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봤다. 바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순신>! 좋아하는 소리꾼 이자람 선생님이 공동극작, 작창을 하고 무인 역을 맡았다고 해 바로 예매를 갈겼다. 상반기에 맞는 일정이 없어 오셀로 못 봐서 얼매나 슬펐게요ㅠㅠ 이번에는 다행히도 금요일에 일찍 끝나는 날이 이틀이나 있어 무려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자둘이 자막인건 너무 슬퍼요. 이 포스팅을 적고 있는 처음 적기 시작한(11.26)에 마지막 공연까지 끝나버렸습니다. 이미 끝나버린 공연이지만 다음에 하면 또 보러 가야 하니까 후기를 남겨둔다.
서울예술단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무용, 소리, 뮤지컬까지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어 흥미로웠다. 대학로 덕질 경력이 가득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서울예술단 공연은 원래 이렇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너무 흥미롭고 내 스타일인걸?! 자주 찾아보겠습니다 토월극장… 친하게 지내자^^! <순신>은 소리와 무용 파트가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고, 뮤지컬 파트가 개인 서사를 표현하는 구성이었다. 휘몰아치는 소리와 무용으로 표현한 대첩들 너무 멋지더라. 사실 대첩씬 보려고 두 번이나 봤다. 그리고 뮤지컬은 감정을 끌어내주는 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특히 요새 내가 메말랐는지 아들 면의 러브라인은 조금…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북 보면서 하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걸 알고 보니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작품 제목처럼 뮤지컬도 순신이라는 인물의 서사에 더 집중했다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가족을 잃고, 아끼는 장수들을 잃고, 대의를 위해 백성들을 희생시키며 느낀 죄책감 같은 부분들 위주로...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무용은 진짜 너무 신기하고 감탄했다. 사실 처음 극 봤을 때 너무 앞자리라 무인 위주로 가까이서 보느라… 무용과 무대 효과를 복합적으로 보기 어려웠다.그래서 두 번째 관람할 때는 조금 더 뒷 열의 중앙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무대가 미쳤어요.무인과 순신이 겹쳐 보일 때 희열 도랐음 너무 멋있어ㅠㅠ 순신 역을 맡은 형남희 단원님 처음 봤는데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솜털일 수가 있는 거죠? 진짜 몸놀림이 정말 가볍고 유연하고 감탄을 거듭했다.발레와 같은 예술에서 말하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뭔지 이번에 깨달았다. 사람 신체 자체가 가지는 미가 있구나
그리고 1회차 관람부터 눈에 띄던 배우님이 두 분 계셔 인터미션 때 프로그램북 바로 사서 이름을 찾아봤다. 한 분은 중간에 무녀 역할도 하셨던 박소연 배우님이고, 다른 한 분은 순신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꽤나 많았던 장수범 배우님이었다. 티켓부스 왼편에 단원 프로필 카드를 가져갈 수 있게 소개존이 있었다. 거기에는 박소연 배우님 카드만 있는 걸 보니, 장수범 배우님은 서예단 단원은 아니신 것 같았다. 그래서 인스타 찾아서 팔로해둠 다른 공연 하시면 또 보러 갈라고^^7
이게 바로 토월극장 1열의 시야입니다. 스피커 너무 제 앞에 있지만 배우님들 보기엔 최적의 자리라구요.
커튼콜 때 찍은 자람신. 우리 12미니는 가볍기만 하고 이럴 때 도움은 안되긴 한다. 하지만 내 손목이 기록보다 중요해.
얼굴 절반만 흰색 무늬를 그려 넣은 분장하고 노랑 옷을 입으셨는데, 찰떡이었다.
머리 장식까지 완벽... 올해 자람신의 다른 공연은 서편제 밖에 못 가서 아쉽다. 내년 2월까지인 고정스케줄 끝나고 나면... 주말은 많이 비워둬야지
두 번째 관람 때는 핸드폰이 살짝 늦게 켜져서 사진을 많이 안 찍고 그냥 박수만 친 것 같다.
두 번째는 대충 위치 아니까 수범 배우님도 한 장 찍어봤다.
커튼콜 끝나는 중... 내가 국립창극단에 이어 서울예술단까지 찾아봐야 할 줄은 몰랐지...
이건... 회사 퇴근 셔틀이 막혀서 늦을까 봐 전전긍긍했으나... 다행히 제시간에 세이프한 기념으로 남겨둔 사진이다 ㅠㅠㅋㅋ 다시 메가시티 서울로 돌아와야지 주중에는 시공간 제약 때문에 주말에만 봐야 하는 거 너무 서글퍼
공연 시작하길 기다리다 천장을 봤는데 일렁이는 물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너무 예뻤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 보니 별로 안 예뻐 보이네...ㅎ
그리고 설문조사 했는데 당첨되었다. 요새 이런 소소한 이벤트 자주 당첨되는 중이다. 작은 행복쓰~!
2023 미술주간을 맞이해, 미술여행이라는 이름의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해준다고 해서 다녀와봤다.
미술여행은 지역/날짜별로 원하는 일자를 선택해 네이버 예약하는 형태이다. 지역에 따른 일정과 회차는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지역별 코스 일정은 아래와 같다. 모든 코스가 탐났지만, 내 일정도 제한적인 데다 미술여행 예약이 치열해 겨우 "청담코스" 하나만 건질 수 있었다.
청담코스 시작 하루~이틀 전에 친절한 안내 문자가 왔다.
쾨닉 서울 앞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도슨트님이 미술주간 이름표와
송수신기를 주신다. 준비해온 이어폰을 꽂아서 착용! 원래 프로그램 정원이 15~20명 정도는 오는 것 같은데 이 날은 6~7명 정도만 참석하여 소수 정예로 진행되었다.
쾨닉 서울은 청담동 MCM 건물 5층~루프탑을 사용한다.
특이하게도 MCM 매장을 지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MCM 매장에서도 전시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네이버 예약하고 전시 보러가면 지하에 있는 카페 음료/베이커리도 주는 걸 몰랐다. (알았으면 스벅 안가고 여기서 전시 보고 기다렸을 텐데 아숩ㅠ.ㅠ)
MCM 시그니쳐 가죽으로 만든 가구들을 1층에 전시해놨다. 이것도 전시의 일종이라고 하던데! 아쉽지만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쾨닉 서울에서는 지금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이코 이케무라 LEIKO IKEMURA"의 국내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9월 2일~11월 11일까지 진행된다.
