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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전시 후기를 남긴다.
아직 개발 중인 AI 서비스에서 체험단을 모집했는데
거기에 당첨되어 받은 초대권(1매)으로 다녀왔다.
아직 베타 테스트 상태라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나중에 상용화되면 별도로 사용 후기 올려야지
써보니까 매우 마음에 들었음

아무튼 내가 다녀온 전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
바로 <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이다.

<전시 개요>
- 전 시 명 : 빛의 거장 카라바조&바로크의 얼굴들 (The master of light Caravaggio and his descendants
- 전시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 전시기간 : 2024.11.09 ~ 2025.03.27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화~일 10시~19시 (매표 및 입장마감은 18시)
-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크리스마스, 신정, 설 연휴, 삼일절 정상 개관)
- 입 장 료 : 성인 22,000원 / 청소년 17,000원 / 어린이 14,000원
- 전시해설
>> 도슨트 프로그램 유료 15,000원
>> 오디오 가이드 유료 3,000원

우선 인증샷부터 박고 봅니다.
오디오 가이드도 빌렸어요.
작품 보호를 위해 내부가 엄청 어두워서
+ 사람이 꽤나 많아서 (평일에도 많았음)
벽에 쓰인 작품 해설들 읽기가 힘들어요

오디오 가이드는 휴대폰 어플 다운받아서 쓰셔도 되고
아니면 저처럼 이렇게 따로 가이드 기계 아예 빌리셔두 됩니다

표 받는 곳 오른쪽에 오디오 가이드 대여하는 곳 있고,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내고 기계 빌릴 수 있어요.

현대에서 운영하는 H.Point(H 포인트) 신규 가입자는
이벤트로 주는 가입축하 포인트 써서 공짜로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미 횐이라 걍 내돈내산함...

전시장 내부 촬영 가능하더라구요
물론 당연히 플래시 동영상은 안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이 많기도 했고
내부가 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많이 안 찍었어요
사실 작품들도 어두운 편이라 찍어봐야 디테일 잘 안 나옴

전시장 들어가자마자 신기한 공간이 나옵니다.
<성 마태오의 소명> 속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재현해 낸 공간이에요.

이렇게 생긴 작품이라는데요.
화면을 가로지르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Tenebrism 기법이 사용된 대표적인 작품이에요.

여기서 잠깐!
테네브리즘이란?

테네브리즘은 카라바조로 인해 널리 알려진 미술 기법이에요.
그림에서 강한 명암 대비를 사용해 특정 부분만 강조하는 방식인데요.
이 기법을 사용하면 그림 속 인물이나 장면이
마치 강렬하고 극적인 조명을 받은 것처럼 어두운 배경 속에서 부각되죠.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빛을 받은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종교적이거나 극적인 사건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했다고 해요.

카라바조는 특히나 이 기법을 잘 사용했고,
이후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죠.
이번 전시에서는 카라바조를 비롯해
그의 영향을 받았던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번외로,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이라는 것도 있었는데요.
키아로스쿠로는 이탈리아어인 Chiaro(밝음)와 Scuro(어둠)를 합친 단어래요.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를 사용해 대상의 입체감을 극대화하는 건데요.
테네브리즘을 키아로스쿠로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키아로스쿠로보다 더욱더 극단적인 명암대비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래요.
(시작부터 모르는 용어가 많길래 정리해 봤습니다^^ )


계속해서 이어지는 작품은
루도비코 카라치의 <성 바오로의 회상>인데요.
바로크 초기의 종교적 주제와 독특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래요.

성 바오로(사도 바울)의 회심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원래 기독교를 박해하던 사람인 바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강렬한 빛과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회심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 장면을 그렸어요.
바오로가 놀라서 떨어지는 모습 보이세요? 

다음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에요.

안티베누토 그라마티카가 그린
음악의 성인, 성 체칠리아 그림입니다.
그녀를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인 오르간을 치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번 전시에는 섹션이 6개였는데요.
카라바조가 롬바르디아에서 수련을 시작해
로마와 나폴리에서 명성을 얻고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차례대로 조명해요.
그리고 카라바조 이후의 예술가들의 작품도 살펴보면서 마무리해요.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면,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2.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
3. 정물화의 변모
4. 온전한 고전주의
5.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

그중에서도 세 번째 섹션인 "정물화의 변모"에서는
유명한 작품인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총 세 개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소년의 표정이나 구도가 조금씩 다르다고 해요.
전시 보다 보니 카라바조는 유사한 그림을 자주 남겼더라구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 그림은 사진 패스)

특이하게도 전시장 곳곳에 디퓨저가 있어요.
향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나중에 아트샵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정물화 섹션에서 발견한 거북이

이건 다섯 번째 섹션에 있던
<성 토마스의 의심>입니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대요.

토마스 눈이 너무 새카맣게 보여서 찍어봤어요.
무교 입장에서는 이 그림이 크게 와닿지는 않고...

다음 그림은 주세페 데 리베라가 그린
<성 이레네>입니다.
이건 제 눈에는 이레네가 너무 창백한...
마치 죽은 자처럼 보여서 신기해서 한 장 남겨봤어요.

이건 황소가 흥미로워서 남겼는데
어느 작품의 일부인지는 까먹었음...
근데 약간 이중섭 소 그림 닮았다.

이것도 주세페 데 리베라의 작품이에요.
<예언자>라는 것 같아요.

