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봤다. 바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순신>! 좋아하는 소리꾼 이자람 선생님이 공동극작, 작창을 하고 무인 역을 맡았다고 해 바로 예매를 갈겼다. 상반기에 맞는 일정이 없어 오셀로 못 봐서 얼매나 슬펐게요ㅠㅠ 이번에는 다행히도 금요일에 일찍 끝나는 날이 이틀이나 있어 무려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둘이 자막인건 너무 슬퍼요. 이 포스팅을 적고 있는 처음 적기 시작한(11.26)에 마지막 공연까지 끝나버렸습니다. 이미 끝나버린 공연이지만 다음에 하면 또 보러 가야 하니까 후기를 남겨둔다.
서울예술단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무용, 소리, 뮤지컬까지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어 흥미로웠다. 대학로 덕질 경력이 가득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서울예술단 공연은 원래 이렇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너무 흥미롭고 내 스타일인걸?! 자주 찾아보겠습니다 토월극장… 친하게 지내자^^! <순신>은 소리와 무용 파트가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고, 뮤지컬 파트가 개인 서사를 표현하는 구성이었다. 휘몰아치는 소리와 무용으로 표현한 대첩들 너무 멋지더라. 사실 대첩씬 보려고 두 번이나 봤다. 그리고 뮤지컬은 감정을 끌어내주는 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특히 요새 내가 메말랐는지 아들 면의 러브라인은 조금…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북 보면서 하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걸 알고 보니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작품 제목처럼 뮤지컬도 순신이라는 인물의 서사에 더 집중했다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가족을 잃고, 아끼는 장수들을 잃고, 대의를 위해 백성들을 희생시키며 느낀 죄책감 같은 부분들 위주로...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무용은 진짜 너무 신기하고 감탄했다. 사실 처음 극 봤을 때 너무 앞자리라 무인 위주로 가까이서 보느라… 무용과 무대 효과를 복합적으로 보기 어려웠다.그래서 두 번째 관람할 때는 조금 더 뒷 열의 중앙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무대가 미쳤어요.무인과 순신이 겹쳐 보일 때 희열 도랐음 너무 멋있어ㅠㅠ 순신 역을 맡은 형남희 단원님 처음 봤는데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솜털일 수가 있는 거죠? 진짜 몸놀림이 정말 가볍고 유연하고 감탄을 거듭했다.발레와 같은 예술에서 말하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뭔지 이번에 깨달았다. 사람 신체 자체가 가지는 미가 있구나
그리고 1회차 관람부터 눈에 띄던 배우님이 두 분 계셔 인터미션 때 프로그램북 바로 사서 이름을 찾아봤다. 한 분은 중간에 무녀 역할도 하셨던 박소연 배우님이고, 다른 한 분은 순신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꽤나 많았던 장수범 배우님이었다. 티켓부스 왼편에 단원 프로필 카드를 가져갈 수 있게 소개존이 있었다. 거기에는 박소연 배우님 카드만 있는 걸 보니, 장수범 배우님은 서예단 단원은 아니신 것 같았다. 그래서 인스타 찾아서 팔로해둠 다른 공연 하시면 또 보러 갈라고^^7
이게 바로 토월극장 1열의 시야입니다. 스피커 너무 제 앞에 있지만 배우님들 보기엔 최적의 자리라구요.
커튼콜 때 찍은 자람신. 우리 12미니는 가볍기만 하고 이럴 때 도움은 안되긴 한다. 하지만 내 손목이 기록보다 중요해.
얼굴 절반만 흰색 무늬를 그려 넣은 분장하고 노랑 옷을 입으셨는데, 찰떡이었다.
머리 장식까지 완벽... 올해 자람신의 다른 공연은 서편제 밖에 못 가서 아쉽다. 내년 2월까지인 고정스케줄 끝나고 나면... 주말은 많이 비워둬야지
두 번째 관람 때는 핸드폰이 살짝 늦게 켜져서 사진을 많이 안 찍고 그냥 박수만 친 것 같다.
두 번째는 대충 위치 아니까 수범 배우님도 한 장 찍어봤다.
커튼콜 끝나는 중... 내가 국립창극단에 이어 서울예술단까지 찾아봐야 할 줄은 몰랐지...
이건... 회사 퇴근 셔틀이 막혀서 늦을까 봐 전전긍긍했으나... 다행히 제시간에 세이프한 기념으로 남겨둔 사진이다 ㅠㅠㅋㅋ 다시 메가시티 서울로 돌아와야지 주중에는 시공간 제약 때문에 주말에만 봐야 하는 거 너무 서글퍼
공연 시작하길 기다리다 천장을 봤는데 일렁이는 물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너무 예뻤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 보니 별로 안 예뻐 보이네...ㅎ
그리고 설문조사 했는데 당첨되었다. 요새 이런 소소한 이벤트 자주 당첨되는 중이다. 작은 행복쓰~!
2023 미술주간을 맞이해, 미술여행이라는 이름의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해준다고 해서 다녀와봤다.
미술여행은 지역/날짜별로 원하는 일자를 선택해 네이버 예약하는 형태이다. 지역에 따른 일정과 회차는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지역별 코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든 코스가 탐났지만, 내 일정도 제한적인 데다 미술여행 예약이 치열해 겨우 "청담코스" 하나만 건질 수 있었다.
청담코스 시작 하루~이틀 전에 친절한 안내 문자가 왔다.
쾨닉 서울 앞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도슨트님이 미술주간 이름표와
송수신기를 주신다. 준비해온 이어폰을 꽂아서 착용! 원래 프로그램 정원이 15~20명 정도는 오는 것 같은데 이 날은 6~7명 정도만 참석하여 소수 정예로 진행되었다.
쾨닉 서울은 청담동 MCM 건물 5층~루프탑을 사용한다.
특이하게도 MCM 매장을 지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MCM 매장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네이버 예약하고 전시 보러가면 지하에 있는 카페 음료/베이커리도 주는 걸 몰랐다. (알았으면 스벅 안가고 여기서 전시 보고 기다렸을 텐데 아숩ㅠ.ㅠ)
MCM 시그니쳐 가죽으로 만든 가구들을 1층에 전시해놨다. 이것도 전시의 일종이라고 하던데! 아쉽지만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쾨닉 서울에서는 지금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코 이케무라 LEIKO IKEMURA"의 국내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9월 2일~11월 11일까지 진행된다.
회화는 물론 조각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세 개의 개별적인 캔버스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트립틱 형식의 작품 Trilogie a, b, c
나는 중간에 놓인 b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멀리서 보면 사람 같고 가까이서 보면 새 같다. 색감이 화려해 생기 있어 보이면서도 묘하게 슬픈 느낌이 나서 신기했던 작품
유리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violet mountain(2023)
부처님 옆에 고양이인가 했는데 허밍버드라고 하더라. 아 이 전시가 신기한 건... 작품 설명표가 하나도 없었다. 작품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작가가 특별하게 요청하여 배치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손들고 인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Mountain Lake(2010~2011)
오른쪽 산이 표정 같아 확대해서 찍어보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이름의 작품 모로 누워있는 게 마치 슬퍼하는 사람 같다.
표정도 그렇고 뒤에 콘크리트 외벽 때문에 더 슬퍼 보인다.
dude라는 이름의 작품 고래 꼬리 같기도 하고... 포탄이나 화살을 맞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5층에 올라가면 루프탑에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 작품들도 있어서 짧게 구경했다. 날이 너무 좋은데... 곧 가을인데도 너무 덥더라.
작품들이 다양해 보는 맛이 있었다.
도슨트님이 주신 미술주간 기념품 걸어 다닐 일이 많다고 센스 있게 포도당 캔디도 넣어주셨다.
그리고 도슨트님이 고르신 걷기 편하고 언덕배기가 아닌 곳을 지나 송은으로 이동~! 아 참고로 미술여행은 가이드 형태와 도슨트 형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하셨다. 인솔자가 가이드라 주변 지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갤러리는 담당자가 나와 도슨트를 해주시는 케이스와 인솔자가 도슨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도슨트를 맡아주시는 케이스!
이번 청담여행은 송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신 박아름 도슨트님이 인솔자였다. 그래서 송은 건물 자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는데, 송은의 울타리(?)는 나무 질감의 콘크리트다.
