입혀주니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앞으로 이어질 전시 기획자의 센스가 돋보이기 시작했던 순간)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유물들은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인데, 스투파를 지키는 마카라(앞)와 마카라X사자(뒤). 앞편의 유물에는 물속에 산다고 알려져 있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가 새겨져 있다. 마카라는 악어처럼 생긴 머리와 코끼리 같은 긴 코,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귀, 그리고 달팽이집처럼 말린 긴 꼬리를 가진 독특한 외모의 동물이다. 마치 우리 해태처럼 지킴이 역할을 잘할 것 같은 외모다. 아 이쯤 되니 다들 궁금할 텐데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나는 불교계의 신전이라고 이해했다. 이어서 뒤편의 유물은 마카라와 사자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이었다. 내가 찍어온 사진은 앞발을 들고 있는 사자가 더 눈에 들어오는데, 사자 등에 있는 덩어리는 사람이다. 작품 설명에는 "마카라 꼬리를 피해 사자의 어깨 위에 올라간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유물.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다. 인도 사람들은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 모습을 한 신으로 상상했다고 한다. (어느 문화권이나 비슷하네) 그중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다주는 정령을 약샤 또는 약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약샤는 불교와 어우러지며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이번 약샤는 머리에 연꽃 송이를 엎어 놓은 모자를 쓰고 있는데, 머리에서 동전이 쏟아지는 독특한 모습이다. 박물관에서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고려해 동전이 쏟아지는 영상과 소리를 입혀줬다. 여기에 더해 공간을 원형으로 표현해 아예 분리한 것도 좋았다. 낮은 원형 단 위에 설명과 유물을 올려두어 360도 어느 각도든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다른 유물들과 섞이지 않게 뒤에 얇은 파티션을 더해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게 해 뒀더라. 우리가 공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보니,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구나를 한 번 더 느꼈다. 이런 감각은 어떻게 키울 수 있지 궁금하기도 하고...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풍요의 상징으로 장식한 약시이다. 구멍이 뚫린 점토판이라 아마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거나, 집 안에 걸어두는 용도였으리라고 추측하더라. 이 아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이었다. 전시 보다 보니 인도에서 온 것도 많았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서 온 아이들이 많아 조금은 씁쓸했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프랑스 파리 올림픽 흥행하는 법이라면서 박물관에 소장된 각 나라별 문화재 걸고 게임하자고 우스갯소리 했는데... 문득 그게 생각나더라.
갑자기 재질이 달라졌죠? 1-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파트로 훅 넘어왔습니다. 기원전 2세기 사타바하나 왕조가 등장하던 무렵 인도는 교역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동남아시아, 서쪽으로는 서아시아 너머 유럽과도 국제 무역을 활발히 했다고 하더라. 그 증거가 인도에서 발견된, 1세기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포세이돈 상이다.
또 다른 증거는 큐피드가 새겨진 손잡이. 지금도 크디크고 멀디 먼 지구촌 세상인데, 기원전에 어떻게 이렇게 활발하게 교역했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건 인도 불교 사원지 발굴을 기념하는 전시 포스터라고 한다. 1938년 적힌 거 보이시나요? 그림은 다른 나라의 물건을 구경하고 있는 사타바하나 왕조의 모습을 그려낸 거라고.
계속해서 전설 속의 동물 그리핀. 제가 알던 그리핀햄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뭔가 살짝 억울해 보이지 않나요. 뉴트 스캐맨더가 데리고 다닐 거 같이 생겼어요 햄...