회화는 물론 조각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세 개의 개별적인 캔버스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트립틱 형식의 작품 Trilogie a, b, c
나는 중간에 놓인 b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멀리서 보면 사람 같고 가까이서 보면 새 같다. 색감이 화려해 생기 있어 보이면서도 묘하게 슬픈 느낌이 나서 신기했던 작품
유리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violet mountain(2023)
부처님 옆에 고양이인가 했는데 허밍버드라고 하더라. 아 이 전시가 신기한 건... 작품 설명표가 하나도 없었다. 작품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작가가 특별하게 요청하여 배치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손들고 인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Mountain Lake(2010~2011)
오른쪽 산이 표정 같아 확대해서 찍어보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이름의 작품 모로 누워있는 게 마치 슬퍼하는 사람 같다.
표정도 그렇고 뒤에 콘크리트 외벽 때문에 더 슬퍼 보인다.
dude라는 이름의 작품 고래 꼬리 같기도 하고... 포탄이나 화살을 맞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5층에 올라가면 루프탑에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 작품들도 있어서 짧게 구경했다. 날이 너무 좋은데... 곧 가을인데도 너무 덥더라.
작품들이 다양해 보는 맛이 있었다.
도슨트님이 주신 미술주간 기념품 걸어 다닐 일이 많다고 센스 있게 포도당 캔디도 넣어주셨다.
그리고 도슨트님이 고르신 걷기 편하고 언덕배기가 아닌 곳을 지나 송은으로 이동~! 아 참고로 미술여행은 가이드 형태와 도슨트 형태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하셨다. 인솔자가 가이드라 주변 지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갤러리는 담당자가 나와 도슨트를 해주시는 케이스와 인솔자가 도슨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도슨트를 맡아주시는 케이스!
이번 청담여행은 송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신 박아름 도슨트님이 인솔자였다. 그래서 송은 건물 자체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는데, 송은의 울타리(?)는 나무 질감의 콘크리트다.
그리고 신기한 모양의 가로등이 있다. 가지고 싶게 생겼어 귀여워
계단이 건물 안팎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유리문을 개방하면 또 새로운 느낌의 공간이 된다고 하더라.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파노라마>로 16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송은 바깥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홍승혜 작가의 영상 <어떤 파노라마>가 보인다. 여러 도형들이 계속 떠다니면서 합쳐지는데 작가 본인을 비롯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을 재해석해서 도형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
전현선 작가의 그림과 지평선이라는 작품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비슷한 작품을 출발점으로 삼아 만들어냈고, 작가의 산책길에서 따온 이미지들도 있다고 하셨다. 신기한 건 이 작품은 입구를 등지고 배치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미리 보지 않도록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거꾸로 배치하신 거라고
해와 달 같아서 귀엽다
류성실 작가의 부캐 체리장 시리즈의 일부... 너무 신기한 작품이라 할 말을 잃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시더랑!
바로 뒤에 만화경의 방이 있다. 핀란드(?) 가구 회사 아르텍이라는 곳의 스툴을 쌓아두었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넘나 기억에 없어요.
포토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이희준 작가의 작품 <The Chambers of Time> 오른쪽 무늬 되게 궁이나 한옥에서 가져온 것처럼 생겼는데 도슨트님 피셜 작가님이 라탄 확대해서 찍으신 거라고
옆으로 가면 저 작품을 오브제로 만든 작품이 있다. <Mining The Chambers of Time>
심래정 작가의 작품들. <바-스 하우스: 팔리박사의 목욕법> 어머니를 병간호하던 작가 개인의 일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에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샤워기 손잡이는 둥글지만 끄트머리가 뾰족한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비상구 바로 아래에 연구실로 쓰이는 영상을 틀어두었다. 진짜 저 문 너머에 팔리 박사의 실험실이 있을 것만 같아
신기하니까 두 장~!
밖에 누가 있나 살펴보는 게 마치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것 같다.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에는 김인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 철사 조각이 뭘 의미하는 것 같으세요?
전 맞추지 못했는데요. 사람의 옆모습의 외곽선에서 뒷모습에 해당하는 부분을 선택해 라인을 따서 조각 형태로 만든 거라고 하시더라. 도슨트님의 설명 그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큐티뽀짝한 호랑이가 날 반겨줬다. 도슨트님 설명 안 들리고 계속 귀여워만 연발ㅠㅠㅠ
귀여워서 여러 장.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박그림 작가님의 작품이고. 아마 첫 도자기 작품인 것 같다. 얼마인가요 데려가고 싶어요 집에...
박그림 작가는 불교 탱화를 배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기법 자체는 물론 주제도 불교, 동양적이다. 수행자가 소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불교 설화 심우도에서 착안해 호랑이가 주제인 심호도 연작을 그리셨는데. 소도시 출신이자, 퀴어이자, 비주류 장르인 불교 미술을 한다는 본인 자체를 호랑이에 투영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반짝임과 세밀함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님... 그리고 구도나 그림 자체가 동양화풍인데 엄청 트렌디해서 취향저격 당하고 왔다.
반짝이는 걸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하는데요 그림에 두 가지가 다 있어서 행복합니더...
좋은 건 크게 보자...
이건 작품은 아니고 작품을 만들 때 쓰인 촛불이다.
타들어가는 초의 불꽃을 포착해 낸 김지영 작가의 작품들 <붉은 시간>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개개인의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핫했던 영화 엘리멘탈이 떠올랐다.
은은한 색감이 사진으로는 전혀 담기지 않는다. 꼭 실제로 가서 보는 걸 추천!
진짜 이건 가서 봐야 해...
이런 작품들이 가득한데 심지어 입장료도 안 받는다?! 송은은 천사인가요. 10월 28일까지니까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야지.
작품 이름도 형태도 표현도 너무 다 신기했던 이진주 작가님의 안녕 이라는 작품이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 손 같이 실핏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압도감을 주었던 저지대라는 작품 사람의 생에서 죽음까지를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캔버스에 담아내셨다고 한다. 그림에 표현된 사물들도 신기하고... 여러모로 기분이 묘한 작품이었는데
각도를 조금만 달리 하면 튀어나올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보면 마치 관 같은 느낌도 있었다.
도슨트가 끝나고 잠시 자유관람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귀여운 호랑이도 조금 더 봐주고...
내려오는 길에 심래정 작가님 작품들도 한 번씩 더 봤다.
