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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청룡의 해를 맞이해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그 다시 시작하기. 첫 포스팅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이다. 일명 예수님 생일에 부처님 보러 가기 콘텐츠!
스투파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니까, 국중박에서 제공하는 전시 설명으로 포스팅을 시작하려 한다.

<전시 개요>
- 전  시  명 :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전시기간 : 2023.12.22 ~ 24.04.14
- 전시요약 :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 지역의 불교미술품 97점을 국내 최초 공개
- 전시소개 :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인도 남쪽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의 미술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데칸 고원을 넘어 남인도로 전해졌습니다. 석가모니의 고향과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그곳에서 불교는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남인도의 윤택한 환경 속에서 싱그럽고 풍만한 미술을 꽃피웠습니다. 기원전 2세기, 아직 석가모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나무(보리수)나 발자국만으로 그의 존재를 대신하던 시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불상이 만들어지던 기원후 4세기까지, 낯설지만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남인도 불교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옵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박물관의 소장품 61점을 비롯하여, 영국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독일 아시아예술박물관, 그리고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점이 출품됩니다. 21세기 들어 새로이 조사된 파니기리(Phanigiri, Telangana) 유적의 출토품을 포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남인도 불교미술품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관람 정보>
- 관람시간 : 매일 10시~18시 (수, 토는 21시까지 연장)
- 휴  관  일 : 24.01.01 및 24.02.10
- 입  장  료 : 성인 1.0, 청소년 0.7, 어린이 0.5
- 전시해설 : ① 격주 수요일 18시 이후 큐레이터와의 대화
                    ② 모바일 전시 안내프로그램 음성 제공(개인 이어폰 지참)
                    ③ 오디오가이드 제공(유료)
                    ④ 자원봉사자 해설 제공 예정(24년 1월부터) 

사실 가기 일주일 전 쯤에 얼리버드 할인을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가게 될 줄 알았으면 사둘 걸 그랬다. 역시 얼리버드는 일단 사고 봐야 하는 거였나^ㅁ^ 라고 늦은 후회를 남겨봅니다.

각설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후의 국중박은 예쁘더라구요. 눈 덮인 연못이 예뻐서 박물관 올라가는 길에 하나 남겨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큐티뽀짝 눈사람 대잔치... 눈 녹기 전에 다들 열심히 만들어 뒀더라. 나의 동행인도 이 옆에 하나 제작하심. 손 안시렵니...? (대단해)

사람 많을까 고민했던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박물관은 쾌적했다. 대기 없이 바로 티켓 발권하고 입장하러!
기획전시실 되게 오래간만에 오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전시가 뭐였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입장 하기 전에 사물함(무료)에 짐을 미리 넣고, 필요하다면 화장실도 다녀오세요.

이번 전시는 ESG를 위해 모바일 팸플릿만 있다고 하더라. (굿굿 바람직해) 팸플릿이 궁금하신 분은 사진 하단의 큐알코드나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점자 프린팅도 해놓은 거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 요즘 미술관들은 장애인을 위한 도슨트도 준비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더라.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진다. 나도 내 사업할 때 본받아야지.

들어가기 전에 전시장 구성을 살짝 정리하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크게 2실, 그리고 총 7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국중박 기획전시실의 매력은 한 바퀴 가볍게 둘러보고 나오기 딱 좋은 사이즈라는 점이다. 전시가 너무 길면 사람이 지쳐...

