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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미니멀리즘을 표방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책. 읽어야지 읽어야지 벼르고 있다가 회사 찬스로 시작했다. 내 멍청함을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읽는데 진짜 오래 걸렸다. 구절구절 표시도 진짜 많이 해두었고.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현대 철학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인데... 요즘 많은 읽기 쉬운 에세이 책이 아니라 진짜 철학 사상에 대한 입문서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그렇게 딴짓한 나한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책. 이걸 제목만 보고 꽂혀서 읽겠다고 나댔으니... 과거의 나 반성해.

"소유냐 존재냐"는 무려 1976년에 쓰여 1996년에 처음 번역된 책이다. 저자인 에리히 프롬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을 내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소유"와 "존재"의 문제 속에 놓여있다고 봤다. 책이 쓰인 지 벌써 40년이 훨씬 더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소유"에 더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지만.

목차부터 살펴보자. 이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뉘어 있다.
서론 위대한 약속, 이행되지 않은 약속과 새로운 선택 장은 1976년 이전까지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설명하고, 그게 왜 문제인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 지배, 물질적인 풍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개인의 무한한 자유. 우리에게도 익숙한 개념들이다. 지금도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에리히 프롬은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이 개념들이 어떻게 사회를 망쳤는지 설명한다. 그가 무궁한 발전에 대한 위대한 약속들이라고 일컫는 네 가지 개념들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인간을 위해서 무엇이 좋은가라는 물음보다는 체계의 성장을 위해서 무엇이 좋은가라는 물음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인간이 지워진 것이다. 왜 인간이 지워졌는지,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인간의 두 가지 실존 양식인 소유와 존재양식을 통해 이해하는 게 이 책의 주제이다.

제 1부 소유와 존재의 차이에 대한 이해 장에서는 소유와 존재, 두 실존 양식의 차이에 대해 살펴본다. 추상적인 개념이라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기에 학습, 대화, 독서 등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소유와 존재양식이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따 구절 인용으로 확인해보겠지만 일상생활에 내재된 소유와 존재양식을 깨닫게 되어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마지막 내용은 뇌를 살짝 빼놓고 읽었다. 마지막에서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그리고 소유와 존재적 실존 양식을 가장 심도 있고 명쾌하게 분석한 신학자인 에크하르트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무교인 나로서는... 전혀 흥미가 가지 않는 챕터라 살짝 아쉬웠다.  

제 2부 두 실존 양식의 근본적 차이에 대한 분석 장에서는 각 실존 양식에 대해 더 깊게 분석한다. 무엇을 바탕으로 그 실존 양식이 생기게 되었는지, 이로 인해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는지, 어떤 요소들이 이러한 실존 양식을 더 강화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특히 우리가 낯설게 느끼는 존재양식이 소유 양식과 어떤 식으로 다른지를 다양한 개념에 빗대어 보여준다. 안정-불안정, 두려움-긍정, 현재-과거-미래 등 내게 친숙한 개념들을 기반으로 소유와 존재를 설명하니까 이해하기도 조금 더 편하고 내 스스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 마음에 들었던 챕터다.

마지막 제 3부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사회 장은 진짜 많은 생각을 들게 한 부분이다. 에리히 프롬이 서론에서 제시한 숱한 문제점들을 대처할 여러 가능성들을 서술하고 있다. 1970년대를 살던 사람이 써놓은 사회문제 해결방안 자료집인 셈이다. 상당수가 이상적이기는 하나 맞는 말이라 놀라웠다. 읽으면서 더 놀란 부분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가 그 해결책들 중 절반 이상도 이행하지 않고 비슷한 소리만 계속해서 늘어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장이 생각났다. 우리는 역사 속에 답이 있고,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며 역사의 중요성을 항상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배우기만 할 뿐, 역사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고 시정하는 태도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오죽하면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이 나올까. 그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케슬러 증후군이라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같은 말이 하고 싶어져 남겨본다.