주세페 데 리베라는 스페인 출신으로
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바로크 화가래요.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카라바조의 일대기와 함께
이번에는 소개되지 못했던
카라바조의 많은 작품들이 미디어월로 소개되고 있더라구요

카라바조를 좋아하시거나,
바로크를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종교화에 관심 많으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더불어 아래층에서 진행 중인 고흐전보다는
대기 인원이 훨씬!!! 적으니
고흐전 사람이 많다면
대기 걸어놓고 먼저 보셔도 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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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청룡의 해를 맞이해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 첫 포스팅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이다. 일명 예수님 생일에 부처님 보러 가기 콘텐츠!
스투파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니까, 국중박에서 제공하는 전시 설명으로 포스팅을 시작하려 한다.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전시기간 : 2023.12.22 ~ 24.04.14
- 전시요약 :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 지역의 불교미술품 97점을 국내 최초 공개
- 전시소개 :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인도 남쪽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의 미술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데칸 고원을 넘어 남인도로 전해졌습니다. 석가모니의 고향과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그곳에서 불교는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남인도의 윤택한 환경 속에서 싱그럽고 풍만한 미술을 꽃피웠습니다. 기원전 2세기, 아직 석가모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나무(보리수)나 발자국만으로 그의 존재를 대신하던 시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불상이 만들어지던 기원후 4세기까지, 낯설지만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남인도 불교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옵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박물관의 소장품 61점을 비롯하여, 영국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독일 아시아예술박물관, 그리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점이 출품됩니다. 21세기 들어 새로이 조사된 파니기리(Phanigiri, Telangana) 유적의 출토품을 포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남인도 불교미술품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매일 10시~18시 (수, 토는 21시까지 연장)
- 휴  관  일 : 24.01.01 및 24.02.10
- 입  장  료 : 성인 1.0, 청소년 0.7, 어린이 0.5
- 전시해설 : ① 격주 수요일 18시 이후 큐레이터와의 대화
                    ② 모바일 전시 안내프로그램 음성 제공(개인 이어폰 지참)
                    ③ 오디오가이드 제공(유료)
                    ④ 자원봉사자 해설 제공 예정(24년 1월부터) 

사실 가기 일주일 전 쯤에 얼리버드 할인을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가게 될 줄 알았으면 사둘 걸 그랬다. 역시 얼리버드는 일단 사고 봐야 하는 거였나^ㅁ^ 라고 늦은 후회를 남겨봅니다.

각설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후의 국중박은 예쁘더라구요. 눈 덮인 연못이 예뻐서 박물관 올라가는 길에 하나 남겨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큐티뽀짝 눈사람 대잔치... 눈 녹기 전에 다들 열심히 만들어 뒀더라. 나의 동행인도 이 옆에 하나 제작하심. 손 안시렵니...? (대단해)

사람 많을까 고민했던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박물관은 쾌적했다. 대기 없이 바로 티켓 발권하고 입장하러!
기획전시실 되게 오래간만에 오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전시가 뭐였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입장 하기 전에 사물함(무료)에 짐을 미리 넣고, 필요하다면 화장실도 다녀오세요.

이번 전시는 ESG를 위해 모바일 팸플릿만 있다고 하더라. (굿굿 바람직해) 팸플릿이 궁금하신 분은 사진 하단의 큐알코드나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점자 프린팅도 해놓은 거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 요즘 미술관들은 장애인을 위한 도슨트도 준비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더라.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진다. 나도 내 사업할 때 본받아야지.

들어가기 전에 전시장 구성을 살짝 정리하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크게 2실, 그리고 총 7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국중박 기획전시실의 매력은 한 바퀴 가볍게 둘러보고 나오기 딱 좋은 사이즈라는 점이다. 전시가 너무 길면 사람이 지쳐...

1부 - 신비의 숲
   1) 풍요로운 자연, 싱그러운 생명
   2) 신비로운 인도의 신들
   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2부 - 이야기의 숲
   1) 사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2) 스투파, 이야기를 담다
   3) 상징, 무언의 이야기
   4) 서사, 그의 인생 드라마 

그럼 본격적으로 전시 살펴볼까요? 1부 신비의 숲입니다. 시작은 약간의 인도 역사였다. 기원전 2세기말, 인도의 첫 통일 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진 남인도 데칸고원에는 새로운 왕조 사타바하나가 등장한다. 이곳에는 왕조에 상관없이 자연의 힘을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자연에 대한 믿음이 새로운 종교인 불교를 만나 어우러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남인도 사람들은 불교가 전해진 이후에도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는 상징들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 둥근 항아리 위에 연꽃과 '함사'라고 불리는 새 2마리가 표현되어 있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하더라. 함사가 새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묘사된 모양새로는 오리나 거위처럼 생겼다. 그냥 유물만 덩그러니 있었으면 이게 뭐지 싶었을 텐데, 주변에 항아리에서 꽃이 자라나는 듯한 영상을 덧입혀주니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앞으로 이어질 전시 기획자의 센스가 돋보이기 시작했던 순간)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유물들은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인데, 스투파를 지키는 마카라(앞)와 마카라X사자(뒤).
앞편의 유물에는 물속에 산다고 알려져 있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가 새겨져 있다. 마카라는 악어처럼 생긴 머리와 코끼리 같은 긴 코,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귀, 그리고 달팽이집처럼 말린 긴 꼬리를 가진 독특한 외모의 동물이다. 마치 우리 해태처럼 지킴이 역할을 잘할 것 같은 외모다.
아 이쯤 되니 다들 궁금할 텐데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나는 불교계의 신전이라고 이해했다.
이어서 뒤편의 유물은 마카라와 사자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이었다. 내가 찍어온 사진은 앞발을 들고 있는 사자가 더 눈에 들어오는데, 사자 등에 있는 덩어리는 사람이다. 작품 설명에는 "마카라 꼬리를 피해 사자의 어깨 위에 올라간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유물.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다. 인도 사람들은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 모습을 한 신으로 상상했다고 한다. (어느 문화권이나 비슷하네) 그중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다주는 정령을 약샤 또는 약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약샤는 불교와 어우러지며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이번 약샤는 머리에 연꽃 송이를 엎어 놓은 모자를 쓰고 있는데, 머리에서 동전이 쏟아지는 독특한 모습이다. 박물관에서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고려해 동전이 쏟아지는 영상과 소리를 입혀줬다.
여기에 더해 공간을 원형으로 표현해 아예 분리한 것도 좋았다. 낮은 원형 단 위에 설명과 유물을 올려두어 360도 어느 각도든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다른 유물들과 섞이지 않게 뒤에 얇은 파티션을 더해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게 해 뒀더라. 우리가 공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보니,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구나를 한 번 더 느꼈다. 이런 감각은 어떻게 키울 수 있지 궁금하기도 하고...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풍요의 상징으로 장식한 약시이다. 구멍이 뚫린 점토판이라 아마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거나, 집 안에 걸어두는 용도였으리라고 추측하더라. 이 아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이었다. 전시 보다 보니 인도에서 온 것도 많았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서 온 아이들이 많아 조금은 씁쓸했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프랑스 파리 올림픽 흥행하는 법이라면서 박물관에 소장된 각 나라별 문화재 걸고 게임하자고 우스갯소리 했는데... 문득 그게 생각나더라.