1부 - 신비의 숲
   1) 풍요로운 자연, 싱그러운 생명
   2) 신비로운 인도의 신들
   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2부 - 이야기의 숲
   1) 사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2) 스투파, 이야기를 담다
   3) 상징, 무언의 이야기
   4) 서사, 그의 인생 드라마 

그럼 본격적으로 전시 살펴볼까요? 1부 신비의 숲입니다. 시작은 약간의 인도 역사였다. 기원전 2세기말, 인도의 첫 통일 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진 남인도 데칸고원에는 새로운 왕조 사타바하나가 등장한다. 이곳에는 왕조에 상관없이 자연의 힘을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자연에 대한 믿음이 새로운 종교인 불교를 만나 어우러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남인도 사람들은 불교가 전해진 이후에도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는 상징들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 둥근 항아리 위에 연꽃과 '함사'라고 불리는 새 2마리가 표현되어 있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하더라. 함사가 새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묘사된 모양새로는 오리나 거위처럼 생겼다. 그냥 유물만 덩그러니 있었으면 이게 뭐지 싶었을 텐데, 주변에 항아리에서 꽃이 자라나는 듯한 영상을 덧입혀주니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앞으로 이어질 전시 기획자의 센스가 돋보이기 시작했던 순간)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유물들은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인데, 스투파를 지키는 마카라(앞)와 마카라X사자(뒤).
앞편의 유물에는 물속에 산다고 알려져 있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가 새겨져 있다. 마카라는 악어처럼 생긴 머리와 코끼리 같은 긴 코,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귀, 그리고 달팽이집처럼 말린 긴 꼬리를 가진 독특한 외모의 동물이다. 마치 우리 해태처럼 지킴이 역할을 잘할 것 같은 외모다.
아 이쯤 되니 다들 궁금할 텐데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봉안한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나는 불교계의 신전이라고 이해했다.
이어서 뒤편의 유물은 마카라와 사자가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조각이었다. 내가 찍어온 사진은 앞발을 들고 있는 사자가 더 눈에 들어오는데, 사자 등에 있는 덩어리는 사람이다. 작품 설명에는 "마카라 꼬리를 피해 사자의 어깨 위에 올라간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유물.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다. 인도 사람들은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 모습을 한 신으로 상상했다고 한다. (어느 문화권이나 비슷하네) 그중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다주는 정령을 약샤 또는 약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약샤는 불교와 어우러지며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이번 약샤는 머리에 연꽃 송이를 엎어 놓은 모자를 쓰고 있는데, 머리에서 동전이 쏟아지는 독특한 모습이다. 박물관에서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고려해 동전이 쏟아지는 영상과 소리를 입혀줬다.
여기에 더해 공간을 원형으로 표현해 아예 분리한 것도 좋았다. 낮은 원형 단 위에 설명과 유물을 올려두어 360도 어느 각도든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다른 유물들과 섞이지 않게 뒤에 얇은 파티션을 더해 한 번에 하나만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게 해 뒀더라. 우리가 공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보니,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정말 중요하구나를 한 번 더 느꼈다. 이런 감각은 어떻게 키울 수 있지 궁금하기도 하고...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풍요의 상징으로 장식한 약시이다. 구멍이 뚫린 점토판이라 아마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거나, 집 안에 걸어두는 용도였으리라고 추측하더라. 이 아이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이었다. 전시 보다 보니 인도에서 온 것도 많았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서 온 아이들이 많아 조금은 씁쓸했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프랑스 파리 올림픽 흥행하는 법이라면서 박물관에 소장된 각 나라별 문화재 걸고 게임하자고 우스갯소리 했는데... 문득 그게 생각나더라.

갑자기 재질이 달라졌죠? 1-3)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파트로 훅 넘어왔습니다. 기원전 2세기 사타바하나 왕조가 등장하던 무렵 인도는 교역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동남아시아, 서쪽으로는 서아시아 너머 유럽과도 국제 무역을 활발히 했다고 하더라. 그 증거가 인도에서 발견된, 1세기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포세이돈 상이다.

또 다른 증거는 큐피드가 새겨진 손잡이. 지금도 크디크고 멀디 먼 지구촌 세상인데, 기원전에 어떻게 이렇게 활발하게 교역했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건 인도 불교 사원지 발굴을 기념하는 전시 포스터라고 한다. 1938년 적힌 거 보이시나요? 그림은 다른 나라의 물건을 구경하고 있는 사타바하나 왕조의 모습을 그려낸 거라고.