그리고 신기한 모양의 가로등이 있다. 가지고 싶게 생겼어 귀여워
계단이 건물 안팎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유리문을 개방하면 또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 된다고 하더라.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파노라마>로 16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은 바깥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홍승혜 작가의 영상 <어떤 파노라마>가 보인다. 여러 도형들이 계속 떠다니면서 합쳐지는데 작가 본인을 비롯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을 재해석해서 도형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
전현선 작가의 그림과 지평선이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비슷한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냈고, 작가의 산책길에서 따온 이미지들도 있다고 하셨다. 신기한 건 이 작품은 입구를 등지고 배치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미리 보지 않도록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거꾸로 배치하신 거라고
해와 달 같아서 귀엽다
류성실 작가의 부캐 체리장 시리즈의 일부... 너무 신기한 작품이라 할 말을 잃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시더랑!
바로 뒤에 만화경의 방이 있다.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이라는 곳의 스툴을 쌓아두었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넘나 기억에 없어요.
포토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이희준 작가의 작품 <The Chambers of Time> 오른쪽 무늬 되게 궁이나 한옥에서 가져온 것처럼 생겼는데 도슨트님 피셜 작가님이 라탄 확대해서 찍으신 거라고
옆으로 가면 저 작품을 오브제로 만든 작품이 있다. <Mining The Chambers of Time>
심래정 작가의 작품들. <바-스 하우스: 팔리박사의 목욕법> 어머니를 병간호하던 작가 개인의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에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샤워기 손잡이는 둥글지만 끄트머리가 뾰족한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비상구 바로 아래에 연구실로 쓰이는 영상을 틀어두었다. 진짜 저 문 너머에 팔리 박사의 실험실이 있을 것만 같아
신기하니까 두 장~!
밖에 누가 있나 살펴보는 게 마치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것 같다.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에는 김인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 철사 조각이 뭘 의미하는 것 같으세요?
전 맞추지 못했는데요. 사람의 옆모습의 외곽선에서 뒷모습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택해 라인을 따서 조각 형태로 만든 거라고 하시더라. 도슨트님의 설명 그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큐티뽀짝한 호랑이가 날 반겨줬다. 도슨트님 설명 안 들리고 계속 귀여워만 연발ㅠㅠㅠ
귀여워서 여러 장.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박그림 작가님의 작품이고. 아마 첫 도자기 작품인 것 같다. 얼마인가요 데려가고 싶어요 집에...
박그림 작가는 불교 탱화를 배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기법 자체는 물론 주제도 불교, 동양적이다. 수행자가 소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불교 설화 심우도에서 착안해 호랑이가 주제인 심호도 연작을 그리셨는데. 소도시 출신이자, 퀴어이자, 비주류 장르인 불교 미술을 한다는 본인 자체를 호랑이에 투영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반짝임과 세밀함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님... 그리고 구도나 그림 자체가 동양화풍인데 엄청 트렌디해서 취향저격 당하고 왔다.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하는데요 그림에 두 가지가 다 있어서 행복합니더...
좋은 건 크게 보자...
이건 작품은 아니고 작품을 만들 때 쓰인 촛불이다.
타들어가는 초의 불꽃을 포착해 낸 김지영 작가의 작품들 <붉은 시간>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개개인의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핫했던 영화 엘리멘탈이 떠올랐다.
은은한 색감이 사진으로는 전혀 담기지 않는다. 꼭 실제로 가서 보는 걸 추천!
진짜 이건 가서 봐야 해...
이런 작품들이 가득한데 심지어 입장료도 안 받는다?! 송은은 천사인가요. 10월 28일까지니까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야지.
작품 이름도 형태도 표현도 너무 다 신기했던 이진주 작가님의 안녕 이라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 손 같이 실핏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압도감을 주었던 저지대라는 작품 사람의 생에서 죽음까지를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캔버스에 담아내셨다고 한다. 그림에 표현된 사물들도 신기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묘한 작품이었는데
각도를 조금만 달리 하면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보면 마치 관 같은 느낌도 있었다.
도슨트가 끝나고 잠시 자유관람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귀여운 호랑이도 조금 더 봐주고...
내려오는 길에 심래정 작가님 작품들도 한 번씩 더 봤다.
팔리 박사의 치료법 중 하나다.
팔리 박사는 이걸로 뭘 한 걸까 붉은 머리라는 작품이다.
짧은 송은 자유관람을 마치고 아줄레주 갤러리 가는 길
9월은 아트씬이 제일 핫한 기간이다.
아줄레주 갤러리에서는 젠더 플루이드이자 트랜스매스큘린인 토니 블루스톤 작가의 <JETLAG>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젠더 플루이드는 성별이 유동적으로 전환되는 젠더퀴어라고 한다. 젠더 정체성이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여러 젠더들을 오가는 경우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트랜스매스큘린은 젠더가 남성에 조금 더 가까운 상태인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토니 블루스톤 작가는 태어나기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본인이 남성에 가깝다고 느꼈고, 하지만 아직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하나로 확립하지는 않은 상태? 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전시의 제목이 JETLAG, 시차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다. 홈리스로 보이는 남자가 끌고 가는 카트에 숨어 있는 칼 든 살인마라거나... 저 살인마 근데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티셔츠의 문구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두 가지 바다를 보여 주고 있어 더 신기한 작품
갤러리에서 오른쪽의 작품을 벽에 큰 크기로 다시 붙여두셨다.
전시 포스터이기도 한 작품 패키지. 거품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뽁뽁이다. 앞서 말했듯 작가는 본인의 젠더를 남성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그래서 그림에서 가슴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익숙한 포스터가 그려진 작품 이외에도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 놓은 공간도 있었다. 특히 작가의 그림이 이불에 프린팅 되어 있었는데 그건 너무 신선하고 독특했다.
갈수록 지쳐서 기력이 쇠했지만 행복했던 2시간의 미술 여행이었다. 특히 박아름 도슨트님이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애정 넘치게 작품과 작가들을 설명해 주셔서 더 좋았다. 마지막에 근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갤러리 추천까지 bb 내년에도 한다면 더 다양한 미술여행에 참여해 봐야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후기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 그리고 이번 전시는 1층에서 진행 중입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이번에는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을 소개할 시간이다. 3부는 미술관을 가장 멀리서 보기를 제안한다. 관객의 시선, 인공위성의 시선 등 다양한 경험의 교차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다음은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빈 공간에 놓인,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의 마지막 작품.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이다.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보이는 네모난 공간이 하나, 계단 앞의 제단 느낌의 낮은 계단이 하나, 계단 끝의 영상이 하나.
아래는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천왕문>이다. 상당히 심오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마주 보고 있는 영상으로 계속해서 보여준다.
크게 보기.
맞은 편의 영상보기. 영상이 계속해서 변해서 양쪽을 번갈아 보느라 바빠지더라. 그래서 전시 다 보고 다시 돌아와서 넋 놓고 다시 보기를 오히려 추천한다. 사실 영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영상으로 찍어 두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이 작품들의 총제였다.
영상 찍다가 마음에 들어서 캡쳐해두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뱉으라"였나? 여기 쓰인 글들을 모아서 한 번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다시 돌아와 3부의 진짜 시작. 백종관 작가의 <섬야연광>. 미술관은 정지해 있지만, 사실 미술관은 관객의 시선과 호흡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영상을 보러 가기 위해, 설치된 가벽 사이를 거닐면서 가벽에 뚫린 공간을 통해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상을 내 걸음에 따라 또 조각조각 다르게 보게 되어 색다른 작품이었다.
이렇게 중첩된 가벽 사이를 계속해서 걷게 된다. 그 끝에 벽을 꽉 채운 영상을 계속 틀어 놨다. 프레임 속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 한 번 더 찍어봤다.
벽에는 영상과 관련된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적힌 공문들이 프린트 되어 있다. 결재라인 도장이 우리 회사랑 너무 비슷해서 한 장 남겨봤다. 별 이유는 없음ㅋㅋ
설치 과정 같은 걸 담아낸 사진도 있고.
가벽을 모두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공간. 2개로 나뉜 영상이 끊임없이 플레이된다.
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시선들을 표현해낸걸까?