갑자기 재질이 달라졌죠? 1-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파트로 훅 넘어왔습니다. 기원전 2세기 사타바하나 왕조가 등장하던 무렵 인도는 교역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동남아시아, 서쪽으로는 서아시아 너머 유럽과도 국제 무역을 활발히 했다고 하더라. 그 증거가 인도에서 발견된, 1세기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포세이돈 상이다.

또 다른 증거는 큐피드가 새겨진 손잡이. 지금도 크디크고 멀디 먼 지구촌 세상인데, 기원전에 어떻게 이렇게 활발하게 교역했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건 인도 불교 사원지 발굴을 기념하는 전시 포스터라고 한다. 1938년 적힌 거 보이시나요? 그림은 다른 나라의 물건을 구경하고 있는 사타바하나 왕조의 모습을 그려낸 거라고.

계속해서 전설 속의 동물 그리핀. 제가 알던 그리핀햄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뭔가 살짝 억울해 보이지 않나요. 뉴트 스캐맨더가 데리고 다닐 거 같이 생겼어요 햄...

1부와 2부 사이에 짧은 영상이 하나 있다. 스투파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라 한 번씩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조각나버린 이 전시품들이 온전하게 유지되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상상하게 해주는 영상이었다.
영상도 다 보셨다면 2부 이야기의 숲으로 넘어갑니다. 기원전 3세기 이후의 남인도는 사타바하나 왕조가 사라지고 이전보다 훨씬 잦은 왕조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믿으며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그걸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시작은 사리였다. 석가모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시신을 화장해 얻은 사리를 8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모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마우리아 왕조의 한 왕이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으로 나누어 옮겼다. 그렇게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가 세워졌는데,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인도 남쪽으로 전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숲 소개글 윗단의 영상이 코끼리들이었나 보다. 사리함을 옮길 때 코끼리들을 동원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래 사진은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이다.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북인도 피프라와의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인데, 발견 당시 사리 단지 안에서 금, 진주, 꽃 모양으로 만든 보석들이 섞여 있었다고.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어 다시 나눌 때 넣은 보석들로 추정된다고 한다.

예쁘지 않나요? 그 당시에 귀하다고 여겨진 것들을 같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사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이렇게 보니 정말 다양하게 담으려 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이 유물은 영국의 누군가가 개인소장 중이다.

스투파 자체를 보여주는 파트로 넘어왔습니다. 스투파는 무덤처럼 돔을 높이 쌓아 올리고 주변에 벽을 둘러 장식하는 형태라고 한다. 그리고 돔의 가장 윗부분에 햇빛 가리개를 세우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이 공간은 기둥을 활용했다. 기둥 앞쪽에서는 스투파의 모습이 담긴 석판 조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뒷면은 전시된 석판을 프린트해 크게 붙여두었다. 정말 스투파를 장식하고 있는 기둥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머리 다섯 달린 뱀 '나가'... 스투파를 지키는 뱀인데 석판에서 모양만 따왔더라. 뭔가 이렇게 아이콘화 해서 보여주니까 좋은 것 같아서 찍어봤다.

이건 석가모니의 상징을 담은 스투파이다. 중간의 말은 석가모니가 출가할 때 탔던 아이일 거고, 왼쪽으로는 보리수나무 아래의 빈 대좌(불상을 올려놓는 곳)가 있다. 오른편에는 작은 스투파가 하나 더 새겨져 있고, 조각 하나가 담겨 있는데 이게 바로 석가모니의 치아 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스투파 안에는 석가모니의 출가부터 깨달음을 얻은 장소, 그리고 그의 사리가 모셔진 스투파까지, 석가모니의 이야기 전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 석가모니가 왜 석가모니라고 불리는지 아시나요? 기원전 5세기, 히말라야 산맥 아래 샤카 족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샤카 족의 깨달은 자라는 뜻을 가진 "샤카무니"라고 불리게 되는데요. 이 단어가 전해지며 바로 석가모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예쁘고 멋지지 않나요? 이 전시 기획자 누구인지 매우 칭찬해... 매 파트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딱 조명해서 보여주니까 너무 좋았다. 주말에 심심하시다면 스투파의 숲 전시를 가주세요 여러분

이 그림들은 스투파를 발굴할 때, 발굴단 중 한 명이 석판들에 새겨져 있던 그림을 옮겨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 그림 실력 뭐야...? 프린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한데 직접 그린 거라니. 역사학도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싶네요. 

엄청 잘 그리지 않나요. 저는 그림 실력이 부족해 유물 발굴 못할 거 같아요^ㅁ^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트는 석가모니의 상징들을 보여줍니다. 스투파에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여기서는 석가모니 없이 오로지 상징으로만 보여주는 스투파들을 소개한다.

그래서 이렇게 석가모니의 발자국을 주로 보여줍니다. 발자국 안의 수레바퀴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다양한 스투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석가모니의 발자국.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수레바퀴는 민 무늬가 되어버렸다. 이게 다 돌기둥에 조각한 건데...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건 깨달음을 얻은 나무 아래 그의 발자국. 석가모니의 상징들은 석가모니를 대신해, 그가 없더라도 그의 존재와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이 아이는 불타는 기둥을 향한 경배(아래 두 사진 모두)라는 전시품이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어깨에서 물과 불을 내뿜은 적이 있다고 한다. 불을 뿜는 기둥은 석가모니의 기적을 표현한 남인도의 방식이라고 한다.

기둥 위로 석가모니의 상징들이 또 보이는 것 같죠?
이게 바로 불 뿜는 기둥

크게 보면 이런 느낌이다. 어떻게 돌에 이렇게 정교하고 세세하게 새겨 넣었을까? 경이롭다는 생각만 든다.

전시실 중간에 쉬어갈 겸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존이 있더라. 보통 미디어월(?)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봐온 내용들을 요약해서 복습시켜 주는 기분이었다.