계속해서 전설 속의 동물 그리핀. 제가 알던 그리핀햄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뭔가 살짝 억울해 보이지 않나요. 뉴트 스캐맨더가 데리고 다닐 거 같이 생겼어요 햄...

1부와 2부 사이에 짧은 영상이 하나 있다. 스투파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라 한 번씩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조각나버린 이 전시품들이 온전하게 유지되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상상하게 해주는 영상이었다.
영상도 다 보셨다면 2부 이야기의 숲으로 넘어갑니다. 기원전 3세기 이후의 남인도는 사타바하나 왕조가 사라지고 이전보다 훨씬 잦은 왕조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믿으며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그걸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시작은 사리였다. 석가모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시신을 화장해 얻은 사리를 8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모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마우리아 왕조의 한 왕이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으로 나누어 옮겼다. 그렇게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가 세워졌는데,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인도 남쪽으로 전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숲 소개글 윗단의 영상이 코끼리들이었나 보다. 사리함을 옮길 때 코끼리들을 동원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래 사진은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이다. 네팔과 국경을 마주한 북인도 피프라와의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인데, 발견 당시 사리 단지 안에서 금, 진주, 꽃 모양으로 만든 보석들이 섞여 있었다고.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어 다시 나눌 때 넣은 보석들로 추정된다고 한다.

예쁘지 않나요? 그 당시에 귀하다고 여겨진 것들을 같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사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이렇게 보니 정말 다양하게 담으려 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이 유물은 영국의 누군가가 개인소장 중이다.

스투파 자체를 보여주는 파트로 넘어왔습니다. 스투파는 무덤처럼 돔을 높이 쌓아 올리고 주변에 벽을 둘러 장식하는 형태라고 한다. 그리고 돔의 가장 윗부분에 햇빛 가리개를 세우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이 공간은 기둥을 활용했다. 기둥 앞쪽에서는 스투파의 모습이 담긴 석판 조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뒷면은 전시된 석판을 프린트해 크게 붙여두었다. 정말 스투파를 장식하고 있는 기둥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머리 다섯 달린 뱀 '나가'... 스투파를 지키는 뱀인데 석판에서 모양만 따왔더라. 뭔가 이렇게 아이콘화 해서 보여주니까 좋은 것 같아서 찍어봤다.

이건 석가모니의 상징을 담은 스투파이다. 중간의 말은 석가모니가 출가할 때 탔던 아이일 거고, 왼쪽으로는 보리수나무 아래의 빈 대좌(불상을 올려놓는 곳)가 있다. 오른편에는 작은 스투파가 하나 더 새겨져 있고, 조각 하나가 담겨 있는데 이게 바로 석가모니의 치아 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스투파 안에는 석가모니의 출가부터 깨달음을 얻은 장소, 그리고 그의 사리가 모셔진 스투파까지, 석가모니의 이야기 전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 석가모니가 왜 석가모니라고 불리는지 아시나요? 기원전 5세기, 히말라야 산맥 아래 샤카 족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샤카 족의 깨달은 자라는 뜻을 가진 "샤카무니"라고 불리게 되는데요. 이 단어가 전해지며 바로 석가모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예쁘고 멋지지 않나요? 이 전시 기획자 누구인지 매우 칭찬해... 매 파트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딱 조명해서 보여주니까 너무 좋았다. 주말에 심심하시다면 스투파의 숲 전시를 가주세요 여러분

이 그림들은 스투파를 발굴할 때, 발굴단 중 한 명이 석판들에 새겨져 있던 그림을 옮겨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 그림 실력 뭐야...? 프린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한데 직접 그린 거라니. 역사학도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싶네요. 

엄청 잘 그리지 않나요. 저는 그림 실력이 부족해 유물 발굴 못할 거 같아요^ㅁ^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트는 석가모니의 상징들을 보여줍니다. 스투파에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여기서는 석가모니 없이 오로지 상징으로만 보여주는 스투파들을 소개한다.