1부와 2부 사이에 짧은 영상이 하나 있다. 스투파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라 한 번씩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조각나버린 이 전시품들이 온전하게 유지되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상상하게 해주는 영상이었다. 영상도 다 보셨다면 2부 이야기의 숲으로 넘어갑니다. 기원전 3세기 이후의 남인도는 사타바하나 왕조가 사라지고 이전보다 훨씬 잦은 왕조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믿으며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그걸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시작은 사리였다. 석가모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시신을 화장해 얻은 사리를 8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모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마우리아 왕조의 한 왕이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으로 나누어 옮겼다. 그렇게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가 세워졌는데,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인도 남쪽으로 전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숲 소개글 윗단의 영상이 코끼리들이었나 보다. 사리함을 옮길 때 코끼리들을 동원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래 사진은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이다.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북인도 피프라와의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인데, 발견 당시 사리 단지 안에서 금, 진주, 꽃 모양으로 만든 보석들이 섞여 있었다고.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어 다시 나눌 때 넣은 보석들로 추정된다고 한다.
예쁘지 않나요? 그 당시에 귀하다고 여겨진 것들을 같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사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이렇게 보니 정말 다양하게 담으려 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이 유물은 영국의 누군가가 개인소장 중이다.
스투파 자체를 보여주는 파트로 넘어왔습니다. 스투파는 무덤처럼 돔을 높이 쌓아 올리고 주변에 벽을 둘러 장식하는 형태라고 한다. 그리고 돔의 가장 윗부분에 햇빛 가리개를 세우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이 공간은 기둥을 활용했다. 기둥 앞쪽에서는 스투파의 모습이 담긴 석판 조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뒷면은 전시된 석판을 프린트해 크게 붙여두었다. 정말 스투파를 장식하고 있는 기둥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머리 다섯 달린 뱀 '나가'... 스투파를 지키는 뱀인데 석판에서 모양만 따왔더라. 뭔가 이렇게 아이콘화 해서 보여주니까 좋은 것 같아서 찍어봤다.
이건 석가모니의 상징을 담은 스투파이다. 중간의 말은 석가모니가 출가할 때 탔던 아이일 거고, 왼쪽으로는 보리수나무 아래의 빈 대좌(불상을 올려놓는 곳)가 있다. 오른편에는 작은 스투파가 하나 더 새겨져 있고, 조각 하나가 담겨 있는데 이게 바로 석가모니의 치아 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스투파 안에는 석가모니의 출가부터 깨달음을 얻은 장소, 그리고 그의 사리가 모셔진 스투파까지, 석가모니의 이야기 전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 석가모니가 왜 석가모니라고 불리는지 아시나요? 기원전 5세기, 히말라야 산맥 아래 샤카 족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샤카 족의 깨달은 자라는 뜻을 가진 "샤카무니"라고 불리게 되는데요. 이 단어가 전해지며 바로 석가모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예쁘고 멋지지 않나요? 이 전시 기획자 누구인지 매우 칭찬해... 매 파트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딱 조명해서 보여주니까 너무 좋았다. 주말에 심심하시다면 스투파의 숲 전시를 가주세요 여러분
이 그림들은 스투파를 발굴할 때, 발굴단 중 한 명이 석판들에 새겨져 있던 그림을 옮겨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 그림 실력 뭐야...? 프린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한데 직접 그린 거라니. 역사학도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싶네요.
엄청 잘 그리지 않나요. 저는 그림 실력이 부족해 유물 발굴 못할 거 같아요^ㅁ^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트는 석가모니의 상징들을 보여줍니다. 스투파에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여기서는 석가모니 없이 오로지 상징으로만 보여주는 스투파들을 소개한다.
그래서 이렇게 석가모니의 발자국을 주로 보여줍니다. 발자국 안의 수레바퀴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다양한 스투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석가모니의 발자국.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수레바퀴는 민 무늬가 되어버렸다. 이게 다 돌기둥에 조각한 건데...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건 깨달음을 얻은 나무 아래 그의 발자국. 석가모니의 상징들은 석가모니를 대신해, 그가 없더라도 그의 존재와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이 아이는 불타는 기둥을 향한 경배(아래 두 사진 모두)라는 전시품이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어깨에서 물과 불을 내뿜은 적이 있다고 한다. 불을 뿜는 기둥은 석가모니의 기적을 표현한 남인도의 방식이라고 한다.