저 이런 영상 좋아하는데요. 이런 영상은 제작에 얼마나 들까?

두 번째 의문은 이 전시와 영상은 미국에서 한 걸 그대로 따온 것인가. 아니면 우리 국중박에 맞추어 직접 다시 기획한 것인가. 어느 게 정답이든 학예사는 멋있는 직업이다.

자 이제 마지막 파트, 석가모니의 인생 서사 그 자체를 조명하는 공간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고...로만 알던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던 파트였다. (모태 불교지만 불교 몰라요)
스투파에는 사실 석가모니 말고 다른 이야기들도 자주 나온다고. (이리 보니 인도판 그리스로마신화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주로 교훈을 주는 이야기나 석가모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특히 남인도에서 사랑받은 이야기는 만다타왕에 대한 내용! 아래 조각 오른쪽에서 3번째 동그라미 안의 내용인데, 만다타왕은 욕심이 많아 하늘까지 다스리고 싶어 했다고. 아마 과욕으로 인해 벌 받은 이야기인가 보다.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자. 

이번 파트에서는 이렇게 조각들을 이미지화해서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더라. 이건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이다. 11시 방향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보면 된다. 전생에 움직이지 않는 왕자로 태어났다가, 버려지고, 땅에 묻히려던 순간 일어나 움직이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가 한 원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하나에 담기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옛 인도인들은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에 익숙했던 것 같다고 전시 안내문구가 그랬다.

이건 말 타고 출가하는 석가모니의 모습인데, 이거 보다가 또 감탄했다.

보이시나요 말 타고 이동하는 걸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래서 석가모니만 원에서 원으로 이동한다... 상징으로만 표현하던 인도인들의 아이디어까지 차용해 왔어... 배운 변태의 기획력...!

그리고 전시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불상들을 보여주더라. 익숙한 모습들이라 반가웠다. 스투파 조각에서 사용되던 돌과 비슷한 돌로 만들어진 불상. 보통 체격에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인데, 이게 남인도 불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이 불상은 5세기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재 영국박물관의 소장품.

정말 내가 봐왔던 다른 불상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하다.

이 불상도 동일하게 5세기 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졌고, 인도의 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이라는 곳의 소장품이다. 표정이 더 온화해지셨어. 

전시의 마지막에 써져 있던 문구

사타바하나의 왕이 안내했던 스투파의 숲 여행은 여기에서 마무리됩니다.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신나게 즐기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남인도에 펼쳐질 또 다른 스투파의 숲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번 여행은 성공입니다.

사실 한국인이라 불교문화가 익숙하다. 하지만 각 잡고 공부하거나 배웠던 적은 없기에 알음알음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이렇게 큰 흐름으로 한 번에 살펴보니 너무 재밌고 유익했던 전시였다. 누군가 용산에서 뭐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그런 전시였다.

그럼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은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러 오신 석가모니의 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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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주말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그 김에 포스팅이나 해야지.

근 삼개월 전에 다녀온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로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다. 괜찮은 전시라 한번쯤 다녀오길 추천한다. 나도 기회 되면 또 보러 갈 생각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1부 전시실에서 나와 2부 전시실 가는 길목에 유리창 밖으로 조형물이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쿠베르탱(Coubertin)>, 2004년 작이다. 소마미술관 홈페이지 검색하다 보니 수장고에 미니 쿠베르탱도 있다는데 엄청 귀엽다.

각설하고 2부는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벌써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을 거쳐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분단선을 넘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 이른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로 통용되는 이산의 미술사가 탄생했다고 한다. 2부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한동안은 반공, 멸공 사상이 세상을 지배해서 이들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었다.   

2부 전시실 초입의 소주제 설명.

첫 작품은 배운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작. 배운성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그는 주인 백인기의 눈에 들어, 같은 또래인 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말동무 겸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에서는 진로를 바꿔 화가가 되었다. 1925년 베를린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며 한국미술의 유럽 유학생 1호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은 어느 살롱을 배경으로 박수무당 차림의 작가를 상당히 크게 표현한 그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표정도 독특하긴 했지만. 그의 차림새와 뒷배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와닿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변월룡 작가의 <6.25전쟁의 비극>, 1962년 작과 <분노하는 인민>, 1961년 작이다.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왼쪽)과 귀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오른쪽) 듯한 느낌이어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전시 기획할 때 의도하신 포인트겠지? 특히 오른쪽 작품은 아이를 업은 여자의 얼굴이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것도 변월룡의 작품이다. 팸플릿 기준 <풍경>, 인터넷 검색 시 <평양의 누각>, 아무튼 1954년 작. 접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 
작가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자. 변월룡 작가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고려인이다. 1953년 북한으로 파견 명령을 받고, 평양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 미술계를 복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와, 공산주의 혁명,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세히 보면 인민군 복장을 하신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작품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은 대동강이겠지? 대동강 궁금하다. 한강 같이 폭이 넓고 웅장한 느낌일까? 그보다는 조금 더 작고 큐티할까?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이제 한강뷰 아파트에 이어 대동강뷰 아파트가 비싸질 수도 있겠지? ㅋㅋ

그림 귀퉁이에 보면 누각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난해함을 추가해 준 이 작품은 황용엽 작가의 <인간>, 1982년 작. 황용엽 작가가 주로 표현했던 '인간'은 그가 살면서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간> 연작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해서 인간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도 다 제목이 <인간>이다. 아마 이게 인간 시리즈의 연작이겠구나.

어둡고 지친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도 파랑과 초록빛을 주로 써서 더 그래 보인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라 찍어 왔다.

황용엽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쾌대 작가의 <드로잉 (가족)>, 1947년 작을 만날 수 있다. 

아가들에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자세히 보니 아빠, 엄마도 적어 놓은 거 귀여워!! 

뭐라고 적으신 걸까. 우리 집안 식구 일재히 이__서 기념 촬영을 하다. ___가 뭐지? 기념 촬영을 했다는 건 사진도 남기고 드로잉도 남겼다는 걸까?

전시실들 넘어가는 사이에 작가연표가 있더라. 소마미술관은 이 표를 자료로 제공해 달라. 진짜 공부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문의나 넣어볼까?

