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야금야금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내가 원래도 좋아하던 전시회 가기도 있었는데, 요즘 전시회들은 다 사전예약제라 보러 가기조차 쉽지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좋은 전시를 많이 하고 있기에, 예약을 위해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계획하던 예약은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지글... "2023년도 제20기 도슨트 양성프로그램 기초과정 모집 공고"였다.
1단계 서류 전형
전시회를 다니면서 도슨트에도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접수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냅다 지원서부터 다운로드 받았다. (사실 교육이 과천관이라 살짝 망설였다. 과천관 당신 쏘 멀어...) 지원서는 인적사항과 응시자격을 간단히 기재한 후 자유 양식의 자기소개서를 첨부하는 방식이었다. 응시자격란에 경력사항에 아무것도 기재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직업과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고려해 주셨다. 코로나로 활동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2년간의 봉사단 활동을 기재했다. 문제는 자유 양식의 자기소개서에 있었다. 오래간만의 자기소개서 작성이라... 포맷을 어떻게 해얄지 무슨 내용을 적어얄지 모든 게 막막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앞서 도전하셨던 분들에게 힌트를 얻어야지.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검색해 보았다. 합격한 자기소개서를 아예 올려주신 분도 계셨고... 나를 꾸미기보다는 진솔하게 적고, 내가 생각하는 도슨트의 역량이나 자질을 소개하면서 내가 여기에 어느 정도는 부합한다는 걸 어필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김칫국이었지만) 만약 합격해서 면접을 보게 된다면 어차피 나의 얕은 미술 지식이 뽀록난다는 생각으로 나의 단점(전문지식 전무)까지도 솔직하게 적어서 제출했다. 서류전형 접수와 발표까지는 일주일 상간인데도 엄청 긴장되고 떨렸다. 남에게 먼저 말해두면 잘 안되는 징크스(?)가 있는 터라 주변에 말도 못 하고 혼자 초조하게 기다렸다. 금요일 6시... 퇴근하면서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다행히 서류 심사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2단계 면접 전형
면접은 서류전형 발표하고 약 일주일 뒤에 있었다. 역시나 오래간만의 면접이라 또 막막하고 걱정이 가득했다. (나 사실 걱정인형인가?) 또 앞서 도전하셨던 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국현미 면접은 물론 다른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양성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더라. 이것저것 후기를 찾아보고 주로 나왔던 질문들을 뽑아 봤다.
* 도슨트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최근 1년 동안 가장 인상깊었던 전시는? * 도슨트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면 얼마나 활동할 수 있는지? * 도슨트의 자질에 무엇이 있는지? * 전시 해설 도중 진행에 방해가 되는 질문을 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유명한 도슨트 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며 도슨트의 정의와 자질에 대한 나만의 답변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소서를 계속 읽어 보면서 질문 나올만한 부분들은 두세 줄 정도로 답변을 미리 만들어보았다. 그래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더라.
대망의 면접날! 본가에서 국현미 과천관까지 가기가 험난한 편이라 일찍 출발했다. 그러길 정말 잘한게 미술관 올라가는 순환셔틀버스가 운행 중단이었음^^ (날 좋은 봄에는 자주 중단됩니다 꼭 참고하세요) 그럼 방법은 세 가지 중 하나다. 택시를 타거나, 조금 걸어 코끼리 열차를 타거나, 미술관까지 걷거나. 상춘객이 많은 봄날이었기에 앞의 두 가지는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미술관에 올라갔다. 걸어서 가면 느린 걸음 기준으로 최대 30분 정도 소요된다.
파워워킹의 땀을 좀 식히고 쭈뼛쭈뼛 면접장소에 들어갔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미술관 입구의 안내직원분께 "저기 혹시 도슨트 면접..."하고 소심하게 여쭤봤다. 너무 서윗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면접은 조별로 들어가는 다대다였다. 면접관들이 차례대로 공통질문만 하고 면접자들이 순서대로 답하는 형태다. 답변에 대한 꼬리질문은 하지 않았다. (기억이 가물한데) 면접 자체는 10분 내외로 본 듯?
1. 미술계에 MZ세대가 유입되고 영향력이 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긍정/부정)와 그 이유 2. 도슨트에게 필요한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3. 국현미의 도슨트는 전문자원봉사자이다. 무보수로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4. 지원자만이 가지는 역량
사실 첫 질문이 내 예상과 너무 달라서 상당히 얼타다 끝났다. 게다가 같이 면접 보신 분들이 너무 말도 잘하고 이력도 쟁쟁하셔서... (나만 무지렁이였다) 그래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귀가하는 길은 국현미 덕에 대공원 구경하는 상춘객의 마음으로 즐겼다.
최종 합격자 발표일도 금요일 오후 6시라 오후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데, 정말 6시 땡 하자마자 문자가 왔다. 다행히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오래간만에 회사 일이 아닌 나만의 무언가에 도전한 거였는데 시작이 좋아 기분도 넘 좋았다.
근 삼개월 전에 다녀온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로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다. 괜찮은 전시라 한번쯤 다녀오길 추천한다. 나도 기회 되면 또 보러 갈 생각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1부 전시실에서 나와 2부 전시실 가는 길목에 유리창 밖으로 조형물이 보였다. 백남준 작가의 <쿠베르탱(Coubertin)>, 2004년 작이다. 소마미술관 홈페이지 검색하다 보니 수장고에 미니 쿠베르탱도 있다는데 엄청 귀엽다.
각설하고2부는 <디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이다.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지 벌써 70년이 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을 거쳐 남과 북이 갈라지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분단선을 넘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때 이른바 '월남작가'와 '월북작가'로 통용되는 이산의 미술사가 탄생했다고 한다.2부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월북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한동안은 반공, 멸공 사상이 세상을 지배해서 이들에 대한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 너무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었다.
2부 전시실 초입의 소주제 설명.
첫 작품은 배운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 1930년대 작. 배운성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그는 주인 백인기의 눈에 들어, 같은 또래인 그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말동무 겸 뒷바라지를 위해 동행한다. 일본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독일에서는 진로를 바꿔 화가가 되었다. 1925년 베를린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하며 한국미술의 유럽 유학생 1호가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은 어느 살롱을 배경으로 박수무당 차림의 작가를 상당히 크게 표현한 그림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던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의 표정도 독특하긴 했지만. 그의 차림새와 뒷배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와닿았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변월룡 작가의 <6.25전쟁의 비극>, 1962년 작과 <분노하는 인민>, 1961년 작이다.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장면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왼쪽)과 귀한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오른쪽) 듯한 느낌이어서...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전시 기획할 때 의도하신 포인트겠지? 특히 오른쪽 작품은 아이를 업은 여자의 얼굴이 역광이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그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것도 변월룡의 작품이다. 팸플릿 기준 <풍경>, 인터넷 검색 시 <평양의 누각>, 아무튼 1954년 작. 접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더라. 작가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자. 변월룡 작가는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던 고려인이다. 1953년 북한으로 파견 명령을 받고, 평양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한 미술계를 복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와, 공산주의 혁명,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자세히 보면 인민군 복장을 하신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작품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은 대동강이겠지? 대동강 궁금하다. 한강 같이 폭이 넓고 웅장한 느낌일까? 그보다는 조금 더 작고 큐티할까? 만약 통일이 되어 북한의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다면... 이제 한강뷰 아파트에 이어 대동강뷰 아파트가 비싸질 수도 있겠지? ㅋㅋ
그림 귀퉁이에 보면 누각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난해함을 추가해 준 이 작품은 황용엽 작가의 <인간>, 1982년 작. 황용엽 작가가 주로 표현했던 '인간'은 그가 살면서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70년대의 <인간> 연작부터 시작해 그 후 계속해서 인간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도 다 제목이 <인간>이다. 아마 이게 인간 시리즈의 연작이겠구나.
어둡고 지친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도 파랑과 초록빛을 주로 써서 더 그래 보인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라 찍어 왔다.