크게 보면 이런 느낌이다. 어떻게 돌에 이렇게 정교하고 세세하게 새겨 넣었을까? 경이롭다는 생각만 든다.
전시실 중간에 쉬어갈 겸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존이 있더라. 보통 미디어월(?)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봐온 내용들을 요약해서 복습시켜 주는 기분이었다.
저 이런 영상 좋아하는데요. 이런 영상은 제작에 얼마나 들까?
두 번째 의문은 이 전시와 영상은 미국에서 한 걸 그대로 따온 것인가. 아니면 우리 국중박에 맞추어 직접 다시 기획한 것인가. 어느 게 정답이든 학예사는 멋있는 직업이다.
자 이제 마지막 파트, 석가모니의 인생 서사 그 자체를 조명하는 공간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고...로만 알던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던 파트였다. (모태 불교지만 불교 몰라요) 스투파에는 사실 석가모니 말고 다른 이야기들도 자주 나온다고. (이리 보니 인도판 그리스로마신화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주로 교훈을 주는 이야기나 석가모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특히 남인도에서 사랑받은 이야기는 만다타왕에 대한 내용! 아래 조각 오른쪽에서 3번째 동그라미 안의 내용인데, 만다타왕은 욕심이 많아 하늘까지 다스리고 싶어 했다고. 아마 과욕으로 인해 벌 받은 이야기인가 보다.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자.
이번 파트에서는 이렇게 조각들을 이미지화해서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더라. 이건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이다. 11시 방향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보면 된다. 전생에 움직이지 않는 왕자로 태어났다가, 버려지고, 땅에 묻히려던 순간 일어나 움직이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가 한 원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하나에 담기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옛 인도인들은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에 익숙했던 것 같다고 전시 안내문구가 그랬다.
이건 말 타고 출가하는 석가모니의 모습인데, 이거 보다가 또 감탄했다.
보이시나요 말 타고 이동하는 걸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래서 석가모니만 원에서 원으로 이동한다... 상징으로만 표현하던 인도인들의 아이디어까지 차용해 왔어... 배운 변태의 기획력...!
그리고 전시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불상들을 보여주더라. 익숙한 모습들이라 반가웠다. 스투파 조각에서 사용되던 돌과 비슷한 돌로 만들어진 불상. 보통 체격에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인데, 이게 남인도 불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이 불상은 5세기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재 영국박물관의 소장품.
정말 내가 봐왔던 다른 불상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하다.
이 불상도 동일하게 5세기 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졌고, 인도의 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이라는 곳의 소장품이다. 표정이 더 온화해지셨어.
전시의 마지막에 써져 있던 문구
사타바하나의 왕이 안내했던 스투파의 숲 여행은 여기에서 마무리됩니다.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신나게 즐기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남인도에 펼쳐질 또 다른 스투파의 숲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번 여행은 성공입니다.
사실 한국인이라 불교문화가 익숙하다. 하지만 각 잡고 공부하거나 배웠던 적은 없기에 알음알음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이렇게 큰 흐름으로 한 번에 살펴보니 너무 재밌고 유익했던 전시였다. 누군가 용산에서 뭐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그런 전시였다.
그럼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은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러 오신 석가모니의 모습으로 마무리~!
오래간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봤다. 바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순신>! 좋아하는 소리꾼 이자람 선생님이 공동극작, 작창을 하고 무인 역을 맡았다고 해 바로 예매를 갈겼다. 상반기에 맞는 일정이 없어 오셀로 못 봐서 얼매나 슬펐게요ㅠㅠ 이번에는 다행히도 금요일에 일찍 끝나는 날이 이틀이나 있어 무려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둘이 자막인건 너무 슬퍼요. 이 포스팅을 적고 있는 처음 적기 시작한(11.26)에 마지막 공연까지 끝나버렸습니다. 이미 끝나버린 공연이지만 다음에 하면 또 보러 가야 하니까 후기를 남겨둔다.
