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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이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후기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 그리고 이번 전시는 1층에서 진행 중입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이번에는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을 소개할 시간이다. 3부는 미술관을 가장 멀리서 보기를 제안한다. 관객의 시선, 인공위성의 시선 등 다양한 경험의 교차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다음은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빈 공간에 놓인,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의 마지막 작품.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이다.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보이는 네모난 공간이 하나, 계단 앞의 제단 느낌의 낮은 계단이 하나, 계단 끝의 영상이 하나.

아래는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천왕문>이다. 상당히 심오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마주 보고 있는 영상으로 계속해서 보여준다.

크게 보기.

맞은 편의 영상보기. 영상이 계속해서 변해서 양쪽을 번갈아 보느라 바빠지더라. 그래서 전시 다 보고 다시 돌아와서 넋 놓고 다시 보기를 오히려 추천한다. 사실 영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영상으로 찍어 두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이 작품들의 총제였다.

영상 찍다가 마음에 들어서 캡쳐해두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뱉으라"였나? 여기 쓰인 글들을 모아서 한 번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다시 돌아와 3부의 진짜 시작. 백종관 작가의 <섬야연광>. 미술관은 정지해 있지만, 사실 미술관은 관객의 시선과 호흡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영상을 보러 가기 위해, 설치된 가벽 사이를 거닐면서 가벽에 뚫린 공간을 통해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상을 내 걸음에 따라 또 조각조각 다르게 보게 되어 색다른 작품이었다.

이렇게 중첩된 가벽 사이를 계속해서 걷게 된다. 그 끝에 벽을 꽉 채운 영상을 계속 틀어 놨다. 프레임 속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 한 번 더 찍어봤다.

벽에는 영상과 관련된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적힌 공문들이 프린트 되어 있다. 결재라인 도장이 우리 회사랑 너무 비슷해서 한 장 남겨봤다. 별 이유는 없음ㅋㅋ

설치 과정 같은 걸 담아낸 사진도 있고.

가벽을 모두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공간. 2개로 나뉜 영상이 끊임없이 플레이된다.

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시선들을 표현해낸걸까?

이건 뭐더라...? 너무 오래전에 다녀왔더니 기억이 흐릿해요. 알려주실 분...?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 쇠구슬을 정해진 경로에 따라 흘려보내고, 다시 끌어올려 계속 순환하게 만든 장치인 마블 머신을 활용한 작품이다.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국현미 과천관의 주요 건축 요소들을 표현해 낸 머신 위를 색색의 구슬들이 돌아다닌다. 구슬들은 종종 분기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되는데, 미술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 번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저기 이게 뭘 의미한다고 적어줘서 바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3층으로 이루어진 게 딱 봐도 전시실들인가?! 사실 구조물에 그림자가 남는 게 좋아서 찍었던 장면.

도로록 굴러가는 구슬을 보고 있으면 신기함 그 잡채...

빙글빙글 계속 돌다가 똑 떨어진다. 구슬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떨어질 때 경쾌한 소리가 나서 더 즐거워지는 작품이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신기하고 대단했던 작품...

신기해서 계속 찍으면서 봤읍니다. 작가님이 스튜디오 히치의 대표 건축가라고 하시던데. 스튜디오 히치... 기억해 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구슬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점이 좋았다. 마치 전시 관람의 재미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많은 이들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작품 뒤로는 직접 나만의 리추얼 머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을 전시인 것 같다.

구성을 보여줘서 애기들이 보고 뭘 만들까?! 를 고민하게 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다음은 추미림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한 공간.

첫 시작은 <횃불과 경사로>. 위성으로 내려다본 과천의 모습을 평면에 귀엽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중간중간 위에서 내려다본듯한 영상을 틀어주어 이게 과천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니었음 게임 지도 같구 귀엽네~ 했을지도.

디지털 사이의 푸릇푸릇함 귀엽지 않나요?

재밌겠다고 느껴져 계속 찍음... 15점의 평면 작업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님 만드시느라 꽤 고생하셨겠는데.