황용엽의 작품을 보고 나면, 이쾌대 작가의 <드로잉 (가족)>, 1947년 작을 만날 수 있다.
아가들에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자세히 보니 아빠, 엄마도 적어 놓은 거 귀여워!!
뭐라고 적으신 걸까. 우리 집안 식구 일재히 이__서 기념 촬영을 하다. ___가 뭐지? 기념 촬영을 했다는 건 사진도 남기고 드로잉도 남겼다는 걸까?
전시실들 넘어가는 사이에 작가연표가 있더라. 소마미술관은 이 표를 자료로 제공해 달라. 진짜 공부할 때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문의나 넣어볼까?
너무 재미있던 전시라... 나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둔 탓에 작성하다 내가 지친다. 어쩔 수 없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더...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하러 돌아왔다. 그간 너무 바빴어서(핑계) 사진만 올려놓고 글은 하나도 적지 않았었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소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당연함. 4월 중순에 다녀온 전시를 7월 중순에서야 포스팅하니까...)
아무튼 각설하고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던 4월의 어느 날, 얼리버드 티켓 2장이 있으니 미술관에 가자고 친구를 꼬드겨 다녀왔다. 열심히 감상해야 하니까 밥이랑 디저트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출발! 몽촌토성역이나 한성백제역에서 나와서 소마미술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여기가 입구임을 알리는 포토월이 등장한다.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서울올림픽 개최 3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전이다. 역사와 함께 굴곡졌던 우리 한국 미술이 서구적 조형 어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 식민지배, 해방, 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날 없었던 대한민국 속에서 성장한 한국 미술의 의미를 새기자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전시기간은 23년 4월 6일부터 8월 27일까지! 아직 한참하고 있을 때구나. 괜찮은 전시라 기회되면 또 보러 가야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장 마감은 6시)로 길다. 으레 그렇듯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슨트는 화~금까지 평일에만 11시, 2시, 4시 진행한다. 도슨트는 한이준, 유제희, 이정한, 채보미 이렇게 4분이 돌아가며 진행한다. 예매 사이트에 도슨트 스케줄 표도 같이 올라오니 참고하고 가면 좋을 듯? 나는 주말에 방문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가이드온이란 어플에서 사서 들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 가능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약 159점을 소개한다. 특이했던 점은 전시가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는데, 작가들의 그림을 섞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보여주니까 오히려 집중되고 좋더라.
1부는 향토적 소재와 화풍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우리 땅, 민족의 노래>이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이인성, 구본웅 그리고 박생광의 인물화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전시 소개글에는 이들의 작품이 이 땅에 살았던 한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그 시대의 공기, 시간을 압축한 민족의 노래라고 표현했다.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던지라 더 와닿았다.
장욱진의 <새>, 1979년 작. 새를 좋아해 까치와 참새를 많이 그리던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의 새는 까치인걸까? 참새이기엔 많이 큰데... 돌산? 산봉우리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양 옆으로 해와 달이 떠 있고, 기와집과 초가집이 보이는 듯하다. 얼핏 보면 신선이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있다. 근데 자세히 보면 형태가 뭉개져서 그런 거 같긴 한데, 사람 표정이 상당히 어둡다. 그래서 그냥 세상살이에 고민 많은 평범한 사람을 표현한 건가? 싶기도 하다. 푸른 새가 인상 깊어서 남겨두었던 그림.
장욱진의 <동학사 가는 길>, 1977년 작. 마치 스케치북에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을 준다. 새, 나무 등 자연을 좋아했다던 작가만의 순수함이 드러난듯한 그림이다. 근데 대단하신 게 그냥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슥슥 그린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뒷 배경이 뭘 표현했는지 바로 와닿는다. 이건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양주에 미술관이 있구나... 나중에 가봐야지!
박수근의 <골목 안>, 1950년대. 거친 겨울 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업은 소녀>라는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만 한 작품도 있었는데, 그만의 인물 표현 방식이 뭔지 바로 알겠더라. 약간 교과서에서 실려 있는 한국 문학작품의 주인공 재질. 매번 전시회 리뷰 남길 때마다 내 빈약한 표현력에 내가 놀란다.
표현방식이 좋아서 찍어온 그림인데. 이인성 작가의 <해변>, 1940년대 초반 작.
자연 풍경만으로도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인상깊어 찍어 왔다. 군데군데 작가들이 했던 말을 보여주더라. 사실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그림만으로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니 작가에 대해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건 또 누구 작품이지 아시는 분 댓글좀요ㅠㅠ 도록을 사 왔어야 하나 구글 이미지 검색 돌려도 안 나온다...
물감에 물을 많이 섞어 흐릿하게 표현하니 메마른 겨울 느낌이 정말 물씬 나더라. 오묘한 색으로 옅게 칠한 하늘과 구름도 너무 이뻐... 색들이 중첩되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인데... 누가 그렸는지조차 모르구요. 근데 아무리 봐도 화풍이 이인성 작가 작품 맞는 거 같은데...?!
1부는 전시실 2개를 나눠 쓰고 있다. 1부의 메인에 가까운 이중섭 작가 작품 보러 가실게요~ 전시실 벽도 새빨갛게 칠해서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독특한 표구까지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이중섭의 <황소>, 이것만으로도 벌써 티켓 값했다.
이중섭 작가 그림에서 이런 색감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해서 찍었던 작품이다. 이중섭의 <물고기와 나뭇잎>, 1954년 작. 개인소장이다. 얼핏 보면 자연과의 조화인데... 뒷 배경이 너무 붉어서 그런가 물고기 안고 있는 사람이 월척을 잡아 기쁜 표정 같아 보여;;;
그래 보이지 않나요? 오른쪽 사람은 놓쳐서 좌절하는 중인거지... (헛소리)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그림이다. 옆에는 일본어로 적은 편지 내용이 있다. 일본어 몰라서 당황했는데 번역본이 있더라. 다행. 기억으론 내용에 맞게, 편지 귀퉁이를 꾸며두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안타깝고 슬퍼지는 편지였다.
초기 작품인 걸까? 다소 투박하고 더 거칠어 보이는 황소. 외국 뮤직비디오 통해 알게 된 볼리비아 설화(?)의 악마랑 되게 닮았다. 그래서 찍어옴!
박생광의 <토기>, 연도미상. 박생광 작가는무속, 불교, 민화,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채색화를 많이 그렸다. 일본에서 공부해서 초기 작품은 일본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민속/민족적인 그림들을 그리면서, 전통 단청색감, 주황색으로 선을 그어 획을 나눈 뒤 채색하는 등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어나갔다. 그래서 채색화가 드물었던 그 시기 한국 화단에서 이제야 주목받는 한국 채색화의 대가라고 불리더라. (유리... 유리하고 울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화려한 색감인 데다, 깨알 같은 점까지도 채색되어 있어 디테일 엄청나다.
박생광의 <꽃가마>, 1979년 작. 주황색 선이 <토기>보다 더 두드러진다.
자세히 보니 그녀 손가락이 6개야. 그녀는 진짜 사람은 아니었던 거임...
탁자 비슷한 기물이 그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용 같은 애들이 장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를 올려다보면 이런 느낌... 표정과 몸짓이 '아... 화나는데 얘를 어쩌지?' 하면서 고민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박생광 작가의 <소>. 채색으로 유명한 작가지만, 수묵으로 동물들도 많이 그렸다고 하더라. 치고받고 싸우고 있지만 이유 없이 귀여운 소 두 마리. 사실 가까이 가서 보면 안 귀엽다. 눈이 은은하게가 아니고 그냥 대놓고 돌아있다. 독기 가득...
은은하게 돌아 있는 소는 이 쪽이다. 멀리서 보면 똘망해보이죠? 전에 남미 여행 갔을 때, 해발 4500미터 69호수 가려다가 고산병으로 중간에 주저 앉았다. (근데 지금 보니 그럴만했네... 해발이 한라산의 거진 세 배였어...?) 길가의 바위에 앉아, 가이드를 비롯한 일행들이 69호수 얼른 보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나를 주시하던 소들 2마리랑 비슷해... 69호수는 못 가고 소들이랑 눈싸움만 하다가... 선발대 하산할 때 따라 내려감. 더 기다렸다간 소들이 날 공격할 것만 같아서 넘 무서웠다. 문득 생각난 TMI... 라구나69와의 안 좋은 추억...