이건 뭐더라...? 너무 오래전에 다녀왔더니 기억이 흐릿해요. 알려주실 분...?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 쇠구슬을 정해진 경로에 따라 흘려보내고, 다시 끌어올려 계속 순환하게 만든 장치인 마블 머신을 활용한 작품이다.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국현미 과천관의 주요 건축 요소들을 표현해 낸 머신 위를 색색의 구슬들이 돌아다닌다. 구슬들은 종종 분기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되는데, 미술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 번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저기 이게 뭘 의미한다고 적어줘서 바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3층으로 이루어진 게 딱 봐도 전시실들인가?! 사실 구조물에 그림자가 남는 게 좋아서 찍었던 장면.
도로록 굴러가는 구슬을 보고 있으면 신기함 그 잡채...
빙글빙글 계속 돌다가 똑 떨어진다. 구슬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떨어질 때 경쾌한 소리가 나서 더 즐거워지는 작품이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신기하고 대단했던 작품...
신기해서 계속 찍으면서 봤읍니다. 작가님이 스튜디오 히치의 대표 건축가라고 하시던데. 스튜디오 히치... 기억해 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구슬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점이 좋았다. 마치 전시 관람의 재미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많은 이들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작품 뒤로는 직접 나만의 리추얼 머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을 전시인 것 같다.
구성을 보여줘서 애기들이 보고 뭘 만들까?! 를 고민하게 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다음은 추미림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한 공간.
첫 시작은 <횃불과 경사로>. 위성으로 내려다본 과천의 모습을 평면에 귀엽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중간중간 위에서 내려다본듯한 영상을 틀어주어 이게 과천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니었음 게임 지도 같구 귀엽네~ 했을지도.
디지털 사이의 푸릇푸릇함 귀엽지 않나요?
재밌겠다고 느껴져 계속 찍음... 15점의 평면 작업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님 만드시느라 꽤 고생하셨겠는데.
공중에 걸린 이 아이들은 <열매와 시냇물>이라는 작품들이다. 위성 지도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도형화하고, 종이를 겹쳐 쌓은 미세한 블록으로 표현해 냈다. 잘 살펴봐야만 드러나는 공간감이 있어 더 흥미로웠고... 사실 그냥 다 너무 큐티뽀짝했다. 추미림 작가님 개인전 하시면 보러 가야지 넘 기여워따😘
이렇게 귀여운 도시 있으면 살고 싶다고요ㅠ
이건 <횃불과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선행한 드로잉 작업들을 모아 놓은 <패스파인더>.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부턴 사람들이 꽤 나오네... 다음은 조규엽 작가의 <바닥 부품>. 미술관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치수를 사물화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르게 디자인해 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은 <바닥 부품>에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거나, <바닥 부품>을 지나쳐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낯선 형태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랄까 갑자기 전시장의 안과 밖을 나누는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달까. 기대서 전시장을 바라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이 JO의 의미는 작가님의 성을 딴 거겠지? 얼핏 보면 작은 미술관 건물들 같기도 하다.
다시 1부에 등장했던 김경태 작가의 작품.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기둥 사진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작가별 인터뷰와 관련 서적들을 볼 수 있던 진짜 마지막 공간.
흥미로운 책이 있으면 읽다가 표지도 찍어 보고...
이건 참여형 전시를 위해 놓여 있던 미니 카드. 작가들이 전시장을 해석해 달아 놓은 주석을 볼 수 있다. 아가들과 함께 들고 다니면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전시장 마지막이 아니라 초입에 두어도 좋을 듯?
이렇게 전시 작품들을 해석할 때 유용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중구난방 전시 관람 후기 끝! 갈수록 코멘트가 짧아지는 건 기분 탓입니다. 나오는 길에 운이 아주 좋게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다다익선>이 켜져 있었다.
<다다익선>은 목금토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켜지는 작품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구경하세요.
작품 끄트머리에 원형 돔 천장이 있다. 이번 젊은 모색 전시에 천장 문구와 관련된 작품도 있으니, 들어가는 길이나 나오는 길에 천장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블로그 순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포스팅 시작^^ 오늘은 4월 말 거의 오픈하자마자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그럼 몇 년이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미술관 걸어 가는 길~ 비행기와 비행운까지 하늘이 너무 예쁘길래 남겨봤다. 국현미 과천관은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와 붙어 있어날이 좋으면 차가 막혀 미술관 셔틀버스가 자주 중단된다. 대체재로 코끼리 열차와 택시가 있지만, 뚜벅이는 오늘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갑니다^^!
날씨 넘 좋지 않나요? 봄~초여름 주말 나들이로 국현미 과천관 추천드립니다. 걸어오면서 호수도 보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미술관 초입 벽에 걸려 있는 현재 진행중인 전시 현수막들. 문득 저 현수막들은 전시 끝나면 폐기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요새 폐현수막으로 가방 등 패션 아이템 많이 만들던데. 국현미에서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이벤트로 뿌리면 의미가 깊지 않을까? 이미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이에요. 요즘 사설 전시들이 얼리버드로 예매해야 7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의 가격대인걸 감안하면... 국현미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표 값도 많이 올라 또이또이하다. 점점 주말에 가볍게 문화생활 즐기기가 쉽지 않다. 무료 전시도 많고, 유료 전시 관람료도 저렴한 국현미 오래오래 함께 해요 😘
1층에 서 계신 직원분께 티켓을 보여드리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주신다.<젊은 모색 2023>은 1층에서 진행 중이다.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자. 가는 길에 중앙홀 들어가기 전에 카페테리아 방면으로 화장실 있다! 필요하면 화장실 들렀다가 전시 보러 가면 되는 최고의 동선!
이런 사진은 대체 왜 찍은 걸까 과거의 나야...? 암튼 내가 젊은 모색 보러 간다는 걸 남기고 싶었나 보다 ㅋㅋ
요새는 들어가기 전에 QR코드를 찍게 되어 있더라. 신기. 찍고 나면 전시 시작을 알리는 포토월(?)이 있다.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매일 오후 2시에 이 포토월 앞에서 도슨트 투어가 시작된다.기회가 된다면 오후 2시에 도슨트 선생님을 찾아보세요!
아까 <젊은 모색>이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젊은' 작가만큼이나 '모색'에도 집중을 해보았다고 하더라. 이번 전시 주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다. 전시를 하는 공간이자 제도인 미술관 자체를 주제로 하다니 일단 색다르다. 그간 전시를 빛내주는 배경 공간에 지나지 않았던 미술관을 사유하고 탐색하며,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 이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눠 세부 섹션을 꾸며 놓아 정말로 미술관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는 '들어가며 & 나가며'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는 전시의 무대이자 모색의 대상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래 8분짜리 영상이 그 시작이다.
8분짜리 영상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시인들이 텍스트로 표현한 미술관에 대한 내용 세 점이 놓여 있다. 박세미, 김리윤, 임유영 시인들의 시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미술관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안내 책자가 설명해 줬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는 1부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미술관의"공간에 대한 주석".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기둥, 바닥, 축대 등 미술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여주고 새롭게 해석한다. 아래 작품은 건축가인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 시리즈. 이 작품들은 이번 전시가 전시장 안의 기둥들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라는 기획 의도에 주목해 만들었다고 한다. <확장>, <변화>, <해체> 3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마지막 작품인 <해체>. 기둥을 거울로 덮어 콘크리트 기둥이라는 형태를 숨겨버렸다.
거울로 전시장을 조각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전시장과 관객들을 정말로 해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마음에 들었다.
사진 순서가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두 번째 작품인 <변화>이다. 천장을 떠받친다는 기둥의 보편적인 형태와 기능은 유지하고, 기둥의 재료만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바꾼 작품이다.
순서상 첫 번째지만 왜인지 마지막이 되어 버린 <확장>. 중요한 건축 요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해, 기둥의 형태와 공간을 확장한 작품이다.
재질도 여러 개로 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 것 같기도 하고,
다음은 이다미 작가의 <드랙 뮤지엄>. 이다미 작가는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를 운영하며, 국립여성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창원시립미술관, 416생명안전공원 등 비제도권에 가까운 주제를 전시하는 곳들의 현상설계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 공간들을 설계하면서 떠오른 미술관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에서 출발한 게 이번 작품 <드랙 뮤지엄>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예술의 대표 공간에 종이와 천, 플라스틱 같은 소재들을 더해 유연하고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작품 설명이 그랬다. 딱딱한 기둥에 천을 입혀 미술관의 형태를 더하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창문처럼 표현했다. 마치 미술관 안을 엿보는듯한 느낌을 주더라. 그 안에 솜뭉치로 표현된 미술관 인형과 실제 미술관의 사진을 더했다. 이렇게 보니 미술관 건물이 더 딱딱해 보이더라.