서울예술단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무용, 소리, 뮤지컬까지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어 흥미로웠다. 대학로 덕질 경력이 가득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서울예술단 공연은 원래 이렇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너무 흥미롭고 내 스타일인걸?! 자주 찾아보겠습니다 토월극장… 친하게 지내자^^! <순신>은 소리와 무용 파트가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고, 뮤지컬 파트가 개인 서사를 표현하는 구성이었다. 휘몰아치는 소리와 무용으로 표현한 대첩들 너무 멋지더라. 사실 대첩씬 보려고 두 번이나 봤다. 그리고 뮤지컬은 감정을 끌어내주는 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특히 요새 내가 메말랐는지 아들 면의 러브라인은 조금…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북 보면서 하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걸 알고 보니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작품 제목처럼 뮤지컬도 순신이라는 인물의 서사에 더 집중했다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가족을 잃고, 아끼는 장수들을 잃고, 대의를 위해 백성들을 희생시키며 느낀 죄책감 같은 부분들 위주로...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무용은 진짜 너무 신기하고 감탄했다. 사실 처음 극 봤을 때 너무 앞자리라 무인 위주로 가까이서 보느라… 무용과 무대 효과를 복합적으로 보기 어려웠다.그래서 두 번째 관람할 때는 조금 더 뒷 열의 중앙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무대가 미쳤어요.무인과 순신이 겹쳐 보일 때 희열 도랐음 너무 멋있어ㅠㅠ 순신 역을 맡은 형남희 단원님 처음 봤는데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솜털일 수가 있는 거죠? 진짜 몸놀림이 정말 가볍고 유연하고 감탄을 거듭했다.발레와 같은 예술에서 말하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뭔지 이번에 깨달았다. 사람 신체 자체가 가지는 미가 있구나
그리고 1회차 관람부터 눈에 띄던 배우님이 두 분 계셔 인터미션 때 프로그램북 바로 사서 이름을 찾아봤다. 한 분은 중간에 무녀 역할도 하셨던 박소연 배우님이고, 다른 한 분은 순신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꽤나 많았던 장수범 배우님이었다. 티켓부스 왼편에 단원 프로필 카드를 가져갈 수 있게 소개존이 있었다. 거기에는 박소연 배우님 카드만 있는 걸 보니, 장수범 배우님은 서예단 단원은 아니신 것 같았다. 그래서 인스타 찾아서 팔로해둠 다른 공연 하시면 또 보러 갈라고^^7
이게 바로 토월극장 1열의 시야입니다. 스피커 너무 제 앞에 있지만 배우님들 보기엔 최적의 자리라구요.
커튼콜 때 찍은 자람신. 우리 12미니는 가볍기만 하고 이럴 때 도움은 안되긴 한다. 하지만 내 손목이 기록보다 중요해.
얼굴 절반만 흰색 무늬를 그려 넣은 분장하고 노랑 옷을 입으셨는데, 찰떡이었다.
머리 장식까지 완벽... 올해 자람신의 다른 공연은 서편제 밖에 못 가서 아쉽다. 내년 2월까지인 고정스케줄 끝나고 나면... 주말은 많이 비워둬야지
두 번째 관람 때는 핸드폰이 살짝 늦게 켜져서 사진을 많이 안 찍고 그냥 박수만 친 것 같다.
두 번째는 대충 위치 아니까 수범 배우님도 한 장 찍어봤다.
커튼콜 끝나는 중... 내가 국립창극단에 이어 서울예술단까지 찾아봐야 할 줄은 몰랐지...
이건... 회사 퇴근 셔틀이 막혀서 늦을까 봐 전전긍긍했으나... 다행히 제시간에 세이프한 기념으로 남겨둔 사진이다 ㅠㅠㅋㅋ 다시 메가시티 서울로 돌아와야지 주중에는 시공간 제약 때문에 주말에만 봐야 하는 거 너무 서글퍼
공연 시작하길 기다리다 천장을 봤는데 일렁이는 물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너무 예뻤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 보니 별로 안 예뻐 보이네...ㅎ
그리고 설문조사 했는데 당첨되었다. 요새 이런 소소한 이벤트 자주 당첨되는 중이다. 작은 행복쓰~!