공중에 걸린 이 아이들은 <열매와 시냇물>이라는 작품들이다. 위성 지도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도형화하고, 종이를 겹쳐 쌓은 미세한 블록으로 표현해 냈다. 잘 살펴봐야만 드러나는 공간감이 있어 더 흥미로웠고... 사실 그냥 다 너무 큐티뽀짝했다. 추미림 작가님 개인전 하시면 보러 가야지 넘 기여워따😘

이렇게 귀여운 도시 있으면 살고 싶다고요ㅠ

이건 <횃불과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선행한 드로잉 작업들을 모아 놓은 <패스파인더>.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부턴 사람들이 꽤 나오네... 다음은 조규엽 작가의 <바닥 부품>. 미술관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치수를 사물화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르게 디자인해 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은 <바닥 부품>에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거나, <바닥 부품>을 지나쳐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낯선 형태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랄까 갑자기 전시장의 안과 밖을 나누는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달까. 기대서 전시장을 바라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이 JO의 의미는 작가님의 성을 딴 거겠지? 얼핏 보면 작은 미술관 건물들 같기도 하다.

다시 1부에 등장했던 김경태 작가의 작품.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기둥 사진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작가별 인터뷰와 관련 서적들을 볼 수 있던 진짜 마지막 공간.

흥미로운 책이 있으면 읽다가 표지도 찍어 보고...

이건 참여형 전시를 위해 놓여 있던 미니 카드. 작가들이 전시장을 해석해 달아 놓은 주석을 볼 수 있다. 아가들과 함께 들고 다니면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전시장 마지막이 아니라 초입에 두어도 좋을 듯? 

이렇게 전시 작품들을 해석할 때 유용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중구난방 전시 관람 후기 끝! 갈수록 코멘트가 짧아지는 건 기분 탓입니다. 나오는 길에 운이 아주 좋게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다다익선>이 켜져 있었다. 

<다다익선>은 목금토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켜지는 작품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구경하세요.

작품 끄트머리에 원형 돔 천장이 있다. 이번 젊은 모색 전시에 천장 문구와 관련된 작품도 있으니, 들어가는 길이나 나오는 길에 천장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내려오는 길~ 나는 <미술관 가는 길> 대신에 집에 가는 길로 루트 c를 택했다.

날씨 너무 좋아. 피크닉 하기에도 좋은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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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순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포스팅 시작^^ 오늘은 4월 말 거의 오픈하자마자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그럼 몇 년이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미술관 걸어 가는 길~ 비행기와 비행운까지 하늘이 너무 예쁘길래 남겨봤다. 국현미 과천관은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와 붙어 있어 날이 좋으면 차가 막혀 미술관 셔틀버스가 자주 중단된다. 대체재로 코끼리 열차와 택시가 있지만, 뚜벅이는 오늘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갑니다^^!

날씨 넘 좋지 않나요? 봄~초여름 주말 나들이로 국현미 과천관 추천드립니다. 걸어오면서 호수도 보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미술관 초입 벽에 걸려 있는 현재 진행중인 전시 현수막들. 문득 저 현수막들은 전시 끝나면 폐기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요새 폐현수막으로 가방 등 패션 아이템 많이 만들던데. 국현미에서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이벤트로 뿌리면 의미가 깊지 않을까? 이미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이에요. 요즘 사설 전시들이 얼리버드로 예매해야 7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의 가격대인걸 감안하면... 국현미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표 값도 많이 올라 또이또이하다. 점점 주말에 가볍게 문화생활 즐기기가 쉽지 않다. 무료 전시도 많고, 유료 전시 관람료도 저렴한 국현미 오래오래 함께 해요 😘

1층에 서 계신 직원분께 티켓을 보여드리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주신다. <젊은 모색 2023>은 1층에서 진행 중이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자. 가는 길에 중앙홀 들어가기 전에 카페테리아 방면으로 화장실 있다! 필요하면 화장실 들렀다가 전시 보러 가면 되는 최고의 동선!

이런 사진은 대체 왜 찍은 걸까 과거의 나야...? 암튼 내가 젊은 모색 보러 간다는 걸 남기고 싶었나 보다 ㅋㅋ

요새는 들어가기 전에 QR코드를 찍게 되어 있더라. 신기. 찍고 나면 전시 시작을 알리는 포토월(?)이 있다.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시에 이 포토월 앞에서 도슨트 투어가 시작된다. 기회가 된다면 오후 2시에 도슨트 선생님을 찾아보세요!