요즘 말로 살짝 킹받는 표정을 한 미술관 모양의 솜뭉치 인형.
그리고 이다미 작가가 설계한 기존 미술관/박물관들과 연관이 깊다는 이미지와 구조물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바퀴 받침대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시각을 달리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미술관은 유동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작품 감상과 포스팅 시점에 간극이 있어 약간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가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저 현수막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황동욱 작가의 <물체/공간>. 원형의 구조물과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천관 원형홀을 비추고 사라지는 자연광 현상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빛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빛의 궤적은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현미 과천관 원형홀을 계속 관찰하고 정보를 채집해 동일하게 표현해 낸 거라고 하더라.
신기해서 계속 찍었다.
사실 1부에 <미술관 조각 모음>이라는 독특한 작품이 더 있는데... 왜인지 사진이 1장도 없다. 찍었던 기억은 있는데 왜 갤러리에 남아 있지는 않은 거 같지?!
각설하고 여기부터는 2부, "전시에 대한 주석"이다. 전시가 자신이 담고 있는 작가와 작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다. 2부의 작가들은 미술관 아카이브를 분석해 미술관과 관객을 연결하는 전시의 형식을 다시 보게 한다. 내가 본 2부의 첫 작품은 정현 작가의 <명명된 시점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도면을 비롯해 과거 전시의 평면도와 투시도를 재해석, 제작해 액자에 담아 허공에 매달았다. 24개의 액자 앞뒤로 걸린 48장의 이미지와 함께 전시장을 같이 보인다. 특수 제작한 양면 액자 덕분이라고. 액자들 사이를 떠돌다 보면 내가 가상의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동신 작가의 <지도>와 <부조>. 이 작업들은 과거 과천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전시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사진상 앞에 놓인 작품 <지도>에는 1부터 200까지 검정 또는 투명으로 된 아크릴 박스가 있는데, 투명 아크릴이 자료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장소에 쌓인 기억을 독특한 방법으로 시각화해냈다. 뒤에 놓인 작품 <부조>는 자료가 남아 있는 36개 전시의 도면에 담긴 내용들을 재해석해 콘크리트로 만들어본 것이라고 한다. 도슨트 선생님이 분명 부연 설명을 더 해주셨는데 기억 안나^_ㅠ (바보인가)
<부조> 뒤로 지는 그림자가 인상 깊어 남긴 사진. 미술관의 굳건한 기둥들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기둥 사이로 바라본 미술관의 모습. 상당히 묘하게 사선으로 나왔네...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인 오혜진 작가의 <미술관 읽기>. 대체로 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시 정보를 담는 포스터, 리플렛, 티켓 등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는다.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전시 관람을 위한 기초 정보를 얻는 매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이 자체가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해 전시장에 노출되는 시공간 정보들을 새롭게 구성해 <미술관 읽기>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총 4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 보고 있는 건 <전시 기간>과 <관람 시간>이다. 그간의 포스터, 리플렛 등에 담겨 있던 이미지들을 따와, 또 다른 포스터처럼 보이게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미술관 읽기> 시리즈 중 하나인 <찾아오시는 길>. 이번 전시관에서 제일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오는 다양한 루트를 a, b, c로 구분하고, 이를 시각화했다. 내가 게시글 초반에 소개한 것처럼, 셔틀버스, 코끼리 열차, 걷기 세 가지 루트가 있다.
비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으로 그림자 지는 게 마음에 들어서 한 컷 더 남겨봤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점은 3가지 루트로 미술관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소리로도 표현했다는 점이다. 진짜 내가 미술관에 올 때 듣는 소리들 그 자체라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제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미술관 읽기> 시리즈의 4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미지 목록>이다. 그간 과천관에서 열린 포스터들을 조각내 한 화면에 담아냈다. 왼쪽에 연도가 적혀 있어 미술관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정말 많고 다양한 전시가 열렸구나 싶기도 하고, 최상단에서 내가 방문한 전시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 공간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국현미...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하기로~!
근 삼개월 전에 다녀온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로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다. 괜찮은 전시라 한번쯤 다녀오길 추천한다. 나도 기회 되면 또 보러 갈 생각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1부 전시실에서 나와 2부 전시실 가는 길목에 유리창 밖으로 조형물이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쿠베르탱(Coubertin)>, 2004년 작이다. 소마미술관 홈페이지 검색하다 보니 수장고에 미니 쿠베르탱도 있다는데 엄청 귀엽다.
각설하고2부는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벌써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을 거쳐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분단선을 넘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 이른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로 통용되는 이산의 미술사가 탄생했다고 한다.2부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한동안은 반공, 멸공 사상이 세상을 지배해서 이들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었다.
2부 전시실 초입의 소주제 설명.
첫 작품은 배운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작. 배운성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그는 주인 백인기의 눈에 들어, 같은 또래인 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말동무 겸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에서는 진로를 바꿔 화가가 되었다. 1925년 베를린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며 한국미술의 유럽 유학생 1호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은 어느 살롱을 배경으로 박수무당 차림의 작가를 상당히 크게 표현한 그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표정도 독특하긴 했지만. 그의 차림새와 뒷배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와닿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변월룡 작가의 <6.25전쟁의 비극>, 1962년 작과 <분노하는 인민>, 1961년 작이다.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왼쪽)과 귀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오른쪽) 듯한 느낌이어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전시 기획할 때 의도하신 포인트겠지? 특히 오른쪽 작품은 아이를 업은 여자의 얼굴이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것도 변월룡의 작품이다. 팸플릿 기준 <풍경>, 인터넷 검색 시 <평양의 누각>, 아무튼 1954년 작. 접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 작가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자. 변월룡 작가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고려인이다. 1953년 북한으로 파견 명령을 받고, 평양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 미술계를 복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와, 공산주의 혁명,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세히 보면 인민군 복장을 하신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작품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은 대동강이겠지? 대동강 궁금하다. 한강 같이 폭이 넓고 웅장한 느낌일까? 그보다는 조금 더 작고 큐티할까?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이제 한강뷰 아파트에 이어 대동강뷰 아파트가 비싸질 수도 있겠지? ㅋㅋ
그림 귀퉁이에 보면 누각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난해함을 추가해 준 이 작품은 황용엽 작가의 <인간>, 1982년 작. 황용엽 작가가 주로 표현했던 '인간'은 그가 살면서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간> 연작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해서 인간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도 다 제목이 <인간>이다. 아마 이게 인간 시리즈의 연작이겠구나.
어둡고 지친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도 파랑과 초록빛을 주로 써서 더 그래 보인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라 찍어 왔다.
황용엽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쾌대 작가의 <드로잉 (가족)>, 1947년 작을 만날 수 있다.
아가들에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자세히 보니 아빠, 엄마도 적어 놓은 거 귀여워!!
뭐라고 적으신 걸까. 우리 집안 식구 일재히 이__서 기념 촬영을 하다. ___가 뭐지? 기념 촬영을 했다는 건 사진도 남기고 드로잉도 남겼다는 걸까?
전시실들 넘어가는 사이에 작가연표가 있더라. 소마미술관은 이 표를 자료로 제공해 달라. 진짜 공부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문의나 넣어볼까?
너무 재미있던 전시라...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둔 탓에 작성하다 내가 지친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더...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하러 돌아왔다. 그간 너무 바빴어서(핑계) 사진만 올려놓고 글은 하나도 적지 않았었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소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당연함. 4월 중순에 다녀온 전시를 7월 중순에서야 포스팅하니까...)
아무튼 각설하고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던 4월의 어느 날, 얼리버드 티켓 2장이 있으니 미술관에 가자고 친구를 꼬드겨 다녀왔다. 열심히 감상해야 하니까 밥이랑 디저트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출발! 몽촌토성역이나 한성백제역에서 나와서 소마미술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여기가 입구임을 알리는 포토월이 등장한다.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구나. 괜찮은 전시라 기회되면 또 보러 가야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특이했던 점은 전시가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는데, 작가들의 그림을 섞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보여주니까 오히려 집중되고 좋더라.