심지어 이 작품 연도미상의 무제네. 오늘부터 <69호수의 소> 하렴.
팸플릿에도 소개되어 있는 장욱진의 <가족>이 1부 다 보고 나오는 출구 맞은편에 프린팅 되어 있더라. 크게 보니 인상 깊어 한 장 남겨보았다.
아니 근데... 1부 하나 포스팅 했는데 지쳐서 못하겠어요. 2-5부는 체력 되는 어느 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 리뷰해야 할 전시가 산더미인데 언제 하지?
지금 자취방에 산 지 2년이 다 되어가 이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짐이 너무 늘어 걱정하던 찰나였다.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밀리의 서재에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한 책이 많았다.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하나를 비우니 모든 게 달라졌다>, <1일 1개 버리기> 등을 연달아 읽으며 전보다 더 진지하게 미니멀을 지향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 시작으로 우선 비움을 고민하고 안쓰는 캐리어에 담아만 뒀던 옷들과 입지도 않으면서 아깝다는 이유로 끼고 살던 옷들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넣었다 뺐다 다시 넣었다… 쿨하게 비우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지!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19개 아이템을 최종 선정해 냈다. 주로 스타일이 바뀌어 더 이상 입지 않거나, 너무 짧아... 나이상 입기가 어려운 옷들 위주로 골랐다. 몰랐는데 내가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한지 한참 걸렸다. 나중에 하루에 하나 이상 비우기 프로젝트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옷을 비울 때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가까운 사람에게 주기, 당근으로 팔거나 무나하기, 의류 수거함에 넣기, 기부단체에 기부하기. 충분히 입을 수는 있는 옷들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가게와 옷캔 중, 보풀 등 약간의 사용감도 허용해 준다는 옷캔에 기부하기로 결정! 옷캔 홈페이지에 가보면 기부 가능한 품목과 기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 그래도 나중에 기억할 겸 한 번 더 정리해 보자면,
기부 가능🙆🏻♀️
기부 불가능🙅🏻♀️
- 사계절/남녀노소 모든 의류(신생아 포함) - 모자, 가방 - 신발, 벨트, 속옷 등 의복 관련 품목 - 솜/충전재가 없는 얇은 이불, 담요 - 수건, 작은 인형 * 약간의 보풀, 늘어남 얼룩 정도는 괜찮음
- 찢어짐, 오염이 심하거나 훼손된 의류 - 한복, 무술복 등 특수복 - 인라인스케이트, 장화, 슬리퍼 - 유치원/어린이집 가방, 학원 가방 - 도서, 장난감, 학용품, 기타 생활 잡화
수건과 이불, 심지어 작은 인형도 되는 줄 몰랐는데 정말 유용한 정보다. 집에 인형이 꽤 많은데... 요즘 갈수록 어수선해 보여 고민 중이다. 당근에 팔아보고 안되면 기부를 할까 고민만 하고 있다. 안 되는 물품들 중에 유치원/어린이집 가방은 별도로 기부 가능한 곳이 있다고 알고 있으니 필요하다면 찾아보면 좋을 듯?! 도서는 알라딘 중고매입이나 당근으로 처분할 수 있고... 학용품도 세트 물품이면 기부처가 따로 있다. 생각보다 기부처와 품목이 다양해 건강하게 비울 수 있어 좋다. 내가 어릴 적에 아나바다라는 단어가 유행했는데, 요즘 세상에 딱 맞는 말 아닐까.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각설하고 기부할 물품들을 모두 골랐다면, 기부신청서를 작성하고 포장을 해야 한다. 포장은 우체국 5호 박스 이하 & 15KG 이하로 포장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다. 우체국 5호 박스는 48*38*34 = 120이다. 다른 택배 받은 박스 크기가 마침 비슷하길래 거기에 담아서 보냈다. 기부신청서 작성은 온라인으로 하면 되어 너무 쉽다. 신청할 때 택배비+기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신청하면 자동으로 택배 예약이 되어 기사님이 미리 말씀 주시고 수거하러 오신다. 나는 신청을 주말에 했고, 화요일에 기사님이 바로 찾아가셨다. 택배박스에 "옷캔기부 / 신청자명" 적어두면 알아서 가져가주심!
진행 단계마다 카카오 알림톡을 줘서 너무 편하다.
내가 보낸 박스가 옷캔에 도착하면 또 이렇게 알림톡을 보내준다.
정산이 완료되어도 알림을 주니 너무 편하다! 신청 후 택배 발송에 3일, 분류 및 정산까지는 2주가 소요되었다.
기부 내역은 로그인하면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보낸 약 열몇 벌의 옷들은 14,000원의 물품 가액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기부한 기분이라 좋군
사실 청바지를 조금 놔주고 싶었는데… 욕심과 미련으로 정말이지 쉽지가 않았고… 마침 얼마 전 카카오에서 새가버치 프로젝트 5기로 청바지를 한대서 신청해 봤다. 선정되어 다음엔 청바지 비우는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내 몸뚱아리는 하나인데 제게 청바지만 15개가 넘게 있다는 걸 믿으시겠어요? 심지어 그중 입는 건 한정적입니다. 옷 정리하면서 데이터화하다가 200개 넘길래 잠시 포기한 자 그게 바로 접니다…. 미니멀 책 보면 다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는 계기가 있는데, 내 경우에는 계절 옷을 정리하다가 터져 버린 옷장을 보고 놀랐던 걸로… 미약하나마 옷장도, 갤러리도 조금씩 비워나가다 보면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가 생겨 있을 거야. 그럼 오늘도 화이팅📦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익선동에서 저녁을 먹고 익선동과 인사동을 쏘다니다가… 카페나 가자 하면서 찾은 곳. 카페 겸 바, 텅 그리고 비어있는 삶. 7층에 위치한 줄 모르고 맨 처음에는 건물 1층의 빈 공간을 보면서 망한 건가?! 하고 있었다. 무슨 바보들마냥. 자세히 보니 7층에 있다는 포스터가^_^
텅은 카페고, 비어있는 삶은 바로 운영하는 듯? 엘베를 내리면 이렇게 양 쪽에 구분 지어 놨다. 엘베 내려서 오른쪽 텅에 계산대가 있다.
취했나 사진 상태가 와이라노
왼쪽이 비어 있는 삶 들어가는 길! 맞은편에 현대건설 본사 건물 너무 시강아닌지;;
카페 메뉴도 있었지만 우리는 술을 먹기로 했다. 나는 미모사 헤븐(1.4)을 골랐다. 저 뒤에 보이는 냉장고에서 올리브를 판다는 블로그 후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간 날에는 이미 다 떨어졌는지 없었음 ㅜㅜ
계산대 옆 굿즈를 파는 공간
친구가 시킨 메뉴 뭔지 까먹었다. 비주얼상 포릴라즈 쉬라즈 진토닉 이거 같은데. 사이드로 모둠칩 같은 것도 시켜봤다.
우리의 자리는 남산이 보이는 일자벤치형 의자. 창틀이 약간 학교 창틀 재질이다. 저 앞에 보이는 건 초등학교더라. (의식의 흐름)
시골쥐지만 도시여성인척… 통창이라 마음에 들어! 나도 퇴근하고 이런 뷰 보고 싶다😭
상당히 흐리게 보이는 건 우리 미니가 구려서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난 남산타워를 좋아하니까 좋은 건 크게크게~! 통창으로 바깥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둔 좌석이 많았다. 그래서 앉아서 일행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트북 하거나 책 읽는 등 자기 할 일 하는 개개인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공간이라 포스팅해서 기록하기로 결정!
