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김짠부 재테크>라는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되었다. 조곤조곤 이야기하시는 짠부님의 목소리에 홀려 업로드된 영상들을 계속해서 넘겨 봤다. 덜 쓰고 더 벌자 - 욜로하다 골로 갈 뻔한 20대의 재테크 이야기라는 썸네일 하에 재테크 초보들을 위한 경험담과 비슷한 이들의 인터뷰를 올리는 채널이었다. 내 또래인 짠부님은 가계부 쓰는 법, 기프티콘 팔아 돈 버는 법, 돈 적게 쓰는 법에서부터 부동산 임장 등 다양한 재테크 얘기를 풀어내고 있었고, 댓글에는 공감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런저런 고민은 계속해왔지만... 사소하고 궁상처럼 보일까 봐 차마 주변에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 부동산, 임장 같은 주제를 논하는 짠부님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반성하고 배우게 되더라. 그래서 바로 유튜브 구독하고 책을 질렀다. 그게 10월이었는데... 요즘 독서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진 터라. 드디어 다 읽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남기게 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통해 배운 것처럼 가장 큰 목차부터 보자. 큰 숲을 먼저 봐야 디테일하게 숨은 나무도 볼 수 있다.
- 프롤로그 - 소비로 당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돼요
- Part 1. 쉬지 않고 일하는데, 돈이 계속 없다?!
- Part 2. 수입 200만 원 지출 250만 원, 이게 가능해?!
- Part 3. 그걸 왜 아끼려고, 왜 사려고... 왜?
- Part 4. 티끌모아 티끌? 흙무더기라도 만든다.
- 에필로그 -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 짠테크
초반에는 욜로족 그 자체였던 짠부님의 스토리다. 번 것보다 더 많이 쓰던 중 얻게 된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달라지기로 결심하고, 이천만 원 모으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화생활비나 선물, 더치페이 같이 이런 것도 아껴야 하는 걸까...라고 많이 고민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 흔적들도 있다. 그리고 아끼면서 돈을 모을 수 있던 다양한 방법들을 적어두셨다.
유달리 와닿는 문장들이 있어 밑줄 그어 두었다. (이북이 이럴 때는 편함)
p39. 내 집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p42. 티끌 모아 태산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면, 티끌 모아 흙무더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현실을 봐야 해요. 티끌조차도 못 모으면 결국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p.72. 무엇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고민될 때는, '한 달 이자 만 원'보다 값어치 있을지 생각하기
p.77. 과분한 편리함을 추구했던 것 아닐까
p.86. 원래 없었는데 새로 산 물건들은 대부분 오래 쓰지 못했다. 물건들을 쓰는 데도 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애초에 그 물건을 위해 없던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손에 익숙하지 않은 것들도 점점 방구석으로 밀려난다.
p.87. 지금 갖고 있는 것부터 제대로 쓰자
p.112. 없던 의지도 만들어주는 게 바로 돈이니까. 이미 결제를 했으니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p.114. 결국 모두가 젊은것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알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조금씩 도전해보자.
p.250.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레드 오션이다. 사람 많다고 우리가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리고 오히려 레드 오션이기 때문에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루 오션이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거고, 광고주도 영상에 광고를 넣지 않는다.
p.260. 돈은 현재의 내가 미래에 던져놓는 선물이다. 더 젊고, 더 아쉬울 거 없는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말고”라며 던져놓는 선물.
작년 여름 이사를 하면서 약 1년 조금 넘게 산 자취방에 물건이 너무 많아 놀랐었다. 심지어 가구와 가전, 그릇 등 많은 것이 내 것이 아니었는데도 캐리어 세 개를 꽉 채워서 승용차로 서너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사람은 하나인데 물건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나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셋집으로 옮겨오면서 욕심 안 부리고 최소한의 가구/가전만 산 게 정말 다행이었다. 나중에 이사 나갈 때 귀찮을까 봐 필수품만 샀는데 그게 또 나를 도왔다. 지금 전셋집에서 부피가 큰 축에 속하는 내 물건은 수납형 침대, 2통짜리 옷장, 책상, 의자, 서랍장, 아주 작은 책꽂이, 밥솥, 청소기, 빔프로젝터, 핸디형 스팀다리미뿐이다. 나머지 가구나 가전은 동거인께서 모두 해오셨다. 아직까지 싸우지 않았기에 이렇게만 계속 지낼 수 있으면 다음 집에서도 같이 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터라... 잘 모시고 살아야 한다.
아무튼 미니멀리즘이라고는 했지만 아직도 귀여운 잡화나 옷을 보면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다행히 뇌에 힘줘서 옷 안 산지는 곧 100일 된다. 겨울에 따숩고 편하게 입을 바지가 없어서 11월에 구매한 게 마지막이었다. 옷은 그나마 잘 참아진다. 하지만... 생활용품은 대량으로 사면 싸니까 하고 자꾸 쟁이려고 한다. 그래서 주기적인 재고조사를 통해 내가 이만큼이나 쟁여두었다는 걸 자각하게 하고자 노력 중이다. 먹을 것도 많이 사뒀다가 유통기한 지나서 버린 적이 있어서 최소한도로 사려고 두세 번씩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물건을 내가 써서 없애거나, 기부를 하거나, 당근에 팔아서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든 비워내고 나면 메모장에 한두 줄짜리 비움 일기도 쓴다. 내 성취도를 올리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하다못해 여행 가서 쓴 화장품 샘플 개수도 쓴다. 이렇게 하나하나 보내다 보면 내가 지금 당장 필요하고 써야만 하는 것들만 가지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겠지?
비슷한 맥락으로 디지털도 미니멀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비슷한 사진인 걸 알면서도 차마 삭제 버튼을 누르기가 힘들다. 일단은 캡쳐와 다운로드한 사진들을 주기적으로 솎아내는 중이다. 생각보다 내가 캡쳐만 해두고 안보는 사진들이 많더라. 두 번째는 인스타에 골라서 올리고 사진첩에서는 삭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한 두 개라도 줄어드니까... 물론 찍어내는 속도를 이기지는 못한다.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것도 있다. 내 일상을 의미 있게 남겨내려는 목적이다. 타임라인은 제멋대로지만, 사진과 함께 내 감정을 기록하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론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보셨으면 합니다(김칫국 드링킹). 쓰다 보니 짠테크, 재테크보다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재테크로 볼 수 있나 싶기는 하지만 월급날 자동이체로 적금과 펀드에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있다. 비상금과 경조사 비용을 모으는 CMA 통장을 따로 두었고, 매일 2달러씩 구매해 적립하는 외화통장, 매일 내 나이만큼 모으는 00살 선물 적금도 있다. 그 외에도 돈을 야금야금 모으기 위해 카카오 26주 적금 3개 정도 하고 있다. 가족&친구들과 꾸준히 모으는 곗돈 통장도 있네. 애초에 줄여서 살지는 못하니 티끌씩 모아서 목돈을 모으려는 나의 의지...
올해는 선 저축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보려고 한다. 첫 단계로 작년에 툭하면 사 먹었던 커피값이라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매일 점심을 사 먹는 직장인이라 하루에 만 원에서 만 오천 원은 우습게 깨진다. 그래서 커피 값이라도 아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미니 부수입을 위해 이벤트나 앱테크, 온라인 폐지 줍기도 많이 해야지. 소액이라도 수입원을 만들어 나가고 온라인 내 건물을 올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c/김짠부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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