1부는 향토적 소재와 화풍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우리 땅, 민족의 노래>이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그리고 박생광의 인물화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전시 소개글에는 이들의 작품이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그 시대의 공기, 시간을 압축한 민족의 노래라고 표현했다.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던지라 더 와닿았다.
장욱진의 <새>, 1979년 작. 새를 좋아해 까치와 참새를 많이 그리던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의 새는 까치인걸까? 참새이기엔 많이 큰데... 돌산? 산봉우리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양 옆으로 해와 달이 떠 있고, 기와집과 초가집이 보이는 듯하다. 얼핏 보면 신선이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있다. 근데 자세히 보면 형태가 뭉개져서 그런 거 같긴 한데, 사람 표정이 상당히 어둡다. 그래서 그냥 세상살이에 고민 많은 평범한 사람을 표현한 건가? 싶기도 하다. 푸른 새가 인상 깊어서 남겨두었던 그림.
장욱진의 <동학사 가는 길>, 1977년 작. 마치 스케치북에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새, 나무 등 자연을 좋아했다던 작가만의 순수함이 드러난듯한 그림이다. 근데 대단하신 게 그냥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슥슥 그린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뒷 배경이 뭘 표현했는지 바로 와닿는다. 이건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양주에 미술관이 있구나... 나중에 가봐야지!
박수근의 <골목 안>, 1950년대. 거친 겨울 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업은 소녀>라는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만 한 작품도 있었는데, 그만의 인물 표현 방식이 뭔지 바로 알겠더라. 약간 교과서에서 실려 있는 한국 문학작품의 주인공 재질. 매번 전시회 리뷰 남길 때마다 내 빈약한 표현력에 내가 놀란다.
표현방식이 좋아서 찍어온 그림인데. 이인성 작가의 <해변>, 1940년대 초반 작.
자연 풍경만으로도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인상깊어 찍어 왔다. 군데군데 작가들이 했던 말을 보여주더라. 사실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그림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니 작가에 대해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건 또 누구 작품이지 아시는 분 댓글좀요ㅠㅠ 도록을 사 왔어야 하나 구글 이미지 검색 돌려도 안 나온다...
물감에 물을 많이 섞어 흐릿하게 표현하니 메마른 겨울 느낌이 정말 물씬 나더라. 오묘한 색으로 옅게 칠한 하늘과 구름도 너무 이뻐... 색들이 중첩되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인데... 누가 그렸는지조차 모르구요. 근데 아무리 봐도 화풍이 이인성 작가 작품 맞는 거 같은데...?!
1부는 전시실 2개를 나눠 쓰고 있다. 1부의 메인에 가까운 이중섭 작가 작품 보러 가실게요~ 전시실 벽도 새빨갛게 칠해서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독특한 표구까지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이중섭의 <황소>, 이것만으로도 벌써 티켓 값했다.
이중섭 작가 그림에서 이런 색감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해서 찍었던 작품이다. 이중섭의 <물고기와 나뭇잎>, 1954년 작. 개인소장이다. 얼핏 보면 자연과의 조화인데... 뒷 배경이 너무 붉어서 그런가 물고기 안고 있는 사람이 월척을 잡아 기쁜 표정 같아 보여;;;
그래 보이지 않나요? 오른쪽 사람은 놓쳐서 좌절하는 중인거지... (헛소리)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그림이다. 옆에는 일본어로 적은 편지 내용이 있다. 일본어 몰라서 당황했는데 번역본이 있더라. 다행. 기억으론 내용에 맞게, 편지 귀퉁이를 꾸며두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안타깝고 슬퍼지는 편지였다.
초기 작품인 걸까? 다소 투박하고 더 거칠어 보이는 황소. 외국 뮤직비디오 통해 알게 된 볼리비아 설화(?)의 악마랑 되게 닮았다. 그래서 찍어옴!
박생광의 <토기>, 연도미상. 박생광 작가는무속, 불교, 민화,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채색화를 많이 그렸다. 일본에서 공부해서 초기 작품은 일본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민속/민족적인 그림들을 그리면서, 전통 단청색감, 주황색으로 선을 그어 획을 나눈 뒤 채색하는 등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나갔다. 그래서 채색화가 드물었던 그 시기 한국 화단에서 이제야 주목받는 한국 채색화의 대가라고 불리더라. (유리... 유리하고 울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화려한 색감인 데다, 깨알 같은 점까지도 채색되어 있어 디테일 엄청나다.
박생광의 <꽃가마>, 1979년 작. 주황색 선이 <토기>보다 더 두드러진다.
자세히 보니 그녀 손가락이 6개야. 그녀는 진짜 사람은 아니었던 거임...
탁자 비슷한 기물이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용 같은 애들이 장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를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 표정과 몸짓이 '아... 화나는데 얘를 어쩌지?' 하면서 고민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박생광 작가의 <소>. 채색으로 유명한 작가지만, 수묵으로 동물들도 많이 그렸다고 하더라. 치고받고 싸우고 있지만 이유 없이 귀여운 소 두 마리. 사실 가까이 가서 보면 안 귀엽다. 눈이 은은하게가 아니고 그냥 대놓고 돌아있다. 독기 가득...
은은하게 돌아 있는 소는 이 쪽이다. 멀리서 보면 똘망해보이죠? 전에 남미 여행 갔을 때, 해발 4500미터 69호수 가려다가 고산병으로 중간에 주저 앉았다. (근데 지금 보니 그럴만했네... 해발이 한라산의 거진 세 배였어...?) 길가의 바위에 앉아,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이 69호수 얼른 보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나를 주시하던 소들 2마리랑 비슷해... 69호수는 못 가고 소들이랑 눈싸움만 하다가... 선발대 하산할 때 따라 내려감. 더 기다렸다간 소들이 날 공격할 것만 같아서 넘 무서웠다. 문득 생각난 TMI... 라구나69와의 안 좋은 추억...
심지어 이 작품 연도미상의 무제네. 오늘부터 <69호수의 소> 하렴.
팸플릿에도 소개되어 있는 장욱진의 <가족>이 1부 다 보고 나오는 출구 맞은편에 프린팅 되어 있더라. 크게 보니 인상 깊어 한 장 남겨보았다.
아니 근데... 1부 하나 포스팅 했는데 지쳐서 못하겠어요. 2-5부는 체력 되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 리뷰해야 할 전시가 산더미인데 언제 하지?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익선동에서 저녁을 먹고 익선동과 인사동을 쏘다니다가… 카페나 가자 하면서 찾은 곳. 카페 겸 바, 텅 그리고 비어있는 삶. 7층에 위치한 줄 모르고 맨 처음에는 건물 1층의 빈 공간을 보면서 망한 건가?! 하고 있었다. 무슨 바보들마냥. 자세히 보니 7층에 있다는 포스터가^_^
텅은 카페고, 비어있는 삶은 바로 운영하는 듯? 엘베를 내리면 이렇게 양 쪽에 구분 지어 놨다. 엘베 내려서 오른쪽 텅에 계산대가 있다.
취했나 사진 상태가 와이라노
왼쪽이 비어 있는 삶 들어가는 길! 맞은편에 현대건설 본사 건물 너무 시강아닌지;;
카페 메뉴도 있었지만 우리는 술을 먹기로 했다. 나는 미모사 헤븐(1.4)을 골랐다. 저 뒤에 보이는 냉장고에서 올리브를 판다는 블로그 후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간 날에는 이미 다 떨어졌는지 없었음 ㅜㅜ
계산대 옆 굿즈를 파는 공간
친구가 시킨 메뉴 뭔지 까먹었다. 비주얼상 포릴라즈 쉬라즈 진토닉 이거 같은데. 사이드로 모둠칩 같은 것도 시켜봤다.
우리의 자리는 남산이 보이는 일자벤치형 의자. 창틀이 약간 학교 창틀 재질이다. 저 앞에 보이는 건 초등학교더라. (의식의 흐름)
시골쥐지만 도시여성인척… 통창이라 마음에 들어! 나도 퇴근하고 이런 뷰 보고 싶다😭
상당히 흐리게 보이는 건 우리 미니가 구려서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난 남산타워를 좋아하니까 좋은 건 크게크게~! 통창으로 바깥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둔 좌석이 많았다. 그래서 앉아서 일행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트북 하거나 책 읽는 등 자기 할 일 하는 개개인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공간이라 포스팅해서 기록하기로 결정!