사실 이 날 그냥 별 거 없이 한 잔 하면서 떠들기만 했는데도 너무 좋았다. 언제 봐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물론 친구의 의견은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삶의 방식도 주변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서로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운 하루였다. 마지막은 집에 가는 길에 마주친 박성웅 배우 닮은 소방관 인형인데, 분명 웃고 있는데 억지로 웃는 너낌,,, 마치 회사에서의 나 같아
이번 4월은 아주 상큼하게 시작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예년보다 일찍 폈다는 서울의 벚꽃을 원 없이 구경했다. 그리고 인스타에서 공지를 보자마자 “어머 이건 가야 해”를 외치며 친구를 태그 했던, 최고심 전시(?) 건강이 최고심을 다녀왔다.
장소는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오브젝트 서교점이다. 2호선 신촌역이나 홍대입구역에서 걸어서 8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오픈 시간은 12시인데 오픈런이 심하다고 하더라. 대기줄이 길어서 사람들이 고생하니까 (친구 피셜 주말 3시간 기다리고 포기), 실시간 줄서기 프로그램을 도입해 줬다. 입구에 놓인 태블릿에 전화번호 등록하고 대기번호를 받아야 한다. 나는 주말(일요일) 기준 11:40에 도착! 그랬더니 대기 번호가 90번이었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 얼마나 부지런한 거죠?
그래도 90번 나쁘지 않아 하면서 근처에 봐둔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밥 다 먹고 한시가 넘었길래 슬슬 서교점으로 걸어가는데, 앞에 와서 대기하라는 알림톡이 도착! 이때가 정확히 13:26이었으니 대략 한 시간 사십 분 정도 기다린 셈이다.
입구 오른쪽 골목에 옹기종기 사람들이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더라. 우리도 거기 합류했더니, 웨이팅 번호 확인하면서 빙고를 줬다. 빙고 마저 귀여워ㅠ 사랑해 최고심💕
입장은 대기번호 순이다. 몇 번 먼저 들어가실게요~ 하면서 들여보내준다. 제일 먼저 날 맞아주는 의사고심🩺
다들 이거 나임 하면서 내려가더라 최고심 작가님 진짜 대단한 게 현대인을 너무 잘 알아… 오늘도 큐티고심에게 팩트로 뚜드려 맞았다ㅜ
나이 좀 먹었다고 체력 떨어지는 기분이 팍팍 들어서, 증량하고 헌혈할 겸 운동을 시작한 요즘,,, 너무 공감되는 말이네효
계단을 내려가면 이렇게 미니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너무 사람들 이동이 잦은 입구라 민망함은 내 몫이다^_^ 아령도 들고 이것저것 많이 찍고 싶었지만… 내향형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것….
들어가기 전에 난 3만 원 이하로 쓰는 게 목표야 했는데요… 분명 그랬거든요 확실한 예산 계획을 세우고 들어갔딴 말이에여? 근데 편지봉투 귀여워서 냅다 고르고요?
토심이맘 내맘,,, 요새 그렇게 피곤하고 지친다. 하지만 최고심 보러 경기남부에서 마포까지 달려올 자신은 있음
키링 진짜 많더라 종류가 장난 아님. 가족들 키링이 귀여워 보여서 호적 메이트들 주려고 하나씩 골랐다. 근데 의외로? 아빠가 최고심이 많이 팔렸더라.
호적메이트들 주려고 산 키링 하나에 6-7천 원은 했던 듯(영수증을 쿨하게 받지 않은 자의 말로). 아무튼 가격이 조금 사악했지만 귀여우니 용서한다.
에어팟에 달려고 내 것도 하나 장만했다. 동행인도 키링부터는 열심히 고르더라? 그냥 근처 살아서 부른 건데, 결국 나만큼 진심으로 쇼핑을 해버린 그…
손수건 같은 애들도 판다 기여어ㅜㅜ
어렸을 때 잡지 부록 같은 걸로 많이 보던 재질의 편지지. 작가님 확신의 동년배. 왕년에 가위질 좀 하고 딱풀 좀 써보신 짬빠가 확 느껴졌다.
이걸 보세요… 이러고도 작가님이 동년배가 아니라면 나 너무 배신감 느낄 것 같아.
대망의! 그리고 하나에 5백 원이라 탈탈 털린다는 개미지옥 부적 칸에 왔다. 사람들 다 고르느라 여기 붙어 있더라. 맘 같아선 다 사오고 싶었지만 뇌에 힘 뽝! 주고 참음
조명에 따라 밝기가 좀 다른데, 그래도 너무 귀엽다.
좋아서 사진 많이 찍음.
긍정적인 메세지를 부담 없이 담아내서 인기가 좋은 듯? 부적이라는 컨셉도 귀엽고
비슷해 보이는데 다 귀여워
허접부적도 지금 보니 귀엽네요,,, 부적 넣는 케이스도 있었는데 부적은 오백 원인데 그 아이는 만원 그냥 넘길래 포기했다. 지갑 지켜~!~!
내 세 번째 목표였던 스티커. 빅스티커 사서 맥북에 붙일까 했었는데… 또 너무 큰 거 같길래 조각스티커로 선회했다.
씰스티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삼. 집에 넘쳐나는 애들부터 써야 한다. 휴대폰 뒤에 맨날 붙여가면서 꾸미는데도 한 바가지임. 미니멀… 이번 생에 할 수 있을까 어렵다.
계산대 뒤… 고심의 매력은 대충 그린 듯 하지만 누구보다 신경 썼다는 점. 사회생활 잘하는 센스 있는 사람의 모습 같기도 해. 세세한 배려가 모여서 센스를 만든다고 하잖아. 세심한 디테일이 모여 무심한 듯 사람 홀리는 최고심을 만든 거지… 역시 작가님 천재만재
엽서 모음집도 있더라! 아 제일 중요한 목표였던 생각카드 샀는데 사진은 안 찍었네? 생각카드는 카페 가서 바로 뜯고 동행인이랑 해봤는데… 유튜브 타로를 자장가로 쓰는 사람으로서 매우 만족^_^ 최고의 소비 따봉 드립니다. 가볍게 꾸며진 카드들이 의외로 명쾌한 해답이 되더라
동행인(하나도 안 살 것 같다 하고 삼만 원 넘게 써서 데일밴드도 받은 자) 계산하기를 기다리면서 시력 검사
마지막은 동행인과의 쇼핑 인증샷. 나랑 놀아주는 고마운 칭구들 넘 좋아. 작고 소중한 나의 인맥들에게 오늘도 감사의 표시를 🙇🏻♀️🙇🏻♀️🙇🏻♀️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재밌는 전시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2018년에 했던 병풍전(?) 시즌 2라고 볼 수 있는... <조선, 병풍의 나라 2>!! 사실 18년도에는 이런 거 하는지 몰라서 못 갔었는데... 그때 엄청 호평을 받았던 전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친구 하나 꼬셔서 후딱 다녀왔다. 지금 보니 전시기간이 올해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네... 아직 약 두 달 정도 남았으니 추천추천
홈페이지로 미리 예약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발권가능하다. 결제는 발권할 때 같이 하면 된다. 홈페이지 결제 아님!! 가격은 성인 인당 15,000원이었다. 할인되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아 아쉬웠음. 대신 당일 입장권 가지고 2층 아모레샵 가면 20% 할인해준다! 온 김에 화장품 구경까지 굳굳 마케팅 너무 잘하는 거 아닌지. 나는 구경하다가 립밤 샀다.
발권을 마치고 늘어선 병풍 뒤쪽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실 입구가 나온다.