아까 <젊은 모색>이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젊은' 작가만큼이나 '모색'에도 집중을 해보았다고 하더라. 이번 전시 주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다. 전시를 하는 공간이자 제도인 미술관 자체를 주제로 하다니 일단 색다르다. 그간 전시를 빛내주는 배경 공간에 지나지 않았던 미술관을 사유하고 탐색하며,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 이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눠 세부 섹션을 꾸며 놓아 정말로 미술관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는 '들어가며 & 나가며'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는 전시의 무대이자 모색의 대상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래 8분짜리 영상이 그 시작이다.

8분짜리 영상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시인들이 텍스트로 표현한 미술관에 대한 내용 세 점이 놓여 있다. 박세미, 김리윤, 임유영 시인들의 시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미술관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안내 책자가 설명해 줬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는 1부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미술관의 "공간에 대한 주석".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기둥, 바닥, 축대 등 미술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여주고 새롭게 해석한다.
아래 작품은 건축가인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 시리즈. 이 작품들은 이번 전시가 전시장 안의 기둥들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라는 기획 의도에 주목해 만들었다고 한다. <확장>, <변화>, <해체> 3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마지막 작품인 <해체>. 기둥을 거울로 덮어 콘크리트 기둥이라는 형태를 숨겨버렸다.

거울로 전시장을 조각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전시장과 관객들을 정말로 해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마음에 들었다.

사진 순서가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두 번째 작품인 <변화>이다. 천장을 떠받친다는 기둥의 보편적인 형태와 기능은 유지하고, 기둥의 재료만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바꾼 작품이다.

순서상 첫 번째지만 왜인지 마지막이 되어 버린 <확장>. 중요한 건축 요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해, 기둥의 형태와 공간을 확장한 작품이다.

재질도 여러 개로 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 것 같기도 하고,

다음은 이다미 작가의 <드랙 뮤지엄>. 이다미 작가는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를 운영하며, 국립여성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창원시립미술관, 416생명안전공원 등 비제도권에 가까운 주제를 전시하는 곳들의 현상설계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 공간들을 설계하면서 떠오른 미술관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에서 출발한 게 이번 작품 <드랙 뮤지엄>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예술의 대표 공간에 종이와 천, 플라스틱 같은 소재들을 더해 유연하고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작품 설명이 그랬다.
딱딱한 기둥에 천을 입혀 미술관의 형태를 더하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창문처럼 표현했다. 마치 미술관 안을 엿보는듯한 느낌을 주더라. 그 안에 솜뭉치로 표현된 미술관 인형과 실제 미술관의 사진을 더했다. 이렇게 보니 미술관 건물이 더 딱딱해 보이더라.

요즘 말로 살짝 킹받는 표정을 한 미술관 모양의 솜뭉치 인형.

그리고 이다미 작가가 설계한 기존 미술관/박물관들과 연관이 깊다는 이미지와 구조물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바퀴 받침대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시각을 달리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미술관은 유동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작품 감상과 포스팅 시점에 간극이 있어 약간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가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저 현수막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황동욱 작가의 <물체/공간>. 원형의 구조물과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천관 원형홀을 비추고 사라지는 자연광 현상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빛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빛의 궤적은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현미 과천관 원형홀을 계속 관찰하고 정보를 채집해 동일하게 표현해 낸 거라고 하더라.

신기해서 계속 찍었다.

사실 1부에 <미술관 조각 모음>이라는 독특한 작품이 더 있는데... 왜인지 사진이 1장도 없다. 찍었던 기억은 있는데 왜 갤러리에 남아 있지는 않은 거 같지?!