사실 이 날 그냥 별 거 없이 한 잔 하면서 떠들기만 했는데도 너무 좋았다. 언제 봐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물론 친구의 의견은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삶의 방식도 주변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서로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운 하루였다. 마지막은 집에 가는 길에 마주친 박성웅 배우 닮은 소방관 인형인데, 분명 웃고 있는데 억지로 웃는 너낌,,, 마치 회사에서의 나 같아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재밌는 전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2018년에 했던 병풍전(?) 시즌 2라고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 2>!! 사실 18년도에는 이런 거 하는지 몰라서 못 갔었는데... 그때 엄청 호평을 받았던 전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친구 하나 꼬셔서 후딱 다녀왔다. 지금 보니 전시기간이 올해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네... 아직 약 두 달 정도 남았으니 추천추천
홈페이지로 미리 예약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권가능하다. 결제는 발권할 때 같이 하면 된다. 홈페이지 결제 아님!! 가격은 성인 인당 15,000원이었다. 할인되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아 아쉬웠음. 대신 당일 입장권 가지고 2층 아모레샵 가면 20% 할인해준다! 온 김에 화장품 구경까지 굳굳 마케팅 너무 잘하는 거 아닌지. 나는 구경하다가 립밤 샀다.
발권을 마치고 늘어선 병풍 뒤쪽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실 입구가 나온다.
이렇게! 직원분들이 워낙 설명을 잘해주시기도 하고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아 찾기 쉬움
계단 내려가면 직원 분이 간단하게 안내해주심. 코트룸과 화장실은 계단 오른편에서 오른편 복도로 한번 더 꺾으면 나온다. 코트룸 크고 사물함 많아서 맘에 들었다bb 그리고 계단 아래 전시실 입구부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종종 재입장이 어려운 곳도 있는데, 여긴 그런 걱정 없이 화장실 이용도 편하고 좋겠더라. 티켓과 인증샷 찍어봤다. 오디오가이드 들으려면 "APMA GUIDE"라는 어플을 다운받고, 미술관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어플을 켜면 인증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옴. 티켓 뒤에 인증번호가 있으니 그거 입력하면 된다. 문득 매일 바뀌는 걸까 궁금했지만,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넹...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야😮
아무튼 인증번호까지 입력하고 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목록에서 원하는 작품 찾아서 들으면 된다. 한 번 눌렀던 건 색이 변해서, 사람 많으면 건너뛰고 보는 나에게 너무 편한 기능이었다. 오디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세세한 작품 사진과 글도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게다가 어플 안에서 카메라 켜고 인스타 공유하는 버튼도 있었음bb 근데 작품 상세화면에서 목록으로 가면 설명이 바로 끊기고, 자동으로 다음 작품이 재생되는 기능은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많아서인지 와이파이가 자꾸 끊겼다. 근데 그럼 어플 인증번호부터 다시 입력해야 함ㅋ 한 다섯 번 그러고 나니 번호를 아예 외워버렸다^_^ 살짝 빡쳤지만... 오디오 가이드 퀄이 좋으니까 괜찮아,,,
조선은 병풍의 나라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유독 병풍으로 만든 회화 작품들이 많이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는 전시가 많았고, 회화의 형식에 주목한 전시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걸 깨버린 게 아모레에서 18년도에 열었던 <조선, 병풍의 나라>였고... 이번 전시도 그 맥을 이어나가는 거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병풍을 소개한다. 제작/사용자를 고려해 민간병풍과 궁중병풍으로 테마를 나누고, 제작 시기에 따라 근대 병풍을 별도로 구분해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람객들은 병풍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면서, 민간과 궁중으로 대별되는 병풍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안내책자가 그랬다^^ (앵무새)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는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돼서 엄청 크다. 누가 1시간이면 다 본댔는데 나는 몇 개는 가볍게만 봤는데도 순 관람시간만 2시간이었다. 전시실 중간중간 소파와 의자가 있으니 쉬어가며 관람하시길...! 생각보다 많이 빡셉니다. 내 관람순서는 전시실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고 온 작품들을 순서대로 소개해보겠다.
시작은 <화조문자도8폭병풍>. 얼마 전 올린 <생의 찬미> 전시랑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유교의 8가지 덕목을 표현하는 그림이랍니다. 아마도 2폭이었으니... "제(悌)" ?! 맞겠지ㅎㅎ 그림 하단에 파란색 생물체는 소라고 생각했는데 토끼를 그린 거라고 한다. 토끼가 떡방아 찧는 모양새라고… 내가 아는 토끼는 뉴진스 토깽이 같은 큐티뽀짝인데 과거의 토끼는 더 강인했나봐… 아무튼 각설하고 작년 생의 찬미에서 봤던 문자도가 묘하게 겹쳐 보여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문자도 양식에 따라 색감이나 구도를 비슷하게 가져가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거였네. 이렇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재밌다. 나중에 그 문자도들도 다시 볼 일이 있겠지?!
마지막 8폭 하단의 그림. 병풍이라 길이가 길어 그런지 상단과 하단으로 구역을 나누어 그림을 배치했다. 주로 상단에 문자를 형상화한 그림을 올리고, 하단에는 자연을 그려내더라.
그다음은 <하락도12폭병풍>. 20세기 초 전문화가 이인서라는 분이 그렸다고 한다. 아래는 12지신을 표현한 3~4폭. 저 한 중간에 동그라미 속 한자 복(福)인 걸까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는데. 무식 그 자체였네^ㅁ^ 지금 획으로 대충 찾아보니 지도리 추(樞)라는 글자 같다. 약간 근원, 본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하는 한자라고 ㅋㅋ
올해는 토끼의 해지만 전 호랭쓰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호랑이만 보면 확대해서 찍을라 함... 병풍에 시조 등 한자가 많은데, APMA GUIDE 앱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엄청 친절하더라.
이건 <백납도10폭병풍>에서 가져온 그림. 백납도는 작은 그림들을 모아 병풍 화폭에 붙이는 것으로 19세기 조선에서 인기였다고 한다. <생의 찬미> 전에서도 백납도를 재해석한 작품이 있었다. 아무튼 작은 그림 대신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붙이기도 했고, 이 경우에는 백선도라고 부른다. 이 <백납도10폭병풍>은 백납도와 백선도의 어드메에 있었다. 그림들 모양이 이런 부채꼴도 있고 엄청 다양했기 때문!
예전 조상님들도 고앵쓰를 키웠었나 보다. 강아지만 키운 줄 알았는데 무지한 후손의 편견이었어. 물고기도 키우시고. 근데 아기고양이들 같은데 너무 큐티뽀짝... 동물은 잘 만지지 못하지만 조아해요🥰
여기도 멋진 호랑이가 있길래 찍어봤다. 호랑이가 달을 보고 포효하는 거겠지?
호랑이만큼이나 멋진 매...? 독수리...? 매겠지?! 이런 감상평밖에 남기지 못하는 나 자신 너무 부끄럽고요. 국현미에서 도슨트 양성 과정하길래 지원해보려 했는데. 이런 내가 지원해도 되는 걸까. 서류에서 바로 탈락하면 어쩌지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다음 작품이 사람이 몰렸길래 냅다 반대편 작품부터 감상. <구운몽도8폭병풍>이다. 길게 이어 붙일 수 있는 병풍의 특징을 살려 이야기를 많이 표현하더라. 좋은 것 같다. 아마 그 시대 때도 그랬겠지만, (초보) 수집가의 입장에서 보면 병풍 하나로 8점의 그림을 소장하는 효과도 있잖아? 게다가 그 그림이 연작이라면 오히려 좋아. 각설하고 작품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학창 시절에 그렇게 읽던 구운몽 이야기를 이렇게 보니 재밌었다. 주인공 성진이 팔선녀님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승님이 깨우러 오는 것까지 표현함. "야 너 꿈꾼 거야~!" 하러 오는 스승님이라니 미워요ㅠ.ㅠ
다음은 <삼국지연의도8폭병풍>. 아래 장면은 삼국지에서 젤 유명한 유비, 장비, 관우가 삼고초려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저기 누워 있는 분이 제갈량임. 인물 옆에 설명도 적어 줬지만... 학창 시절 한문 과목을 상당히 싫어했던 저는 하나도 모르겠고요^^ 사실 저 중간에 애기 손가락이 상당히 빡큐 같아서 웃겨서 찍어옴. 서해바다보다 얕은 나의 미의식과 예술에 대한 조예...