이렇게! 직원분들이 워낙 설명을 잘해주시기도 하고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아 찾기 쉬움
계단 내려가면 직원 분이 간단하게 안내해주심. 코트룸과 화장실은 계단 오른편에서 오른편 복도로 한번 더 꺾으면 나온다. 코트룸 크고 사물함 많아서 맘에 들었다bb 그리고 계단 아래 전시실 입구부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종종 재입장이 어려운 곳도 있는데, 여긴 그런 걱정 없이 화장실 이용도 편하고 좋겠더라. 티켓과 인증샷 찍어봤다. 오디오가이드 들으려면 "APMA GUIDE"라는 어플을 다운받고, 미술관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어플을 켜면 인증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옴. 티켓 뒤에 인증번호가 있으니 그거 입력하면 된다. 문득 매일 바뀌는 걸까 궁금했지만,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 없넹...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저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야😮
아무튼 인증번호까지 입력하고 나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목록에서 원하는 작품 찾아서 들으면 된다. 한 번 눌렀던 건 색이 변해서, 사람 많으면 건너뛰고 보는 나에게 너무 편한 기능이었다. 오디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세세한 작품 사진과 글도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게다가 어플 안에서 카메라 켜고 인스타 공유하는 버튼도 있었음bb 근데 작품 상세화면에서 목록으로 가면 설명이 바로 끊기고, 자동으로 다음 작품이 재생되는 기능은 없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많아서인지 와이파이가 자꾸 끊겼다. 근데 그럼 어플 인증번호부터 다시 입력해야 함ㅋ 한 다섯 번 그러고 나니 번호를 아예 외워버렸다^_^ 살짝 빡쳤지만... 오디오 가이드 퀄이 좋으니까 괜찮아,,,
조선은 병풍의 나라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유독 병풍으로 만든 회화 작품들이 많이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화가나 작품에 집중하는 전시가 많았고, 회화의 형식에 주목한 전시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걸 깨버린 게 아모레에서 18년도에 열었던 <조선, 병풍의 나라>였고... 이번 전시도 그 맥을 이어나가는 거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병풍을 소개한다. 제작/사용자를 고려해 민간병풍과 궁중병풍으로 테마를 나누고, 제작 시기에 따라 근대 병풍을 별도로 구분해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람객들은 병풍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보면서, 민간과 궁중으로 대별되는 병풍의 특징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안내책자가 그랬다^^ (앵무새) <조선, 병풍의 나라 2> 전시는 총 7개 전시실로 구성돼서 엄청 크다. 누가 1시간이면 다 본댔는데 나는 몇 개는 가볍게만 봤는데도 순 관람시간만 2시간이었다. 전시실 중간중간 소파와 의자가 있으니 쉬어가며 관람하시길...! 생각보다 많이 빡셉니다. 내 관람순서는 전시실 의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고 온 작품들을 순서대로 소개해보겠다.
시작은 <화조문자도8폭병풍>. 얼마 전 올린 <생의 찬미> 전시랑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유교의 8가지 덕목을 표현하는 그림이랍니다. 아마도 2폭이었으니... "제(悌)" ?! 맞겠지ㅎㅎ 그림 하단에 파란색 생물체는 소라고 생각했는데 토끼를 그린 거라고 한다. 토끼가 떡방아 찧는 모양새라고… 내가 아는 토끼는 뉴진스 토깽이 같은 큐티뽀짝인데 과거의 토끼는 더 강인했나봐… 아무튼 각설하고 작년 생의 찬미에서 봤던 문자도가 묘하게 겹쳐 보여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문자도 양식에 따라 색감이나 구도를 비슷하게 가져가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거였네. 이렇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재밌다. 나중에 그 문자도들도 다시 볼 일이 있겠지?!
마지막 8폭 하단의 그림. 병풍이라 길이가 길어 그런지 상단과 하단으로 구역을 나누어 그림을 배치했다. 주로 상단에 문자를 형상화한 그림을 올리고, 하단에는 자연을 그려내더라.
그다음은 <하락도12폭병풍>. 20세기 초 전문화가 이인서라는 분이 그렸다고 한다. 아래는 12지신을 표현한 3~4폭. 저 한 중간에 동그라미 속 한자 복(福)인 걸까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는데. 무식 그 자체였네^ㅁ^ 지금 획으로 대충 찾아보니 지도리 추(樞)라는 글자 같다. 약간 근원, 본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하는 한자라고 ㅋㅋ
올해는 토끼의 해지만 전 호랭쓰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호랑이만 보면 확대해서 찍을라 함... 병풍에 시조 등 한자가 많은데, APMA GUIDE 앱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엄청 친절하더라.
이건 <백납도10폭병풍>에서 가져온 그림. 백납도는 작은 그림들을 모아 병풍 화폭에 붙이는 것으로 19세기 조선에서 인기였다고 한다. <생의 찬미> 전에서도 백납도를 재해석한 작품이 있었다. 아무튼 작은 그림 대신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붙이기도 했고, 이 경우에는 백선도라고 부른다. 이 <백납도10폭병풍>은 백납도와 백선도의 어드메에 있었다. 그림들 모양이 이런 부채꼴도 있고 엄청 다양했기 때문!
예전 조상님들도 고앵쓰를 키웠었나 보다. 강아지만 키운 줄 알았는데 무지한 후손의 편견이었어. 물고기도 키우시고. 근데 아기고양이들 같은데 너무 큐티뽀짝... 동물은 잘 만지지 못하지만 조아해요🥰
여기도 멋진 호랑이가 있길래 찍어봤다. 호랑이가 달을 보고 포효하는 거겠지?
호랑이만큼이나 멋진 매...? 독수리...? 매겠지?! 이런 감상평밖에 남기지 못하는 나 자신 너무 부끄럽고요. 국현미에서 도슨트 양성 과정하길래 지원해보려 했는데. 이런 내가 지원해도 되는 걸까. 서류에서 바로 탈락하면 어쩌지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다음 작품이 사람이 몰렸길래 냅다 반대편 작품부터 감상. <구운몽도8폭병풍>이다. 길게 이어 붙일 수 있는 병풍의 특징을 살려 이야기를 많이 표현하더라. 좋은 것 같다. 아마 그 시대 때도 그랬겠지만, (초보) 수집가의 입장에서 보면 병풍 하나로 8점의 그림을 소장하는 효과도 있잖아? 게다가 그 그림이 연작이라면 오히려 좋아. 각설하고 작품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학창 시절에 그렇게 읽던 구운몽 이야기를 이렇게 보니 재밌었다. 주인공 성진이 팔선녀님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승님이 깨우러 오는 것까지 표현함. "야 너 꿈꾼 거야~!" 하러 오는 스승님이라니 미워요ㅠ.ㅠ
다음은 <삼국지연의도8폭병풍>. 아래 장면은 삼국지에서 젤 유명한 유비, 장비, 관우가 삼고초려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저기 누워 있는 분이 제갈량임. 인물 옆에 설명도 적어 줬지만... 학창 시절 한문 과목을 상당히 싫어했던 저는 하나도 모르겠고요^^ 사실 저 중간에 애기 손가락이 상당히 빡큐 같아서 웃겨서 찍어옴. 서해바다보다 얕은 나의 미의식과 예술에 대한 조예...
소설 병풍 구경하는 사이에 아까 못 보고 온 병풍에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평생도8폭병풍> 이란 작품이다. 평생도는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데, 보통 사대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표현한다. 역시 인생의 시작은 돌잔치여야지~! 저 아가는 뭘 잡았을까. 그러고 보니 나 돌잔치에서 뭐 잡았지?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혼인식을 다시 하는 "회혼례"를 그려낸 그림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황혼식 같은 건데 신기해. 출세한 사대부 양반가라 이런 행사도 있나 보다.
호랑이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달이라서. 인간군상의 이야기 대신 이런 거만 주목하다 왔다.
다음은 초록초록 그 자체였던 <경직도8폭병풍>. 농사를 짓고 옷감을 만드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들었다. 목적은 통치자에게 너의 백성들이 이렇게 산다고 교육하기 위함이라고. 그지 나라님이 나가서 보시기엔 좀 괴리감이 있었겠지...? 교육 목적의 그림이었으니 공부하는 공간에 두었으려나? 아무튼 열심히 모내기를 하는 중인 백성들의 모습. 예전에는 이렇게 살았구나를 알 수 있어 후손인 나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병풍이었다.
