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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주말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그 김에 포스팅이나 해야지.

근 삼개월 전에 다녀온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로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다. 괜찮은 전시라 한번쯤 다녀오길 추천한다. 나도 기회 되면 또 보러 갈 생각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1부 전시실에서 나와 2부 전시실 가는 길목에 유리창 밖으로 조형물이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쿠베르탱(Coubertin)>, 2004년 작이다. 소마미술관 홈페이지 검색하다 보니 수장고에 미니 쿠베르탱도 있다는데 엄청 귀엽다.

각설하고 2부는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벌써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을 거쳐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분단선을 넘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 이른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로 통용되는 이산의 미술사가 탄생했다고 한다. 2부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동안은 반공, 멸공 사상이 세상을 지배해서 이들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었다.   

2부 전시실 초입의 소주제 설명.

첫 작품은 배운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작. 배운성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그는 주인 백인기의 눈에 들어, 같은 또래인 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말동무 겸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에서는 진로를 바꿔 화가가 되었다. 1925년 베를린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며 한국미술의 유럽 유학생 1호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은 어느 살롱을 배경으로 박수무당 차림의 작가를 상당히 크게 표현한 그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표정도 독특하긴 했지만. 그의 차림새와 뒷배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와닿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변월룡 작가의 <6.25전쟁의 비극>, 1962년 작과 <분노하는 인민>, 1961년 작이다.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왼쪽)과 귀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오른쪽) 듯한 느낌이어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전시 기획할 때 의도하신 포인트겠지? 특히 오른쪽 작품은 아이를 업은 여자의 얼굴이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것도 변월룡의 작품이다. 팸플릿 기준 <풍경>, 인터넷 검색 시 <평양의 누각>, 아무튼 1954년 작. 접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 
작가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자. 변월룡 작가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고려인이다. 1953년 북한으로 파견 명령을 받고, 평양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 미술계를 복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와, 공산주의 혁명,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세히 보면 인민군 복장을 하신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작품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은 대동강이겠지? 대동강 궁금하다. 한강 같이 폭이 넓고 웅장한 느낌일까? 그보다는 조금 더 작고 큐티할까?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이제 한강뷰 아파트에 이어 대동강뷰 아파트가 비싸질 수도 있겠지? ㅋㅋ

그림 귀퉁이에 보면 누각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난해함을 추가해 준 이 작품은 황용엽 작가의 <인간>, 1982년 작. 황용엽 작가가 주로 표현했던 '인간'은 그가 살면서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간> 연작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해서 인간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도 다 제목이 <인간>이다. 아마 이게 인간 시리즈의 연작이겠구나.

어둡고 지친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도 파랑과 초록빛을 주로 써서 더 그래 보인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라 찍어 왔다.

황용엽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쾌대 작가의 <드로잉 (가족)>, 1947년 작을 만날 수 있다. 

아가들에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자세히 보니 아빠, 엄마도 적어 놓은 거 귀여워!! 

뭐라고 적으신 걸까. 우리 집안 식구 일재히 이__서 기념 촬영을 하다. ___가 뭐지? 기념 촬영을 했다는 건 사진도 남기고 드로잉도 남겼다는 걸까?

전시실들 넘어가는 사이에 작가연표가 있더라. 소마미술관은 이 표를 자료로 제공해 달라. 진짜 공부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문의나 넣어볼까?

너무 재미있던 전시라...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둔 탓에 작성하다 내가 지친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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