팔리 박사의 치료법 중 하나다.
팔리 박사는 이걸로 뭘 한 걸까 붉은 머리라는 작품이다.
짧은 송은 자유관람을 마치고 아줄레주 갤러리 가는 길
9월은 아트씬이 제일 핫한 기간이다.
아줄레주 갤러리에서는 젠더 플루이드이자 트랜스매스큘린인 토니 블루스톤 작가의 <JETLAG>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젠더 플루이드는 성별이 유동적으로 전환되는 젠더퀴어라고 한다. 젠더 정체성이 하나로 규정되지 않고, 여러 젠더들을 오가는 경우에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트랜스매스큘린은 젠더가 남성에 조금 더 가까운 상태인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토니 블루스톤 작가는 태어나기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본인이 남성에 가깝다고 느꼈고, 하지만 아직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하나로 확립하지는 않은 상태? 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전시의 제목이 JETLAG, 시차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다. 홈리스로 보이는 남자가 끌고 가는 카트에 숨어 있는 칼 든 살인마라거나... 저 살인마 근데 영화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티셔츠의 문구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두 가지 바다를 보여 주고 있어 더 신기한 작품
갤러리에서 오른쪽의 작품을 벽에 큰 크기로 다시 붙여두셨다.
전시 포스터이기도 한 작품 패키지. 거품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뽁뽁이다. 앞서 말했듯 작가는 본인의 젠더를 남성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그래서 그림에서 가슴을 가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익숙한 포스터가 그려진 작품 이외에도 누군가의 방처럼 꾸며 놓은 공간도 있었다. 특히 작가의 그림이 이불에 프린팅 되어 있었는데 그건 너무 신선하고 독특했다.
갈수록 지쳐서 기력이 쇠했지만 행복했던 2시간의 미술 여행이었다. 특히 박아름 도슨트님이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애정 넘치게 작품과 작가들을 설명해 주셔서 더 좋았다. 마지막에 근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갤러리 추천까지 bb 내년에도 한다면 더 다양한 미술여행에 참여해 봐야지!
8월 19일에 있었던 제38회 데이터분석 준전문가(ADSP) 시험 결과가 나왔다. 헷갈리던 부분이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82점이라는 꽤나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합격 수기라기엔 거창하고, 그냥 공부했던 기록을 남기고자 포스팅하기로 했다.
공부기간은 약 1달이나, 실공부는 2주 조금 넘게 했다. 책을 구매해서 처음 열어본게 7월 16일이었지만... 직장병행 독학이라는 핑계로 못(안)한 나날들이 많더라.
교재는 위키북스에서 나온 이지패스 ADSP 데이터분석 준전문가 2023년 판 (일명 미어캣)! 민트책, 황소책 등 유명한 다른 문제집들도 많았는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2개다. 하나, 문제 바로 아래 답이 적혀 있는 걸 싫어하는데 찾아보니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둘, 그리고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어플로 모의고사를 풀어볼 수 있다. 어플 후기는 포스팅 하단에 따로~!
공부 방법은 1) 교재 1회독 2) 유튜브 요약강의 들으면서 교재 야매 1회독 3) 요약집 타이핑 4) 기출문제 풀이 및 틀린 개념은 교재 보면서 복습
교재 1회독할 때 1~2과목은 괜찮은데 3과목 통계가 진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유튜브로 무료 요약강의를 찾아서 들었다. 내가 들은 건 "위키북스의 ADsP 핵심요약 5시간 벼락치기 특강_live stream 녹화"였는데, 교재 펴놓고 들으면서 강사님이 언급하는 개념들만 다시 슥슥 훑어봤다. 통계 파트를 기초 위주로 설명해 주신 점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3과목 통계는 개념 이해하고 선지 보는 법만 알면 문제 풀기가 훨씬 쉬우니까,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다면 유튜브 강의 듣는 걸 추천한다. 에듀아토즈나 와우패스도 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니 영상은 본인 교재나 취향에 맞추면 될 것 같다.
요약집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그중 괜찮아 보이는 걸 다운로드하여 노션에 다시 타이핑해서 옮겼다. 그리고 책과 어플에 있는 기출문제 풀이하고, 틀린 개념은 교재 보면서 다시 복습했다. 중요해 보이거나 자주 틀리는 건 요약본에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두고, 시험 2-3일 전에 요약본 프린트해서 그때부터는 요약본 위주로만 봤다.
되게 열심히 공부한 것처럼 보이는데 문제집 모의고사 포함 9개밖에 안 풀어보고 감... 심지어 문제집 모의고사 3회 차는 안 풀었다ㅋㅋ 이제 발견 그래도 예상 점수 이상은 받았다 다행... 원래는 16회차부터 순서대로 공부해나가려 했는데, ADSP가 최근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32회차부터 순서대로 풀었고 가장 최근 회차인 36-37회차는 시험 전 날에 봤다.
이지패스에서 제공하는 어플이다. 앱스토어에서 캡처해 왔다. 미어캣 귀여움...
어플 첫 화면은 이렇게 생겼다. 모의고사 누르면 회차 볼 수 있고, 교재 구매 시 교재 안에 들어 있는 코드 입력해서 인증하면 된다.
인증 없이도 맛보기 회차 2-3개는 풀어볼 수 있으니 참고. 책으로 풀어본 문제도 다시 풀어볼 수 있어서 좋다. 다만 맞는 답 체크했는데도 오답이라고 하는 오류가 종종 있으니 주의하자. 어플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다.
다른 아쉬웠던 점은 주관식 서브노트 110제를 제공하는데 그냥 책에 있는 이미지 형태랑 동일하더라. 모의고사처럼 화면 넘겨가면서 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관식은 퀴즐렛에 사람들이 올려놓은 학습 세트 찾아서 봤다. 그냥 출퇴근길이나 밥 먹을 때 조금씩 봤는데 도움 많이 된 듯? 내가 본 퀴즐렛 학습 세트는 "ADSP 1~3과목 단답 주관식 기출(23.8월 시험대비)"라는 제목이었다.
아 그리고 36, 37회차가 최신 기출이라 문제집이나 어플 등에 없는 경우가 많다. 36, 37회차 문제지는 에듀아토즈 사이트에서 "[샘플 강의] ADsP 37회 기출"과 같은 강의를 찾아보자. 로그인하고 콘텐츠 첨부파일 탭(?)에서 기출복원 PDF 파일을 찾을 수 있다. 아마 38회차도 제공해주지 않을까? 넘 친절하고 좋은 곳인듯! 빅데이터분석기사 강의도 있던데 다음에는 빅분기나 준비해볼까...? 이상 별 거 없었지만 ADSP 독학 후기 끝!