각설하고 여기부터는 2부, "전시에 대한 주석"이다. 전시가 자신이 담고 있는 작가와 작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다. 2부의 작가들은 미술관 아카이브를 분석해 미술관과 관객을 연결하는 전시의 형식을 다시 보게 한다.
내가 본 2부의 첫 작품은 정현 작가의 <명명된 시점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도면을 비롯해 과거 전시의 평면도와 투시도를 재해석, 제작해 액자에 담아 허공에 매달았다. 24개의 액자 앞뒤로 걸린 48장의 이미지와 함께 전시장을 같이 보인다. 특수 제작한 양면 액자 덕분이라고. 액자들 사이를 떠돌다 보면 내가 가상의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동신 작가의 <지도>와 <부조>. 이 작업들은 과거 과천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전시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사진상 앞에 놓인 작품 <지도>에는 1부터 200까지 검정 또는 투명으로 된 아크릴 박스가 있는데, 투명 아크릴이 자료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장소에 쌓인 기억을 독특한 방법으로 시각화해냈다.
뒤에 놓인 작품 <부조>는 자료가 남아 있는 36개 전시의 도면에 담긴 내용들을 재해석해 콘크리트로 만들어본 것이라고 한다. 도슨트 선생님이 분명 부연 설명을 더 해주셨는데 기억 안나^_ㅠ (바보인가)

<부조> 뒤로 지는 그림자가 인상 깊어 남긴 사진. 미술관의 굳건한 기둥들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기둥 사이로 바라본 미술관의 모습. 상당히 묘하게 사선으로 나왔네...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인 오혜진 작가의 <미술관 읽기>. 대체로 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시 정보를 담는 포스터, 리플렛, 티켓 등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는다.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전시 관람을 위한 기초 정보를 얻는 매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이 자체가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해 전시장에 노출되는 시공간 정보들을 새롭게 구성해 <미술관 읽기>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총 4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 보고 있는 건 <전시 기간>과 <관람 시간>이다. 그간의 포스터, 리플렛 등에 담겨 있던 이미지들을 따와, 또 다른 포스터처럼 보이게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미술관 읽기> 시리즈 중 하나인 <찾아오시는 길>. 이번 전시관에서 제일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오는 다양한 루트를 a, b, c로 구분하고, 이를 시각화했다. 내가 게시글 초반에 소개한 것처럼, 셔틀버스, 코끼리 열차, 걷기 세 가지 루트가 있다.

비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으로 그림자 지는 게 마음에 들어서 한 컷 더 남겨봤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점은 3가지 루트로 미술관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소리로도 표현했다는 점이다. 진짜 내가 미술관에 올 때 듣는 소리들 그 자체라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제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미술관 읽기> 시리즈의 4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미지 목록>이다. 그간 과천관에서 열린 포스터들을 조각내 한 화면에 담아냈다. 왼쪽에 연도가 적혀 있어 미술관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정말 많고 다양한 전시가 열렸구나 싶기도 하고, 최상단에서 내가 방문한 전시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 공간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국현미...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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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야금야금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내가 원래도 좋아하던 전시회 가기도 있었는데, 요즘 전시회들은 다 사전예약제라 보러 가기조차 쉽지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좋은 전시를 많이 하고 있기에, 예약을 위해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계획하던 예약은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지글... "2023년도 제20기 도슨트 양성프로그램 기초과정 모집 공고"였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1단계 서류 전형

전시회를 다니면서 도슨트에도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접수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냅다 지원서부터 다운로드 받았다. (사실 교육이 과천관이라 살짝 망설였다. 과천관 당신 쏘 멀어...)
지원서는 인적사항과 응시자격을 간단히 기재한 후 자유 양식의 자기소개서를 첨부하는 방식이었다. 응시자격란에 경력사항에 아무것도 기재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직업과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고려해 주셨다. 코로나로 활동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2년간의 봉사단 활동을 기재했다.
문제는 자유 양식의 자기소개서에 있었다. 오래간만의 자기소개서 작성이라... 포맷을 어떻게 해얄지 무슨 내용을 적어얄지 모든 게 막막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앞서 도전하셨던 분들에게 힌트를 얻어야지.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검색해 보았다. 합격한 자기소개서를 아예 올려주신 분도 계셨고... 나를 꾸미기보다는 진솔하게 적고, 내가 생각하는 도슨트의 역량이나 자질을 소개하면서 내가 여기에 어느 정도는 부합한다는 걸 어필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김칫국이었지만) 만약 합격해서 면접을 보게 된다면 어차피 나의 얕은 미술 지식이 뽀록난다는 생각으로 나의 단점(전문지식 전무)까지도 솔직하게 적어서 제출했다.
서류전형 접수와 발표까지는 일주일 상간인데도 엄청 긴장되고 떨렸다. 남에게 먼저 말해두면 잘 안되는 징크스(?)가 있는 터라 주변에 말도 못 하고 혼자 초조하게 기다렸다. 금요일 6시... 퇴근하면서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다행히 서류 심사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2단계 면접 전형