다음은 <호렵도8폭병풍>. 1 전시실은 민간병풍을 다루고 있어 주제가 엄청 다양하다.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하러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목적은 오랑캐가 이렇게 강인하다. 방심하지 말자라고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추측성 발언). 아무튼 죄 없는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많아 기분이 찝찝했다.
왜 우리 호랑이한테 그래요! 라고 하기엔... 호랑이는 사람을 찢어...
호렵도 다음에 바로 나온 거라면 약간 너무한데ㅠ.ㅠ? <무릉장생도8폭병풍>이다. 장수를 바라고 이상향을 바라는 병풍답게 십장생이 모두 그려져 있다.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 십장생은 해, 달, 산, 천,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라고 보기도 하고, 해, 돌, 산, 물, 구름,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불로초로 보기도 한다.
뒤집힌 산과 새의 조화가 좋아서 한 컷 찍어봤다. 자꾸만 사진에 비상구랑 조명이 나오네... 아숩
그다음은 <백수도10폭병풍>. 동물도감 같기도 하고... 뭔가 벽지 같은 느낌도 있어 신기했던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물들이 가득한 혼돈인데, 질서가 있었다. 상단에는 날개가 있는 짐승을, 하단에는 걸어 다니는 짐승을 표현했다. 빠지지 않는 호랑이 찾기. 근데 옆에 닥스훈트인가요? 비슷한데 아닌가
실존하는 동물만 그린 건 아니고, 상상 속의 동물도 있었다. 이 친구는 해태랍니다. 잘 찾아보면 유니콘 같은 애도 있고 뭐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다음 작품은 <어해도10폭병풍>. 풍요로움과, 다산, 과거합격 및 출세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다. 폭마다 염원하는 뜻을 상징하는 물에 사는 동물을 그려냈다. 마지막 10폭의 게는 입신출세나 장수를 표현할 때 많이 그린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 게의 생태를 불로불사에 빗댄 것이다. 이 <어해도10폭병풍>에서는 무슨 의미라고 가이드 앱이 얘기해 줬는데 까먹음;;
다음은 다시 인물로 돌아와서, <고사인물도8폭병풍>. 고사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아래는 누가 봐도 낚시하는 강태공이다. 그래도 여긴 세월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으셨네. 저 주전자는... 술일까^^?
1 전시실 중간은 미디어 아트를 쏘고 있다. 병풍의 그림들을 찬찬히 확대해 가며 보여주는데 보다 보면 어지러움
약간 사진 스팟 재질이기도 하고. 주말치고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닌 거 같았지만. 그래도 꽤 있었다.
1 전시실 소개는 찍지 않았지만, 2-3 전시실 소개는 찍어뒀더라. 이곳의 주제는 궁중병풍. 왕실 소속 화원이 그린 그림들로, 왕실에서 사용하는 장식용 병풍과 궁중 행사를 담은 기록화 병풍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실에서 내가 찍은 첫 작품은 <요지연도8폭병풍>.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곤륜산 요지에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그려낸 그림. 아래 사진은 신선들이 잔치에 참석하려고 오는 부분을 확대해서 찍었다.
서왕모가 여는 연회답게, 잔치에 올라갈 복숭아를 들고 가고 있다. 자세히 보면 손오공을 찾을 수 있따.
다음은 <화성행원도8폭병풍>으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한 정조의 화성 행차를 기록한 병풍이다. 아래 그림은 특별 과거시험의 합격자 시상 장면을 그린 부분이다. 저기 있는 사람들 다 출세한 거지?! 엄청 많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시험을 보는 장면?! 자세히 보면 사람들 앉은 자세가 묘하게 다르다.
중간에 남색 도포 입은 사람이 제일 삐딱하게 앉아 있음 디데일에 엄청 강한 조선시대 화원들...
마지막 8폭에는 배다리가 그려져 있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엄청 많이 정박시켜서 배로 만든 다리라고. 신기해... 한강 진짜 큰데 예전에는 한강을 어떻게 건넜나 했더니 이렇게...! 근데 예전부터 한강 물살이 그렇게 쎈 편은 아니었나 보다. 저렇게 많은 배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었다니.
더 자세히 보면 나름 다리라고 중간에 문? 처럼 세워놓기도 했다. 이 많은 인원이 다 건널 수 있는 다리라니 우리 조상님들은 역시 똑똑하셨꾸나!
그다음은 <일월반도도12폭병풍>. 해와 달이 나란히 떠 있는 궁중병풍!
보통은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좌우대칭이 완벽하고 물결 등 디테일이 강해 마음에 들었던 작품.
일월반도도 바로 왼쪽 벽에는 <일월오봉도8폭병풍>이 있다. 일월오봉도란, 5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을 그린 그림이다. 국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해 주로 조선시대 어좌의 뒤편에 두었다. 지금 경복궁 가도 하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달과 산, 소나무와 물... 나도 이런 거 집에 놓고 싶어...
그다음 작품은 조그만 3 전시실에 있던 작품이다. 조그만 공간이라 마주 보고 병풍 두 점을 세워두었는데, 두 개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임인진연도10폭병풍>. 고종 황제가 기로소라는 곳에 입소하면서 열린 행사(진연)를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자세히 보면 태극기도 보이구
궁중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모습. 저 아래 깃발들은 다 뭘 뜻하는 걸까? 제각기 다른 기관을 상징하는 걸까?
화려 그 자체... 호랑이 가죽도 깔아놨어ㅠ.ㅠ 근데 사이드에 칼 들고 있는 건... 고종황제 때니까 그럼 신식군대인가
호랑이 가죽은 한 번 더~!
여기도 호랑이로 만든 뭔가가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무용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강강술래 같아.
공공의 한계... 병풍 마지막에 행사를 주관한 담당부서 관리들과 그림을 그린(?) 화원 이름을 적어놨다. 이렇게 영원히 박제되다니 당시에는 영광이었겠지만 오늘날의 저로써는 왕부담
다음은 같은 해에 있었던 또 다른 행사 장면이에요. 고종황제 생일 겸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잔치!
상당히 성대한 행사라 밤까지도 이어졌다고. 밤에 등불 켜고 행사 킵 고잉한 장면을 표현.
귀여운 디테일들까지 남겼다. 근데 그림 리뷰하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니 이게 조선왕조의 마지막 잔치 기록이라고 한다. 두 잔치가 있었던 게 1902년인데... 이후 역사 흐름이... 러일전쟁 - 을사늑약 - 고종 강제 퇴위 - 끝으로 경술국치...ㅠ.ㅠ 이렇게라도 좋은 날의 기록도 남아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특이하게도 칼을 들고 추는 검무가 표현되어 있다.
태극기 한 번 더~!
3 전시실을 나와 다시 2 전시실로 돌아오면 오른쪽에 거대한 병풍이 있다. 전체 길이가 9m가 넘는 <십장생도창호>
특이한 점은 단순 병풍이 아닌 창호(창과 문)라는 거! 팔각형의 하얀 부분이 창이고, 자세히 보면 창 사이에 끈이 달려 있다. 저 끈으로 열고 닫는 형태였다고.
묘하게 무지개가 생각나는 구름까지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다시 조금 규모가 작은 4 전시실로 넘어왔다! 아직도 4개나 더 봐야 한다는 사실. 병풍의 나라답게 작품도 엄청 많고 전시도 크죠?! 여기도 3 전시실처럼 규모가 작아, 나무를 그린 병풍 두 점만 놓아두었다. 아래는 <홍백매도10폭병풍>. 나무 전체를 표현하지 않고 일부분만 표현한 부분이 독특하다는 게 가이드 앱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나무가 두 그루이고 꽃잎의 색깔도 하양과 분홍으로 조금 다르다. 둘 중 하나가 더 오래된 나무라 색이 다르댔는데 어느 게 더 어린 애인 지는 까먹음... 아마 푸릇푸릇하고 분홍분홍한 애가 조금 더 어리지 않을까? ^^;;
평면으로 쫙 펼치지 않고 약간 접어두어서, 오른편 왼편 각도에 따라 보는 재미가 또 있었다. 같은 그림이지만 집중하게 되는 포인트가 다름. 왼쪽에서 보면 흰 꽃잎이 더 눈에 띄는데, 오른쪽에서 보면 조화롭고 나뭇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 바로 오른편에 <목죽도10폭병풍>이 있었는데, 이 작품만 들으려고 하면 가이드 앱이 끊겨서... 포기하고 다른 거 먼저 보기로 했다. 작은 방이 와이파이가 더 안 터지나 봐.