기존 RDB의 SQL을 보완/개선한 비관계형 DB. 비정형 데이터와 대용량의 데이터 분석 및 분산처리에 용이.
Document-Oriented DB : CouchDB, MongoDB, Elasticsearch, Cloudant
Key-Value DB : 아마존의 Dynamo, Redis, Riak, Coherence, SimpleDB
Column-Oriented DB : 구글의 Bigtable, Cassandra, HBase, HyperTable
기업 내부 데이터베이스
(OLTP)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를 수시로 갱신하는 프로세싱, 갱신 위주 온라인 거래 처리로 다양한 과정의 연산이 하나의 단위 프로세싱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단순 자동화 시스템. 영역별로 구축되던 단순 자동화 중심의 시스템.
(OLAP) 다차원의 데이터를 대화식으로 분석
(BI : Business Inteligence)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해 의사 결정에 활용 리포트 중심의 도구 ⇒ 가트너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확한 시간에 제공할 수 있는 환경”
(BA : Business Analysis) 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성과와 비즈니스 통찰력에 초점을 둔 방법 통계, 수학에 초점
(CRM_고객관계관리) 고객과 관련된 내/외부 자료를 분석해 고객 중심 자원을 극대화하고 이를 토대로 효율적 마케팅에 활용 (고객 관리 있으면 CRM)
(SCM_공급망관리) 공급망 단계를 최적화해 고객을 만족시킴
(ERP_경영지원통합시스템) 기업 전체를 경영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경영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의 설계 절차요구사항 분석 ⇒ 개념적 설계 ⇒ 논리적 설계 ⇒ 물리적 설계
데이터 웨어하우스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보 기반으로 제공하는 하나의 통합적이고 시간성을 가지는 비휘발성 데이터의 집합
전사적 차원에서 일관적인 형식 유지
분산된 환경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개인이나 조직이 총체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위해 공통의 형식으로 변환해 관리하는 역할
데이터 마트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개인에게 전달되기 위한 최종 데이터 형태
빅데이터
빅데이터를 나타내는 4V =Volume(양), Variety(다양성), Velocity(속도), Value(가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빅데이터 분석에 경제성을 제공해 주었다.
빅데이터 수집, 구축, 분석의 최종 목적 ⇒새로운 통찰과 가치 추출
빅데이터에 거는 기대 비유
산업혁명의 석탄/철 :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
21세기 원유 : 산업 전반에 생산성 향상, 기존에 없던 새로운 범주의 산업 형성
렌즈: 렌즈를 통해 현미경이 생물학 발전에 미쳤던 영향만큼, 데이터가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 (ex. Ngram Viewer)
플랫폼: 공동 활용 목적으로 구축된 유무형의 구조물로써 역할
빅데이터가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변화
사전처리 ⇒ 사후처리 : 기술이 발전해서 마음껏 모아도 된다.
표본조사 ⇒ 전수조사 : 마음껏 데이터 모으면 된다.
질 ⇒ 양
인과관계 ⇒ 상관관계 : 엄청나게 모은 데이터들을 분석해 서로 상관이 있는지 본다.
빅데이터의 가치 산정이 어려운 이유
데이터를 재사용하거나 재조합해 활용하면서 특정 데이터를언제, 어디서, 누가 활용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면서
현재는 가치가 없어도 후에기술이 발전되면 가치가 있는 데이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 기본 테크닉
연관규칙(분석)
변인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가?
커피를 구매하는 사람이 탄산음료를 더 많이 구매하는가? 카탈로그 배열, 교차 판매, 판촉 행사
유형분석 (분류분석)
문서 분류, 조직 내 그룹 나누기 규칙을 찾고 새로운 데이터의 집단을 파악
이 사용자는 어떤 특성을 가진 집단에 속하는가?
유전자 알고리즘
최적화를 구하는 알고리즘
최대 시청률을 얻으려면 어떤 프로를 어떤 시간대에 방송해야 하는가?
기계학습
훈련 데이터로부터 학습한 알려진 특성을 활용해 예측
기존의 시청기록 바탕으로 시청자가 현재 보유한 영화 중 어떤 것을 가장 보고 싶어 할까?
회귀분석
독립변수의 변화에 따라 종속변수가 어떻게 변하는가?
구매자 나이가 구매 차량의 타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감정분석
특정 주제에 대한 사람의 감정 분석
새로운 환불 정책에 대한 고객 평가는 어떠한가?
소셜네트워크분석
고객들 간 관계망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정형 데이터 활용 ⇒ 연관규칙, 유형분석, 유전자 알고리즘, 기계학습, 회귀분석
비정형 데이터 활용 ⇒ 감정분석, 소셜네트워크분석
빅데이터 활용 3요소 ⇒데이터, 기술, 인력
데이터 : 모든 것의 데이터화
기술 : 진화하는 알고리즘, 인공지능
인력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알고리즈미스트 등…
빅데이터 시대의 위기 요인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사용을 제공자 동의에서 사용자 책임으로 익명화 기술 발전이 필요할 것
(책임 원칙 훼손) 범죄예측 프로그램으로 예비범죄자 체포하면 문제가 될 것 명확히 나타난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야 함(결과기반 책임원칙)
(데이터 오용) 데이터 분석 결과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님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을 대변할 전문가 알고리즈미스트가 필요해짐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 지식을 종합한 학문
정형/비정형을 막론하고 데이터 분석 (총체적 접근)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 내는 학문
분석적 영역 ⇒ 수학, 확률모델, 분석학 등과 같은 이론적인 지식
IT 영역 ⇒ 프로그래밍, 데이터 엔지니어링, 고성능 컴퓨팅과 같은 프로그래밍적 지식
비즈니스 분석 ⇒ 커뮤니케이션, 시각화,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비즈니스적 능력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요구 역량
(하드 스킬) 빅데이터에 대한 이론적 지식, 분석 기술 ⇒ 가트너가 제시한 역량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
(소프트 스킬) (정확성보다는) 통찰력 있는 분석 능력, 설득력 있는 전달(스토리텔링과 시각화), 협력 능력 같은 인문학적 능력 ⇒ 단순(컨버전스) 세계에서 복잡(디버전스) 세계로의 변화, 비즈니스 중심이 생산에서 서비스&시장 창조로 이동해서
가트너가 제시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요구 역량
데이터 관리 : 데이터에 대한 이해
분석 모델링 : 분석론에 대한 지식
비즈니스 분석 : 비즈니스 요소에 초점
소프트 스킬 : 커뮤니케이션, 협력, 리더십, 창의력, 규율, 열정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 :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관계형 DBMS ⇒ 테이블(표)로 데이터 정리
객체지향 DBMS ⇒ 정보를 객체(이미지나 영상)로 정리
개인정보 비식별 기술
데이터 마스킹
홍길동⇒홍**
가명처리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식별할 수는 없는 다른 값으로 대체. 홍길동 ⇒ 임꺽정
총계처리
기존 값을 해당 변수의 전체 데이터 값의 합계나 평균으로 대체. 갑 165cm, 을 170cm ⇒ 학생들 키 합 335cm, 평균키 167.5cm
범주화
데이터 값을 범주화해 최대/최소 제공. 해당 그룹의 대표값 제공. 홍길동 35세 ⇒ 31~40세
난수화
개인정보 무작위처리(사생활 침해 방지)
데이터 삭제
해당 변수를 삭제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데이터의 유형
정형 데이터
관계형 DBMS, CSV, ERP 등 형식이 정해져 있는 데이터
반정형 데이터
눈으로 봤을 때 무슨 정보인지 모르는 데이터(ex. 센서데이터) 한 번 변환이 필요함. 형태(스키마, 메타데이터)가 있음.