너무 재미있던 전시라...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둔 탓에 작성하다 내가 지친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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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재밌는 전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2018년에 했던 병풍전(?) 시즌 2라고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 2>!! 사실 18년도에는 이런 거 하는지 몰라서 못 갔었는데... 그때 엄청 호평을 받았던 전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친구 하나 꼬셔서 후딱 다녀왔다. 지금 보니 전시기간이 올해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네... 아직 약 두 달 정도 남았으니 추천추천

홈페이지로 미리 예약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권가능하다. 결제는 발권할 때 같이 하면 된다. 홈페이지 결제 아님!! 가격은 성인 인당 15,000원이었다. 할인되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아 아쉬웠음.
대신 당일 입장권 가지고 2층 아모레샵 가면 20% 할인해준다! 온 김에 화장품 구경까지 굳굳 마케팅 너무 잘하는 거 아닌지. 나는 구경하다가 립밤 샀다.

발권을 마치고 늘어선 병풍 뒤쪽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실 입구가 나온다.

이렇게! 직원분들이 워낙 설명을 잘해주시기도 하고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아 찾기 쉬움

계단 내려가면 직원 분이 간단하게 안내해주심. 코트룸과 화장실은 계단 오른편에서 오른편 복도로 한번 더 꺾으면 나온다. 코트룸 크고 사물함 많아서 맘에 들었다bb
그리고 계단 아래 전시실 입구부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종종 재입장이 어려운 곳도 있는데, 여긴 그런 걱정 없이 화장실 이용도 편하고 좋겠더라.
티켓과 인증샷 찍어봤다. 오디오가이드 들으려면 "APMA GUIDE"라는 어플을 다운받고, 미술관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어플을 켜면 인증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옴. 티켓 뒤에 인증번호가 있으니 그거 입력하면 된다. 문득 매일 바뀌는 걸까 궁금했지만,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넹...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야😮

아무튼 인증번호까지 입력하고 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목록에서 원하는 작품 찾아서 들으면 된다. 한 번 눌렀던 건 색이 변해서, 사람 많으면 건너뛰고 보는 나에게 너무 편한 기능이었다. 오디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세세한 작품 사진과 글도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게다가 어플 안에서 카메라 켜고 인스타 공유하는 버튼도 있었음bb
근데 작품 상세화면에서 목록으로 가면 설명이 바로 끊기고, 자동으로 다음 작품이 재생되는 기능은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많아서인지 와이파이가 자꾸 끊겼다. 근데 그럼 어플 인증번호부터 다시 입력해야 함ㅋ 한 다섯 번 그러고 나니 번호를 아예 외워버렸다^_^ 살짝 빡쳤지만... 오디오 가이드 퀄이 좋으니까 괜찮아,,,

조선은 병풍의 나라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유독 병풍으로 만든 회화 작품들이 많이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는 전시가 많았고, 회화의 형식에 주목한 전시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걸 깨버린 게 아모레에서 18년도에 열었던 <조선, 병풍의 나라>였고... 이번 전시도 그 맥을 이어나가는 거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병풍을 소개한다. 제작/사용자를 고려해 민간병풍과 궁중병풍으로 테마를 나누고, 제작 시기에 따라 근대 병풍을 별도로 구분해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람객들은 병풍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면서, 민간과 궁중으로 대별되는 병풍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안내책자가 그랬다^^ (앵무새)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는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돼서 엄청 크다. 누가 1시간이면 다 본댔는데 나는 몇 개는 가볍게만 봤는데도 순 관람시간만 2시간이었다. 전시실 중간중간 소파와 의자가 있으니 쉬어가며 관람하시길...! 생각보다 많이 빡셉니다. 내 관람순서는 전시실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고 온 작품들을 순서대로 소개해보겠다.

시작은 <화조문자도8폭병풍>. 얼마 전 올린 <생의 찬미> 전시랑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유교의 8가지 덕목을 표현하는 그림이랍니다. 아마도 2폭이었으니... "제(悌)" ?! 맞겠지ㅎㅎ 그림 하단에 파란색 생물체는 소라고 생각했는데 토끼를 그린 거라고 한다. 토끼가 떡방아 찧는 모양새라고… 내가 아는 토끼는 뉴진스 토깽이 같은 큐티뽀짝인데 과거의 토끼는 더 강인했나봐… 아무튼 각설하고 작년 생의 찬미에서 봤던 문자도가 묘하게 겹쳐 보여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문자도 양식에 따라 색감이나 구도를 비슷하게 가져가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거였네. 이렇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재밌다. 나중에 그 문자도들도 다시 볼 일이 있겠지?!

마지막 8폭 하단의 그림. 병풍이라 길이가 길어 그런지 상단과 하단으로 구역을 나누어 그림을 배치했다. 주로 상단에 문자를 형상화한 그림을 올리고, 하단에는 자연을 그려내더라.

그다음은 <하락도12폭병풍>. 20세기 초 전문화가 이인서라는 분이 그렸다고 한다. 아래는 12지신을 표현한 3~4폭. 저 한 중간에 동그라미 속 한자 복(福)인 걸까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는데. 무식 그 자체였네^ㅁ^ 지금 획으로 대충 찾아보니 지도리 추(樞)라는 글자 같다. 약간 근원, 본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하는 한자라고 ㅋㅋ

올해는 토끼의 해지만 전 호랭쓰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호랑이만 보면 확대해서 찍을라 함... 병풍에 시조 등 한자가 많은데, APMA GUIDE 앱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엄청 친절하더라. 

이건 <백납도10폭병풍>에서 가져온 그림. 백납도는 작은 그림들을 모아 병풍 화폭에 붙이는 것으로 19세기 조선에서 인기였다고 한다. <생의 찬미> 전에서도 백납도를 재해석한 작품이 있었다. 아무튼 작은 그림 대신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붙이기도 했고, 이 경우에는 백선도라고 부른다. 이 <백납도10폭병풍>은 백납도와 백선도의 어드메에 있었다. 그림들 모양이 이런 부채꼴도 있고 엄청 다양했기 때문!