와이파이의 한계로 넘어온 5 전시실. 여기부터는 지쳐서 약간 가볍게 본 감이 없잖아 있다. 5 전시실도 작품이 가득해서... 체력 안배를 잘할걸 후회했다. 앞에서 힘 너무 빼시면 여기부터는 힘들어요! 4-5 전시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했던 근대화단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지막 화원들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전통화풍을 계승한 장식 병풍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안내문이 그랬다. 여기는 중앙의 네모자 구역 안에도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엄청 대중없이 감상함. 그 시작은 안중식의 <금니사군자화훼도10폭병풍>. 각 폭에 대나무, 매화, 목련, 난초, 국화, 수선화 등을 그렸다. 내가 찍어온 건 4~7폭에 해당한다. 6폭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파초를 그린 거라고. 우리 집에서 많이 봤던 거 같아.
이다음부터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 자수병풍이다. 자수로 병풍을 만들다니 요즘 말로 하자면 화단들 폼 미쳤음. 아래는 <자수매화도10폭병풍>이다. 어떻게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서 이런 큰 작품을 만들어내지? 심지어 색감도 화려하고, 실이 굵은 데다 가운데 심지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체감도 장난 아니다. 이 작품은 평안남도의 유명한 안주수 자수장(?) 양기훈의 작품이다. 아마 이 분이 총괄 담당자였겠지?
보이시나요 이 디테일. 자수나 배워볼까... 라고 생각하지만 바느질도 겨우 함 ^ㅁ^
넘 예뻐...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ㅠㅠ
바로 맞은편에도 또 퀄리티 엄청난 작품이 있다. <자수화조도10폭병풍>으로 똑같이 아름다운 안주수 병풍이다. 아까와 달리 동식물을 멋들어지게 표현해 놨다. 소나무 솔잎이랑 가지, 학의 털
소나무 가지의 옹이(?) 표현도 센스 넘쳐
새를 표현한 부분도 많았는데 깃털 재질 보이시나요? 진짜 집으로 들고 튀고 싶었던 작품이다.
신기하고 좋은 건 크게 크게. 평안남도 안주의 실이 뻣뻣하고 두꺼운 힘 있는 재질이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더 입체감과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는 걸까?
대체 사진을 몇 장을 찍은거얔ㅋㅋㅋ
자수병풍 다음에는 6 전시실로 빠지는 길목이 있다. 헷갈리니까 6 전시실 가기 전에 5 전시실의 나머지 작품을 먼저 둘러보자. 찍어 놓고 모르는 건 검색해 나가면서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어플 작품 리스트 찍어올 걸 늦은 후회... 각설하고! 아래 세 사진은 이상범의 <사계산수도10폭병풍> 같다. 1-3폭은 봄의 싱그러움을, 4-5폭은 여름, 6-8폭은 가을, 9-10폭은 적막한 겨울산을 표현했다고 한다. 첫 사진은 2폭이다. 봄의 정취와 배를 타고 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대비되어 좋았던 그림!
겨울을 표현했다는 9-10폭이다.
겨울산을 혼자 오르고 있는 나그네의 쓸쓸함이 잘 느껴지는 10폭. 이 병풍은 전통적인 구성과 구도를 따랐으나, 원경에 구름과 안개를 깐 것은 일본의 신남화풍을 접목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화의 변혁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코자 했던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안내문이 그랬다.
이상범의 <귀로10폭병풍>. 1937년 작이다.
이건 노수현의 <심추12폭병풍>에서 왼편의 8-12폭만 확대한 것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어느 가을날의 깊은 골짜기를 그려냈다고 한다. 계곡가의 깎아지른듯한 바위가 인상적이어서 한 장 담아보았다.
그리고 윗 사진에서는 안 담겼지만 8폭 하단에 있는 디테일이다. 홀로 길을 걷고 있는 스님으로 추정되는 나그네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 한낱 인간의 존재가 상당히 고독하고 무색해 보여 남겨보았다.
갑자기 엄청난 색감을 자랑하는 이 그림은 김은호의 <신선도10폭병풍>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신선들을 그려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이 분들... 다 제각기 동물 위에 올라타있다. 신선을 모신다지만 동물들 불쌍해!! 우우우우 하면서 봤다^^ 초딩이냐고
이 아이가 어디서 나온 새인지 맞춘다면 당신은 천재^^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 10명이 1폭씩 그려서 이어 붙인 엄청난 작품이다. 참여 작가는 앞 세대의 정대유, 김응원, 강필주, 안중식이 전통적 구도와 절제된 표현을 구사했다면, 제자인 김은호, 이상범, 이한복, 노수현, 최우석은 화사한 담채로 사생성과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9폭은 강진희의 작품이고, 10폭은 강필주의 작품이다.
이것도 여러 사람의 합작품이다. <사계산수합작도10폭병풍>. 봄을 표현한 세 작가는 고희동, 이상범, 변관식이다. 작가마다 생각하는 봄이 조금씩 달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건 여름. 허백련, 배렴, 허건이라는 작가들이 그렸다고 한다.
5폭의 여름 표현이 멋들어져 특히 좋았다.
길디 긴 5 전시실 리뷰가 끝났다. 지도와 회화의 경계에 놓인 작품들을 감상하러 6 전시실로 넘어가 보자.
시작은 <곤여전도8폭병풍> 의 디테일들.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본 세계지도를 필사해 채색한 병풍이라고 한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이 그려져 있음.
얘는 실재하는 동물일까 상상의 동물일까?
왜 흐리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지명 외에도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적은 짧은 글들도 적혀 있다. 이런 설명과 각종 지리 지식은 당시 지식인의 시야 확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고래겠지...?
상상 속의 동물? 아니면 얘도 고래인 걸까?
그다음은 <경기감영도12폭병풍>이다. 감영 일대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고,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다. 큐티 바둑이
집안일하는 사람들 따라 산책하는 바둑이. 이외에도 부산의 모습을 담은 <동래부산도10폭병풍>이나 <평양성도8폭병풍>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고 주요한 지형지물의 명칭도 기재해 상당히 의미 깊은 자료로 보였음.
하지만 지도 병풍보다는... 마지막 7 전시실의 <호피도8폭병풍>이 더 탐났더랬지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고. 경제적이고 손쉬운 제작을 위해 호피도는 도식화된 문양으로 제작되었다.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비쥬얼. 조선인 말고 한국인한테도 열망의 소재임다!
자세히서 보면 더 귀여움 표정 같기도 하고ㅠㅠ
한 번 다 돌고 나서는... 동행인과 돌아댕김서 사진도 조금 찍었다.
그리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기념품샵도 구경함.
조상님들의 고앵 사랑도 엽서로 다시 태어났다.
생일카드 너무 센스 넘쳐! 귀엽지 않나요ㅠㅠ
그리고 이 스티커 보고 군침 흘렸다. 사실 인센스 스틱 팔길래 사려고 들고 있었는데
키링과 그립톡을 보고 참지 못함.
결국 인센스 스틱 1.4와 키링 1.2 사이에서 깊게 고민하다... 새로 산 에어팟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인센스 스틱은 아직 안 쓴 게 한 바가지임.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내 키링. 벽사의 상징 호랑이와 길상의 상징 까치가 모여 있다.
이상 길디 긴 전시회 관람 후기 끝! 그래도 공부 조금 하면서 포스팅했다. 기특해 나 자신~!