소설 병풍 구경하는 사이에 아까 못 보고 온 병풍에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평생도8폭병풍> 이란 작품이다. 평생도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보통 사대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표현한다. 역시 인생의 시작은 돌잔치여야지~! 저 아가는 뭘 잡았을까. 그러고 보니 나 돌잔치에서 뭐 잡았지?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혼인식을 다시 하는 "회혼례"를 그려낸 그림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황혼식 같은 건데 신기해. 출세한 사대부 양반가라 이런 행사도 있나 보다.
호랑이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달이라서. 인간군상의 이야기 대신 이런 거만 주목하다 왔다.
다음은 초록초록 그 자체였던 <경직도8폭병풍>. 농사를 짓고 옷감을 만드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었다. 목적은 통치자에게 너의 백성들이 이렇게 산다고 교육하기 위함이라고. 그지 나라님이 나가서 보시기엔 좀 괴리감이 있었겠지...? 교육 목적의 그림이었으니 공부하는 공간에 두었으려나? 아무튼 열심히 모내기를 하는 중인 백성들의 모습.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구나를 알 수 있어 후손인 나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병풍이었다.
다음은 <호렵도8폭병풍>. 1 전시실은 민간병풍을 다루고 있어 주제가 엄청 다양하다.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하러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목적은 오랑캐가 이렇게 강인하다. 방심하지 말자라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추측성 발언). 아무튼 죄 없는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많아 기분이 찝찝했다.
왜 우리 호랑이한테 그래요! 라고 하기엔... 호랑이는 사람을 찢어...
호렵도 다음에 바로 나온 거라면 약간 너무한데ㅠ.ㅠ? <무릉장생도8폭병풍>이다. 장수를 바라고 이상향을 바라는 병풍답게 십장생이 모두 그려져 있다.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 십장생은 해, 달, 산, 천,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라고 보기도 하고, 해, 돌, 산, 물, 구름,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불로초로 보기도 한다.
뒤집힌 산과 새의 조화가 좋아서 한 컷 찍어봤다. 자꾸만 사진에 비상구랑 조명이 나오네... 아숩
그다음은 <백수도10폭병풍>. 동물도감 같기도 하고... 뭔가 벽지 같은 느낌도 있어 신기했던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물들이 가득한 혼돈인데, 질서가 있었다. 상단에는 날개가 있는 짐승을, 하단에는 걸어 다니는 짐승을 표현했다. 빠지지 않는 호랑이 찾기. 근데 옆에 닥스훈트인가요? 비슷한데 아닌가
실존하는 동물만 그린 건 아니고, 상상 속의 동물도 있었다. 이 친구는 해태랍니다. 잘 찾아보면 유니콘 같은 애도 있고 뭐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은 <어해도10폭병풍>. 풍요로움과, 다산, 과거합격 및 출세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폭마다 염원하는 뜻을 상징하는 물에 사는 동물을 그려냈다. 마지막 10폭의 게는 입신출세나 장수를 표현할 때 많이 그린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 게의 생태를 불로불사에 빗댄 것이다. 이 <어해도10폭병풍>에서는 무슨 의미라고 가이드 앱이 얘기해 줬는데 까먹음;;
다음은 다시 인물로 돌아와서, <고사인물도8폭병풍>.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아래는 누가 봐도 낚시하는 강태공이다. 그래도 여긴 세월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으셨네. 저 주전자는... 술일까^^?
1 전시실 중간은 미디어 아트를 쏘고 있다. 병풍의 그림들을 찬찬히 확대해 가며 보여주는데 보다 보면 어지러움
약간 사진 스팟 재질이기도 하고. 주말치고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닌 거 같았지만. 그래도 꽤 있었다.
1 전시실 소개는 찍지 않았지만, 2-3 전시실 소개는 찍어뒀더라. 이곳의 주제는 궁중병풍. 왕실 소속 화원이 그린 그림들로, 왕실에서 사용하는 장식용 병풍과 궁중 행사를 담은 기록화 병풍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실에서 내가 찍은 첫 작품은 <요지연도8폭병풍>.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곤륜산 요지에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그려낸 그림. 아래 사진은 신선들이 잔치에 참석하려고 오는 부분을 확대해서 찍었다.
서왕모가 여는 연회답게, 잔치에 올라갈 복숭아를 들고 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손오공을 찾을 수 있따.
다음은 <화성행원도8폭병풍>으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한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병풍이다. 아래 그림은 특별 과거시험의 합격자 시상 장면을 그린 부분이다.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출세한 거지?! 엄청 많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시험을 보는 장면?! 자세히 보면 사람들 앉은 자세가 묘하게 다르다.
중간에 남색 도포 입은 사람이 제일 삐딱하게 앉아 있음 디데일에 엄청 강한 조선시대 화원들...
마지막 8폭에는 배다리가 그려져 있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엄청 많이 정박시켜서 배로 만든 다리라고. 신기해... 한강 진짜 큰데 예전에는 한강을 어떻게 건넜나 했더니 이렇게...! 근데 예전부터 한강 물살이 그렇게 쎈 편은 아니었나 보다. 저렇게 많은 배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었다니.
더 자세히 보면 나름 다리라고 중간에 문? 처럼 세워놓기도 했다. 이 많은 인원이 다 건널 수 있는 다리라니 우리 조상님들은 역시 똑똑하셨꾸나!
그다음은 <일월반도도12폭병풍>.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궁중병풍!
보통은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물결 등 디테일이 강해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일월반도도 바로 왼쪽 벽에는 <일월오봉도8폭병풍>이 있다. 일월오봉도란, 5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을 그린 그림이다. 국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해 주로 조선시대 어좌의 뒤편에 두었다. 지금 경복궁 가도 하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달과 산, 소나무와 물... 나도 이런 거 집에 놓고 싶어...
그다음 작품은 조그만 3 전시실에 있던 작품이다. 조그만 공간이라 마주 보고 병풍 두 점을 세워두었는데, 두 개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임인진연도10폭병풍>. 고종 황제가 기로소라는 곳에 입소하면서 열린 행사(진연)를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자세히 보면 태극기도 보이구
궁중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모습. 저 아래 깃발들은 다 뭘 뜻하는 걸까? 제각기 다른 기관을 상징하는 걸까?
화려 그 자체... 호랑이 가죽도 깔아놨어ㅠ.ㅠ 근데 사이드에 칼 들고 있는 건... 고종황제 때니까 그럼 신식군대인가
호랑이 가죽은 한 번 더~!
여기도 호랑이로 만든 뭔가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무용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강강술래 같아.
공공의 한계... 병풍 마지막에 행사를 주관한 담당부서 관리들과 그림을 그린(?) 화원 이름을 적어놨다. 이렇게 영원히 박제되다니 당시에는 영광이었겠지만 오늘날의 저로써는 왕부담
다음은 같은 해에 있었던 또 다른 행사 장면이에요. 고종황제 생일 겸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잔치!
상당히 성대한 행사라 밤까지도 이어졌다고. 밤에 등불 켜고 행사 킵 고잉한 장면을 표현.
귀여운 디테일들까지 남겼다. 근데 그림 리뷰하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니 이게 조선왕조의 마지막 잔치 기록이라고 한다. 두 잔치가 있었던 게 1902년인데... 이후 역사 흐름이... 러일전쟁 - 을사늑약 - 고종 강제 퇴위 - 끝으로 경술국치...ㅠ.ㅠ 이렇게라도 좋은 날의 기록도 남아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특이하게도 칼을 들고 추는 검무가 표현되어 있다.
태극기 한 번 더~!
3 전시실을 나와 다시 2 전시실로 돌아오면 오른쪽에 거대한 병풍이 있다. 전체 길이가 9m가 넘는 <십장생도창호>
특이한 점은 단순 병풍이 아닌 창호(창과 문)라는 거! 팔각형의 하얀 부분이 창이고, 자세히 보면 창 사이에 끈이 달려 있다. 저 끈으로 열고 닫는 형태였다고.