케슬러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일찍이 1978년 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가 처음 예견한 현상이다. 그 후로도 우리는 우주에 잡동사니를 계속 열심히 버려왔지만. 문제는, 궤도상에서 뭔가를 버리면 그게 어디로 가지 않는다는 것. 우주선에서 던진 쓰레기는 우주선이 돌던 궤도와 똑같은 궤도를 거의 비슷한 속도로 돌게 된다. 그러면서 다른 쓰레기와 충돌하기도 한다. (중략)
도널드 케슬러는 이렇게 내다보았다. 언젠가 결국 우주의 쓰레기 밀도는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 그때부터는 매번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더 많은 충돌로 이어져, 결국 우리 지구는 초고속 쓰레기 미사일의 거대한 장막으로 뒤덮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성은 쓸모가 없어지고,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치명적 위험을 안게 된다. 사실상 지구에서 영원히 못 나가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묘하게 시적인 결말인 듯하다. 인류의 여정이, 그 모든 탐험, 그 모든 발전, 그 모든 꿈과 위대한 사상들을 거쳐서, 결국 우리 손으로 만든 쓰레기 감옥에 갇혀 사는 운명으로 귀결된다니. - 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역사' 중

 

그리고 책을 읽으며 내가 표시해둔 문장들이다. 

33p.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소유나 존재냐의 양자택일이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눈에는 소유한다는 것이 삶에 포함된 극히 정상적인 행위이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사물을 당연히 소유한다. 그뿐이랴, 사물을 즐기기 위해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유하는 것을, 점점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하는 사회,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도 “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회 속에서 소유하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이에 어찌 양자택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존재의 본질이 바로 소유하는 것에 있어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40p. 존재와 소유 가운데 어느 편에 더 비중을 두는가 하는 일반적 추이현상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서구 언어에 나타난 명사의 사용증가와 동사의 사용감소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명사란 어떤 사물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우리는 “나는 사물을 소유하고 있다"라고, 이를테면 “책상이나 집, 책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의 행위를 적절히 표기하는 형태는 동사이다. 예컨대, “나는 존재한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소망한다. 나는 증오한다" 등등. 그런데 행위가 소유개념으로 표현되는 예가, 즉 동사 대신 명사가 사용되는 예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50p. 소비는 소유의 한 형태이다. 아마도 현대 “잉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형태일 것이다. 소비는 이중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써버린 것은 빼앗길 염려가 없으므로 일단 불안을 감소시켜준다. 그런 한편, 점점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한다. 왜냐하면 일단 써버린 것은 곧 충족감을 주기를 중단해버리기 때문이다. 현대 소비자는 나=내가 가진 것=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에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115p. 소유적 실존양식에서는 나와 나의 소유물 사이에 살아 있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소유물은 물론 나도 사물이 되며, 내게 그것을 소유할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관계도 있을 수 있어서, 그것이 나를 소유하기도 한다. 내가 나 자신임을 확신하는 느낌이나 나의 심리적 건강이 “그것”과 가능한 한 많은 사물을 소유하는 데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이렇듯 소유적 실존양식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살아 있는 관계나 생산적 과정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를 사물로 만든다. 그 관계는 죽은 것이며, 살아 있는 관계가 아니다.
125p. 끊임없이 포기와 단념에 몰입하는 금욕행위는 어쩌면 소유와 소비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동전의 양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161p. 소유는 사용에 따라서 감소하는 반면, 존재는 실천을 통해서 증대한다. (중략) 베푸는 것은 상실되지 않으며, 반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잃기 마련이다.
183p. 죽음 및 죽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근본적으로는 겉보기처럼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며, 만약 죽음이 이미 와 있을 때는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87p. 기계로 인해서 시간은 인간의 지배자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단지 휴식시간에만 약간의 선택의 여지가 주어진다. 그렇지만 대체로는 여가시간마저 노동시간과 마찬가지로 조직화된다. 또는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는 시간이라는 폭군에 대해서 완전히 나태한 상태로 반항하기도 한다. 시간의 요청을 전적으로 묵살하며 자유에의 망상을 길러낸다. 그러나 그것도 실제로는 시간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탈출에 불과하다.
239p. 환경파괴가 본질적으로 치유 불가능하다고 볼 만큼 심각해졌는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인간의 생명을 부지시키는 지구의 능력이 계속 손상되어온 것만은 분명하다.