면접은 서류전형 발표하고 약 일주일 뒤에 있었다. 역시나 오래간만의 면접이라 또 막막하고 걱정이 가득했다. (나 사실 걱정인형인가?) 또 앞서 도전하셨던 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국현미 면접은 물론 다른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양성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더라. 이것저것 후기를 찾아보고 주로 나왔던 질문들을 뽑아 봤다.

* 도슨트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최근 1년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전시는?
* 도슨트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면 얼마나 활동할 수 있는지?
* 도슨트의 자질에 무엇이 있는지?
* 전시 해설 도중 진행에 방해가 되는 질문을 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유명한 도슨트 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도슨트의 정의와 자질에 대한 나만의 답변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소서를 계속 읽어 보면서 질문 나올만한 부분들은 두세 줄 정도로 답변을 미리 만들어보았다. 그래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더라.

대망의 면접날! 본가에서 국현미 과천관까지 가기가 험난한 편이라 일찍 출발했다. 그러길 정말 잘한게 미술관 올라가는 순환셔틀버스가 운행 중단이었음^^ (날 좋은 봄에는 자주 중단됩니다 꼭 참고하세요)
그럼 방법은 세 가지 중 하나다. 택시를 타거나, 조금 걸어 코끼리 열차를 타거나, 미술관까지 걷거나. 상춘객이 많은 봄날이었기에 앞의 두 가지는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미술관에 올라갔다. 걸어서 가면 느린 걸음 기준으로 최대 30분 정도 소요된다.

보이시나요 왼쪽의 차량들...? 택시 타도 늦어요.
현실을 적극 부정하며 찍어둔 사진

파워워킹의 땀을 좀 식히고 쭈뼛쭈뼛 면접장소에 들어갔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미술관 입구의 안내직원분께 "저기 혹시 도슨트 면접..."하고 소심하게 여쭤봤다. 너무 서윗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면접은 조별로 들어가는 다대다였다. 면접관들이 차례대로 공통질문만 하고 면접자들이 순서대로 답하는 형태다. 답변에 대한 꼬리질문은 하지 않았다. (기억이 가물한데) 면접 자체는 10분 내외로 본 듯?

1. 미술계에 MZ세대가 유입되고 영향력이 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긍정/부정)와 그 이유
2. 도슨트에게 필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3. 국현미의 도슨트는 전문자원봉사자이다. 무보수로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4. 지원자만이 가지는 역량

사실 첫 질문이 내 예상과 너무 달라서 상당히 얼타다 끝났다. 게다가 같이 면접 보신 분들이 너무 말도 잘하고 이력도 쟁쟁하셔서... (나만 무지렁이였다) 그래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귀가하는 길은 국현미 덕에 대공원 구경하는 상춘객의 마음으로 즐겼다.

봄을 맞이하는 대공원은 예쁘다.

최종 합격자 발표일도 금요일 오후 6시라 오후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데, 정말 6시 땡 하자마자 문자가 왔다. 다행히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오래간만에 회사 일이 아닌 나만의 무언가에 도전한 거였는데 시작이 좋아 기분도 넘 좋았다.