2023 미술주간을 맞이해, 미술여행이라는 이름의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해준다고 해서 다녀와봤다.
미술여행은 지역/날짜별로 원하는 일자를 선택해 네이버 예약하는 형태이다. 지역에 따른 일정과 회차는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지역별 코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든 코스가 탐났지만, 내 일정도 제한적인 데다 미술여행 예약이 치열해 겨우 "청담코스" 하나만 건질 수 있었다.
청담코스 시작 하루~이틀 전에 친절한 안내 문자가 왔다.
쾨닉 서울 앞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도슨트님이 미술주간 이름표와
송수신기를 주신다. 준비해온 이어폰을 꽂아서 착용! 원래 프로그램 정원이 15~20명 정도는 오는 것 같은데 이 날은 6~7명 정도만 참석하여 소수 정예로 진행되었다.
쾨닉 서울은 청담동 MCM 건물 5층~루프탑을 사용한다.
특이하게도 MCM 매장을 지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MCM 매장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네이버 예약하고 전시 보러가면 지하에 있는 카페 음료/베이커리도 주는 걸 몰랐다. (알았으면 스벅 안가고 여기서 전시 보고 기다렸을 텐데 아숩ㅠ.ㅠ)
MCM 시그니쳐 가죽으로 만든 가구들을 1층에 전시해놨다. 이것도 전시의 일종이라고 하던데! 아쉽지만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쾨닉 서울에서는 지금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코 이케무라 LEIKO IKEMURA"의 국내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9월 2일~11월 11일까지 진행된다.
회화는 물론 조각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세 개의 개별적인 캔버스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트립틱 형식의 작품 Trilogie a, b, c
나는 중간에 놓인 b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멀리서 보면 사람 같고 가까이서 보면 새 같다. 색감이 화려해 생기 있어 보이면서도 묘하게 슬픈 느낌이 나서 신기했던 작품
유리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violet mountain(2023)
부처님 옆에 고양이인가 했는데 허밍버드라고 하더라. 아 이 전시가 신기한 건... 작품 설명표가 하나도 없었다. 작품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작가가 특별하게 요청하여 배치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손들고 인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Mountain Lake(2010~2011)
오른쪽 산이 표정 같아 확대해서 찍어보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이름의 작품 모로 누워있는 게 마치 슬퍼하는 사람 같다.
표정도 그렇고 뒤에 콘크리트 외벽 때문에 더 슬퍼 보인다.
dude라는 이름의 작품 고래 꼬리 같기도 하고... 포탄이나 화살을 맞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5층에 올라가면 루프탑에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 작품들도 있어서 짧게 구경했다. 날이 너무 좋은데... 곧 가을인데도 너무 덥더라.
작품들이 다양해 보는 맛이 있었다.
도슨트님이 주신 미술주간 기념품 걸어 다닐 일이 많다고 센스 있게 포도당 캔디도 넣어주셨다.
그리고 도슨트님이 고르신 걷기 편하고 언덕배기가 아닌 곳을 지나 송은으로 이동~! 아 참고로 미술여행은 가이드 형태와 도슨트 형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하셨다. 인솔자가 가이드라 주변 지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갤러리는 담당자가 나와 도슨트를 해주시는 케이스와 인솔자가 도슨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도슨트를 맡아주시는 케이스!
이번 청담여행은 송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신 박아름 도슨트님이 인솔자였다. 그래서 송은 건물 자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는데, 송은의 울타리(?)는 나무 질감의 콘크리트다.