 

이밖에도 미니멀리즘을 공부하고 나름대로 실천하려 노력 중인 나에게 와닿은 부분들이 정말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우선 물건을 소유하려는 집착에서 차근차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미니멀리즘 컨텐츠들은 간혹 일단 비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비워내야 한다는 강박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들을 무작정 버리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다.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가진 것들을 진짜 필요와 용도에 맞추어 사용하고, 그러지 못한 것들은 진짜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물건이 제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하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과욕을 부리지 않기로 다시 한 번 마음먹었다. 물론 잘 지키는 건.... 많이 어렵다.
내가 스스로 지키자고 다짐하고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옷과 전자제품은 우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 없어지면 중고로 판매하고, 새로 사지 않으려 뇌에 힘을 많이 주고 있다. 취업하고 자취를 하게 되면서 한동안 고삐 풀렸었는데 참아내고 있다. 2)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 잡화는 광고와 할인에 현혹되지 않으려 또 다른 뇌에 힘을 많이 주고 있다. 동거 가족이 있긴 하지만 세탁 세제도, 바디 워시도, 화장솜도 모두 따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은 수량이 필요하지 않다. 세탁 세제 큰 거 한 통 비우는데 거의 1년이 걸리니까... 근데도 가족들과 같이 살 때를 자꾸 생각하고 쟁이려는 버릇을 아직 다 못 고쳤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들여다보고를 무한 반복 중이다. 수량도 내가 필요한 만큼만 사고, 필요에 의해 사는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얼마 전 구강용품은 참지 못했지만 화장품은 이걸로 많이 자제하고 있다. 3) 음식도 과욕을 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원체 입이 짧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인이라 점심은 무조건 밖에서 해결하는데, 음식점들이 주는 보통 사람 1인분으로... 보통의 나는 최소 두 끼, 최대 세 끼까지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가지고 다녀야할지 벌써 몇개월째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문철학 도서는 아니더라도 미니멀리즘과 환경에 대한 책들을 더 꾸준히 읽고자 한다. 책으로 나를 꾸준히 자극하면서, 스스로 고안해낸 생활양식을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볼 계획이다. 언젠가는 나만의 미니멀리즘과 제로 웨이스트에 관련된 포스팅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오늘의 서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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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작가의 말을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 바로 회사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우리 회사 최대 장점 : 도서관이 있고, 매달 희망도서 신청하면 엥간하면 다 사줌), 읽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는데 내가 멍청해진 건지 책이 어려운 건지 잘 안 읽혀서 완독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책 좀 읽어야지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이해하는 속도도 느려졌다. 아직 회사 도서관에서 뽀려온 책이 한 바가지라 얼른얼른 읽고 반납해야 한다. 쟤들이 내 작고 소중한 책장을 다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 책 포함 8권이나 빌려뒀음 ㅎㅎ

이 책은 미국의 밀레니얼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의 밀레니얼인 내게 적용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이야기라 놀랐다. 우리나라의 사회나 경제 구조가 글로벌화되면서 미국 등 선진국을 참고한 부분이 많아 그런지 비슷하더라.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일본을 예로 들며 일본에서 일어난 일들이 전혀 특수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국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로 모든 게 연결되어 버린 지구촌은 색깔만 조금 다를 뿐 모두가 엇비슷한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목차에 따라 가보자. 이 책은 우리의 바로 윗세대인 베이비부머부터 이야기한다. 자식 세대인 밀레니얼들이 토로하는 힘듦을 가장 잘 이해해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세대기 때문이다. "Latte is a horse(나때는 말이야)"라는 유행어가 괜히 나오지는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생은 원래 힘들다, 우리 때는 더했다, 진짜 힘든 게 뭔지도 모르면서 징징거리지 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자라왔을까? 어떻게 번아웃에 빠졌을까? 작가는 그들이 우리를 만들고 키웠기 때문에, 부머의 번아웃을 이해해야 밀레니얼의 번아웃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머의 번아웃은 사회의 위기가 개인에게 전가되면서 시작되었다. 부머의 윗세대가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던 경제적 안정과 상대적 평등은 점점 사라졌다. 개인이 알아서 성공하거나 실패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예전이었으면 회사가 부담했을 직원 훈련마저 개인의 몫이 되었다. 중산층으로 올라가거나 중산층을 유지하게 해 줄 많은 사회 복지의 사다리들이 거둬졌다.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늘어나고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부머가 유일하게 통제를 시도라도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자녀뿐이었다.