10주간의 양성 프로그램 수강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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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작년에 다녀왔던 전시 후기를 올리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했었던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이다. 후기가 좋았는데 경기도 과천... 4호선 서울대공원역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조금 고민하다 다녀왔다. 차를 타고 가면 좋겠지만 저는 뚜벅이거든요^ㅁ^
나 같은 뚜벅초를 위해 가는 길부터 설명하자면,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 내려서 걸으면 안 된다. 겁나 멀다. 서울랜드 다 지나가야 함. 지하철 내리면 무조건 4번 출구로 가세요. 4번 출구 앞에 여긴가 싶은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주말에는 서울대공원 오가는 차가 많아서, 셔틀버스가 조금 늦게 올 수도 있어요. 희망을 잃지 말고 기다리세요. 그럼 셔틀이 옵니다. 타고나서 올라가면 놀러 온 차량이 많아 미술관 앞 주차장에 병목현상이 심하다. 간혹 주차장 못 들어가고 그 앞에 세워주실 수도 있으니 참고~! 

<<생의 찬미>> 전시는 채색화가 한국인의 삶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는 크게 5가지 전통적 역할에 주목한다.
(1) 삶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辟邪)
(2) 장수와 부귀영화 같은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吉祥)
(3) 학문을 숭상하고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는 문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가도와 문자도
(4) 개인과 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록화
(5) 아름다운 산수풍경을 보여주는 감상화

전시실마다 5가지 역할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안내 책자는 그 흐름을 따라 우리에게 마치 어느 오래된 멋진 한옥을 방문한다는 상상을 하며 각 전시실을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작, 벽사는 상큼하게 춤추며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랭쓰이다. 오윤 작가님의 무호도이다. 가지고 싶어서 작품 가격 검색해 봤는데 2700에 어느 옥션에서 팔린 적 있다고 한다.

호랑이를 좋아해서 주로 호랑이 가득한 부분만 찍어옴. 이건 성파 스님의 옻칠민화, 수기맹호도. 털 표현 등 세밀함이 마음에 들어 찍어온 건데… 작가가 조계종 최고지도자 스님이라는 사실은 방금 처음 알았다. 대호도라는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이 시대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셨다고. 오?! 이거 완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의 고급 버전 아닌지,,,

오순경 작가님의 오방신도 중 서쪽의 백호. 양쪽에 호피 무늬가 있어 호랑이 기운이 두 배가 된다. 나쁜 것들이 들어오려다 다 도망갈 것만 같은 비쥬얼.

남쪽을 지키는 주작. 여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넓게 편 날개와 깃털이 인상적이었다.

여기부터는 벽사를 지나 나온 이상적인 정원이라는 설정으로, 십장생과 화조화를 주로 보여주는 두 번째 전시실이다. 시작은 나오미 작가님의 용오름. 한 인간의 일대기를 그려 넣은 작품이었다. 9폭 병풍 모양이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고 하나하나 구성이 알차서 보는 재미가 장난 아니었다.

이런 디테일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건 김선우 작가님의 파라다이스. 모리셔스에서 멸종된 걸로 알려진 도도새를 주로 그리는 분이라고 한다. 일월오봉도와 십장생도 사이에 놀고 있는 도도새들이 한가득하다. 귀여운 색감과 배치에 반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귀엽지 않다.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다가 나는 법도 까먹고 바보새로 불리는 도도새*에게 현대인을 투영했다고 한다. 틀 속에 갇혀 여기가 낙원이라고 착각하고 안주하는 사람을 도도새로 보고 있는데. 그거 나 아님?!ㅠ 회사가 적당히 다닐 만해서 안주둥인데 갑자기 뼈를 맞아부렸다.
* TMI) 도도(Dodo)라는 명칭은 새를 보고 사람들이 포르투갈어로 Doudo라고 부르던 게 굳혀졌다고 한다. Doudo는 Doido의 옛 표현으로, 돌아버린, 제정신이 아닌, 상식에서 벗어난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작품명도 찍어왔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찍어와서 기억이 잘 안나네. 이건 전혁림 작가님의 백락병이라는 작품이다. 여러 작은 도판을 모아 하나의 병풍을 만들었던 백납병이란 형식을 변형해, 백 가지 즐거움이라는 추상화된 길상 이미지를 만들어내신 거라고 한다.

일부만 찍어서 그렇지 원래는 엄청 큰 작품이랍니다.

단청 무늬라고 하나? 그걸 디지털 아트화 해두었더라. 김혜경 작가님의 길상. 예뻐서 찍어봤다.