그리고 신기한 모양의 가로등이 있다. 가지고 싶게 생겼어 귀여워
계단이 건물 안팎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유리문을 개방하면 또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 된다고 하더라.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파노라마>로 16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은 바깥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홍승혜 작가의 영상 <어떤 파노라마>가 보인다. 여러 도형들이 계속 떠다니면서 합쳐지는데 작가 본인을 비롯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을 재해석해서 도형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
전현선 작가의 그림과 지평선이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비슷한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냈고, 작가의 산책길에서 따온 이미지들도 있다고 하셨다. 신기한 건 이 작품은 입구를 등지고 배치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미리 보지 않도록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거꾸로 배치하신 거라고
해와 달 같아서 귀엽다
류성실 작가의 부캐 체리장 시리즈의 일부... 너무 신기한 작품이라 할 말을 잃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시더랑!
바로 뒤에 만화경의 방이 있다.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이라는 곳의 스툴을 쌓아두었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넘나 기억에 없어요.
포토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이희준 작가의 작품 <The Chambers of Time> 오른쪽 무늬 되게 궁이나 한옥에서 가져온 것처럼 생겼는데 도슨트님 피셜 작가님이 라탄 확대해서 찍으신 거라고
옆으로 가면 저 작품을 오브제로 만든 작품이 있다. <Mining The Chambers of Time>
심래정 작가의 작품들. <바-스 하우스: 팔리박사의 목욕법> 어머니를 병간호하던 작가 개인의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에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샤워기 손잡이는 둥글지만 끄트머리가 뾰족한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비상구 바로 아래에 연구실로 쓰이는 영상을 틀어두었다. 진짜 저 문 너머에 팔리 박사의 실험실이 있을 것만 같아
신기하니까 두 장~!
밖에 누가 있나 살펴보는 게 마치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것 같다.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에는 김인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 철사 조각이 뭘 의미하는 것 같으세요?
전 맞추지 못했는데요. 사람의 옆모습의 외곽선에서 뒷모습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택해 라인을 따서 조각 형태로 만든 거라고 하시더라. 도슨트님의 설명 그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큐티뽀짝한 호랑이가 날 반겨줬다. 도슨트님 설명 안 들리고 계속 귀여워만 연발ㅠㅠㅠ
귀여워서 여러 장.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박그림 작가님의 작품이고. 아마 첫 도자기 작품인 것 같다. 얼마인가요 데려가고 싶어요 집에...
박그림 작가는 불교 탱화를 배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기법 자체는 물론 주제도 불교, 동양적이다. 수행자가 소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불교 설화 심우도에서 착안해 호랑이가 주제인 심호도 연작을 그리셨는데. 소도시 출신이자, 퀴어이자, 비주류 장르인 불교 미술을 한다는 본인 자체를 호랑이에 투영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반짝임과 세밀함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님... 그리고 구도나 그림 자체가 동양화풍인데 엄청 트렌디해서 취향저격 당하고 왔다.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하는데요 그림에 두 가지가 다 있어서 행복합니더...
좋은 건 크게 보자...
이건 작품은 아니고 작품을 만들 때 쓰인 촛불이다.
타들어가는 초의 불꽃을 포착해 낸 김지영 작가의 작품들 <붉은 시간>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개개인의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핫했던 영화 엘리멘탈이 떠올랐다.
은은한 색감이 사진으로는 전혀 담기지 않는다. 꼭 실제로 가서 보는 걸 추천!
진짜 이건 가서 봐야 해...
이런 작품들이 가득한데 심지어 입장료도 안 받는다?! 송은은 천사인가요. 10월 28일까지니까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야지.
작품 이름도 형태도 표현도 너무 다 신기했던 이진주 작가님의 안녕 이라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 손 같이 실핏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압도감을 주었던 저지대라는 작품 사람의 생에서 죽음까지를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캔버스에 담아내셨다고 한다. 그림에 표현된 사물들도 신기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묘한 작품이었는데
각도를 조금만 달리 하면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보면 마치 관 같은 느낌도 있었다.
도슨트가 끝나고 잠시 자유관람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귀여운 호랑이도 조금 더 봐주고...
내려오는 길에 심래정 작가님 작품들도 한 번씩 더 봤다.
팔리 박사의 치료법 중 하나다.
팔리 박사는 이걸로 뭘 한 걸까 붉은 머리라는 작품이다.