예전 조상님들도 고앵쓰를 키웠었나 보다. 강아지만 키운 줄 알았는데 무지한 후손의 편견이었어. 물고기도 키우시고. 근데 아기고양이들 같은데 너무 큐티뽀짝... 동물은 잘 만지지 못하지만 조아해요🥰

여기도 멋진 호랑이가 있길래 찍어봤다. 호랑이가 달을 보고 포효하는 거겠지?

호랑이만큼이나 멋진 매...? 독수리...? 매겠지?! 이런 감상평밖에 남기지 못하는 나 자신 너무 부끄럽고요. 국현미에서 도슨트 양성 과정하길래 지원해보려 했는데. 이런 내가 지원해도 되는 걸까. 서류에서 바로 탈락하면 어쩌지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다음 작품이 사람이 몰렸길래 냅다 반대편 작품부터 감상. <구운몽도8폭병풍>이다. 길게 이어 붙일 수 있는 병풍의 특징을 살려 이야기를 많이 표현하더라. 좋은 것 같다. 아마 그 시대 때도 그랬겠지만, (초보) 수집가의 입장에서 보면 병풍 하나로 8점의 그림을 소장하는 효과도 있잖아? 게다가 그 그림이 연작이라면 오히려 좋아. 각설하고 작품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학창 시절에 그렇게 읽던 구운몽 이야기를 이렇게 보니 재밌었다. 주인공 성진이 팔선녀님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승님이 깨우러 오는 것까지 표현함. "야 너 꿈꾼 거야~!" 하러 오는 스승님이라니 미워요ㅠ.ㅠ

다음은 <삼국지연의도8폭병풍>. 아래 장면은 삼국지에서 젤 유명한 유비, 장비, 관우가 삼고초려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저기 누워 있는 분이 제갈량임. 인물 옆에 설명도 적어 줬지만... 학창 시절 한문 과목을 상당히 싫어했던 저는 하나도 모르겠고요^^ 사실 저 중간에 애기 손가락이 상당히 빡큐 같아서 웃겨서 찍어옴. 서해바다보다 얕은 나의 미의식과 예술에 대한 조예...

소설 병풍 구경하는 사이에 아까 못 보고 온 병풍에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평생도8폭병풍> 이란 작품이다. 평생도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보통 사대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표현한다. 역시 인생의 시작은 돌잔치여야지~! 저 아가는 뭘 잡았을까. 그러고 보니 나 돌잔치에서 뭐 잡았지?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혼인식을 다시 하는 "회혼례"를 그려낸 그림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황혼식 같은 건데 신기해. 출세한 사대부 양반가라 이런 행사도 있나 보다.

호랑이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달이라서. 인간군상의 이야기 대신 이런 거만 주목하다 왔다.

다음은 초록초록 그 자체였던 <경직도8폭병풍>. 농사를 짓고 옷감을 만드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었다. 목적은 통치자에게 너의 백성들이 이렇게 산다고 교육하기 위함이라고. 그지 나라님이 나가서 보시기엔 좀 괴리감이 있었겠지...? 교육 목적의 그림이었으니 공부하는 공간에 두었으려나? 아무튼 열심히 모내기를 하는 중인 백성들의 모습.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구나를 알 수 있어 후손인 나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병풍이었다.

다음은 <호렵도8폭병풍>. 1 전시실은 민간병풍을 다루고 있어 주제가 엄청 다양하다.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하러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목적은 오랑캐가 이렇게 강인하다. 방심하지 말자라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추측성 발언). 아무튼 죄 없는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많아 기분이 찝찝했다.

왜 우리 호랑이한테 그래요! 라고 하기엔... 호랑이는 사람을 찢어...

호렵도 다음에 바로 나온 거라면 약간 너무한데ㅠ.ㅠ? <무릉장생도8폭병풍>이다. 장수를 바라고 이상향을 바라는 병풍답게 십장생이 모두 그려져 있다.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 십장생은 해, 달, 산, 천,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라고 보기도 하고, 해, 돌, 산, 물, 구름,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불로초로 보기도 한다. 

뒤집힌 산과 새의 조화가 좋아서 한 컷 찍어봤다. 자꾸만 사진에 비상구랑 조명이 나오네... 아숩

그다음은 <백수도10폭병풍>. 동물도감 같기도 하고... 뭔가 벽지 같은 느낌도 있어 신기했던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물들이 가득한 혼돈인데, 질서가 있었다. 상단에는 날개가 있는 짐승을, 하단에는 걸어 다니는 짐승을 표현했다. 빠지지 않는 호랑이 찾기. 근데 옆에 닥스훈트인가요? 비슷한데 아닌가

실존하는 동물만 그린 건 아니고, 상상 속의 동물도 있었다. 이 친구는 해태랍니다. 잘 찾아보면 유니콘 같은 애도 있고 뭐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은 <어해도10폭병풍>. 풍요로움과, 다산, 과거합격 및 출세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폭마다 염원하는 뜻을 상징하는 물에 사는 동물을 그려냈다. 마지막 10폭의 게는 입신출세나 장수를 표현할 때 많이 그린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 게의 생태를 불로불사에 빗댄 것이다. 이 <어해도10폭병풍>에서는 무슨 의미라고 가이드 앱이 얘기해 줬는데 까먹음;;

다음은 다시 인물로 돌아와서, <고사인물도8폭병풍>.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아래는 누가 봐도 낚시하는 강태공이다. 그래도 여긴 세월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으셨네. 저 주전자는... 술일까^^?

1 전시실 중간은 미디어 아트를 쏘고 있다. 병풍의 그림들을 찬찬히 확대해 가며 보여주는데 보다 보면 어지러움

약간 사진 스팟 재질이기도 하고. 주말치고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닌 거 같았지만. 그래도 꽤 있었다.

1 전시실 소개는 찍지 않았지만, 2-3 전시실 소개는 찍어뒀더라. 이곳의 주제는 궁중병풍. 왕실 소속 화원이 그린 그림들로, 왕실에서 사용하는 장식용 병풍과 궁중 행사를 담은 기록화 병풍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실에서 내가 찍은 첫 작품은 <요지연도8폭병풍>.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곤륜산 요지에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그려낸 그림. 아래 사진은 신선들이 잔치에 참석하려고 오는 부분을 확대해서 찍었다.

서왕모가 여는 연회답게, 잔치에 올라갈 복숭아를 들고 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손오공을 찾을 수 있따.