일명 헬리콥터 육아라 불리는 집중 양육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며, 경제적 안정을 원하고 계급 유지를 위해 고투하는 부모의 태도를 그대로 학습했다.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메리칸드림을 쟁취하기 위해 부모 세대보다 더 열심히, 더 잘,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자격을 가지고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 단계가 바로 좋은 대학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밀레니얼은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선 성공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중산층 이상의 안정을 누릴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발판이 대학이었다. 밀레니얼들은 명문대 진학을 위해 노력하며 일하는 법과 이력서를 만드는 법을 자진해서 배웠다. 대학에 가서도 비싼 학비를 감당해내며 학위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서 대학은 희소성을 잃었고, 고용시장의 상황 역시 점점 나빠졌다. 회사들은 차고 넘치는 지원자들 속에서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학위 말고도 더 많은 자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밀레니얼들은 부모의 성에 차는 동시에, 비슷한 또래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며, 더 나은 인생을 산다는 꿈을 만족시키는 멋진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성공한 삶이니까. 여기서 실패하면 열정이 부족한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기회가 찾아오지 않은 것은 개인의 문제였다.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는 성공한다는 논리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다. 밀레니얼들은 더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무급인턴십 등으로 자신을 혹사했다.

와중에 일자리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일터의 균열과 불안정은 1980년대 미국인들이 자유 시장 논리를 받아들이며 찾아왔다. 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경제는 저절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그 결과 더 부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80, 90년대의 정치인들은 노동에 대한 보호 장치를 철회하고 정부 규제들을 줄여나갔다. 시장 논리에서 살아남고 싶어 하는 기업들에게 컨설턴트들은 비필수 노동을 아웃소싱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잘라내려는 다운사이징 전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풀타임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할 수 있고, 기업의 이윤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임시직 노동자들로 대체되었다. 괜찮은 임금, 버젓한 복지, 안정적인 근무 스케쥴은 모두 옛말이 되었고, 위험의 대이동 이전에 있었던 낙수효과는 모두 사라졌다. 형편없는 일자리가 뉴노멀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무실에 남아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일을 끝마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과로와 워커홀릭이 미덕인 세상이 찾아왔다. 사무실을 벗어나 독립한 프리랜서들의 상황은 더 심했다. 그들은 매 순간순간을 평가받으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일할 사람은 널렸고, 일하지 않는 모든 시간은 마이너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버와 도어대시, 에어비앤비 등이 만들어낸 긱 경제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공유경제에서 프리랜서의 일은 그저 취미로 돈을 좀 벌어보려는 시도로 평가절하된다. 공유경제는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된, 다음 임시 일자리를 미친 듯이 찾는 또 다른 시궁창이다.