늦었지만 작년에 다녀왔던 전시 후기를 올리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했었던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이다. 후기가 좋았는데 경기도 과천... 4호선 서울대공원역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조금 고민하다 다녀왔다. 차를 타고 가면 좋겠지만 저는 뚜벅이거든요^ㅁ^ 나 같은 뚜벅초를 위해 가는 길부터 설명하자면,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 내려서 걸으면 안 된다. 겁나 멀다. 서울랜드 다 지나가야 함. 지하철 내리면 무조건 4번 출구로 가세요. 4번 출구 앞에 여긴가 싶은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주말에는 서울대공원 오가는 차가 많아서, 셔틀버스가 조금 늦게 올 수도 있어요. 희망을 잃지 말고 기다리세요. 그럼 셔틀이 옵니다. 타고나서 올라가면 놀러 온 차량이 많아 미술관 앞 주차장에 병목현상이 심하다. 간혹 주차장 못 들어가고 그 앞에 세워주실 수도 있으니 참고~!
<<생의 찬미>> 전시는 채색화가 한국인의 삶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는 크게 5가지 전통적 역할에 주목한다. (1) 삶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辟邪) (2) 장수와 부귀영화 같은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吉祥) (3) 학문을 숭상하고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는 문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가도와 문자도 (4) 개인과 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록화 (5) 아름다운 산수풍경을 보여주는 감상화
전시실마다 5가지 역할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안내 책자는 그 흐름을 따라 우리에게 마치 어느 오래된 멋진 한옥을 방문한다는 상상을 하며 각 전시실을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작, 벽사는 상큼하게 춤추며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랭쓰이다. 오윤 작가님의 무호도이다. 가지고 싶어서 작품 가격 검색해 봤는데 2700에 어느 옥션에서 팔린 적 있다고 한다.
호랑이를 좋아해서 주로 호랑이 가득한 부분만 찍어옴. 이건 성파 스님의 옻칠민화, 수기맹호도. 털 표현 등 세밀함이 마음에 들어 찍어온 건데… 작가가 조계종 최고지도자 스님이라는 사실은 방금 처음 알았다. 대호도라는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이 시대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셨다고. 오?! 이거 완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의 고급 버전 아닌지,,,
오순경 작가님의 오방신도 중 서쪽의 백호. 양쪽에 호피 무늬가 있어 호랑이 기운이 두 배가 된다. 나쁜 것들이 들어오려다 다 도망갈 것만 같은 비쥬얼.
남쪽을 지키는 주작. 여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넓게 편 날개와 깃털이 인상적이었다.
여기부터는 벽사를 지나 나온 이상적인 정원이라는 설정으로, 십장생과 화조화를 주로 보여주는 두 번째 전시실이다. 시작은 나오미 작가님의 용오름. 한 인간의 일대기를 그려 넣은 작품이었다. 9폭 병풍 모양이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고 하나하나 구성이 알차서 보는 재미가 장난 아니었다.
이런 디테일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건 김선우 작가님의 파라다이스. 모리셔스에서 멸종된 걸로 알려진 도도새를 주로 그리는 분이라고 한다. 일월오봉도와 십장생도 사이에 놀고 있는 도도새들이 한가득하다. 귀여운 색감과 배치에 반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귀엽지 않다.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다가 나는 법도 까먹고 바보새로 불리는 도도새*에게 현대인을 투영했다고 한다. 틀 속에 갇혀 여기가 낙원이라고 착각하고 안주하는 사람을 도도새로 보고 있는데. 그거 나 아님?!ㅠ 회사가 적당히 다닐 만해서 안주둥인데 갑자기 뼈를 맞아부렸다. * TMI) 도도(Dodo)라는 명칭은 새를 보고 사람들이 포르투갈어로 Doudo라고 부르던 게 굳혀졌다고 한다. Doudo는 Doido의 옛 표현으로, 돌아버린, 제정신이 아닌, 상식에서 벗어난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작품명도 찍어왔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찍어와서 기억이 잘 안나네. 이건 전혁림 작가님의 백락병이라는 작품이다. 여러 작은 도판을 모아 하나의 병풍을 만들었던 백납병이란 형식을 변형해, 백 가지 즐거움이라는 추상화된 길상 이미지를 만들어내신 거라고 한다.
옛 전시 도록들도 많았다. 이건 김기창 작가의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이라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한국호랑이대전이라니!! 또 열어주세요ㅠㅠ 더 줘ㅠㅠ
그다음 공간은 오방색을 주제로 했다. 높은 층고의 열린 공간에 설치된 작품을 보고, 오잉 또잉 하얀 호랑이인가 하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이렇게 알록달록 허면서 현대적인 호랭쓰들이 있다.
정면에서 보면 이런 느낌 색감이 다채롭고 얼핏 보면 아프리카 국가를 표현한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이사이 호랑이 이미지가 숨어 있다.
이 작품은 전통 오방색을 재해석한, 이정교 작가의 사•방•호 라는 설치 작품이다.
그다음은 서가에서 찾은 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라는 컨셉의 전시실이다. 시작은 문자도. 마음에 새기고 널리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그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로 제작한 문자들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성민 작가의 날아오르다. 문자가 가진 의미 그대로 나는 듯하다.
한글과 달리 용이 그려진 영문 버전. RISE UP.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호랑이 기운이 아닌 용 기운 부적이랄까...
문자도에 자주 쓰이는 각 글자 효제충신 예의염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한문에 약한 나에게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림의 글자를 열심히 비교해 가면서 봤다.
이미지들이 움직여 더 재밌었다. 김혜경 작가님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자세히 보면 이런 식으로 한자 획과, 획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움직이면서 생겨난답니다. 그게 완성되면 하나의 글자가 되는 구조였다.
한자 알못인 나에게 시련을 주었던 작품이지만 너무 예쁘고 귀엽다. 이응노 작가님의 의(義) 문자도.
그다음은 책가도와 연관된 작품들이다. 이지숙 작가님의 부귀영화-뒤꽂이와 자개함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 온갖 길상의 의미를 담은 기물들과 보물들, 그리고 서적들을 배치하는 책가도답게 다양한 물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기록화로 바로 넘어간다. 작품이 진짜 진짜 많았고 좋았는데, 감상에 집중해 많은 사진을 찍지는 않았나 보다... 이건 나의 홈타운이기도 한 분당신도시의 초기 모습을 표현한, 유한이 작가님의 이사라는 작품이다. 대충 어디인지 감이 와서 더 흥미롭게 감상했다! 친구들 보내줬는데 바로 분당(?) 이러면서 알아봐서 더 신기했음
신기하니까 정면에서 찍은 사진 한 번 더. 초기 분당 신도시를 아는 분이라면 어딘지 바로 알아볼 듯?!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서가를 나와, 다시 정원에 들어서며 보이는 담 너머의 자연을 그린 산수화가 주제이다. 무릉도원도 있고... 백두산 천지를 표현한 작품도 있었는데... 내 눈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손동현 작가님의 이른 봄. 조춘도라는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조춘도는 11세기 중국의 화가인 곽희가 봄의 풍경을 그려낸 걸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메마르고 추운 겨울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화려해진 색감으로 봄이 거의 다 왔음을 알리는 듯 보이기도 하다.
일자가 아닌 ㄱ자 배치라 오히려 몰입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가기엔 아쉬워서, 옥상정원에도 잠시 올라가 봤다. 옥상정원에서는 <시간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MMCA 과천관 특화 및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의 일종으로... 미술관 내외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을 통해 과천의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일종의 쉼터를 만든 거라고 한다. 2023년 올해 6월 25일까지 한다고 하니, 국현미 과천에 간 김에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주차장에서 더 내려가면 동물원?과 만나는 중간 지점이 있다. 코끼리 열차 승하차장이다. 오래간만에 추억 돋게 코끼리 열차를 탑승했다. 어른 기준 인당 1500원이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옆에서 슬러시도 사 먹었다. 이제 이런 거 자유롭게 사 먹을 수 있는 으른이야 나는...
슬러시만 먹기 아쉬우니까 요즘 먹기 힘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사 먹음. MMCA 방문기는 여기서 갑자기 끝!