다음은 <화성행원도8폭병풍>으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한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병풍이다. 아래 그림은 특별 과거시험의 합격자 시상 장면을 그린 부분이다.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출세한 거지?! 엄청 많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시험을 보는 장면?! 자세히 보면 사람들 앉은 자세가 묘하게 다르다.

 

중간에 남색 도포 입은 사람이 제일 삐딱하게 앉아 있음 디데일에 엄청 강한 조선시대 화원들...

마지막 8폭에는 배다리가 그려져 있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엄청 많이 정박시켜서 배로 만든 다리라고. 신기해... 한강 진짜 큰데 예전에는 한강을 어떻게 건넜나 했더니 이렇게...! 근데 예전부터 한강 물살이 그렇게 쎈 편은 아니었나 보다. 저렇게 많은 배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었다니.

더 자세히 보면 나름 다리라고 중간에 문? 처럼 세워놓기도 했다. 이 많은 인원이 다 건널 수 있는 다리라니 우리 조상님들은 역시 똑똑하셨꾸나!

그다음은 <일월반도도12폭병풍>.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궁중병풍!

보통은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물결 등 디테일이 강해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일월반도도 바로 왼쪽 벽에는 <일월오봉도8폭병풍>이 있다. 일월오봉도란, 5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을 그린 그림이다. 국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해 주로 조선시대 어좌의 뒤편에 두었다. 지금 경복궁 가도 하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달과 산, 소나무와 물... 나도 이런 거 집에 놓고 싶어...

그다음 작품은 조그만 3 전시실에 있던 작품이다. 조그만 공간이라 마주 보고 병풍 두 점을 세워두었는데, 두 개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임인진연도10폭병풍>. 고종 황제가 기로소라는 곳에 입소하면서 열린 행사(진연)를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자세히 보면 태극기도 보이구

궁중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모습. 저 아래 깃발들은 다 뭘 뜻하는 걸까? 제각기 다른 기관을 상징하는 걸까?

화려 그 자체... 호랑이 가죽도 깔아놨어ㅠ.ㅠ 근데 사이드에 칼 들고 있는 건... 고종황제 때니까 그럼 신식군대인가

호랑이 가죽은 한 번 더~!

여기도 호랑이로 만든 뭔가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무용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강강술래 같아.

공공의 한계... 병풍 마지막에 행사를 주관한 담당부서 관리들과 그림을 그린(?) 화원 이름을 적어놨다. 이렇게 영원히 박제되다니 당시에는 영광이었겠지만 오늘날의 저로써는 왕부담

다음은 같은 해에 있었던 또 다른 행사 장면이에요. 고종황제 생일 겸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잔치!

상당히 성대한 행사라 밤까지도 이어졌다고. 밤에 등불 켜고 행사 킵 고잉한 장면을 표현.

귀여운 디테일들까지 남겼다. 근데 그림 리뷰하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니 이게 조선왕조의 마지막 잔치 기록이라고 한다. 두 잔치가 있었던 게 1902년인데... 이후 역사 흐름이... 러일전쟁 - 을사늑약 - 고종 강제 퇴위 - 끝으로 경술국치...ㅠ.ㅠ 이렇게라도 좋은 날의 기록도 남아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특이하게도 칼을 들고 추는 검무가 표현되어 있다.

태극기 한 번 더~!

3 전시실을 나와 다시 2 전시실로 돌아오면 오른쪽에 거대한 병풍이 있다. 전체 길이가 9m가 넘는 <십장생도창호>

특이한 점은 단순 병풍이 아닌 창호(창과 문)라는 거! 팔각형의 하얀 부분이 창이고, 자세히 보면 창 사이에 끈이 달려 있다. 저 끈으로 열고 닫는 형태였다고.

묘하게 무지개가 생각나는 구름까지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다시 조금 규모가 작은 4 전시실로 넘어왔다! 아직도 4개나 더 봐야 한다는 사실. 병풍의 나라답게 작품도 엄청 많고 전시도 크죠?! 여기도 3 전시실처럼 규모가 작아, 나무를 그린 병풍 두 점만 놓아두었다. 아래는 <홍백매도10폭병풍>. 나무 전체를 표현하지 않고 일부분만 표현한 부분이 독특하다는 게 가이드 앱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나무가 두 그루이고 꽃잎의 색깔도 하양과 분홍으로 조금 다르다. 둘 중 하나가 더 오래된 나무라 색이 다르댔는데 어느 게 더 어린 애인 지는 까먹음... 아마 푸릇푸릇하고 분홍분홍한 애가 조금 더 어리지 않을까? ^^;; 

평면으로 쫙 펼치지 않고 약간 접어두어서, 오른편 왼편 각도에 따라 보는 재미가 또 있었다. 같은 그림이지만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다름. 왼쪽에서 보면 흰 꽃잎이 더 눈에 띄는데, 오른쪽에서 보면 조화롭고 나뭇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 바로 오른편에 <목죽도10폭병풍>이 있었는데, 이 작품만 들으려고 하면 가이드 앱이 끊겨서... 포기하고 다른 거 먼저 보기로 했다. 작은 방이 와이파이가 더 안 터지나 봐.

와이파이의 한계로 넘어온 5 전시실. 여기부터는 지쳐서 약간 가볍게 본 감이 없잖아 있다. 5 전시실도 작품이 가득해서... 체력 안배를 잘할걸 후회했다. 앞에서 힘 너무 빼시면 여기부터는 힘들어요!
4-5 전시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던 근대화단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화원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전통화풍을 계승한 장식 병풍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안내문이 그랬다. 여기는 중앙의 네모자 구역 안에도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엄청 대중없이 감상함.
그 시작은 안중식의 <금니사군자화훼도10폭병풍>. 각 폭에 대나무, 매화, 목련, 난초, 국화, 수선화 등을 그렸다. 내가 찍어온 건 4~7폭에 해당한다. 6폭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파초를 그린 거라고. 우리 집에서 많이 봤던 거 같아.