그래서 이렇게 석가모니의 발자국을 주로 보여줍니다. 발자국 안의 수레바퀴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다양한 스투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석가모니의 발자국.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수레바퀴는 민 무늬가 되어버렸다. 이게 다 돌기둥에 조각한 건데...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건 깨달음을 얻은 나무 아래 그의 발자국. 석가모니의 상징들은 석가모니를 대신해, 그가 없더라도 그의 존재와 가르침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이 아이는 불타는 기둥을 향한 경배(아래 두 사진 모두)라는 전시품이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어깨에서 물과 불을 내뿜은 적이 있다고 한다. 불을 뿜는 기둥은 석가모니의 기적을 표현한 남인도의 방식이라고 한다.

기둥 위로 석가모니의 상징들이 또 보이는 것 같죠?
이게 바로 불 뿜는 기둥

크게 보면 이런 느낌이다. 어떻게 돌에 이렇게 정교하고 세세하게 새겨 넣었을까? 경이롭다는 생각만 든다.

전시실 중간에 쉬어갈 겸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존이 있더라. 보통 미디어월(?)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봐온 내용들을 요약해서 복습시켜 주는 기분이었다.

저 이런 영상 좋아하는데요. 이런 영상은 제작에 얼마나 들까?

두 번째 의문은 이 전시와 영상은 미국에서 한 걸 그대로 따온 것인가. 아니면 우리 국중박에 맞추어 직접 다시 기획한 것인가. 어느 게 정답이든 학예사는 멋있는 직업이다.

자 이제 마지막 파트, 석가모니의 인생 서사 그 자체를 조명하는 공간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고...로만 알던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어 좋았던 파트였다. (모태 불교지만 불교 몰라요)
스투파에는 사실 석가모니 말고 다른 이야기들도 자주 나온다고. (이리 보니 인도판 그리스로마신화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주로 교훈을 주는 이야기나 석가모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특히 남인도에서 사랑받은 이야기는 만다타왕에 대한 내용! 아래 조각 오른쪽에서 3번째 동그라미 안의 내용인데, 만다타왕은 욕심이 많아 하늘까지 다스리고 싶어 했다고. 아마 과욕으로 인해 벌 받은 이야기인가 보다.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자. 

이번 파트에서는 이렇게 조각들을 이미지화해서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더라. 이건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이다. 11시 방향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보면 된다. 전생에 움직이지 않는 왕자로 태어났다가, 버려지고, 땅에 묻히려던 순간 일어나 움직이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가 한 원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사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하나에 담기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옛 인도인들은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에 익숙했던 것 같다고 전시 안내문구가 그랬다.

이건 말 타고 출가하는 석가모니의 모습인데, 이거 보다가 또 감탄했다.

보이시나요 말 타고 이동하는 걸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래서 석가모니만 원에서 원으로 이동한다... 상징으로만 표현하던 인도인들의 아이디어까지 차용해 왔어... 배운 변태의 기획력...!

그리고 전시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불상들을 보여주더라. 익숙한 모습들이라 반가웠다. 스투파 조각에서 사용되던 돌과 비슷한 돌로 만들어진 불상. 보통 체격에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인데, 이게 남인도 불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이 불상은 5세기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현재 영국박물관의 소장품.

정말 내가 봐왔던 다른 불상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하다.

이 불상도 동일하게 5세기 말에서 6세기에 만들어졌고, 인도의 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이라는 곳의 소장품이다. 표정이 더 온화해지셨어. 

전시의 마지막에 써져 있던 문구

사타바하나의 왕이 안내했던 스투파의 숲 여행은 여기에서 마무리됩니다.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신나게 즐기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남인도에 펼쳐질 또 다른 스투파의 숲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번 여행은 성공입니다.

사실 한국인이라 불교문화가 익숙하다. 하지만 각 잡고 공부하거나 배웠던 적은 없기에 알음알음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이렇게 큰 흐름으로 한 번에 살펴보니 너무 재밌고 유익했던 전시였다. 누군가 용산에서 뭐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그런 전시였다.

그럼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은 깨달음을 얻고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러 오신 석가모니의 모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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