이렇게 건축양식에서 따온 화려한 이미지들이 화면을 채우고 재배치되면서 움직인다.

윤정원 작가님의 우리들의 시간. 비단에 금박, 채색이라고 한다. 신기해....

옛 전시 도록들도 많았다. 이건 김기창 작가의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이라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한국호랑이대전이라니!! 또 열어주세요ㅠㅠ 더 줘ㅠㅠ

그다음 공간은 오방색을 주제로 했다. 높은 층고의 열린 공간에 설치된 작품을 보고, 오잉 또잉 하얀 호랑이인가 하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이렇게 알록달록 허면서 현대적인 호랭쓰들이 있다.

정면에서 보면 이런 느낌 색감이 다채롭고 얼핏 보면 아프리카 국가를 표현한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이사이 호랑이 이미지가 숨어 있다.

이 작품은 전통 오방색을 재해석한, 이정교 작가의 사•방•호 라는 설치 작품이다.

그다음은 서가에서 찾은 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라는 컨셉의 전시실이다. 시작은 문자도. 마음에 새기고 널리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그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로 제작한 문자들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성민 작가의 날아오르다. 문자가 가진 의미 그대로 나는 듯하다.

한글과 달리 용이 그려진 영문 버전. RISE UP.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호랑이 기운이 아닌 용 기운 부적이랄까...

문자도에 자주 쓰이는 각 글자 효제충신 예의염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한문에 약한 나에게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림의 글자를 열심히 비교해 가면서 봤다.

이미지들이 움직여 더 재밌었다. 김혜경 작가님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자세히 보면 이런 식으로 한자 획과, 획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움직이면서 생겨난답니다. 그게 완성되면 하나의 글자가 되는 구조였다.

한자 알못인 나에게 시련을 주었던 작품이지만 너무 예쁘고 귀엽다. 이응노 작가님의 의(義) 문자도.

그다음은 책가도와 연관된 작품들이다. 이지숙 작가님의 부귀영화-뒤꽂이와 자개함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 온갖 길상의 의미를 담은 기물들과 보물들, 그리고 서적들을 배치하는 책가도답게 다양한 물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기록화로 바로 넘어간다. 작품이 진짜 진짜 많았고 좋았는데, 감상에 집중해 많은 사진을 찍지는 않았나 보다... 이건 나의 홈타운이기도 한 분당신도시의 초기 모습을 표현한, 유한이 작가님의 이사라는 작품이다. 대충 어디인지 감이 와서 더 흥미롭게 감상했다! 친구들 보내줬는데 바로 분당(?) 이러면서 알아봐서 더 신기했음

신기하니까 정면에서 찍은 사진 한 번 더. 초기 분당 신도시를 아는 분이라면 어딘지 바로 알아볼 듯?!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서가를 나와, 다시 정원에 들어서며 보이는 담 너머의 자연을 그린 산수화가 주제이다. 무릉도원도 있고... 백두산 천지를 표현한 작품도 있었는데... 내 눈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손동현 작가님의 이른 봄. 조춘도라는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조춘도는 11세기 중국의 화가인 곽희가 봄의 풍경을 그려낸 걸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메마르고 추운 겨울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화려해진 색감으로 봄이 거의 다 왔음을 알리는 듯 보이기도 하다.

일자가 아닌 ㄱ자 배치라 오히려 몰입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가기엔 아쉬워서, 옥상정원에도 잠시 올라가 봤다. 옥상정원에서는 <시간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MMCA 과천관 특화 및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종으로... 미술관 내외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을 통해 과천의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일종의 쉼터를 만든 거라고 한다. 2023년 올해 6월 25일까지 한다고 하니, 국현미 과천에 간 김에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더 내려가면 동물원?과 만나는 중간 지점이 있다. 코끼리 열차 승하차장이다. 오래간만에 추억 돋게 코끼리 열차를 탑승했다. 어른 기준 인당 1500원이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옆에서 슬러시도 사 먹었다. 이제 이런 거 자유롭게 사 먹을 수 있는 으른이야 나는...

슬러시만 먹기 아쉬우니까 요즘 먹기 힘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사 먹음. MMCA 방문기는 여기서 갑자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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