묘하게 무지개가 생각나는 구름까지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다시 조금 규모가 작은 4 전시실로 넘어왔다! 아직도 4개나 더 봐야 한다는 사실. 병풍의 나라답게 작품도 엄청 많고 전시도 크죠?! 여기도 3 전시실처럼 규모가 작아, 나무를 그린 병풍 두 점만 놓아두었다. 아래는 <홍백매도10폭병풍>. 나무 전체를 표현하지 않고 일부분만 표현한 부분이 독특하다는 게 가이드 앱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나무가 두 그루이고 꽃잎의 색깔도 하양과 분홍으로 조금 다르다. 둘 중 하나가 더 오래된 나무라 색이 다르댔는데 어느 게 더 어린 애인 지는 까먹음... 아마 푸릇푸릇하고 분홍분홍한 애가 조금 더 어리지 않을까? ^^;;
평면으로 쫙 펼치지 않고 약간 접어두어서, 오른편 왼편 각도에 따라 보는 재미가 또 있었다. 같은 그림이지만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다름. 왼쪽에서 보면 흰 꽃잎이 더 눈에 띄는데, 오른쪽에서 보면 조화롭고 나뭇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 바로 오른편에 <목죽도10폭병풍>이 있었는데, 이 작품만 들으려고 하면 가이드 앱이 끊겨서... 포기하고 다른 거 먼저 보기로 했다. 작은 방이 와이파이가 더 안 터지나 봐.
와이파이의 한계로 넘어온 5 전시실. 여기부터는 지쳐서 약간 가볍게 본 감이 없잖아 있다. 5 전시실도 작품이 가득해서... 체력 안배를 잘할걸 후회했다. 앞에서 힘 너무 빼시면 여기부터는 힘들어요! 4-5 전시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던 근대화단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화원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전통화풍을 계승한 장식 병풍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안내문이 그랬다. 여기는 중앙의 네모자 구역 안에도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엄청 대중없이 감상함. 그 시작은 안중식의 <금니사군자화훼도10폭병풍>. 각 폭에 대나무, 매화, 목련, 난초, 국화, 수선화 등을 그렸다. 내가 찍어온 건 4~7폭에 해당한다. 6폭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파초를 그린 거라고. 우리 집에서 많이 봤던 거 같아.
이다음부터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자수병풍이다. 자수로 병풍을 만들다니 요즘 말로 하자면 화단들 폼 미쳤음. 아래는 <자수매화도10폭병풍>이다. 어떻게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서 이런 큰 작품을 만들어내지? 심지어 색감도 화려하고, 실이 굵은 데다 가운데 심지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체감도 장난 아니다. 이 작품은 평안남도의 유명한 안주수 자수장(?) 양기훈의 작품이다. 아마 이 분이 총괄 담당자였겠지?
보이시나요 이 디테일. 자수나 배워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바느질도 겨우 함 ^ㅁ^
넘 예뻐...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ㅠㅠ
바로 맞은편에도 또 퀄리티 엄청난 작품이 있다. <자수화조도10폭병풍>으로 똑같이 아름다운 안주수 병풍이다. 아까와 달리 동식물을 멋들어지게 표현해 놨다. 소나무 솔잎이랑 가지, 학의 털
소나무 가지의 옹이(?) 표현도 센스 넘쳐
새를 표현한 부분도 많았는데 깃털 재질 보이시나요? 진짜 집으로 들고 튀고 싶었던 작품이다.
신기하고 좋은 건 크게 크게. 평안남도 안주의 실이 뻣뻣하고 두꺼운 힘 있는 재질이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더 입체감과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는 걸까?
대체 사진을 몇 장을 찍은거얔ㅋㅋㅋ
자수병풍 다음에는 6 전시실로 빠지는 길목이 있다. 헷갈리니까 6 전시실 가기 전에 5 전시실의 나머지 작품을 먼저 둘러보자. 찍어 놓고 모르는 건 검색해 나가면서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어플 작품 리스트 찍어올 걸 늦은 후회... 각설하고! 아래 세 사진은 이상범의 <사계산수도10폭병풍> 같다. 1-3폭은 봄의 싱그러움을, 4-5폭은 여름, 6-8폭은 가을, 9-10폭은 적막한 겨울산을 표현했다고 한다. 첫 사진은 2폭이다. 봄의 정취와 배를 타고 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대비되어 좋았던 그림!
겨울을 표현했다는 9-10폭이다.
겨울산을 혼자 오르고 있는 나그네의 쓸쓸함이 잘 느껴지는 10폭. 이 병풍은 전통적인 구성과 구도를 따랐으나, 원경에 구름과 안개를 깐 것은 일본의 신남화풍을 접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화의 변혁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코자 했던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안내문이 그랬다.
이상범의 <귀로10폭병풍>. 1937년 작이다.
이건 노수현의 <심추12폭병풍>에서 왼편의 8-12폭만 확대한 것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의 깊은 골짜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계곡가의 깎아지른듯한 바위가 인상적이어서 한 장 담아보았다.
그리고 윗 사진에서는 안 담겼지만 8폭 하단에 있는 디테일이다. 홀로 길을 걷고 있는 스님으로 추정되는 나그네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 한낱 인간의 존재가 상당히 고독하고 무색해 보여 남겨보았다.
갑자기 엄청난 색감을 자랑하는 이 그림은 김은호의 <신선도10폭병풍>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신선들을 그려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이 분들... 다 제각기 동물 위에 올라타있다. 신선을 모신다지만 동물들 불쌍해!! 우우우우 하면서 봤다^^ 초딩이냐고
이 아이가 어디서 나온 새인지 맞춘다면 당신은 천재^^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 10명이 1폭씩 그려서 이어 붙인 엄청난 작품이다. 참여 작가는 앞 세대의 정대유, 김응원, 강필주, 안중식이 전통적 구도와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다면, 제자인 김은호, 이상범, 이한복, 노수현, 최우석은 화사한 담채로 사생성과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9폭은 강진희의 작품이고, 10폭은 강필주의 작품이다.
이것도 여러 사람의 합작품이다. <사계산수합작도10폭병풍>. 봄을 표현한 세 작가는 고희동, 이상범, 변관식이다. 작가마다 생각하는 봄이 조금씩 달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건 여름. 허백련, 배렴, 허건이라는 작가들이 그렸다고 한다.
5폭의 여름 표현이 멋들어져 특히 좋았다.
길디 긴 5 전시실 리뷰가 끝났다. 지도와 회화의 경계에 놓인 작품들을 감상하러 6 전시실로 넘어가 보자.
시작은 <곤여전도8폭병풍> 의 디테일들.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본 세계지도를 필사해 채색한 병풍이라고 한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이 그려져 있음.
얘는 실재하는 동물일까 상상의 동물일까?
왜 흐리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지명 외에도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적은 짧은 글들도 적혀 있다. 이런 설명과 각종 지리 지식은 당시 지식인의 시야 확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고래겠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면 얘도 고래인 걸까?
그다음은 <경기감영도12폭병풍>이다. 감영 일대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고,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큐티 바둑이
집안일하는 사람들 따라 산책하는 바둑이. 이외에도 부산의 모습을 담은 <동래부산도10폭병풍>이나 <평양성도8폭병풍>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고 주요한 지형지물의 명칭도 기재해 상당히 의미 깊은 자료로 보였음.
하지만 지도 병풍보다는... 마지막 7 전시실의 <호피도8폭병풍>이 더 탐났더랬지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고. 경제적이고 손쉬운 제작을 위해 호피도는 도식화된 문양으로 제작되었다.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비쥬얼. 조선인 말고 한국인한테도 열망의 소재임다!
자세히서 보면 더 귀여움 표정 같기도 하고ㅠㅠ
한 번 다 돌고 나서는... 동행인과 돌아댕김서 사진도 조금 찍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기념품샵도 구경함.
조상님들의 고앵 사랑도 엽서로 다시 태어났다.
생일카드 너무 센스 넘쳐! 귀엽지 않나요ㅠㅠ
그리고 이 스티커 보고 군침 흘렸다. 사실 인센스 스틱 팔길래 사려고 들고 있었는데
키링과 그립톡을 보고 참지 못함.
결국 인센스 스틱 1.4와 키링 1.2 사이에서 깊게 고민하다... 새로 산 에어팟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인센스 스틱은 아직 안 쓴 게 한 바가지임.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내 키링. 벽사의 상징 호랑이와 길상의 상징 까치가 모여 있다.
이상 길디 긴 전시회 관람 후기 끝! 그래도 공부 조금 하면서 포스팅했다. 기특해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