계속해서 이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후기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 그리고 이번 전시는 1층에서 진행 중입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이번에는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을 소개할 시간이다. 3부는 미술관을 가장 멀리서 보기를 제안한다. 관객의 시선, 인공위성의 시선 등 다양한 경험의 교차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다음은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빈 공간에 놓인, 3부 "경험에 대한 주석"의 마지막 작품.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이다. 세 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보이는 네모난 공간이 하나, 계단 앞의 제단 느낌의 낮은 계단이 하나, 계단 끝의 영상이 하나.
아래는 육면체 구조물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천왕문>이다. 상당히 심오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마주 보고 있는 영상으로 계속해서 보여준다.
크게 보기.
맞은 편의 영상보기. 영상이 계속해서 변해서 양쪽을 번갈아 보느라 바빠지더라. 그래서 전시 다 보고 다시 돌아와서 넋 놓고 다시 보기를 오히려 추천한다. 사실 영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영상으로 찍어 두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이 작품들의 총제였다.
영상 찍다가 마음에 들어서 캡쳐해두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뱉으라"였나? 여기 쓰인 글들을 모아서 한 번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다시 돌아와 3부의 진짜 시작. 백종관 작가의 <섬야연광>. 미술관은 정지해 있지만, 사실 미술관은 관객의 시선과 호흡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영상을 보러 가기 위해, 설치된 가벽 사이를 거닐면서 가벽에 뚫린 공간을 통해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상을 내 걸음에 따라 또 조각조각 다르게 보게 되어 색다른 작품이었다.
이렇게 중첩된 가벽 사이를 계속해서 걷게 된다. 그 끝에 벽을 꽉 채운 영상을 계속 틀어 놨다. 프레임 속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 한 번 더 찍어봤다.
벽에는 영상과 관련된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적힌 공문들이 프린트 되어 있다. 결재라인 도장이 우리 회사랑 너무 비슷해서 한 장 남겨봤다. 별 이유는 없음ㅋㅋ
설치 과정 같은 걸 담아낸 사진도 있고.
가벽을 모두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공간. 2개로 나뉜 영상이 끊임없이 플레이된다.
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시선들을 표현해낸걸까?
이건 뭐더라...? 너무 오래전에 다녀왔더니 기억이 흐릿해요. 알려주실 분...?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 쇠구슬을 정해진 경로에 따라 흘려보내고, 다시 끌어올려 계속 순환하게 만든 장치인 마블 머신을 활용한 작품이다.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국현미 과천관의 주요 건축 요소들을 표현해 낸 머신 위를 색색의 구슬들이 돌아다닌다. 구슬들은 종종 분기점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가게 되는데, 미술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 번 보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저기 이게 뭘 의미한다고 적어줘서 바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3층으로 이루어진 게 딱 봐도 전시실들인가?! 사실 구조물에 그림자가 남는 게 좋아서 찍었던 장면.
도로록 굴러가는 구슬을 보고 있으면 신기함 그 잡채...
빙글빙글 계속 돌다가 똑 떨어진다. 구슬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떨어질 때 경쾌한 소리가 나서 더 즐거워지는 작품이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신기하고 대단했던 작품...
신기해서 계속 찍으면서 봤읍니다. 작가님이 스튜디오 히치의 대표 건축가라고 하시던데. 스튜디오 히치... 기억해 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구슬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점이 좋았다. 마치 전시 관람의 재미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많은 이들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작품 뒤로는 직접 나만의 리추얼 머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들과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을 전시인 것 같다.
구성을 보여줘서 애기들이 보고 뭘 만들까?! 를 고민하게 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다음은 추미림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한 공간.
첫 시작은 <횃불과 경사로>. 위성으로 내려다본 과천의 모습을 평면에 귀엽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듯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중간중간 위에서 내려다본듯한 영상을 틀어주어 이게 과천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니었음 게임 지도 같구 귀엽네~ 했을지도.
디지털 사이의 푸릇푸릇함 귀엽지 않나요?
재밌겠다고 느껴져 계속 찍음... 15점의 평면 작업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님 만드시느라 꽤 고생하셨겠는데.
공중에 걸린 이 아이들은 <열매와 시냇물>이라는 작품들이다. 위성 지도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도형화하고, 종이를 겹쳐 쌓은 미세한 블록으로 표현해 냈다. 잘 살펴봐야만 드러나는 공간감이 있어 더 흥미로웠고... 사실 그냥 다 너무 큐티뽀짝했다. 추미림 작가님 개인전 하시면 보러 가야지 넘 기여워따😘
이렇게 귀여운 도시 있으면 살고 싶다고요ㅠ
이건 <횃불과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선행한 드로잉 작업들을 모아 놓은 <패스파인더>.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부턴 사람들이 꽤 나오네... 다음은 조규엽 작가의 <바닥 부품>. 미술관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상상해 보고 그에 필요한 치수를 사물화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다르게 디자인해 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은 <바닥 부품>에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거나, <바닥 부품>을 지나쳐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낯선 형태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랄까 갑자기 전시장의 안과 밖을 나누는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달까. 기대서 전시장을 바라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긴 했다.