짧은 송은 자유관람을 마치고 아줄레주 갤러리 가는 길
9월은 아트씬이 제일 핫한 기간이다.
아줄레주 갤러리에서는 젠더 플루이드이자 트랜스매스큘린인 토니 블루스톤 작가의 <JETLAG>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젠더 플루이드는 성별이 유동적으로 전환되는 젠더퀴어라고 한다. 젠더 정체성이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여러 젠더들을 오가는 경우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트랜스매스큘린은 젠더가 남성에 조금 더 가까운 상태인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토니 블루스톤 작가는 태어나기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본인이 남성에 가깝다고 느꼈고, 하지만 아직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하나로 확립하지는 않은 상태? 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전시의 제목이 JETLAG, 시차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다. 홈리스로 보이는 남자가 끌고 가는 카트에 숨어 있는 칼 든 살인마라거나... 저 살인마 근데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티셔츠의 문구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두 가지 바다를 보여 주고 있어 더 신기한 작품
갤러리에서 오른쪽의 작품을 벽에 큰 크기로 다시 붙여두셨다.
전시 포스터이기도 한 작품 패키지. 거품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뽁뽁이다. 앞서 말했듯 작가는 본인의 젠더를 남성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그래서 그림에서 가슴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익숙한 포스터가 그려진 작품 이외에도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 놓은 공간도 있었다. 특히 작가의 그림이 이불에 프린팅 되어 있었는데 그건 너무 신선하고 독특했다.
갈수록 지쳐서 기력이 쇠했지만 행복했던 2시간의 미술 여행이었다. 특히 박아름 도슨트님이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애정 넘치게 작품과 작가들을 설명해 주셔서 더 좋았다. 마지막에 근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갤러리 추천까지 bb 내년에도 한다면 더 다양한 미술여행에 참여해 봐야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후기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 그리고 이번 전시는 1층에서 진행 중입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이번에는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을 소개할 시간이다. 3부는 미술관을 가장 멀리서 보기를 제안한다. 관객의 시선, 인공위성의 시선 등 다양한 경험의 교차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다음은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빈 공간에 놓인,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의 마지막 작품.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이다.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보이는 네모난 공간이 하나, 계단 앞의 제단 느낌의 낮은 계단이 하나, 계단 끝의 영상이 하나.
아래는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천왕문>이다. 상당히 심오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마주 보고 있는 영상으로 계속해서 보여준다.
크게 보기.
맞은 편의 영상보기. 영상이 계속해서 변해서 양쪽을 번갈아 보느라 바빠지더라. 그래서 전시 다 보고 다시 돌아와서 넋 놓고 다시 보기를 오히려 추천한다. 사실 영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영상으로 찍어 두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이 작품들의 총제였다.
영상 찍다가 마음에 들어서 캡쳐해두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뱉으라"였나? 여기 쓰인 글들을 모아서 한 번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다시 돌아와 3부의 진짜 시작. 백종관 작가의 <섬야연광>. 미술관은 정지해 있지만, 사실 미술관은 관객의 시선과 호흡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영상을 보러 가기 위해, 설치된 가벽 사이를 거닐면서 가벽에 뚫린 공간을 통해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상을 내 걸음에 따라 또 조각조각 다르게 보게 되어 색다른 작품이었다.
이렇게 중첩된 가벽 사이를 계속해서 걷게 된다. 그 끝에 벽을 꽉 채운 영상을 계속 틀어 놨다. 프레임 속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 한 번 더 찍어봤다.
벽에는 영상과 관련된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적힌 공문들이 프린트 되어 있다. 결재라인 도장이 우리 회사랑 너무 비슷해서 한 장 남겨봤다. 별 이유는 없음ㅋㅋ
설치 과정 같은 걸 담아낸 사진도 있고.
가벽을 모두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공간. 2개로 나뉜 영상이 끊임없이 플레이된다.
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시선들을 표현해낸걸까?