인터넷(또는 핸드폰)이 가져온 수많은 편리함은 사람이 동시에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돈을 송금하고, 가족과 연락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책을 읽는 등 많은 일을 인터넷으로 해낸다. 끊임없는 알림들은 우리가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다고, 더 나아가 그게 의무라고 믿게 만들어 우리의 삶을 장악했다. 그리고 모든 걸 다 해내지 못하고 실패와 좌절을 반복해서 겪으며 스스로를 탓하도록 부추겼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일한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시간조차도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우리를 지배한다. 자유 시장 경제의 효율성이 우리의 여가마저 잡아먹었다. 모든 시간이 이론적으로 더 많은 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일하지 않는 시간은 잃어버린 기회 또는 비참한 실패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여가와 취미마저 자기 계발 또는 돈을 벌 다른 수단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육아는 이 모든 번아웃에 기름을 붓는 존재다. 부모들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완벽함을 요구받는다. 특히 워킹맘들은 사실상 2교대 근무에 가까운 매일을 보내고 있다. 가정에서는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할까봐, 직장에서는 가정의 문제를 끌고 와 피해를 끼칠까 봐 매사가 긴장의 연속이다. 한 명의 수입으로는 아이를 제대로 부양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둘 다 일을 시작하면, 근무시간에 아이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를 맡길 보육 서비스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 모든 건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는 2인 이상의 가정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혼자서 육아를 감당하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아직 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맞춰 충분히 변화하지 못했다. 원인은 체제에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개인에게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방법으로는 육아 번아웃은 물론 그냥 번아웃도 치료할 수 없다. 밀레니얼들은 애초에 폄하당했고 오해받았으며 애초에 실패하게끔 설계된 상황에서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았다. 우리가 이만큼이나 스스로를 몰아세울 인내심과 적성과 자원이 있다면, 우리 스스로를 위해 싸울 힘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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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김짠부 재테크>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시는 짠부님의 목소리에 홀려 업로드된 영상들을 계속해서 넘겨 봤다. 덜 쓰고 더 벌자 - 욜로하다 골로 갈 뻔한 20대의 재테크 이야기라는 썸네일 하에 재테크 초보들을 위한 경험담과 비슷한 이들의 인터뷰를 올리는 채널이었다. 내 또래인 짠부님은 가계부 쓰는 법, 기프티콘 팔아 돈 버는 법, 돈 적게 쓰는 법에서부터 부동산 임장 등 다양한 재테크 얘기를 풀어내고 있었고, 댓글에는 공감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런저런 고민은 계속해왔지만... 사소하고 궁상처럼 보일까 봐 차마 주변에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 부동산, 임장 같은 주제를 논하는 짠부님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반성하고 배우게 되더라. 그래서 바로 유튜브 구독하고 책을 질렀다. 그게 10월이었는데... 요즘 독서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진 터라. 드디어 다 읽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남기게 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통해 배운 것처럼 가장 큰 목차부터 보자. 큰 숲을 먼저 봐야 디테일하게 숨은 나무도 볼 수 있다.

  • 프롤로그 - 소비로 당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돼요
  • Part 1. 쉬지 않고 일하는데, 돈이 계속 없다?!
  • Part 2. 수입 200만 원 지출 250만 원, 이게 가능해?!
  • Part 3. 그걸 왜 아끼려고, 왜 사려고... 왜?
  • Part 4. 티끌모아 티끌? 흙무더기라도 만든다.
  • 에필로그 -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 짠테크

초반에는 욜로족 그 자체였던 짠부님의 스토리다. 번 것보다 더 많이 쓰던 중 얻게 된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달라지기로 결심하고, 이천만 원 모으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화생활비나 선물, 더치페이 같이 이런 것도 아껴야 하는 걸까...라고 많이 고민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 흔적들도 있다. 그리고 아끼면서 돈을 모을 수 있던 다양한 방법들을 적어두셨다.

유달리 와닿는 문장들이 있어 밑줄 그어 두었다. (이북이 이럴 때는 편함)

p39. 내 집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p42. 티끌 모아 태산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면, 티끌 모아 흙무더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현실을 봐야 해요. 티끌조차도 못 모으면 결국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p.72. 무엇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고민될 때는, '한 달 이자 만 원'보다 값어치 있을지 생각하기
p.77. 과분한 편리함을 추구했던 것 아닐까
p.86. 원래 없었는데 새로 산 물건들은 대부분 오래 쓰지 못했다. 물건들을 쓰는 데도 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애초에 그 물건을 위해 없던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손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도 점점 방구석으로 밀려난다.
p.87. 지금 갖고 있는 것부터 제대로 쓰자
p.112. 없던 의지도 만들어주는 게 바로 돈이니까. 이미 결제를 했으니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p.114. 결국 모두가 젊은것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알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조금씩 도전해보자.
p.250.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레드 오션이다. 사람 많다고 우리가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리고 오히려 레드 오션이기 때문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루 오션이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거고, 광고주도 영상에 광고를 넣지 않는다.
p.260. 돈은 현재의 내가 미래에 던져놓는 선물이다. 더 젊고, 더 아쉬울 거 없는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말고”라며 던져놓는 선물.