이 JO의 의미는 작가님의 성을 딴 거겠지? 얼핏 보면 작은 미술관 건물들 같기도 하다.
다시 1부에 등장했던 김경태 작가의 작품.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기둥 사진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작가별 인터뷰와 관련 서적들을 볼 수 있던 진짜 마지막 공간.
흥미로운 책이 있으면 읽다가 표지도 찍어 보고...
이건 참여형 전시를 위해 놓여 있던 미니 카드. 작가들이 전시장을 해석해 달아 놓은 주석을 볼 수 있다. 아가들과 함께 들고 다니면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전시장 마지막이 아니라 초입에 두어도 좋을 듯?
이렇게 전시 작품들을 해석할 때 유용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중구난방 전시 관람 후기 끝! 갈수록 코멘트가 짧아지는 건 기분 탓입니다. 나오는 길에 운이 아주 좋게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다다익선>이 켜져 있었다.
<다다익선>은 목금토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켜지는 작품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구경하세요.
작품 끄트머리에 원형 돔 천장이 있다. 이번 젊은 모색 전시에 천장 문구와 관련된 작품도 있으니, 들어가는 길이나 나오는 길에 천장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블로그 순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포스팅 시작^^ 오늘은 4월 말 거의 오픈하자마자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 정례 기획전시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젊은 모색>은 국현미에서 격년제로 주최하는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해서 1990년 개칭된 이후로 현재까지... 그럼 몇 년이지?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래되고 그만큼 권위 있는 전시이다. 미술관 걸어 가는 길~ 비행기와 비행운까지 하늘이 너무 예쁘길래 남겨봤다. 국현미 과천관은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와 붙어 있어날이 좋으면 차가 막혀 미술관 셔틀버스가 자주 중단된다. 대체재로 코끼리 열차와 택시가 있지만, 뚜벅이는 오늘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갑니다^^!
날씨 넘 좋지 않나요? 봄~초여름 주말 나들이로 국현미 과천관 추천드립니다. 걸어오면서 호수도 보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미술관 초입 벽에 걸려 있는 현재 진행중인 전시 현수막들. 문득 저 현수막들은 전시 끝나면 폐기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요새 폐현수막으로 가방 등 패션 아이템 많이 만들던데. 국현미에서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이벤트로 뿌리면 의미가 깊지 않을까? 이미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젊은 모색 2023>은 관람료가 있는 전시입니다. 관람료는 2천원이에요. 요즘 사설 전시들이 얼리버드로 예매해야 7천 원에서 1만 5천 원 사이의 가격대인걸 감안하면... 국현미는 사랑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표 값도 많이 올라 또이또이하다. 점점 주말에 가볍게 문화생활 즐기기가 쉽지 않다. 무료 전시도 많고, 유료 전시 관람료도 저렴한 국현미 오래오래 함께 해요 😘
1층에 서 계신 직원분께 티켓을 보여드리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주신다.<젊은 모색 2023>은 1층에서 진행 중이다.백남준의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자. 가는 길에 중앙홀 들어가기 전에 카페테리아 방면으로 화장실 있다! 필요하면 화장실 들렀다가 전시 보러 가면 되는 최고의 동선!
이런 사진은 대체 왜 찍은 걸까 과거의 나야...? 암튼 내가 젊은 모색 보러 간다는 걸 남기고 싶었나 보다 ㅋㅋ
요새는 들어가기 전에 QR코드를 찍게 되어 있더라. 신기. 찍고 나면 전시 시작을 알리는 포토월(?)이 있다.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매일 오후 2시에 이 포토월 앞에서 도슨트 투어가 시작된다.기회가 된다면 오후 2시에 도슨트 선생님을 찾아보세요!
아까 <젊은 모색>이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젊은' 작가만큼이나 '모색'에도 집중을 해보았다고 하더라. 이번 전시 주제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다. 전시를 하는 공간이자 제도인 미술관 자체를 주제로 하다니 일단 색다르다. 그간 전시를 빛내주는 배경 공간에 지나지 않았던 미술관을 사유하고 탐색하며,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 이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눠 세부 섹션을 꾸며 놓아 정말로 미술관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더라.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는 '들어가며 & 나가며'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는 전시의 무대이자 모색의 대상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래 8분짜리 영상이 그 시작이다.
8분짜리 영상을 지나 왼편으로 가면, 시인들이 텍스트로 표현한 미술관에 대한 내용 세 점이 놓여 있다. 박세미, 김리윤, 임유영 시인들의 시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미술관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안내 책자가 설명해 줬다.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는 1부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미술관의"공간에 대한 주석".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기둥, 바닥, 축대 등 미술관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을 보여주고 새롭게 해석한다. 아래 작품은 건축가인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 시리즈. 이 작품들은 이번 전시가 전시장 안의 기둥들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라는 기획 의도에 주목해 만들었다고 한다. <확장>, <변화>, <해체> 3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마지막 작품인 <해체>. 기둥을 거울로 덮어 콘크리트 기둥이라는 형태를 숨겨버렸다.
거울로 전시장을 조각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전시장과 관객들을 정말로 해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마음에 들었다.
사진 순서가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두 번째 작품인 <변화>이다. 천장을 떠받친다는 기둥의 보편적인 형태와 기능은 유지하고, 기둥의 재료만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바꾼 작품이다.
순서상 첫 번째지만 왜인지 마지막이 되어 버린 <확장>. 중요한 건축 요소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해, 기둥의 형태와 공간을 확장한 작품이다.
재질도 여러 개로 되어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 것 같기도 하고,
다음은 이다미 작가의 <드랙 뮤지엄>. 이다미 작가는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를 운영하며, 국립여성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창원시립미술관, 416생명안전공원 등 비제도권에 가까운 주제를 전시하는 곳들의 현상설계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그 공간들을 설계하면서 떠오른 미술관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에서 출발한 게 이번 작품 <드랙 뮤지엄>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예술의 대표 공간에 종이와 천, 플라스틱 같은 소재들을 더해 유연하고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라고 작품 설명이 그랬다. 딱딱한 기둥에 천을 입혀 미술관의 형태를 더하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창문처럼 표현했다. 마치 미술관 안을 엿보는듯한 느낌을 주더라. 그 안에 솜뭉치로 표현된 미술관 인형과 실제 미술관의 사진을 더했다. 이렇게 보니 미술관 건물이 더 딱딱해 보이더라.