이건 뭐더라...? 너무 오래전에 다녀왔더니 기억이 흐릿해요. 알려주실 분...?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 쇠구슬을 정해진 경로에 따라 흘려보내고, 다시 끌어올려 계속 순환하게 만든 장치인 마블 머신을 활용한 작품이다.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국현미 과천관의 주요 건축 요소들을 표현해 낸 머신 위를 색색의 구슬들이 돌아다닌다. 구슬들은 종종 분기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되는데, 미술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 번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저기 이게 뭘 의미한다고 적어줘서 바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3층으로 이루어진 게 딱 봐도 전시실들인가?! 사실 구조물에 그림자가 남는 게 좋아서 찍었던 장면.
도로록 굴러가는 구슬을 보고 있으면 신기함 그 잡채...
빙글빙글 계속 돌다가 똑 떨어진다. 구슬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떨어질 때 경쾌한 소리가 나서 더 즐거워지는 작품이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신기하고 대단했던 작품...
신기해서 계속 찍으면서 봤읍니다. 작가님이 스튜디오 히치의 대표 건축가라고 하시던데. 스튜디오 히치... 기억해 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구슬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점이 좋았다. 마치 전시 관람의 재미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많은 이들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작품 뒤로는 직접 나만의 리추얼 머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을 전시인 것 같다.
구성을 보여줘서 애기들이 보고 뭘 만들까?! 를 고민하게 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다음은 추미림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한 공간.
첫 시작은 <횃불과 경사로>. 위성으로 내려다본 과천의 모습을 평면에 귀엽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중간중간 위에서 내려다본듯한 영상을 틀어주어 이게 과천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니었음 게임 지도 같구 귀엽네~ 했을지도.
디지털 사이의 푸릇푸릇함 귀엽지 않나요?
재밌겠다고 느껴져 계속 찍음... 15점의 평면 작업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님 만드시느라 꽤 고생하셨겠는데.
공중에 걸린 이 아이들은 <열매와 시냇물>이라는 작품들이다. 위성 지도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도형화하고, 종이를 겹쳐 쌓은 미세한 블록으로 표현해 냈다. 잘 살펴봐야만 드러나는 공간감이 있어 더 흥미로웠고... 사실 그냥 다 너무 큐티뽀짝했다. 추미림 작가님 개인전 하시면 보러 가야지 넘 기여워따😘
이렇게 귀여운 도시 있으면 살고 싶다고요ㅠ
이건 <횃불과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선행한 드로잉 작업들을 모아 놓은 <패스파인더>.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부턴 사람들이 꽤 나오네... 다음은 조규엽 작가의 <바닥 부품>. 미술관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치수를 사물화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르게 디자인해 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은 <바닥 부품>에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거나, <바닥 부품>을 지나쳐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낯선 형태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랄까 갑자기 전시장의 안과 밖을 나누는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달까. 기대서 전시장을 바라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이 JO의 의미는 작가님의 성을 딴 거겠지? 얼핏 보면 작은 미술관 건물들 같기도 하다.
다시 1부에 등장했던 김경태 작가의 작품.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기둥 사진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작가별 인터뷰와 관련 서적들을 볼 수 있던 진짜 마지막 공간.
흥미로운 책이 있으면 읽다가 표지도 찍어 보고...
이건 참여형 전시를 위해 놓여 있던 미니 카드. 작가들이 전시장을 해석해 달아 놓은 주석을 볼 수 있다. 아가들과 함께 들고 다니면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전시장 마지막이 아니라 초입에 두어도 좋을 듯?
이렇게 전시 작품들을 해석할 때 유용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중구난방 전시 관람 후기 끝! 갈수록 코멘트가 짧아지는 건 기분 탓입니다. 나오는 길에 운이 아주 좋게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다다익선>이 켜져 있었다.
<다다익선>은 목금토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켜지는 작품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구경하세요.
작품 끄트머리에 원형 돔 천장이 있다. 이번 젊은 모색 전시에 천장 문구와 관련된 작품도 있으니, 들어가는 길이나 나오는 길에 천장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