작년 여름 이사를 하면서 약 1년 조금 넘게 산 자취방에 물건이 너무 많아 놀랐었다. 심지어 가구와 가전, 그릇 등 많은 것이 내 것이 아니었는데도 캐리어 세 개를 꽉 채워서 승용차로 서너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사람은 하나인데 물건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나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셋집으로 옮겨오면서 욕심 안 부리고 최소한의 가구/가전만 산 게 정말 다행이었다. 나중에 이사 나갈 때 귀찮을까 봐 필수품만 샀는데 그게 또 나를 도왔다. 지금 전셋집에서 부피가 큰 축에 속하는 내 물건은 수납형 침대, 2통짜리 옷장, 책상, 의자, 서랍장, 아주 작은 책꽂이, 밥솥, 청소기, 빔프로젝터, 핸디형 스팀다리미뿐이다. 나머지 가구나 가전은 동거인께서 모두 해오셨다. 아직까지 싸우지 않았기에 이렇게만 계속 지낼 수 있으면 다음 집에서도 같이 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터라... 잘 모시고 살아야 한다.
아무튼 미니멀리즘이라고는 했지만 아직도 귀여운 잡화나 옷을 보면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다행히 뇌에 힘줘서 옷 안 산지는 곧 100일 된다. 겨울에 따숩고 편하게 입을 바지가 없어서 11월에 구매한 게 마지막이었다. 옷은 그나마 잘 참아진다. 하지만... 생활용품은 대량으로 사면 싸니까 하고 자꾸 쟁이려고 한다. 그래서 주기적인 재고조사를 통해 내가 이만큼이나 쟁여두었다는 걸 자각하게 하고자 노력 중이다. 먹을 것도 많이 사뒀다가 유통기한 지나서 버린 적이 있어서 최소한도로 사려고 두세 번씩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물건을 내가 써서 없애거나, 기부를 하거나, 당근에 팔아서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든 비워내고 나면 메모장에 한두 줄짜리 비움 일기도 쓴다. 내 성취도를 올리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하다못해 여행 가서 쓴 화장품 샘플 개수도 쓴다. 이렇게 하나하나 보내다 보면 내가 지금 당장 필요하고 써야만 하는 것들만 가지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겠지?
비슷한 맥락으로 디지털도 미니멀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비슷한 사진인 걸 알면서도 차마 삭제 버튼을 누르기가 힘들다. 일단은 캡쳐와 다운로드한 사진들을 주기적으로 솎아내는 중이다. 생각보다 내가 캡쳐만 해두고 안보는 사진들이 많더라. 두 번째는 인스타에 골라서 올리고 사진첩에서는 삭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한 두 개라도 줄어드니까... 물론 찍어내는 속도를 이기지는 못한다.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것도 있다. 내 일상을 의미 있게 남겨내려는 목적이다. 타임라인은 제멋대로지만, 사진과 함께 내 감정을 기록하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론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보셨으면 합니다(김칫국 드링킹). 쓰다 보니 짠테크, 재테크보다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재테크로 볼 수 있나 싶기는 하지만 월급날 자동이체로 적금과 펀드에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있다. 비상금과 경조사 비용을 모으는 CMA 통장을 따로 두었고, 매일 2달러씩 구매해 적립하는 외화통장, 매일 내 나이만큼 모으는 00살 선물 적금도 있다. 그 외에도 돈을 야금야금 모으기 위해 카카오 26주 적금 3개 정도 하고 있다. 가족&친구들과 꾸준히 모으는 곗돈 통장도 있네. 애초에 줄여서 살지는 못하니 티끌씩 모아서 목돈을 모으려는 나의 의지...

올해는 선 저축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보려고 한다. 첫 단계로 작년에 툭하면 사 먹었던 커피값이라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매일 점심을 사 먹는 직장인이라 하루에 만 원에서 만 오천 원은 우습게 깨진다. 그래서 커피 값이라도 아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미니 부수입을 위해 이벤트나 앱테크, 온라인 폐지 줍기도 많이 해야지. 소액이라도 수입원을 만들어 나가고 온라인 내 건물을 올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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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짠부 재테크

20대 짠순이의 부자되기 프로젝트! 극강의 욜로족에서 프로 저축러가 된 김짠부입니다♥ [김짠부 책 :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 https://bit.ly/37Mz15B [인스타그램 : 김짠부의 일상] 👉🏻 htt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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