요즘 말로 살짝 킹받는 표정을 한 미술관 모양의 솜뭉치 인형.
그리고 이다미 작가가 설계한 기존 미술관/박물관들과 연관이 깊다는 이미지와 구조물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과, 바퀴 받침대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시각을 달리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미술관은 유동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작품 감상과 포스팅 시점에 간극이 있어 약간 기억이 흐릿하지만) 내가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저 현수막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황동욱 작가의 <물체/공간>. 원형의 구조물과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천관 원형홀을 비추고 사라지는 자연광 현상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빛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빛의 궤적은 작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현미 과천관 원형홀을 계속 관찰하고 정보를 채집해 동일하게 표현해 낸 거라고 하더라.
신기해서 계속 찍었다.
사실 1부에 <미술관 조각 모음>이라는 독특한 작품이 더 있는데... 왜인지 사진이 1장도 없다. 찍었던 기억은 있는데 왜 갤러리에 남아 있지는 않은 거 같지?!
각설하고 여기부터는 2부, "전시에 대한 주석"이다. 전시가 자신이 담고 있는 작가와 작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공간이다. 2부의 작가들은 미술관 아카이브를 분석해 미술관과 관객을 연결하는 전시의 형식을 다시 보게 한다. 내가 본 2부의 첫 작품은 정현 작가의 <명명된 시점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도면을 비롯해 과거 전시의 평면도와 투시도를 재해석, 제작해 액자에 담아 허공에 매달았다. 24개의 액자 앞뒤로 걸린 48장의 이미지와 함께 전시장을 같이 보인다. 특수 제작한 양면 액자 덕분이라고. 액자들 사이를 떠돌다 보면 내가 가상의 전시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동신 작가의 <지도>와 <부조>. 이 작업들은 과거 과천관 전시실에서 개최한 전시 도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사진상 앞에 놓인 작품 <지도>에는 1부터 200까지 검정 또는 투명으로 된 아크릴 박스가 있는데, 투명 아크릴이 자료가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장소에 쌓인 기억을 독특한 방법으로 시각화해냈다. 뒤에 놓인 작품 <부조>는 자료가 남아 있는 36개 전시의 도면에 담긴 내용들을 재해석해 콘크리트로 만들어본 것이라고 한다. 도슨트 선생님이 분명 부연 설명을 더 해주셨는데 기억 안나^_ㅠ (바보인가)
<부조> 뒤로 지는 그림자가 인상 깊어 남긴 사진. 미술관의 굳건한 기둥들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기둥 사이로 바라본 미술관의 모습. 상당히 묘하게 사선으로 나왔네...
또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인 오혜진 작가의 <미술관 읽기>. 대체로 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시 정보를 담는 포스터, 리플렛, 티켓 등을 제작하는 업무를 맡는다. 관객들에게는 단순히 전시 관람을 위한 기초 정보를 얻는 매체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이 자체가 자신들의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해 전시장에 노출되는 시공간 정보들을 새롭게 구성해 <미술관 읽기>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총 4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 보고 있는 건 <전시 기간>과 <관람 시간>이다. 그간의 포스터, 리플렛 등에 담겨 있던 이미지들을 따와, 또 다른 포스터처럼 보이게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미술관 읽기> 시리즈 중 하나인 <찾아오시는 길>. 이번 전시관에서 제일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오는 다양한 루트를 a, b, c로 구분하고, 이를 시각화했다. 내가 게시글 초반에 소개한 것처럼, 셔틀버스, 코끼리 열차, 걷기 세 가지 루트가 있다.
비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양으로 그림자 지는 게 마음에 들어서 한 컷 더 남겨봤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점은 3가지 루트로 미술관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소리로도 표현했다는 점이다. 진짜 내가 미술관에 올 때 듣는 소리들 그 자체라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내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제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미술관 읽기> 시리즈의 4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인 <이미지 목록>이다. 그간 과천관에서 열린 포스터들을 조각내 한 화면에 담아냈다. 왼쪽에 연도가 적혀 있어 미술관의 역사를 엿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정말 많고 다양한 전시가 열렸구나 싶기도 하고, 최상단에서 내가 방문한 전시가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 공간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 국현미... 조형준과 손민선 두 작가로 구성된 그룹 뭎(Mu:p)의 작품 <내 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가 놓여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하기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야금야금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내가 원래도 좋아하던 전시회 가기도 있었는데, 요즘 전시회들은 다 사전예약제라 보러 가기조차 쉽지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좋은 전시를 많이 하고 있기에, 예약을 위해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계획하던 예약은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지글... "2023년도 제20기 도슨트 양성프로그램 기초과정 모집 공고"였다.
1단계 서류 전형
전시회를 다니면서 도슨트에도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접수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냅다 지원서부터 다운로드 받았다. (사실 교육이 과천관이라 살짝 망설였다. 과천관 당신 쏘 멀어...) 지원서는 인적사항과 응시자격을 간단히 기재한 후 자유 양식의 자기소개서를 첨부하는 방식이었다. 응시자격란에 경력사항에 아무것도 기재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직업과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고려해 주셨다. 코로나로 활동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2년간의 봉사단 활동을 기재했다. 문제는 자유 양식의 자기소개서에 있었다. 오래간만의 자기소개서 작성이라... 포맷을 어떻게 해얄지 무슨 내용을 적어얄지 모든 게 막막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앞서 도전하셨던 분들에게 힌트를 얻어야지.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검색해 보았다. 합격한 자기소개서를 아예 올려주신 분도 계셨고... 나를 꾸미기보다는 진솔하게 적고, 내가 생각하는 도슨트의 역량이나 자질을 소개하면서 내가 여기에 어느 정도는 부합한다는 걸 어필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김칫국이었지만) 만약 합격해서 면접을 보게 된다면 어차피 나의 얕은 미술 지식이 뽀록난다는 생각으로 나의 단점(전문지식 전무)까지도 솔직하게 적어서 제출했다. 서류전형 접수와 발표까지는 일주일 상간인데도 엄청 긴장되고 떨렸다. 남에게 먼저 말해두면 잘 안되는 징크스(?)가 있는 터라 주변에 말도 못 하고 혼자 초조하게 기다렸다. 금요일 6시... 퇴근하면서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다행히 서류 심사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2단계 면접 전형
면접은 서류전형 발표하고 약 일주일 뒤에 있었다. 역시나 오래간만의 면접이라 또 막막하고 걱정이 가득했다. (나 사실 걱정인형인가?) 또 앞서 도전하셨던 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국현미 면접은 물론 다른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양성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더라. 이것저것 후기를 찾아보고 주로 나왔던 질문들을 뽑아 봤다.