이다음부터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자수병풍이다. 자수로 병풍을 만들다니 요즘 말로 하자면 화단들 폼 미쳤음. 아래는 <자수매화도10폭병풍>이다. 어떻게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서 이런 큰 작품을 만들어내지? 심지어 색감도 화려하고, 실이 굵은 데다 가운데 심지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체감도 장난 아니다. 이 작품은 평안남도의 유명한 안주수 자수장(?) 양기훈의 작품이다. 아마 이 분이 총괄 담당자였겠지? 

보이시나요 이 디테일. 자수나 배워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바느질도 겨우 함 ^ㅁ^

넘 예뻐...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ㅠㅠ 

바로 맞은편에도 또 퀄리티 엄청난 작품이 있다. <자수화조도10폭병풍>으로 똑같이 아름다운 안주수 병풍이다. 아까와 달리 동식물을 멋들어지게 표현해 놨다. 소나무 솔잎이랑 가지, 학의 털

소나무 가지의 옹이(?) 표현도 센스 넘쳐

새를 표현한 부분도 많았는데 깃털 재질 보이시나요? 진짜 집으로 들고 튀고 싶었던 작품이다.

신기하고 좋은 건 크게 크게. 평안남도 안주의 실이 뻣뻣하고 두꺼운 힘 있는 재질이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더 입체감과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는 걸까?

대체 사진을 몇 장을 찍은거얔ㅋㅋㅋ

자수병풍 다음에는 6 전시실로 빠지는 길목이 있다. 헷갈리니까 6 전시실 가기 전에 5 전시실의 나머지 작품을 먼저 둘러보자. 찍어 놓고 모르는 건 검색해 나가면서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어플 작품 리스트 찍어올 걸 늦은 후회...
각설하고! 아래 세 사진은 이상범의 <사계산수도10폭병풍> 같다. 1-3폭은 봄의 싱그러움을, 4-5폭은 여름, 6-8폭은 가을, 9-10폭은 적막한 겨울산을 표현했다고 한다.
첫 사진은 2폭이다. 봄의 정취와 배를 타고 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대비되어 좋았던 그림!

겨울을 표현했다는 9-10폭이다. 

겨울산을 혼자 오르고 있는 나그네의 쓸쓸함이 잘 느껴지는 10폭. 이 병풍은 전통적인 구성과 구도를 따랐으나, 원경에 구름과 안개를 깐 것은 일본의 신남화풍을 접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화의 변혁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코자 했던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안내문이 그랬다.

이상범의 <귀로10폭병풍>. 1937년 작이다.

이건 노수현의 <심추12폭병풍>에서 왼편의 8-12폭만 확대한 것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의 깊은 골짜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계곡가의 깎아지른듯한 바위가 인상적이어서 한 장 담아보았다.

그리고 윗 사진에서는 안 담겼지만 8폭 하단에 있는 디테일이다. 홀로 길을 걷고 있는 스님으로 추정되는 나그네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 한낱 인간의 존재가 상당히 고독하고 무색해 보여 남겨보았다.

갑자기 엄청난 색감을 자랑하는 이 그림은 김은호의 <신선도10폭병풍>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신선들을 그려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이 분들... 다 제각기 동물 위에 올라타있다. 신선을 모신다지만 동물들 불쌍해!! 우우우우 하면서 봤다^^ 초딩이냐고

이 아이가 어디서 나온 새인지 맞춘다면 당신은 천재^^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 10명이 1폭씩 그려서 이어 붙인 엄청난 작품이다. 참여 작가는 앞 세대의 정대유, 김응원, 강필주, 안중식이 전통적 구도와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다면, 제자인 김은호, 이상범, 이한복, 노수현, 최우석은 화사한 담채로 사생성과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9폭은 강진희의 작품이고, 10폭은 강필주의 작품이다.

이것도 여러 사람의 합작품이다. <사계산수합작도10폭병풍>. 봄을 표현한 세 작가는 고희동, 이상범, 변관식이다. 작가마다 생각하는 봄이 조금씩 달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건 여름. 허백련, 배렴, 허건이라는 작가들이 그렸다고 한다.

5폭의 여름 표현이 멋들어져 특히 좋았다.

길디 긴 5 전시실 리뷰가 끝났다. 지도와 회화의 경계에 놓인 작품들을 감상하러 6 전시실로 넘어가 보자.

시작은 <곤여전도8폭병풍> 의 디테일들.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본 세계지도를 필사해 채색한 병풍이라고 한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이 그려져 있음.

얘는 실재하는 동물일까 상상의 동물일까?

왜 흐리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지명 외에도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적은 짧은 글들도 적혀 있다. 이런 설명과 각종 지리 지식은 당시 지식인의 시야 확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고래겠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면 얘도 고래인 걸까?

그다음은 <경기감영도12폭병풍>이다. 감영 일대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고,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큐티 바둑이

집안일하는 사람들 따라 산책하는 바둑이. 이외에도 부산의 모습을 담은 <동래부산도10폭병풍>이나 <평양성도8폭병풍>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고 주요한 지형지물의 명칭도 기재해 상당히 의미 깊은 자료로 보였음.

하지만 지도 병풍보다는... 마지막 7 전시실의 <호피도8폭병풍>이 더 탐났더랬지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고. 경제적이고 손쉬운 제작을 위해 호피도는 도식화된 문양으로 제작되었다.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비쥬얼. 조선인 말고 한국인한테도 열망의 소재임다!

자세히서 보면 더 귀여움 표정 같기도 하고ㅠㅠ

한 번 다 돌고 나서는... 동행인과 돌아댕김서 사진도 조금 찍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기념품샵도 구경함. 

조상님들의 고앵 사랑도 엽서로 다시 태어났다.

생일카드 너무 센스 넘쳐! 귀엽지 않나요ㅠㅠ

그리고 이 스티커 보고 군침 흘렸다. 사실 인센스 스틱 팔길래 사려고 들고 있었는데

키링과 그립톡을 보고 참지 못함.

결국 인센스 스틱 1.4와 키링 1.2 사이에서 깊게 고민하다... 새로 산 에어팟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인센스 스틱은 아직 안 쓴 게 한 바가지임.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내 키링. 벽사의 상징 호랑이와 길상의 상징 까치가 모여 있다. 

이상 길디 긴 전시회 관람 후기 끝! 그래도 공부 조금 하면서 포스팅했다. 기특해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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