* 도슨트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최근 1년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전시는? * 도슨트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면 얼마나 활동할 수 있는지? * 도슨트의 자질에 무엇이 있는지? * 전시 해설 도중 진행에 방해가 되는 질문을 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유명한 도슨트 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도슨트의 정의와 자질에 대한 나만의 답변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소서를 계속 읽어 보면서 질문 나올만한 부분들은 두세 줄 정도로 답변을 미리 만들어보았다. 그래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더라.
대망의 면접날! 본가에서 국현미 과천관까지 가기가 험난한 편이라 일찍 출발했다. 그러길 정말 잘한게 미술관 올라가는 순환셔틀버스가 운행 중단이었음^^ (날 좋은 봄에는 자주 중단됩니다 꼭 참고하세요) 그럼 방법은 세 가지 중 하나다. 택시를 타거나, 조금 걸어 코끼리 열차를 타거나, 미술관까지 걷거나. 상춘객이 많은 봄날이었기에 앞의 두 가지는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미술관에 올라갔다. 걸어서 가면 느린 걸음 기준으로 최대 30분 정도 소요된다.
파워워킹의 땀을 좀 식히고 쭈뼛쭈뼛 면접장소에 들어갔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미술관 입구의 안내직원분께 "저기 혹시 도슨트 면접..."하고 소심하게 여쭤봤다. 너무 서윗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면접은 조별로 들어가는 다대다였다. 면접관들이 차례대로 공통질문만 하고 면접자들이 순서대로 답하는 형태다. 답변에 대한 꼬리질문은 하지 않았다. (기억이 가물한데) 면접 자체는 10분 내외로 본 듯?
1. 미술계에 MZ세대가 유입되고 영향력이 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긍정/부정)와 그 이유 2. 도슨트에게 필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3. 국현미의 도슨트는 전문자원봉사자이다. 무보수로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4. 지원자만이 가지는 역량
사실 첫 질문이 내 예상과 너무 달라서 상당히 얼타다 끝났다. 게다가 같이 면접 보신 분들이 너무 말도 잘하고 이력도 쟁쟁하셔서... (나만 무지렁이였다) 그래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귀가하는 길은 국현미 덕에 대공원 구경하는 상춘객의 마음으로 즐겼다.
최종 합격자 발표일도 금요일 오후 6시라 오후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데, 정말 6시 땡 하자마자 문자가 왔다. 다행히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오래간만에 회사 일이 아닌 나만의 무언가에 도전한 거였는데 시작이 좋아 기분도 넘 좋았다.
근 삼개월 전에 다녀온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로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다. 괜찮은 전시라 한번쯤 다녀오길 추천한다. 나도 기회 되면 또 보러 갈 생각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1부 전시실에서 나와 2부 전시실 가는 길목에 유리창 밖으로 조형물이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쿠베르탱(Coubertin)>, 2004년 작이다. 소마미술관 홈페이지 검색하다 보니 수장고에 미니 쿠베르탱도 있다는데 엄청 귀엽다.
각설하고2부는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벌써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을 거쳐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분단선을 넘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 이른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로 통용되는 이산의 미술사가 탄생했다고 한다.2부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한동안은 반공, 멸공 사상이 세상을 지배해서 이들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었다.
2부 전시실 초입의 소주제 설명.
첫 작품은 배운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작. 배운성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그는 주인 백인기의 눈에 들어, 같은 또래인 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말동무 겸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에서는 진로를 바꿔 화가가 되었다. 1925년 베를린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며 한국미술의 유럽 유학생 1호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은 어느 살롱을 배경으로 박수무당 차림의 작가를 상당히 크게 표현한 그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표정도 독특하긴 했지만. 그의 차림새와 뒷배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와닿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변월룡 작가의 <6.25전쟁의 비극>, 1962년 작과 <분노하는 인민>, 1961년 작이다.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왼쪽)과 귀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오른쪽) 듯한 느낌이어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전시 기획할 때 의도하신 포인트겠지? 특히 오른쪽 작품은 아이를 업은 여자의 얼굴이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것도 변월룡의 작품이다. 팸플릿 기준 <풍경>, 인터넷 검색 시 <평양의 누각>, 아무튼 1954년 작. 접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 작가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자. 변월룡 작가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고려인이다. 1953년 북한으로 파견 명령을 받고, 평양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 미술계를 복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와, 공산주의 혁명,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세히 보면 인민군 복장을 하신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작품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은 대동강이겠지? 대동강 궁금하다. 한강 같이 폭이 넓고 웅장한 느낌일까? 그보다는 조금 더 작고 큐티할까?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이제 한강뷰 아파트에 이어 대동강뷰 아파트가 비싸질 수도 있겠지? ㅋㅋ
그림 귀퉁이에 보면 누각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난해함을 추가해 준 이 작품은 황용엽 작가의 <인간>, 1982년 작. 황용엽 작가가 주로 표현했던 '인간'은 그가 살면서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간> 연작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해서 인간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도 다 제목이 <인간>이다. 아마 이게 인간 시리즈의 연작이겠구나.
어둡고 지친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도 파랑과 초록빛을 주로 써서 더 그래 보인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라 찍어 왔다.
황용엽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쾌대 작가의 <드로잉 (가족)>, 1947년 작을 만날 수 있다.
아가들에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자세히 보니 아빠, 엄마도 적어 놓은 거 귀여워!!
뭐라고 적으신 걸까. 우리 집안 식구 일재히 이__서 기념 촬영을 하다. ___가 뭐지? 기념 촬영을 했다는 건 사진도 남기고 드로잉도 남겼다는 걸까?
전시실들 넘어가는 사이에 작가연표가 있더라. 소마미술관은 이 표를 자료로 제공해 달라. 진짜 공부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문의나 넣어볼까?
너무 재미있던 전시라...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둔 탓에 작성하다 내가 지친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